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김민 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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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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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검우
작품등록일 :
2024.08.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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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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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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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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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반장 - 3

DUMMY

"이게 내가 당신에게 해 줄 수 있는 전부야! 미안해! 일을 이렇게 만들어서!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줘! 난 반드시 재기해서 당신 앞에 떳떳하게 설 거라고!"


우리의 김반장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부인인 혜정에게 위장 이혼을 제시했다. 그전에 자신의 재산 중 그나마 담보가 걸려 있지 않고 깨끗한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혜정의 앞으로 우선 소유권을 돌려놓았다. 분명 자신에게는 채권 추심이 들어오게 되어 있고 그러면 모든 재산이 압류 당하고 경매에 넘어가게 될 것이었다. 그전에 김민 반장은 자신과 결혼해 준 혜정에게 뭐라고 남겨주고 싶었다.


"그렇게나 어려운 거예요! 상황이!"

"그렇게 됐어! 완전히 합법적으로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걱정하지 마! 나야 나! 김민! 맨 주먹에서 주유소 두 개를 만든 사람이라고! 반드시 재기한다고!"

"그래 알았어요! 그렇게라도 해서 이 아파트라도 지켜야죠!"


우리의 김민 반장, 자신의 부인인 혜정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누구도 부럽지 않게 잘 해주겠다고 그렇게 말하고 한 결혼이었다. 그리고 뚱뚱하고 머리가 없는 자신을 괜찮다면서 사랑해 주고 결혼까지 해준 너무도 고마운 아내였다. 그런 그녀에게 김민 반장! 지금 위장 이혼을 얘기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이혼 서류를 꾸며서 서로 도장을 찍고 김반장은 서둘러 짐을 싸서 집에서 나왔다. 분명 숨겨둔 재산이 있는지 빼돌린 재산이 있는지 파산 과정에서 조사가 들어올 것인데 자신이 혜정과 한 집에 살아야 좋을 것이 없었다. 최소한 파산의 절차가 끝나고 회생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따로 사는 것이 좋았다. 보통 짧으면 2년 길면 3년이 걸린다고 변호사가 말했으니 그 기간 동안은 서로 떨어져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 기간 우리 김민 반장은 노가다를 하기로 결심했다. 파산 신청자이니 취업은 안될 것이고 어디 할 수 있는 일이 노가다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자신의 부인 혜정은 돈을 벌 재주가 있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어디 마트나 식당에서 일을 해서라도 가족을 부양할 그런 억척스러운 어머니 같은 여자가 절대 아니었다. 그런 혜정에게 먹고살라고 생활비를 주어야 했다.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게 주유소 김민 사장님께서 노가다 판의 김민 반장이 된 사연이었다.


******


우리의 김민 반장이 노가다 판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도 반년이 흘렀다. 잠은 고시원에서 자고 눈을 뜨면 출근하고 일이 끝나면 일당을 받아서 방으로 들어가서 소주 한 잔과 라면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다음날 출근하고 그런 일상의 반복이었다. 재기를 위해 뭔가 구상을 하고 움직이고 일을 벌이고 싶었지만 파산 신청자라는 신분이 김반장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아프신 부모님의 병원비를 조금 보태 드렸고 나머지는 모두 혜정에게 생활비로 쓰라고 주었다. 노가다가 좋은 것이 인력 센터만 잘 만나면 근로소득으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파산 신청자인 김민 반장이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만일 어디 근로 소득으로 잡히는 곳에 일을 하게 되면 아마도 김반장의 모든 수입은 최저 생계비만 남겨두고 채무 변제를 위해 압류가 될 것이 분명했다.


오늘은 혜정에게 생활비를 가져다주어야겠다고 우리의 김반장! 마음을 먹었다. 저번 달에는 부모님 병원비를 대느라고 생활비를 주지 못했는데 이번 달에는 그래도 달리 쓸 곳이 없어서 자신이 일한 대부분의 일당을 모을 수 있었다. 고시원 방에 있는 책상 서랍에 한 달 내내 모은 자신이 일당을 들고 우리의 김반장! 자신의 부인이 살고 있는 그 아파트로 향했다. 자신이 준 돈을 받고 기뻐할 자신의 혜정을 상상하면서 가는 길 내내 우리의 김반장! 기분이 업되어 있었다.


*****


"저게 누구지?"


자신과 자신이 번 돈을 받고 기뻐할 혜정을 상상하면서 우리의 김반장! 혜정을 깜짝 놀라게 해줄 생각으로 사전에 연락도 안 하고 혜정의 아파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 김반장이 혜정과 함께 살던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린 밤으로 변해 있었고 그 어둠이 내린 아파트에서 김민 반장은 환하게 불이 켜진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 어떤 남자가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게 누구지?"


김민 반장이 본 그 남자의 모습은 어디선가 낯이 익은 모습과 얼굴이었다.


"설마! 이새구! 재가 우리 집에 어쩐 일이지!"


이새구! 중학교 시절부터 김민 반장과 함께 껌딱지처럼 붙어 다녔던 죽마고우였다. 시골에서 멀리 도시까지 유학을 왔던 친구여서 혼자 자취를 하면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외롭게 마친 친구였고 그런 그에게 김민 반장은 학창 시절 거의 유일한 친구였다.


"저놈이 저기 웬일이지!"


김민 반장이 그리 멍하니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 멀리 보이는 모습에 누군가가 더 베란다에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람은 망설임 없이 뒤에서 이새구를 끌어 안았고 이새구는 그 모습에 바로 담배를 끄고 자신의 팔로 그 여자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거실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김반장의 아파트에 불이 꺼져 버렸다. 그 둘이서 불을 끄고 뭘 하는지 그것은 바로 상상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새구를 뒤에서 끌어 안은 그 사람은 바로 김민 반장의 전 부인 혜정이었다.


우리의 김민 반장! 화가 머리까지 치밀기 시작했다. 둘이서 붙어 먹다니! 도대체 언제부터야? 이 개XX! 친구의 와이프를 건드려! 이 개 같은 X! 남편의 친구랑 붙어 먹어! 이런 생각들이 김민 반장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들어가서 둘 다 죽어 버릴까! 가서 개판을 쳐! 이런 막장 생각이 김민 반장의 머릿속을 때렸다.


그렇게 얼마나 둘이 있는 아파트를 멍하니 바라보았을까? 김민 반장의 마음속에는 다른 생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는 혜정은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여자였다. 거기에 부모님이 농사를 짓던 땅이 개발이 되어서 수백억의 돈방석에 앉게 된 이새구는 그 돈으로 여기저기 술이나 먹고 여자나 후리고 다니는 한량이었다. 뭔가 둘의 궁합이 잘 맞아 보였다. 돈이 필요한 여자와 돈으로 여자를 후리고 다니는 놈!


여기까지 생각을 한 우리의 김민 반장! 쓸쓸하게 둘이 있는 아파트를 뒤로 하고 터벅터벅 자신의 고시원으로 걸어 가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는 이혼한 여자야! 남이라고! 거기에 그 여자는 돈 없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그런 여자라고! 그런 여자가 뭘 하든 이젠 남의 일이라고!'


고시원으로 돌아온 김민 반장! 술과 번데기 통조림을 사서 인근의 공원으로 갔다.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그리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혼자서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한 잔! 두 잔! 목을 넘어가는 술은 쓰기 그지없었고 그렇게 넘어 간 술이 늘어 갈수록 김민 반장은 취하기 시작했다.


그 술기운이 멀리 떠 있는 달에 이새구와 혜정의 얼굴이 투영되게 만들었다. 그 투영된 모습엔 이새구는 자신의 침대에 누워 웃고 있었고 혜정은 그런 이새구의 품에 안겨서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달에 비친 둘의 모습은 웃고 있는 이새구의 얼굴로 바뀌었고 그 웃는 이새구의 얼굴은 김반장을 바라보며 비웃는 것 같았다.


우리의 민반장! 술잔을 들어서 웃고 있는 이새구의 얼굴! 달을 향해 던져 버린다.


"야! 이 개XX야! 친구 와이프 따 먹으니 좋냐! 이 개XX야!"


******


우리의 김반장! 다음 날 술로 쓰린 속을 부여잡고 일을 하러 나갔다! 그렇게 신세 한탄을 해야 나오는 것도 없고 떠난 여자를 원망해야 나오는 것도 없었다! 그럴 바엔 일을 나가서 돈이라도 버는 것이 차라리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떠나기 시작한 여자는 칼날과 같아서 잡으면 잡을수록 손에 상처만 남는다고!"


아침부터 출근해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김민 반장의 마음속엔 그런 생각뿐이었다. 어째까지는 죽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출근하고 일을 하니 그냥 어제의 일로 잊히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죽을 만큼 힘든 일은 또 다른 무엇인가에 집중하면 잊을 수 있었다. 그것이 김민 반장에게는 노가다였다.


'아! 씨바! 어제 작작 좀 먹을걸!'


어제 먹은 술의 영향인지 오늘은 일이 영 힘들기 그지없었다. 오늘의 일은 그래도 힘들지 않은 자재 정리와 운반이었는데도 힘들기 그지없었다. 우리의 김반장!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다리가 후달리고 이마에는 구슬 땀으로 범벅이 되기 시작했다.


'아! 좀 작작 먹을걸!'


우리의 김반장! 후달거리는 다리를 끌고 땀으로 범벅이 된 이마를 연신 훔치면서 그래도 돈이다 내가 일해야 하루 일당이라도 벌고 그래야 먹고 살 수 있다. 그런 생각으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우리의 김반장이 일하는 작업장의 바닥이 흔들 거리는 것이 아닌가?


'이게 뭐지? 이게 뭐야? 왜! 바닥이 흔들려? 이게 뭐야?'


김반장 바닥이 흔들거리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흔들거리기 시작한 바닥이 더욱더 흔들리는 것이었다.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바닥이 위아래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쑥 바닥이 밑으로 꺼졌고 양 손에 자재를 들고 있던 우리의 김반장! 그 꺼진 바닥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었다.


"쿵! 쿠쿵! 쿵"

"윽!"


우리의 김반장! 추락하는 몸이 바닥에 닿자 강한 충격과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고통을 느낀 것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김반장! 정신이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이렇게 끝나는 인생인가!'


******


김민 반장이 부실 공사로 추락하기 얼마 전 김반장이 일하는 현장! 현장 소장과 안전 관리자가 뭔가를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이 상태로는 안됩니다. 여기 바닥 공사에 철근이 제대로 안 들어 갔습니다. 이 상태면 지극히 위험합니다."

"자네! 공사 한두 번 하나! 원래 이런 데는 이렇게 공사를 하는 거라고! 도대체 도면대로 하면 공기랑 비용은 절대로 못 맞춘다고! 자네! 이런 일 처음이지! 안전 관리자가 빡빡하게 하면 현장이 안 돌아간다고!"

"제가 문제 제기를 하지 않더라도 이 정도면 감리에서 걸리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감리가 이런 부실 공사를 눈 감아 줍니까?"

"감리는 자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자네는 자네 일만 잘 하면 돼!"


안전 관리자는 뭔가 현장 소장과 감리와 사전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말로 연결이 아니라 뭔가 약이 오간 느낌이었다. 적당히 눈감아 주고 적당히 받아 먹고 적당히 남겨 먹고 적당히 끼리끼리! 그런 관례와 상례가 판치는 곳에 이제 신입인 안전 관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하기 싫으면 회사를 때려쳐야 했다. 그리고 저들은 새로운 안전 관리자를 구할 것이고 현장 소장이 시키는대로 서류를 꾸밀 안전 관리자는 세상에 많았다. 그렇게 생각한 안전 관리자는 입을 닫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 현장은 다시 활기차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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