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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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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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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그

DUMMY

Rhogog. 고대의 피가 담긴 잔을 가진 자.

그것은 타르같이 검고 용암처럼 뜨거운 나무였다.


2. 로고그


나일라토텝이 나에게 검고 붉은 보석 하나를 내밀었다.


"자, 이걸 받으십시오."

"이게, 뭐죠?"

"빛나는 부등변다면체라는 아티펙트입니다."

"이건 어디에 쓰는 거죠?"

"이신님과 계약한 위대한 옛 존재들···. 음. 앞으로는 '올드 원'이라 지칭하겠습니다. 올드 원들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아티펙트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몬스터 볼 같은 건가···?"

"그오오···."


로고그라 불린 올드 원이 낮게 그르렁거렸다.

앙증맞게 생긴 것이 나름 귀엽게 보이는데.


"후후후, 로고그를 그렇게 대할 수 있는 인간은 이신님이 유일할 겁니다."

"···그런가요?"

"물론이죠. 음 그러고 보니. 이신님은 가족분들과 함께 살고 계시다 하셨죠?"

"아, 네.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이걸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딱!


나일라토텝이 손가락을 튕기자 나타난 것은 화분이었다.

진짜 그냥 마트에서 팔 것 같이 생긴 화분.


"화분입니까?"

"그렇습니다. 화분에 로고그 님을 담아 마당이나 베란다에 놓아두시면 훌륭한 경비목이 되어드릴 겁니다."

"···알겠습니다."


흠. 아직 잘 모르겠다.

땅딸막한 데다가.

걷어차면 날아갈 것만 같다.

그런데 이 묘목이 경비목이라고?

일단 공짜로 주는 거니 받아볼까?


나일라토텝이 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가 나를 배웅해주며 몇 가지 당부를 전해주었다.


"이신님께서 한 번에 너무 많은 올드원과 계약을 맺었다가는 정신력이 버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아, 그리고 노파심에 한 가지 당부를 드리자면."

"당부···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혹시 모르니. 빛나는 부등변다면체를 너무 오래 그리고 깊이 바라보지는 않으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아, 그리고 절대로 타인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음···? 네, 그럴게요."


그렇게 우리의 짧고 긴 첫 만남이 끝났다.

이미 밖은 어슴푸르한 새벽이 밝아오는 중.

나는 호텔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럼 안녕히."

"부디 가시는 앞길이 찬란하기를."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완전히 호텔을 벗어났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호텔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건, 꿈인가?

잠깐,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선명하게 보이는 내 오른쪽 시야.

그리고.

애완견처럼 나를 따라오는 로고그.

이처럼 명백한 변화들이 존재했다.


그것들은 이것이 현실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 정말로 다시 그 탑을 올라야 한다니···."

"그오오."

"후, 너도 고민이냐?"

"고오오."

"그래, 같이 힘내보자."


나 참.

내가 지금 나무한테 무슨 말을 하고있는 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가 실없는 웃음을 짓는 순간.

덩치 큰 인영 두 개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휴, 찾았다."

"···박 사장?"

"그래, 임마. 갑자기 사라져서 우리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짜식이 말이야 자기 몸을 소중히 할 줄을 알아야지."

"미행하고 있었나."

"당연하지! 네 몸이 얼마짜린데! 아, 그런데 너 술 마셨냐? 그것도 되게 비싼 술 같은데···. 이 새끼 이거 우리 몰래 꿍쳐둔 돈이 있었구만! 아니 그런데 빚도 안 갚은 주제에 감히 술을 처먹고 다녀? 안 되겠다. 애들아."

"네, 형님."


시발.

역시 박 사장.

자신의 룸싸롱 경력을 자랑하듯.

내가 마신 술이 범상치 않음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한두 대 맞는 걸로는 끝나지 않을 기세.


당장 오늘부터 탑에 올라야 하는데 어떡하지···?

내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덩치 하나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탓!


미처 생각을 겨를도 없이.

놈이 내 손에 들린 빛나는 부등변다면체를 낚아채듯 빼앗아 갔다.


"와, 씨. 이거 기깔나는데? 형님 이놈 보십쇼. 이런 걸 들고 다니는데요?"

"음? 어디 보자. 아니 이게 뭐야? 루비 다이아몬드? 아니 이 자식 봐라? 이거만 팔아도 빚 절반은 갚고도 남겠다. 역시 뒷구멍으로 남겨 먹는 게 있었구만. 어 그런데 너 성형까지 했냐?"


어슴푸르한 새벽이었다.

나에게 다가오고 나서야 내 오른쪽 얼굴을 확인한 박 사장.

어처구니없다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곧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놈의 말에 깊은 짜증이 묻어있었다.


"이신아, 이신아. 그럴 돈이 있었으면! 일단 우리랑 먼저 상의를 해봐야 하는 게 도리 아니겠니? 그렇게 네 맘대로 돈을 쳐 쓰고 다니면 어떻게 해!? 나 미쳐버리는 꼴 보고 싶어?"

"내가 내 돈 쓰고 다니는데 무슨 상관인데?"

"아니, 이 새끼가!"


내가 미쳤나?

정말 왜 이러지?


순간, 욱하는 마음과 함께 본심이 튀어나왔다.

원래의 나였다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대담한 모습.

나일라토텝과의 만남이 나에게 알 수 없는 자신감을 심어준 걸까.


하지만 나는 곧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박 사장의 두꺼운 손 가죽.

그것은 내 삶이 무너져내린 이후.

일상처럼 감당해내야 했던 폭력.


쎄에엑!


각성자가 모두 일반인보다 강한 것은 아니다.

애초에 내 스킬이 전투와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아.

결국 이거냐.

나는 눈을 감고 수비 자세를 취했다.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맞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사아아.

고오오.


후끈한 열기.

한차례의 바람이 우리를 훓고 지나갔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마치 원래의 공간에서 유리된 것만 같은 느낌.

주위의 환경도 조금 바뀐 것 같은데.


황급히 주변을 돌아봤다.

로고그의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고.

박 사장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했다.


눈은 하얗게 뒤집히고.

입에는 게거품을 물고 있었다.

스매싱을 날리던 손은 멈추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뒤에 있는 덩치 또한 마찬가지.

녀석 또한 온몸을 경련하며 입에서 게거품을 뿜어냈다.

그리고.

놈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내게서 빼앗은 빛나는 부등변다면체.

그것이 그 말대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매우 요사스러운 검붉은색.

그 빛이 점점 붉게 빛날수록.

박 사장의 흰자위에 핏발이 확연해졌다.


"어, 어. 끄, 끄극? 어? 뭐? 어? 어?"

"혀, 형님 뭔가 이상···. 어, 어, 어?"


그리고 나타난 두 번째 변화.

로고그가 조금 커진 것 같은데?

아니다.

그게 아니었다.

로고그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그것이 문제였다.


그오오.


로고그의 입에서 스산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불쑥 솟아올랐다.

그것은 검은 가시였다.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검은 가시가 두 사채꾼의 몸을 휘감았다.

그다음 순간.


퓨숙!

까드득!


"어."

"혀, 형님···?"


박 사장의 몸에서 검은 나무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붉은 피를 머금은 흉물이었다.

가지 곳곳에 흰자위가 번뜩이는 끔찍한 모습.

그것은 곧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다음 희생자를 물색하고 있는 건가?


"흐이익!"

"뜨, 뜨거워···! 뭔가가··· 우, 우웨엑!"


덩치 한놈이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그 검붉은 피에서는 검은 가시가 자라났다.

그리고 곧 그의 몸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꾸드득, 꾸드드득!

푸콱!


이런.

시발.


지금, 이 순간만큼 내 스킬이 고맙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그것은 그저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들의 시작일 뿐이라는 듯.

다른 덩치들의 입에서도 검은 가시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사, 살려줘···!"

"제, 제발···!"


어떤 놈은 자신조차 알아듣지 못 할 말을 지껄여 대기 시작했다.


"판글루 글루나파 크툴루 르리예 가나글 파탄 판글루 글루나파 크툴루 르리예 가나글 파탄 판글루 글루나파 크툴루 르리예 가나글 파탄···."

"준식아··· 뭐 하는··· 그르륵, 끄륵. 아아, 그분이시여···!"


뭔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었다.

이런, 시발. 이걸 어떻게 해야···!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덩치가 내게서 빼앗은 빛나는 부등변다면체.

그것이 이제는 검은 나무로 변해버린 것의 한 가운데에 박혀있었다.

아무래도 저게 문제 같은데.


나는 서둘러 나무에 다가가 빛나는 부등변다면체를 뽑아냈다.


푸콱!

고오오.

오오오오오오···!


수백 수천의 영혼이 울부짖는 것과 같은 소리.

나는 그것을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빛나는 부등변다면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거, 갑자기 엄청나게 불길하게 느껴지는데.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가운데.


파칭!


마치 스위치가 올라간 듯한 소리.

돌아온 것은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현실과는 조금 다른 느낌.

바닥에는 검은 액체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다지 알고 싶지 않았다.

로고그를 돌아봤다.

녀석은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그저 나를 바라만보고 있었다.


"후, 모르겠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오오."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그저 그 생각뿐이었다.


* * *


용산 경찰서.


교통 안전계에 사건 하나가 접수되었다.


└여기 바닥에 무슨 타르 같은 게 뿌려져 있는데요?

└지금 바로 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신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장에 출동한 이순경과 장경사.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검은 반죽.


"이게, 뭐지?"

"선배님 냄새가 고약한데요? 그냥 청소팀 불러서 치우죠."

"얌마, 일을 그렇게 대충대충 하면 승진은 언제 하려고."

"선배님이 하실 말씀은··· 아잇! 그거 던지지 마세요!"

"그러게 어딜 감히 하늘 같은 선배를 놀려먹어?"


치이익!


나무젓가락으로 살짝 퍼 올렸을 뿐인데.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나무젓가락.


"왐마. 이거 염산인가?"

"아무래도 과수대 불러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 일단 현장 보존만 끝내놓고 협조요청서 보내러 가자."

"으, 정말 꺼림직 스럽네요."

"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 주변만 CCTV가 전부 고장일 수가 있지?"


장경사가 도무지 모르겠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순경이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하더니 물어왔다.


"이거 계획범죄일까요?"

"글쎄, 아무리 계획범죄라 해도 그렇지 어떻게 이 주변 CCTV만 전부 망가뜨릴 수 있겠냐? 무슨 EMP탄을 쏜 것도 아닌데."

"그러게요. 그럼 혹시 각성자들이 벌인 범죄일까요?"

"아무래도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후, 저희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답답하네요."

"이번에 각성자 특별 대책 본부가 마련된다고 하니까 거기 지원해 보는 건 어떠냐?"

"제가 무슨 제주로 거길 지원합니까?"

"새꺄! 그럼 얌전히 진급 시험 준비나 똑바로 하던가."

"지금 그걸 선배님이···."


무심코 내뱉던 이순경의 입이 급히 닫혔다.

이제 무려 경사 10년 차.

장경사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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