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든 자들은 다 죽어야 한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알렉디마
작품등록일 :
2024.08.27 22:57
최근연재일 :
2024.09.13 00: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358
추천수 :
26
글자수 :
96,835

작성
24.09.13 00:20
조회
87
추천
0
글자
9쪽

빛나는 달 (19)

DUMMY

“······!”


순간 또렷한 시선으로 무극검을 직시한 서천이 달아났다.

촌각에 백 장을 주파하며 검이 들이닥치는 방향 반대편, 서쪽으로 나아간다.

절정고수의 가장 빠른 경공으로도 쫓지 못할 능공허도.


그러나 무한일도는 단념치 않는다.

산봉우리를 꿰뚫고 구름을 헤쳐 끝없이 쫓아간다.


사아아아- 서걱, 파아앗!

언제까지나 지치지 않는다.

강(罡)이든 금강석이든 가로막는 전부를 베어낸다.


목표로 둔 적을 죽여야만 멈출 절대어검.

화려하지 않아 소박하게까지 보이는 이 힘이 과거 사파제일 철혈광군의 목을 베었다.


‘얼마든지 달아나 보거라.’


동쪽으로는 보내지 않는다.

북경 황군의 개입은 불필요하니 오직 무한일도가 지배해 몰아가는 서쪽으로만.


피싯-

스쳐 지나간 검날에 서천의 옷자락이 베였다.

미세한 차이지만 능공허도보다 무한일도가 빠르다.


재차 쇄도해온 공격에 서천이 대응했다.

격돌 직후 상아검이 밀리고, 여세를 몰아 무한일도가 긴 머리칼 끝을 잘라낸다.


힘과 속도 양쪽에서 모두 열세.

하지만 무에 대한 그 천부적인 감각만으로 치명상을 피하며 제자는 계속 도주해갔다.


휘유우우웅-!

어느새 너른 대지를 지나쳐 높은 산맥이 즐비하다.

이전보단 무한일도와 맞서기 쉬운 지형이겠지.

그와 동시에 기필코 베어내겠단 의지를 머금은 검이 서천의 눈앞으로 다가섰다.


피할 수 없고, 반격한대도 상아검과 함께 꿰뚫을 찰나.

멀리서 쫓던 이소청은 나직한 말을 들었다.


상천(上天: 하늘에 오른 자).

현계(現界: 여기 나타나노라).


“······시공월(時空越: 시간과 공간을 넘어).”


스아아아아!

눈부신 은광이 무극검을 맞이했다.

그 빛에 천하제일인은 깨닫는다.


‘위험하다.’


추격전에서 처음 느낀 긴장감.

급히 손짓한 그녀가 무극검을 회수했다.

한발 늦었다.


처억-

무극검이 돌아와 이소청의 손에 잡혔다.

단지 검만 돌아왔다.


검에 담아둔 무한일도의 공능.

은광에 휩싸였던 그것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였다.

여전히 능공허도를 늦추지 않고 달아나는 서천이 고했다.


“돌려드리겠소.”


위유웅-

밤하늘의 공간이 돌연 갈라졌다.

그 틈새에서 나타난 빛무리를 무황은 즉각 알아보았다.


‘무한일도!’


여태 서천을 위협하던 자신의 상천현계다.

이소청은 무극검을 그었다.


카앙!

무한일도가 검강에 튕겨 나갔다.

그러나 밀려날 뿐 사라지진 않았다.

같은 무공을 연원으로 하기에 비교적 받아내기 쉽고, 더 나아가 소멸시킬 수도 있으나 몇 번의 공방은 필요하리라.


———.

그녀가 발이 묶인 동안에도 서천은 도주하고 있다.

종전까지 펼친 능공허도와 다르다.

마치 이소청의 축지성촌 같이, 한 걸음마다 공간을 넘길 반복하며 멀리 달아난다.


카아앙!

무한일도를 다시 쳐낸 이소청이 파악했다.

상천현계 시공월의 공능.


‘스스로 이해한 힘이라면 시간의 제약 없이 개입할 수 있는 심상공간······. 말 그대로 시공간을 넘어선 현계로다.’


죽여야 할 아이지만 감탄이 나온다.

천 년 무림사를 통틀어도 이토록 초월적인 상천현계는 희소하리라.

그리고······.


‘애처롭구나.’


저만한 공능이다.

심지어 기습으로 큰 이득을 얻어 이소청의 무한일도까지 통제하에 두었다.

하면 마땅히 합공해야 옳을 터.


한데 제자는 고작 달아났다.

혼자가 아니기에.

우세를 점할 기회보다 저것을 최우선으로 지키려 들기에.


터엉!

미약하나마 치미는 분노를 표현하듯 거칠게 쳐낸 검격에 무한일도가 튕겼다.

빛나지 않되 무정형으로 일렁이는 공능은 이제 흐릿하다.


두 번, 많아야 세 번.

그만큼이면 사라지겠지.

하지만 늦다.


‘멀리 갔구나.’


시야에 더는 서천이 보이지 않아 기척으로만 느껴진다.

자칫하단 정녕 종적을 놓칠지도 모른다.


결코 허락할 수 없는 일.

그리해선 안 되기에 꺼내기로 했다.


스물여섯 살 그녀가 무한일도를 깨치고, 다시 오 년이 지나 서른한 살에 얻은 힘.

백은 이래 여덟째 무로서 존귀하신 분, 무후팔존이자 이 시대의 천하제일인에 오르게 했던 힘.


무극검공(無極劍功).

상천(上天), 이계(二界).


“찰나겁파령(刹那劫波領: 순간으로 영원을 거느릴진저).”


***


———!

매섭게 오는 무한일도를 피해서 달아나며 나는 다짐한다.

품에 끌어안은 아이.

화월을 살린다.


분명 입신경에 들면서 생각했다.

화월을 사랑하는 만큼 나 자신도 사랑해야 한다고.

화월을 살리고 싶은 마음만큼 나 자신의 생사도 무의미하게 여겨선 안 된다고.


다만 둘 중 하나가 사는 미래라면, 내 그 삶을 감당할 순 있으나 화월이 살아주길 바란다.

무황성을 나서기 전, 아이가 나를 살리고자 제 목숨을 단념하려던 것처럼.


피싯-

검격이 옷깃을 베고 지나갔다.

화월 때문이 아니다.

입신에 들고부터, 아직은 나보다 작고 가벼운 이 아이와 함께여서 속도가 느려지는 제약은 사라졌으니.


카아앙!

상아검에 강기를 실어 대적해봐도 밀린다.

아무리 같은 경지라도 이소청의 일계와 정면으로 맞서긴 어려우니.


간단한 의미다.

무한일도가 능공허도보다 빠르고, 검강보다 강하다.


꾸욱-

가슴께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품에 안긴 화월이 내 옷자락을 쥐고 올려다본다.


평소처럼 무감하지 않은 떨림.

짐작하기에 나는 답해준다.


“괜찮아.”


그 눈빛이면 충분하고 기뻐.

날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지니까.

너를 버려야 내가 산다고 말하지 않으니까.

이길 수 있다고 믿어주는 응원이라 고마워.


무한일도를 피해서 아주 멀리까지 날아왔다.

높고 험준한 산봉우리 부근.


슈아아아악!

이번엔 피할 수 없고 막아낼 수 없는 무극검을 응시하면서, 마침 알 듯했다.

상천현계(上天現界)—


“······시공월(時空越, 시간과 공간을 넘어).”


빛이 흘러나왔다.

무한일도를 감싸며 시공간의 제약 없는 저 너머로 보내고자 한다.


쉬이익-

무극검이 돌아가 이소청의 손에 잡힌다.

때를 노렸건만 병장기까진 실패.

하지만 목표를 나로 정해둔지라 검보다 반응이 늦던 무한일도는 가두었다.


———.

느껴진다.

무한일도를 시공월 내에서 관조하며 깨닫는다.


내가 다시금 성장했다고.

이소청의 일계를 넘어 확실히 더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고.


“돌려드리겠소.”


슈아아아악!

계획대로 되었다.

짧은 시간을 벌고 날아가면서 나는 찾았다.

지세가 험해 이소청이라도 금방 발견치는 못할 산이다.


“여기서 기다려야 한다?”


화월을 내려두고선 단검 한 자루 쥐여주었다.

꼭 껴안았다.

마주 안아오는 손길.


“오실 때까지 기다릴게요. 이기고 오세요.”

“······응, 이길게.”


타앙!

아이에게 약속한 나는 밤하늘까지 날았다.

길을 되짚어 이소청이 있을 곳으로 돌아간다.


알아.

결단코 동의하지 않되, 그녀를 이해한다.


이소청은 참고 또 참았다.

무황성에서 달아나지 않은 날 살리고자 나름대로 애썼다.

나는 버릴 수 없으니 감당하고자 했다.


타협이 불가능한 간극.

팔 년을 기다린 이소청은, 위전 율법을 바꾸며 이젠 기다려주지 않노라 선언했다.

입신에 올라 자격을 갖췄건만 부족하단다.


무슨 이유일까.

도홍과 만난 내가 깨달았듯 그녀도 새로이 내다봤는가.

그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스아아앗!

저편 이소청이 보인다.

그리고······.


저 기사(奇事)를 어찌 설명할까.

다만 경이롭다.


———.

세상이 느려졌다.

부는 바람, 떨어지는 잎, 무한일도가 검에 맞부딪친 굉음을 두려워하는 짐승들의 울음, 쏟아지는 달빛마저도 느리다.


여기 이소청만 오롯이 존재한다.

그녀의 발걸음과 숨결만 본래 세상대로 흐른다.


알 수 없다.

진실로 세상이 느려졌는지, 이소청의 시간만 빠른 것인지.

그러나 단 하나 분명하니, 지금 무황은 세상 무엇보다도 빠르다.


드디어 펼쳤는가.

상천이계 찰나겁파령(刹那劫波領).


무황이 검을 휘둘렀다.

느려진 세상, 혹은 그녀만 빠르게 거느리는 시간 속에서.


서걱!

적을 죽여야만 멈출 무한일도가 너무도 쉽게 소멸했다.

이소청이 허공을 박찼다.

다 느리고 그녀 자신만 빠른 세상에서 달린다.


한 걸음, 두 걸음, 열 걸음.

느릿해 보이지만 실제 줄어든 거리로는 극히 빠르다.

영겁과도 같은 한순간 나는 상아검에 힘을 더했다.

이소청과의 간격은 십 장 이내.


휘오오오-!

강대한 적을 맞이하여 세상이 속도를 되찾아간다.

이소청이 외친다.


“네 드높은 자질로 이루어낸 성취 놀랍다. 오늘날 다섯에는 능히 들 테고, 석년의 천산마귀보다도 낫구나!”


십이 년 전 그녀가 패퇴시킨 천마신교의 수장.

머나먼 천산에서 군림하는 그들을 강호 무림은 천마(天魔), 하늘의 마귀라 일컫는다.

또한 독문현계 지옥은 여타 입신경보다 반 수, 높게 본다면 한 수 이상 위로 평가받으니.


따라서 이소청의 말뜻은 명확하다.

내 시공월이 역대 모든 일계상천을 넘어 백은과 팔존에게만 모자란, 무림사 열 명에 이른 경지라고.


그딴 찬사는 필요 없는데.

난 그저 화월과 살아가고 싶어.

고양된 목소리로 이소청이 재차 외쳤다.


“보여봐라. 그토록 소중해 못 버릴 미혹이라면, 무인으로서 전부를 펼치거라!”


만에 하나라도 나를 넘어선다면.

천살을 품어 감당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면······.


“비록 등선이 아쉬우나 내 마음을 놓고 죽으리라.”


그다음은 듣지 않아도 안다.

해내지 못한다면 네가 죽는단 격려이자 경고.


쿠오오오오!

무극이계 찰나겁파령이 날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칼든 자들은 다 죽어야 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전 제목: 검신급 천재가 무림인을 다 죽임) 24.09.13 6 0 -
공지 9/14(토)~9/17(화) 매일 연재, 시각은 유동적입니다. 24.09.13 21 0 -
» 빛나는 달 (19) 24.09.13 88 0 9쪽
20 빛나는 달 (18) 24.09.12 86 1 15쪽
19 빛나는 달 (17) 24.09.11 89 1 12쪽
18 빛나는 달 (16) 24.09.10 102 1 12쪽
17 빛나는 달 (15) 24.09.09 110 0 10쪽
16 빛나는 달 (14) 24.09.08 114 0 10쪽
15 빛나는 달 (13) 24.09.07 130 0 9쪽
14 빛나는 달 (12) 24.09.06 132 1 10쪽
13 빛나는 달 (11) 24.09.05 145 1 11쪽
12 빛나는 달 (10) 24.09.04 156 1 20쪽
11 빛나는 달 (9) 24.09.03 163 1 15쪽
10 빛나는 달 (8) 24.09.02 178 0 10쪽
9 빛나는 달 (7) 24.09.01 178 0 10쪽
8 빛나는 달 (6) 24.09.01 185 1 7쪽
7 빛나는 달 (5) 24.08.31 203 0 9쪽
6 빛나는 달 (4) 24.08.30 203 0 7쪽
5 빛나는 달 (3) 24.08.29 230 1 10쪽
4 빛나는 달 (2) 24.08.28 299 3 9쪽
3 빛나는 달 (1) 24.08.28 350 2 9쪽
2 서 (序) 24.08.28 556 5 10쪽
1 정천리격문 (訂天理檄文) 24.08.28 650 7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