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돌 하나로 초월급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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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끼
그림/삽화
DDD
작품등록일 :
2024.08.30 15:38
최근연재일 :
2024.09.1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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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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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DUMMY

─오늘 식사 즐거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저도 덕분에 오랜만에 연구실 벗어나서 너무너무너무 즐거웠어요ㅎㅎ 아 말씀하신 이진희 씨 연락처에요. 010-xxxx-xxxx 오래는 못 기다려요! 안 기다려요! 명심하셔야 해요!

─ㅎㅎ알겠습니다.


중간에 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식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연진과도 조금 더 가까워졌고.


비즈니스로 시작한 관계가 사적인 방향으로 조금 치우친 것 같은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뭐···.


사람 사는 세상이 어떻게 그렇게 딱딱 구분 지어질 수 있을까.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서울 각성자 관리센터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한기훈 각성자님.

서울 각성자 관리센터에서 안내드립니다. 01월 XX일 받으신 마나 측정 결과에 측정 오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문가의 소견이 있어 마나 재측정 안내드립니다. 재측정 비용은 전액 무료이며 가까운 시일 내에 방문하시어···.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네.’


그와는 별개로 마음 한편에 남아있던 불안감이 씻은 듯 사라졌다.


‘진짜 쓸데없는 걱정이었나 봐.’


기계 고장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 했던 거라면 문자 하나 띡 하나 보내진 않을 테니 용건은 정말 저게 전부라는 말이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나는 가벼워진 기분으로 곧장 채비 후 집을 나섰다.


이번엔 따로 돌슨을 담아둘 가방도 챙겼다.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접수대로 향했다. 메시지를 보여주자 따로 차례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검사실로 안내되었다.


검사실엔 지난번과 같은 엠지 검사원이 긴장이 바짝 들어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은근슬쩍 떠봤다.


“지난번에 문제 생긴 건 잘 해결되셨습니까?”

“네, 넵! 다행히 수리할 수 있었습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한기훈 각성자님!”


말하며 90도로 허리를 꺾는다.


기계 고장 내먹었다고 엄청 깨졌나?


눈치 보는 다람쥐처럼 움찔움찔하는 모습을 보니, 상사에게 어지간히 욕을 얻어먹은 모양이다.


‘진짜 미안하네.’


고장이 돌슨 때문이라는 의혹이 없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마냥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멋쩍게 뒷덜미를 쓰다듬다가 말했다.


“겸사겸사 온 거니 너무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어차피 연수 신청도 다시 하러 왔었어야 했었어서 뭐.”


그러자 올망졸망한 눈으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부담스러운 건 둘째 치고 적응이 안 되네. 그날 본 엠지 검사원과 눈앞의 다람쥐가 동일 인물이 맞나 의심될 정도다.


아니 일하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이런저런 사고가 생길 수도 있는 거지, 사람을 얼마나 잡았으면 이렇게 변해.


내심 혀를 차던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조금은 긴장이 풀린 듯 한숨을 내쉬던 검사원이 도로 얼어붙었다.


뭐지?


이내 문이 열리고, 묘하게 까칠한 기운이 사라진 최기태가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아니, 이 아저씨가 갑자기 왜 나타나.


“업무차 들렸다가 소식 듣고 인사라도 드릴까, 싶어 왔습니다.”


이 아저씨 뻔뻔한 것 좀 보게.


눈을 감고 봐도 우연이 아닌데.


“이 친구 실수로 기훈 씨가 곤란해지셨다고요. 대충은 이야기 전해 들었습니다.”


인제 보니 파릇한 청년 기죽인 장본인이셨군.

귀신이라도 본 듯 얼굴이 창백해진 검사원을 보다가 떨떠름하게 답했다.


“딱히 곤란하진 않습니다. 뭐 어려운 거라고요.”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 영문인지 알 것 같았다.


국가직이니까, 내가 무슨 클래스를 얻었는지 알아내는 건 일도 아니겠지. 아무래도 내 뒷조사를 한 모양이다.


애초에 이 사람, 내 이름 석 자만으로 내가 S+마나 보유자라는 걸 알아내지 않았던가.


어쩌면 오늘 아침 센터에서 먼저 메시지를 보내온 것도 이 아저씨 입김이 들어갔을지도.


‘아니 들어갔어, 틀림없이.’


재혁이 형을 걸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이렇게 만난 김에 측정 후에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내 기분이 언짢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최기태가 살짝 눈을 굴렸다.


“별일은 아니고, 지난 던전 공략 관련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긴 시간을 빼앗지는 않겠습니다. 무엇보다 기훈씨한테도 그렇게 나쁜 이야기가 되진 않을 거고요.”


알았다고, 이 아저씨야.


“알겠다니까요···.”

“···예.”


최기태는 검사원에게 측정이 끝나면 나를 어디론가 안내하라는 지시를 남긴 뒤에야 홀연히 검사실을 나섰다.


무슨 폭풍이 왔다 간 것 같다.


둘만 남은 뒤에야 검사원의 안색이 좀 봐줄 만 해졌다. 도대체 얼마나 사람을 들들 볶았으면 이렇게 경기를 일으켜.


검사원에게 마음의 빚이 있었기에 속이 편치만은 않았다.


“안색이 안 좋으신데.”

“아, 아닙니다. 하하, 그럼 검사 시작할까요, 주의 사항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 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빨리 떠나주는 것이 도와주는 길이지 싶어 지체하지 않고 기기 위에 누웠다.


처음 검사를 받을 때와 딱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돌슨이 든 가방은 검사실 한편의 의자 위에 고이 올려두었다.


곧 기계음과 함께 몸을 뉜 판에서 희뿌연 빛이 뿜어졌다. 지난번 측정 때와는 다르게 미약한 빛이었다.


곧 검사가 끝났으니, 일어나셔도 된다는 음성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정상적으로 검사가 끝나면 이렇게 되는 거군.


‘진짜 별거 없네.’


잠시 기다리자, 그가 모니터실에서 종이 하나를 들고나왔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결과, 바로 나왔구나.’


왠지 내 눈을 못 마주친다. 낮은 등급이구나.


“···검사 결과입니다.”


눈썹을 한껏 꺾으며 내민 결과지를 받아들었다.


[한기훈 님 마나 보유량 측정 결과 E+]


“······.”


예상은 했지만, 입이 좀 썼다.


‘레벨을 11개나 올렸는데도 E+ 등급이면.’


공략전에는 얼마나 낮았다는 말인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마나량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마나로 내가 하는 거래 봤자 돌슨의 형태 변형과 추출 스킬을 사용하는 것뿐인데.


‘지금도 형태 변형은 열 번까지 가능하고.’


전투도 내가 직접 하는 게 아니니까. 뭐.


내가 말이 없자, 실망했다고 생각했는지 검사원이 심심한 위로를 전해왔다.


“그,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마나는 레벨업으로도 늘리실 수 있고 여차하면 아이템으로도 충분히 올리실 수 있으니···”


이리저리 길게 말하지만, 결론은 힘내라는 뜻이었다.


이 양반, 일은 대충해도 사람은 좋은 사람이었군.


나는 편안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고. 차라리 속이 시원하네요.”


정말이다. 하나도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마음의 짐을 내려두게 되어서 오히려 기분은 홀가분했다.


이후 검사원은 나를 최기태가 말한 개인 휴게실로 안내한 뒤 본인의 업무로 돌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탁자 위에 서류를 쌓아둔 채 무언가를 열심히 보던 최기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셨습니까.”


언제부터 기다렸길래, 양이 저렇게 많은 거지.


‘설마 아침부터 여기서 계속 기다린 건가?’


내가 오늘 올 줄은 어떻게 알고? 할 일 많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도 바빠 보이기는 하다만.


“바빠 보이시는군요.”

“아 그렇진 않습니다. 앉으시죠.”


빈말이 아니라는 듯 최기태가 드물게 기분 좋은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묘하게 얼굴이 폈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건가.


생각하는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최기태가 말했다.


“부국장님께서 당분간은 기훈 씨에게 집중하라고 사람을 붙여주셨거든요.”


그런 게 가능하면 진작 좀 해주지는 하여튼 노인네가 음흉한 구석이 있다는 뒷말은 못 들은 척해주었다.


“여하간에 기훈씨 덕에 제가 좀 숨통이 트였습니다.”


트인 거 맞아? 두껍게 깔린 서류 더미에 머무는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그가 덧붙였다.


“이건, 그냥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는 게 성미에 안 맞아서 좀 챙겨 온 것뿐입니다, 시간 낭비는 딱 질색하는 성격이라서요.”


이 사람, 기다린 걸 숨길 생각도 안 하네.


그나저나 고생을 사서 하는 타입이구만.


FM대로 원칙대로, 시작한 일은 확실하게.


몇 번 보지도 않은 나도 알 정도인데, 곽철휘 부국장도 그의 이런 성격을 알고 일거리를 죄다 떠맡긴 거겠지.


어떻게든 해내니까, 시키는 거다.


직장 생활을 간접 체험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하실 말씀이라는 게?”

“다른 건 아니고, 기훈씨가 아직 임시 각성자 신분 아니십니까.”

“그렇죠?”

“이번 공략으로 능력은 충분히 검증되셨으니, 교육 연수를 생략해 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나와서 말입니다. 사실 임시와 정식으로 구분을 둔 가장 큰 이유는 신규 각성자의 던전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니까요.”


연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지만 교육에 걸리는 기간은 평균 한 달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보다 길어질 수도 있지만 최소 3주는 잡아야 했다.


그렇게 해준다면 나야 시간 낭비 안 하고 좋긴 한데, 이 말을 이렇게 각 잡고 한다는 건.


“뭔가 원하는 게 있으시군요.”


눈치 빠른 사람은 싫지 않다는 듯 묘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역시 왠지 정이 안 간다.


“저희 쪽 제안을 심도 있게 고민 해봐주셨으면 합니다. 사적인 감정은 되도록 배제하시고요.”


내가 본인에게 딱히 좋은 감정을 품고 있지 않다는 건 아는 모양이다.


“일단 들어보고요.”

“별 건 아닙니다. 알아보니 각성 클래스가 돌 소환사가 아니라 연금술사시더군요, 정말 놀랐습니다.”


비꼬는 건가?


“영리한 처사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굳이 제게 숨기셨다는 건 기훈씨도 어느 정도는 본인의 입장을 자각하고 계시다는 말씀이니까요.”


···아닌가?


“KDERI 연구소에서 들으셨겠지만, 지금 저희 나라엔 감별 스킬을 가진 각성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업무를 위탁하는 형식으로 기훈씨에게 일을 맡기고 싶습니다. 한 번 살펴보시죠.”


‘···내 스킬까지 알고 있어?그러고보니 처음에 검사받으러 왔을 때 생각 없이 다 적어서 냈지.’


그러면서 최기태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내민 것은 결재판이었다.


‘계약서네.’


제1조 (계약의 목적)


본 계약은 갑이 을에게 업무 위탁 형식으로 성장형 게이트 던전 (이하 X급 던전) 이외 판별 불능 광물 자원의 감별 및 추출을 의뢰하는 형식으로···.


내용은 어렴풋이 예상한 대로였다.


내 광물 분석 스킬과 추출 스킬이 필요할 때 의뢰를 하고 싶다는 것.


딱하나 의외인 건.


“성장형 게이트 던전을 저에게 맡긴다고요?”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고등급 던전을 공략하려는 헌터들이 가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목숨 걸고 위험한 던전을 공략하느니, 안전한 저등급 던전이나 돌며 살겠다는 헌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거든요.”


뉴스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저는 기훈씨의 전투를 직접 본 입장으로써 다대일의 전투보다 단수의 적을 상대하는 방식의 전투에 특화되어 계시다고 판단했고요.”


마침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지.


그리고 이게 본론이라는 듯 최기태의 미소가 한층 진해졌다.


“그 대가로 저희가 기훈씨한테 드릴 수 있는 건 국가가 보유한 아이템의 일체의 대여권과 24시간 특별 경호 서비스, 세금 면제 혜택 및 주거 지원, 마지막으로 소정의 활동 지원금입니다. 물론 공략 보상은 모두 기훈씨 몫이고요. 어떠십니까, 꽤 매력적인 조건 아닙니까?”

“···흠.”


나는 자판기 옆에 걸린 아날로그 시계를 확인했다.


21초, 22초, 23초··· 1분.


됐다.


“고민 해봤는데, 별로 안 내키네요. 그럼 수고하세요.”

“······.”


벙찐 표정의 최기태를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정식 등록증 발급되면 우편으로 보내주세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고 미련 없이 휴게실을 빠져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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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귀환 (2) 24.09.16 359 13 13쪽
17 귀환 (1) 24.09.15 363 13 12쪽
16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5) 24.09.14 345 11 13쪽
15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4) 24.09.13 345 12 12쪽
14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3) +1 24.09.12 373 13 13쪽
13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2) 24.09.11 385 14 12쪽
12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1) 24.09.10 419 15 13쪽
11 유니크 24.09.09 425 14 13쪽
10 무한의 돌멩이 24.09.08 452 15 13쪽
9 해방 24.09.07 458 15 12쪽
8 꿈과 악몽 (2) 24.09.06 453 13 12쪽
7 꿈과 악몽 (1) 24.09.05 455 14 14쪽
6 S+ +1 24.09.04 482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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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엘라늄 +2 24.09.01 572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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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려돌 키우기 24.08.30 706 2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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