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든 자들은 다 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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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디마
작품등록일 :
2024.08.2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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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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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달 (4)

DUMMY

***


퍼어억!

불규칙한 궤적의 암기를 튕겨내자마자 때린 주먹에 당가 제자가 쓰러졌다.

몸이 축 늘어진 여인을 일별하고 나는 말했다.


“다음.”


여기까지 오십 명이니 절반쯤.

비무를 시작하고부터 벌써 두 시진 이상을 소요했다.


최대한 힘을 아껴가며 제압한 터라 싸움이 길어졌지만 이젠 막바지겠지.

조금이라도 오래 버텨서 내가 지치게 만들 목적이었던 놈들로선 승부수를 걸 시기니까.


“과연 서천이시오. 비무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구려.”


남은 절반 중에서 스물이 나를 포위하듯 에워쌌다.

문파마다 다섯 명인가.

여태 제압한 무인들과 비교하면 약간이나마 나아 보이는 기세다.

검을 쥐고 마지막 경고를 일러줬다.


“합공이니 손속을 원망치 말라.”

“물론이외다.”


스아아앗!

정도 십오문이 자랑하는 각종 절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미파, 대라삼권(大羅三拳).

당가, 폭우뢰정(暴雨雷釘).

청성파, 적하장(赤霞掌).

점창파, 회풍무류검(廻風舞流劍).


전방위를 점한 공격에 아무래도 완벽히 대처하진 못한다.

피부를 스치거나 옷소매가 갈라져 나풀거린다.

되도록 피하고, 여의찮을 때만 막으며 나는 관조했다.


빨리 끝내는 편이 나으려나.

그렇다면 스물이 아닌 넷으로 봐도 되겠어.

결론을 내리고 낮게 읊조렸다.


“동롱(朣朧, 달이 떠오르며 밝아지는 모양).”

“온다!”


월광무(月光武)의 기수식.

검에서 은빛 광채가 피어오르자 놈들이 모여든다.


역시나 문파끼리 합류해 네 무리다.

산개였다면 조금은 피곤해졌을 텐데······ 잘됐네.


“멍청이들아, 흩어져-!”


당하옥이 버럭 일갈했지만 늦었다.

암기를 든 자들에게 접근한 나는 일검의 원을 그렸다.

은파호(銀波湖, 달빛 비치어 은물결이 이는 호수).


파아아아-

맑은 검광이 당가 무인들을 휩쓸어갔다.

비무와 달리 내공 소모를 감수하고 다수를 무력화하는 전법임에 방어는 불가능하다.


“무슨!?”


푸욱!

당황한 놈들에게 연달아 검을 찔렀다.

단전이 부서진 무인 다섯이 허물어졌다.


“······!”


뒤늦게 눈치챈 구파 무인들이 사방으로 뛰었다.

정확히는 그러고자 했다.


교경(皎鏡, 밝은 거울로 비유한 달)과 파(破).

산산이 쪼개진 빛무리가 놈들을 가로막았다.


연이어서 초승달 비(朏).

그믐달 조(朓)보다 위력이 약하지만 속도 면에선 우위다.

빛살같이 허공을 내달린 다섯 줄기 검기가 점창파 무인들의 팔을 잘랐다.


“아아아악!”


고통에 찬 비명을 흘려들으며 다음 목표를 정했다.

넓게 진을 갖췄으나 안색이 굳은 여승들을 향해 다가서는데 쩌렁쩌렁 외침이 울렸다.


“멈춰라!”


지난 천인위전 서열 5위 보선이었다.

위맹한 장공을 퍼부어대는 그녀를 따라 청성파 명진자와 점창파 헌원평, 당하옥까지 가세한다.


쉬운 국면은 아니다.

무황에게 배웠고 명문대파의 장로를 능가하는 고수들.

나와 일대일로 맞선대도 수십 합을 버티겠으니 냉정히 판단하여 필승을 장담할 순 없다.


······쓸까.

나중을 기약하며 감출까.

고민은 짧았다.


쓰지 않는다.

고작해야 천인위전 나흘 차.

오늘 보여준다면, 아마도 나는 중추절까지 살지 못한다.


피싯-

명진자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보선이 뻗은 복호장(伏虎掌)을 받아내는 동안 헌원평의 관일창(貫日槍)이 들이닥친다.

실낱같은 틈으로 반격한 그때 당하옥이 손을 떨쳤다.


——!

공기의 흐름이 희미하게 달라졌다.

무언가 날아오고 있다.

주위 공간과 동화하는 색이라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


당가 칠대암기 염라혼(閻羅魂).

맞으면 죽는다.


파앗!

검풍에 쓸린 암기가 헌원평의 미간을 노렸다.

놈이 고개를 숙였으나 내가 휘저은 오른손에 염라혼이 재차 방향을 바꿨다.


“끄윽······.”


이마 한가운데 은침이 꽂힌 헌원평이 단말마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즉사했다.

그 순간 명진자와 보선이 내기를 폭발시켰다.


청성파 비전 만상귀일검(萬象歸一劍).

아미파 비전 금강신장(金剛神掌).

염라혼에 간섭하느라 늦었다.


쿠웅!

검격을 쳐낸 직후 보선의 장심이 내 복부를 강타했다.

급히 내공을 끌어올렸음에도 가볍지 않은 부상이다.

입가로 피가 주르륵 흘러나오고 당하옥이 독기 어린 저주를 퍼부었다.


“죽어버려!”


내력이 서린 바람이 불었다.

당하옥의 반경 일 장으로 반 치(약 1.5cm) 이하 모든 무정물이 떠올랐다.

거기다 독과 암기까지 더해 비로소 준비가 마무리된다.


하늘에서 꽃비 만발하니 만천(滿天)에 화우(花雨)라.

스스로 깨쳤다기엔 다소 부족한 실력을 살피건대 사부가 억지로 새겼을 터.

한심하다는 감상이라 헛웃음이 나온다.


감히 나와 대적하면서 제 것도 아닌 무공을 내보이더냐.

쩔쩔매고 버겁게 펼친들 어디 통하겠느냐.

내심 조소하며 때를 가늠했다.


“후우······.”


고요히 호흡한 당하옥이 주먹을 쥔다.

펴내는 찰나 검을 던져서 사살하리라.


이소청의 본령은 무극(無極).

어떠한 무공 자체로 끝없이 순환하는 완전한 세상을 이루어냄이다.


곧 내릴 만천화우도 그러하겠지.

시전자는 배제하고 오직 만천화우만.

무극을 유지하는 데만도 벅찬 당하옥은 내가 쏘아내는 검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앗!”


지금껏 참전하지 않은 아미파 속가 무인이 놀라서 낸 소리.

당가 후기지수 몇이 숲 저편으로 달린다.

화월이 있을 장원으로.


“아하핫!”


즐겁게 비웃으며 당하옥이 주먹을 폈다.

사천당가 비전 만천화우, 개화(開花).


콰아아아아!

어스름한 하늘에 꽃비가 피어났다.


다 막아내진 못한다.

또한 일부는 회피할 수 있다.

화월을 위협하려는 당가 후기지수들을 놓친다면.


그러니 택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나는 쓰기로 했다.


“삭(朔, 초하루).”


검에 깃들었던 은광이 숨었다.

빛나지 않고 오롯이 아름다운 검이 사라졌다가 돌연 꽃비와 마주한다.

머리가 깨져버릴 것만 같은 통증과 아득한 고양감을 견디며 일렀다.


“망(望, 보름).”


사아아아-

만월처럼 눈부신 빛이 일었다.

꽃비가 걷혔다.

존재의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소멸했다.


그러고도 계속해서 나아간 검이 벌써 멀어진 당가 무인들의 목을 잘랐다.

이내 솟구치곤 비스듬히 하강해 당하옥 앞에 멎었다.


“서천······.”


울 듯한 표정.

검끝이 당하옥의 심장을 꿰뚫었다.


털썩!

당가 소가주였던 시체가 땅에 누웠다.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다만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나를 바라본다.


손을 떠난 검으로 구사하는 기예.

비검술이라 한다.


내기로 물체를 움직이는 기예.

허공섭물이라 한다.


어느 쪽도 아니었다.

백회혈을 열어 천지의 기운과 소통하는 상단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의 한계라는 절정고수를 넘어 신을 엿보는 경지.

마음이 가는 자리, 세상 무엇도 베어낼 검이 따라가는-


“어검(御劍)······.”


입신의 증명이라는 초능을 목도함에 아미파 속가 무인이 경악한 말을 흘렸다.

속에서 끓어오른 핏물을 삼키고 나는 명했다.


“살고자 하는 자, 칼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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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빛나는 달 (16) 24.09.10 101 1 12쪽
17 빛나는 달 (15) 24.09.09 109 0 10쪽
16 빛나는 달 (14) 24.09.08 114 0 10쪽
15 빛나는 달 (13) 24.09.07 130 0 9쪽
14 빛나는 달 (12) 24.09.06 132 1 10쪽
13 빛나는 달 (11) 24.09.05 145 1 11쪽
12 빛나는 달 (10) 24.09.04 156 1 20쪽
11 빛나는 달 (9) 24.09.03 162 1 15쪽
10 빛나는 달 (8) 24.09.02 178 0 10쪽
9 빛나는 달 (7) 24.09.01 178 0 10쪽
8 빛나는 달 (6) 24.09.01 185 1 7쪽
7 빛나는 달 (5) 24.08.31 203 0 9쪽
» 빛나는 달 (4) 24.08.30 203 0 7쪽
5 빛나는 달 (3) 24.08.29 230 1 10쪽
4 빛나는 달 (2) 24.08.28 299 3 9쪽
3 빛나는 달 (1) 24.08.28 350 2 9쪽
2 서 (序) 24.08.28 556 5 10쪽
1 정천리격문 (訂天理檄文) 24.08.28 650 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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