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든 자들은 다 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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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디마
작품등록일 :
2024.08.2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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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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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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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달 (14)

DUMMY

***


천하제일인 무극검천무황 이소청.

그녀는 오늘까지 도합 열여섯 명의 직전제자를 거두었다.

누구 한 사람 빠짐없이 강(罡)을 깨친 기재들이다.


서열 16위, 연화옥수(姸花玉手) 양소봉, 개방.

서열 15위, 삼명수재(三明秀才) 제갈현승, 제갈세가.

서열 14위, 화중독접(花中毒蝶) 당하옥, 사천당가.

서열 13위, 송류검(松流劍) 명진, 청성파.


서열 12위, 태을승검(太乙承劍) 곡정의, 종남파.

서열 11위, 백매봉(白梅鳳) 단리선아, 화산파.

서열 10위, 점창일룡(點蒼一龍) 헌원평, 점창파.

서열 9위, 선풍학(旋風鶴) 현오, 무당파.


서열 8위, 청홍안(靑紅眼) 모용인, 모용세가.

서열 7위, 섬전비검룡(閃電飛劍龍) 남궁산, 남궁세가.

서열 6위, 운중검(雲中劍) 송일헌, 곤륜파.

서열 5위, 철심선자(鐵心仙子) 보선, 아미파.


서열 4위, 호도(虎刀) 팽수림, 하북팽가.

서열 3위, 복마협(伏魔俠) 사예광, 공동파.

서열 2위, 소림무룡(少林武龍) 연허, 소림사.

서열 1위, 검월(劍月) 은서천, 무황성.


절대적인 순위는 아니다.

삼 년 전의 결과일 따름이며 당시조차도.


양소봉처럼 제 성취를 숨기거나.

당하옥처럼 비무에선 전력을 내기 어렵거나.

또 일부는 크게 발전했거나.


다만 그러할지언정 2위다.

경쟁자들은 선뜻 수긍치 않겠으나 적어도 강호는 서천 다음이라고 일컫는 재목.

소림무룡 연허에게 싸늘한 명령조의 말이 날아들었다.


“포위를 무르시게.”


갑작스러운 방문과 강요.

외관으로는 서른 살에도 못 미칠, 칼날처럼 분위기 서린 미인이다.


무정검후(無情劍后) 심옥진(沈玉珍).

열다섯 해 과거 천인위전 우승자.

서천이 그러하듯 확고한 강호제일로 불린 적은 없으나 백련화(白蓮花)와 지난 세대의 정도제일을 다툰 기재.

무황 이소청을 섬기는 심복.


사람보다는 칼에 가까운 자다.

부귀와 권세, 백도십절의 영예조차 마다코 오직 충성한다.

천하제일인도 제법 쓸 만하노라 여길 비수.

단도직입해 연허가 살피었다.


“사부께서 보내셨소이까.”

“외람된 물음일세.”


차가운 답은 모욕이면서 옳았다.

그야 무정검후기에.


신분이 높다.

무황보다 열 살 어리며, 사승 관계를 맺진 않았지만 최측근으로 배웠다.

직전제자들은 입성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가 없었다면.’


정확히는 서천검월만 없다면.

훗날 이소청이 부재할 시 차대 무황성주는 그녀겠지.


자질로도 무황 일맥과 동등하거나 오히려 낫다.

십수 년 세월마저 더해졌으니 자연스레 고강한 경지일 터.

어검만 제외한다면 능히 서천과 겨뤄볼 만하리라.


“내가 왔거늘 자네들은 그저 따르시게나.”


간결한 요구였다.

북경으로부터 이백 리 바깥에 펼친 천라지망.

반절 줄여서 물러나라고.


“이유가 무엇이오.”


상호 격식은 갖추되 서열상으로 무정검후가 명백히 위다.

월권임에도 들어야 했다.

연허 자신과 소림사의 목적, 서천검월을 살리고자.

심옥진이 무미건조하게 이른다.


“소성주를 한계로 내몰걸세.”

“방법이-”

“어검비행은 반각, 고작해야 칠십여 리네.”


그러니 일백 리 남짓이면 족하다.

포위망을 축소할수록 아군 공세는 강해진다.

절대 달아나지 못한다.


“어검 직후에는 월광무조차 버거울 테니.”

“대환단은······.”


이미 파악했다.

무정검후가 소림에 들러 대환단 셋을 요구했다고.


결국은 살리려는가.

위전 마지막 날 죽이려는가.


“소성주께 달린 일이지. 불자들은 뜻대로 애써보게나.”


들켰다.

뒤돌아선 심옥진에게 연허는 의문 하나만을 꺼냈다.


“스스로 헤아리신 게요?”


어검비행, 만전이라도 반각, 칠십여 리.

설마 무정검후는······.


“소성주보다 모자라나 내 열여섯 해를 더 살았다네.”


시린 미소로 답한 그녀가 문을 넘어선다.

고요한 방 안에 장탄식이 가라앉았다.


“절체절명이로다.”


단념치 않는다면.

무황에게 끝내 숙이지 않는다면.

강호제일기재는 필사의 고비를 마주하리라.


그리고 하루가 지난 중추절.

천인위전을 마칠 보름날.


“아미타불······.”


모든 생로를 베어내고 찾아온 삼라만상의 법칙과도 같이 연허는 확신했다.

서천검월은 죽는다.


***


천인위전 열나흘 차.

부적의 신묘함으로 아이 상태가 무탈하다.

전날 추격대를 속여둔지라 서둘러 이백 리 나아갔다.


여정 백오십 리.

희망이 아른거린 순간마저도 나는 떨쳐내질 못한다.


<무조는 살았거든요. 여동생을 만날 수 없지만 힘껏.>

<달리 소중한 바 있어서겠지.>

<글쎄요? 그 이유 때문만은······ 아마도 아닐 거랍니다.>


헛소리야.

무조는 실패했고, 난 지켜줄 거야.

무조는 핑곗거리를 찾았고, 난 화월밖에 없어.

단지 그 차이뿐이야.


힘주어 되뇌면서도 마음 한편이 속삭인다.

정말로?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

무지몽매하여 답을 모른다.


천인위전 열닷새 차.

보름달 환히 내려오는 중추절 당일.


“걱정하지 마.”


높은 산 정상에서 화월의 손을 잡으며, 나 자신과 약속하듯 다짐했다.

저들은 네 머리카락 다만 한 올조차 건드리지 못해.


술시정(戌時正, 오후 8시~오후 9시).

북경까지 백 리.

포위망을 피하고 또 피해, 마침내 맞닥뜨릴 정도 최정예 무인들이 멀리 걸어온다.


여유는 일각쯤일까.

아이에게 새 부적을 쥐여줬다.


“내일부터 나을 거란다.”


어릴 적 아파봤으매 직감한다.

열닷새, 천 년 무림사 기록으로 쓰인 중 최장기간인 화월의 천지열은 오늘 끝난다.

도홍에게 얻은 여분도 짐보따리와 함께 건넸고.

······이젠 말해야지.


“받으렴.”

“제 것인가요?”


은실 걸어둔 옥가락지를 보며 아이가 물어온다.

쓰라리게 자책 삼키곤 당부했다.


“함부로 보여선 안 돼. 성년이 되고, 황도에서 누구도 널 위협지 못할 때. 알았지?”

“네.”


실은 탄일(誕日) 선물도 마련해주고 싶지만······ 나중에.

다 끝나고 나서.


어느새 반각.

언제까지도 나누고픈 정을 담기엔 짧다.

거짓말이 흘렀다.


“금방 따라갈게.”

“네.”


“혹시나 늦어지면······ 기다리지만 말고 잘 지내야 한다?”

“네.”


“글공부도 해보고, 또래 친구들도 사귀고, 가끔 웃으면서.”

“네.”


“아월.”

“말씀하세요.”


“네가 내 동생이라서 항상 기뻤단다.”

“저도요.”


“천 리를 떨어져도, 나는 영원토록 널 사랑해.”

“······.”


천리공선연(千里共嬋娟).

대답이 들려오기 전에.

어쩌면 아이가 답해주길 멈춘 동안에.


“소성주를 뵙습니다.”


적들이 찾아왔다.

총원 삼백여 명, 절정고수만 오십.

만분지일 승산도 존재하지 않아.


“반드시 죽여주마.”


현오와 남궁산과 단리선아.

불구대천 원독에 찬 시선으로 쏘아붙인다.

연허와 소림 무승들은 살의가 없지만······.


“심 모가 간곡히 아뢰나이다. 아직은 늦지 않았을진저 성주님께 용서를 구하시옵소서.”


무의미한 망발을 주워섬기는 여인이 가장 위험했다.

성 내에서 유일하게 나와 대적할 고수, 무정검후 심옥진.

옅은 조소를 되돌려줬다.


“그대 사부님이 기르는 개새끼다만 나는 아닐세.”

“구태여 피를 자처하시외까.”


물론이야.

내 목숨보다 중요하거든.


콰악!

흙바닥에 칼과 창 꽂아두고 검을 쥐었다.

월광무를 경계하는지 적들은 숨죽인 채 지켜본다.


찰나 한순간의 틈.

사랑스러운 아이와 작별했다.


“행복하렴.”

“소성주!”


심옥진이 간파해 급히 외쳤으나 늦었다.

한발 빠르게 쇄도해 검을 내리치며 읊조렸다.


“망(望, 보름).”


—————.

맑은 은광이 피어올랐다.

내게서 십 장 반경, 이곳의 절정고수들 대부분은 강기를 쓸 수 없다.


“정녕 홀리셨구려.”


강기공만은 겨우 자아낸 듯싶지만 그 너머 수준부턴 불가항력일 심옥진이 검에 가로막혀 이른다.

대꾸하지 않고 상단전을 운용했다.


“등영(騰朠, 올라선 달빛).”


위유웅- 파아아아!

준비해둔 병장기들이 날았다.

넓은 칼등에 올라타고 창을 쥔 아이가, 저편 북쪽 밤하늘로 멀어져간다.


어검비행은 반각 칠십여 리.

둘이 떠난다면.


높디높은 산마루.

날이 저물어 등영의 빛무리가 밝다.

화월만이라면, 내 시야에 보인다면, 백 리를 건넌다.

문득 고요한 말 들려왔다.


“천 리를 떨어진대도-”


자그맣게 먼 아이가 입술을 달싹인다.

차마 머뭇거림인지 표정도 없이 괴로워하며 그친다.

벅차도록 기뻐서 나는 웃어줬다.


괜찮아.

천 리를 떨어져도 널 사랑해.

네가 그러하듯이.


망(望)이 걷히려 한다.

어검비행을 유지하며 나는 곧바로 도주했다.


“놓치지 마라!”


적들이 화월을 쫓아가긴 벌써 틀렸어.

반각의 어검, 천인위전 종료 시점인 자정까지 살아남는다.

희박하나마 버틸 가능성도-


“검결(劍訣), 탄(彈).”


메마른 음성.

들이닥친 죽음의 예감.


슈아악!

돌아보는 순간 검날이 내 목덜미를 스쳤다.

무정한 선고 뒤따른다.


“역심은 단죄할지어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검 한 자루가 유영한다.

의지로 자유롭기에 어검.

내 편법과 다르다.


상천현계를 열진 못했으되 삼십 년 인고의 노력으로써 어검술에 오른, 입신경조차 머잖은 무인.

심옥진이 피 흘리는 내게 여의검을 겨눈다.


“그 미혹 버리시오. 반의반 각(약 4분) 주지.”


반의반 각.

어검비행을 마치기엔 이르다.

포기하면 화월은 죽어.


“충분해요.”


단리선아와 남궁산과 현오.

직전제자 셋에 절정고수들이 거든다.

반의반 각 지나서 심옥진의 개입은 사양한다고.

검 끝에 각오를 실어내며 되받았다.


“자네들 오만보다는 서둘러야 할걸세.”


맞선다.

용납하지 않는다.

난 죽어도 좋으니까, 내가 죽을지언정 기필코 너를-


아주 작게나마 또렷한 반문.

정말로?


“후우.”


머리가 지끈거린다.

꺼질 듯 위태로운 등영에 심력 쏟으면서, 온 사방 적도들과 홀로 관망하는 검후를 바라보면서, 나는 자각한다.


널 살린다면 죽는 일 대수롭지 않노라 여겨왔는데.

그것만은 아니네.


······살고 싶어라.

죽음이 두렵다기보단.

네가 소중하므로 나 역시도.


“쳐라!”


창궁무애검(蒼穹無涯劍).

이십사수매화검(二十四手梅花劍).

태극면장(太極綿掌).

세 갈래의 공격 응시하면서, 수십 리 바깥의 어렴풋한 기척 그리우면서, 다시금 안다.


<무조는 살았거든요. 여동생을 만날 수 없지만 힘껏.>


슬프고 안쓰럽기에 타이르던 어조.

그랬던가.

깨달으면서, 선연히 빛 머금어낸 검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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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 (序) 24.08.28 556 5 10쪽
1 정천리격문 (訂天理檄文) 24.08.28 650 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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