선협물의 신(神)수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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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찐빵
작품등록일 :
2024.08.26 20:33
최근연재일 :
2024.09.0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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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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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유적이 가족이 되었다

DUMMY

“근두운이요?”


서유기를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손오공이나 제천대성이라는 이름을 안다면 여의봉과 함께 한번쯤 들어봤을 그 이름.

구름을 타고 몇천리도 날아갈 수 있다는 그 비행술이 나오니 나도 흥미가 번뜩였다.


‘거기에 근두운의 구름이라면 또 하나가 있지...!’


“하하하! 네! 흥미가 있으신 모양이군요! 비행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매우 유용한 요술이지요.”


일풍의 설명에 따르면 근두운은 여러 선인이나 신선들이 애용하는 비행술로 자신의 영력으로 길들인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나는 요술이었다.

허나 다른 비행술과 비교해 월등이 좋은 점이 있다면, 바로 주인의 영력양에 따라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점.

거기에 나 이외에 다른 인원이나 물건도 얼마든지 태울 수 있다는 이점이 내 흥미를 끌었다.


‘앞으로 환계 뿐만 아니라 인간계의 온갖 기연과 보물을 쓸고 다녀야하는데. 운송수단은 많을수록 좋지.’


“거기에 보통의 비행술과 다르게 결계나 뇌우, 진법, 음용술 등등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한 것이 바로 근두운술인데. 특히 천상의 벽력을 사용하시는 백호이시니 특히 더욱 안성맞춤입니다.”


내가 슬쩍 흥미를 보이자 더욱 흥이 나는지 일풍은 신나서 근두운의 활용성과 유용성에 대해 술술 풀어놓았다.


“그러면 근두운술을 배우시겠습니까?”


“좋습니다. 뭐부터 하면 되지요?”


“아하! 당연히 근두운술을 익히시려면, 도련님만의 구름을 얻으셔야지요.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그리 말하며 일풍은 갑자기 어디론가 휘릭 하고 날아가더니 순식간에 돌아왔다.


“이게 어딜 갔나 했더니. 바로 여기있었군요! 받으시지요!”


창고라도 뒤지다 온 것인지 거뭇한 먼지를 뒤집어쓴 일풍이 내놓은 것은 바로 은으로 만든 듯한 기묘한 빛깔의 호리병이었다.

그 몸체엔 봉운(封雲)이라는 글자가 쓰여져 있었는데, 이를 받아드니 대뜸 이 호리병이 내 신력을 빨아들였다.


“윽!? 이, 이게 뭐에요?”


“놀라지 마십시오. 이 봉운박은 근두운술을 위한 구름을 잡는데 필요한 신물중의 신물입니다.

도련님의 신력과 구름을 잡아 이 안에 보름동안 묵혀두면 오직 도련님의 명을 받드는 근두운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아, 아하.”


워낙에 이상망측한 술법과 기물이 많은 세상이다보니 대뜸 기운을 잡아먹는 호리병이 조금 껄적지근하긴 했지만.

일풍은 작중에서도 제일가는 의리남으로 유운이 진짜 선을 넘기 전까진 절대적으로 백호족에게 충성하던 충신이었다.

그런 일풍이 감히 내게 지뢰를 주진 않았으리라.


“그 봉운박의 안에서 도련님의 신력을 받아들이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테니. 오늘의 수업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아마도 내일이면 봉운박이 완성될테니 이 일풍과 함께 괜찮은 구름이 있는지 한번 찾아보시죠.”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라고 할뻔!”


그렇게 수업이 끝나나 했더니, 대뜸 일풍은 유쾌하게 웃으며 나를 답삭 안아들곤 제 어깨에 목마를 태웠다.


“우왓!? 뭐, 뭐야!?”


“우후후. 이 일풍. 광운님을 모신 이후 예전부터 꾸던 꿈이 있었지요. 바로 어린 백호를 태우고 이 곤륜을 날아보는 것 말입니다! 어차피 시간도 한참 남았으니 이 일풍과 함께 비행의 참맛을 조금 맛보시지요!”


그리 말하며 일풍은 대뜸 크게 숨을 들이마쉬더니 폭음과 함께 나를 안아들고 로켓처럼 비상했다.


“우와아아아!! 대, 대박이다!!”


“하하하! 멋지지요?!”


그 세찬 바람에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들었지만, 그간 배웠던 기공으로 안력을 돋구어 바라본 곤륜의 전경.

그것은 다른 것은 몰라도 비행술을 마스터해야할 이유를 내게 하나 더 추가해 주었다.



*      *      *


며칠 후.

해도 뜨지 않은 새벽.

나는 일찍 일어나 간단하게 여장을 챙겨 성운채를 나섰다.


“졸려...”


당연히 내가 나간다고 하면 시종이나 호위 같은 이들이 따라 붙을테니.

조용히 발소리도 안나게 신발도 든 체로, 어머니 첩월화의 서재에서 슬쩍 해온 은신부까지 사용했다.


-샤샤샥!


“응? 뭐가 지나갔나?”


“바람 소리겠지.”


역시 요술로는 그 현무와 신선들도 자문을 구한다는 흑호족의 대술사가 만든 부적답게 효과는 발군.

나는 하품을 쩍쩍하는 문지기들을 피해 수월하게 담장 근처까지 올 수 있었다.


허나 내 앞을 막아선 진짜 난관은 저 문지기들 따위가 아니었다.

이곳 성운채는 수백년만에 태어난 백호를 보호하기 위해 온갖 진법으로 보호되고 있는 곳.

당연히 문지기를 피해 월담만 한다고 해서 쉬히 빠져나갈 수는 없는 요새 그 자체였다.


허나 무릇 천라지망은 당연히 뚫리기 마련이고, 난공불락의 요새는 당연히 틈새가 있기 마련.

원작 주인공이 유운의 꾀임으로 성운채에 갇혔을 때 발견한 은밀한 개구멍을 나도 진즉에 파악해놓은 상태였다.


“어디보자...”


머리카락 하나 들어갈 틈 없어보이는 견고하고도 높은 담장.

멋스러운 기와 처마 하나하나, 벽돌 하나 하나에 세겨진 방호 주술에 꼬리가 저릿거릴 정도였다.

혹시라도 경보나 방어막을 작동시키지 않도록 담장을 흝어보는 와중에, 흐릿하게 금빛으로 일렁이는 벽돌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찾았다!”


완벽한 방호란 곧 완벽한 고립을 의미하기에, 내부의 첩자나 암살자를 상정하여 아주 작은 백도어를 만들어 놨는데, 그게 바로 이것.


형님의 초대라고 선물까지 싸들고 성운채에 들어왔다가, 원작 유운의 함정에 빠져 고생하던 주인공이 탈출한 백도어이기도 했다.


“어디보자... 왼쪽에서 두번째, 위에서 세번째, 그리고 아래에서....”


-톡톡.


-툭툭.


도대체 전생(?)의 기억도 조금만 힘쓰면 선명히 떠오르는 이 고급스런 하드웨어를 두고 유운놈은 왜 그따위 패악질 밖에 못 한 것일까.

나조차 조금만 신경써서 일주일만 술법이나 요술에 매진하니 구구단 외우는 것보다 쉽게 이론도 실전도 쑥쑥 외워졌는데 말이지.

솔직히 이정도면 조금만 머리를 굴려도 패악질이 아니라 암살이나 정치질로 얼마든지 주인공을 묻을 수 있었을텐데.


이런 뇌지컬이나 피지컬을 좋은 데 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짜 제대로 목적 달성도 못하다니.

진짜 이놈 뭐하는 놈이지.


멍하니 그런 잡생각을 하며 진법 해주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마지막 벽돌을 두들기자 뭔가 반응이 왔다.


-철컥!철컥!


마지막으로 두들긴 벽돌이 마치 버튼처럼 쑤욱하고 들어가고.

그 들어간 벽돌을 기점으로 주변의 벽돌들 역시 이리저리 회전하더니 이내 딱 어린애 한명이 수월하게 지나갈 구멍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사 거리로 들어가는 것 같구먼.”


-휘이잉!


내가 생각했던 것은 곧장 담장 너머로 연결되는 작은 개구멍이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본격적인 비밀 통로가 나오자 살짝 당황스럽네.


원작에서도 그냥 잠깐 어두운 터널을 지나자 밖이라고만 했었는데...


-슬슬 교대시간인가~?


-하암! 빨리 들어가서 신낭이한테 술이나 얻어먹자고.


“이크!”


이쪽으로 다가오는 경비병의 인기척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 후다닥 통로 안으로 몸을 던졌다.


-차라락!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메워지는 통로 입구.

당연히 사위가 순식간에 어두워졌지만, 백호의 눈으로 본 통로는 대낮처럼 환했다.


“뭐여... 생각보다 깊잖아?”


순간 결계의 백도어가 아니라 인던 입구를 잘못 찾아왔나 했지만, 뭐 어떡해.

오늘 목표로 하는 그것은 10년에 한번 환한 보름달과 밝은 일출의 사이 아주 잠깐 모습을 드러내는데.

만약 오늘 놓치면 10년 후, 즉 주인공이 태어나 나처럼 근두운술을 배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것도 자칫하다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주인공한테 선점당할지도 모르고.


“미안하다 동생아. 대신 이 형이 네 몫만큼 굴러주마.”


어차피 진짜 망나니로 살다간 폐위 후 나락 확정이고.

적당히 꿀만 빨며 착하게 살다간 확정킬 판정 나는 이벤트가 수백개다.

이왕 피지컬 매지컬 뇌지컬 삼박자 잘 타고난 신수저 물었으니, 허무하게 끔살 당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중세 판타지 이상으로 기괴막측하고 이상꾸리한 세계관을 꿰뚫는 진리가 한가지 있다.


힘=안전=부귀=영화=장수.


라는 기적의 공식.


즉 힘만 있으면 돈과 명예는 물론, 어지간해선 자연사가 없는 종족인 만큼 무병장수 불로불사도 가능하다는 것!


템빨도 상관 없다. 재능빨? 전생빨? 인맥빨 아무렴 어때.

이 험난한 세상에서도 이 한몸 잘먹고 잘살아보자는 한국인의 정신은 사그라들지 않았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는 잘! 아주 잘 살아남을 대대손손 다 보고 살거야!!


“이번에 그것만 얻으면... 으히히히!”


그것을 얻으면 어제 먹은 저녁 메뉴보다 선명히 기억나는 이 세상의 보물과 기물 그리고 법보는 모두 내것이나 다름 없다.


부귀영화와 불로불사의 첫 단추가 될 첫 기연을 위해서인데, 새벽잠 정도야 값싸지.


예상대로 지하로 내려가는 것인지, 교묘하게 하향곡선을 그리는 외길을 따라 걷다보니 왠 갈림길이 나왔다.

그것도 두갈래나 세갈래도 아니고 여섯갈래로 갈라지는 꽤 커다란 IC.


“어래.”


이런건 원작에 없었는데 진짜 잘못 찾아왔나?

원작의 개구멍은 말 그대로 투박한 토굴로 표현됐는데, 내 앞에 나타난 갈림길은 마치 고대 유적을 방불케 했다.


매끄러운 벽면부터 잘 다듬어진 기둥, 거기에 척봐도 나 뭔가 있소 하는 밀실 한가운데 서있는 커다란 조각상까지.


“오오...”


보아하니 바다와 관련된 인물인지 실감나게 조각된 휘몰아치는 파도를 두르고 네자루 대검을 등과 허리에 찬 가면의 남자는 거대한 고래 위에 올라서 있었다.


뭔가를 호령하듯 호방하게 뻗은 장군도는 무엇을 가르키는 것일까.


요전번의 수업때 배운 지식에 따르면 이런 가벼운 갑옷과 산호 장식은 환계의 운해와 대해를 오가는 해양 거인족들의 복식이었다.

거기에 칼자루에 세겨진 귀면상과 석상의 얼굴을 가린 흉악한 가면은 내 기억에도 있는 모양이었다.


“해적왕 응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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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협물의 신(神)수저가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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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욕심이 난다. 욕심이 24.09.09 30 2 11쪽
14 살생부와 활생부 24.09.05 45 2 10쪽
13 동상동몽(!) 호가호위(?) 24.09.04 45 2 11쪽
12 이런 기분 오랜만이야 24.09.02 46 2 11쪽
11 "저! 돈 많아요!" 24.09.01 53 2 11쪽
10 여긴 어디여... 24.08.31 66 3 11쪽
9 현세로! 24.08.30 75 3 10쪽
8 제천대성의 구름(수정완료) +2 24.08.29 78 3 11쪽
7 해적왕의 보물 24.08.28 81 5 11쪽
» 유적이 가족이 되었다 24.08.27 90 4 10쪽
5 선협식 제왕학 수업 24.08.26 102 3 10쪽
4 선협물이지만, 너무 쾌적하다 24.08.26 100 4 10쪽
3 차카게 살자 선협물에서 24.08.26 113 4 9쪽
2 망나니 유운 24.08.26 134 3 10쪽
1 프롤로그-오늘도 살생부엔 비가 내려 24.08.26 196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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