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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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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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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DUMMY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남산을 보게하라.


10. 한여름


남산 아카데미 입학시험 당일.


준비를 마친 내가 현관에 섰다.

가족들이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뭐랄까.

나보다 엄마아빠가 더 긴장한 것 같다.


"이신아 너무 기, 긴장하지 말고 알았지?"

"믿는다. 아들 힘내라!"

"흐흐, 오빠 떨어져도 다들 그러려니 할 거야."


찰싹!


엄마가 이서 등짝을 후려쳤다.

이서가 몸을 비틀며 소리쳤다.


"아야!"


그렇게 시험 전날까지 속을 긁어 대더라니.

결국 엄마한테 등짝 스매시를 얻어맞았다.


속이 다 시원하네!

엄마 사랑해요!


"이서 얘는 참!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아니, 긴장 좀 풀라고 한 말이지."


잠시 어물쩍거리던 이서.

들릴락 말락 한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린다.


"기왕 추천받은 거, 확 붙어버리던가."

"그래, 다녀오마. 다녀오겠습니다."

"사랑해. 우리 아들!"

"그래. 고생해라."


내 변화에 따라 확연히 밝아진 우리 가족들의 모습.

바뀐 그들의 모습에 내 굳었던 표정 역시 풀어진다.


희망이라는 가능성에서 이어진 행복의 선순환.

가능성이란 게 사람을 이토록 풍요롭게 만든다.


남산 아카데미 입학시험 따위.

최선을 다해 통과해 주마.


난 이미 탑 5층을 통과한 몸이다.

까짓거 못할 거 있나.


* * *


남산 아카데미.


교장을 중심으로 교직원들과 사무관들이 모여있다.

회의 주제는 입학시험과 관련된 세부사항.


회의가 진행됨에 따라 직원들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힌다.

발표자의 마지막 말이 끝났을 때 회의실은 냉막한 분위기.


그들 사이에 한 차례 작은 웅성거림이 지나갔다.

윤백희가 당황한 모습으로 따지듯 물었다.


"예···? 그런 말은 없었잖아요."

"올해부터 새로 생긴 규정입니다."

"어, 어째서요?"

"이번 기수부터 해외 쪽 유학생들을 받기로 했습니다. 인원수를 맞추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에요."

"그, 그런. 아무리 정부에서 내린 결정이라 해도. 이건 너무 성급한 판단 아닌가요?"

"그럼 윤 교수가 직접 정부에 따져보시던가요."

"그, 그건··· 후, 어쩔 수 없네요."


윤백희가 탄식에 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교수들 모두 조금씩 불만이 있는 표정.


하지만 윤 교수가 대차게 까이는 것을 본 순간.

그들 중 제 생각을 입 밖에 내려는 사람은 없었다.


교장을 중심으로 하여 입학시험 안건이 빠르게 확정되었다.

책정된 남산 아카데미 입학시험 난이도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평범한 1층 도전자들이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높아진 문턱.

어지러운 마음의 윤백희가 회의실 창밖 너머를 바라봤다.


시험을 치를 아카데미 수험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분명 저들 중에 이신 씨도 포함되어 있겠지.


시험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어떻게든 찾아가서 알려줄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무리 마음이 어지러운 윤백희라지만, 그 정도 사리 분별은 할 줄 알았다.


'후, 이신씨 잘 해낼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마음속으로 김이신을 응원하는 것뿐. 


'부디, 이신씨가 다치지 않고, 무사히 시험을 마칠 수 있기를···!'


윤백희는 그저 속으로 기도했다.


* * *


남산 아카데미 시험장.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런, 젠장.

다시 손끝이 떨려온다.


아직 이런 곳은 익숙하지 않은데.

자꾸만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내가 최초의 각성자임이 밝혀지고 공식 기자회견이 있던 날.


그때 그날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날이었으나.

지금은 최악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상태였다.


-김이신씨 각성하게 된 소감 한마디 해주시죠!

-최초의 각성자가 되신 기분이 어떻습니까?

-탑 1층을 공략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각오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순간 머리가 아찔했다.

그때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하하, 생각은 무슨. 아무 생각도 없었겠지.


그때의 나는 인생의 성공이 눈앞에 있다고 확신했다.

그것은 눈이 멀어 불꽃 속에 몸을 던지는 벌레와 같았다.


이제는 아니야.

나에게는 탑을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나는 이제 로고그와 형태 없는 자들이 있다.

고오오?

내 생각을 알아차린 것일까?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로고그.

왠지 작게 고개를 기울여 보인다.

그 모습이 퍽 귀여운 것은 나 뿐일까?

나일라토텝의 말이 떠올랐다.


'후후후, 로고그를 그렇게 대할 수 있는 인간은 이신님이 유일할 겁니다.'


그래. 나한테만 귀여워 보이면 됐지.

다른 사람한테 보여줄 것도 아닌데.

그오오.

잠시, 녀석을 쓰다듬어 주었다.

로고그는 마음에 든다는 듯.

내 손길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잠시 그러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

뭐지···?


펑! 찰칵, 찰칵찰칵!

플래시와 스포트라이트.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려 퍼진다.

갑자기 혼란스러워진 시험장의 모습.


그것을 배경 삼아 도착한 리무진 하나.

곧 안에서 귀티 나는 소녀 한명이 내렸다.


곧 소녀를 둘러싸고 취재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기자들이 앞다투어 소녀에게 마이크를 가져다 댄다.


"한여름님 화염 계열 스킬을 각성했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여름님 일성 그룹의 스폰서 제의를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일성 그룹 회장님의 숨겨진 외동딸이라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끝없이 쏟아지는 질문 공세와 셔터 소리.

간신히 진정시킨 마음이 다시 울렁인다.


젠장.

좋지 않은데.


그때 소녀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인터뷰는 받지 않겠어요."


소녀는 그저 작게 속삭이듯 목소리를 냈으나.

그 목소리가 기자들의 셔터 소리를 압도했다.


그 기세에 잠시 멈칫한 기자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찰칵, 찰칵!

국민의 알 권리라는 미명하에.

다시 울리기 시작하는 셔터 소리.

그것을 본 소녀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김 실장님."

"네 아가씨."


그녀의 부름에 답한 것은 검은 양복의 사내.

김 실장이라 불린 사내가 차근차근 주변을 정리해 나갔다.


"오늘 인터뷰는 하지 않겠습니다. 아가씨께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입학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한 말씀만···."

"이런, 쓰레기 같은 새끼들."


김 실장의 제지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기자들.

이에 인상을 구긴 김 실장이 손가락을 들어 튕기자.


파칫, 펑!

퍼퍼퍼퍼퍼펑!


김 실장을 중심으로 동심원이 퍼져나갔다.

동시에 카메라가 폭음과 함께 터져나갔다.


"꺄앗!"

"이, 이게 무슨!"

"손해 배상은 일성 그룹에 청구해 주시길."

"푸훗. 김 실장 나이스."

"가시죠."


소녀는 양손을 들어 가운뎃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그러고는 김 실장과 함께 시험장 안으로 사라졌다.


와우.

화끈한데.

속이 다 시원하군.

덕분에 정신이 확 들었다.

한차례 폭풍 같은 상황이 지나갔다.

남아있는 것은 망연자실한 표정의 기자들.


어느새 시험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나도 뭉그적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서둘러 시험장으로 입장하자.


시험장 내부는 밝고 넓었다.

내부를 큰 원으로 돌며 여러 가지 항목을 평가하는 것 같았다.

시험 표를 받아들고. 안내원의 말에 따라 자리에 섰다.

내 옆에는 아까 보았던 그 소녀가 자리해 있었다.

맞다. 그녀도 시험을 보러 온 거라 했지.

이름이 아마 한여름이라고 했던가.

딱 이름 그대로의 소녀였다.

마치, 햇살과 같은···.


"자꾸 뭘 봐요?"

"···네?"

"자꾸 뭘 보는 거냐구요."

"아, 죄송합니다. 아까 기자분들 상대하는 게 인상적이어서, 잠시 넋 놓고 보고 있었네요."

"됐어요. 잘나고 이쁜 여자한테 눈길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죠. 다만 너무 대놓고 보면 저도 불편하답니다?"

"네, 죄송합니다."


역시 성격도 화끈하다.

다만 마음속에 하나를 추가했다.

그냥 햇살이 아니고. 따가운 햇살로.


잠시 후.

안내원이 확성기를 들고 시험 시작을 알렸다.


"지금부터 남산 아카데미 입학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현재 위치에서 배정받은 번호에 따라 이동하면서 시험을 치뤄주시면 됩니다. 여러분 모두 무운을 빌겠습니다. 그럼, 시작해주세요!"


입학시험이 시작됐다.

내게 가장 먼저 배정된 것은 위력 테스트였다.


위력을 확인하는 방법.


탑에서 구한 마석구에 잠시 손을 올려놓으면 됀다.

정부에서 제작한 것으로. 김창식 본부장의 손을 거처 탄생했다.


측정 방법은 색상을 기준으로 대략적인 위력을 확인하는 방식.

그 순서는 무지개와 같다.

빨주노초파남보.

색상은 5 위력마다 색이 바뀌는 방식.

빨강이 1~5 위력이라면 보라색이 30~35사이다.

그 이상은 아카데미 수준에서 측정할 필요가 없다.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것이 위력.

위력이 높다고 전부 전투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상위 공대의 평균 위력은 공략층에 비례했다.

예를 들어 50층 공략자의 평균 위력은 50에 수렴했다.


이곳은 상위층을 공략하기 위해 정부에서 만든 기관.

이곳에 모인 예비 도전자들에게 위력의 검증은 필수.


그래서.

어디 보자 내 위력은···


· 평균 위력 : 1


딱 1이다.

하지만.

백희씨가 말하길.


'입학시험은 그냥 각성자의 최소 능력을 확인하는 과정이에요.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분명 통과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 나머지는 차차 아카데미에서 발전시키면 되겠지.

내가 그렇게 그렇게 마음을 놓고 있을 무렵.


"와 저것 봐."

"말도 안 돼! 고작 입학시험일 뿐인데, 평균 위력이 10이라고?"

"역시, 일성 그룹 사람은 다르다는 건가···."

"그냥 시작 지점이 달라···."


위력은 5단위로 넘을 수 없는 벽 하나가 둘려 있는 것과 같았다.

위력 10에 다다랐다는 것은 곧 10층에 가까운 수준.

아카데미 수준을 한참 벗어났다는 것을 뜻했다.

그리고 논란의 주인공은 역시 한여름.

따가운 햇살 같은 소녀였다.


"하아, 이정도야 뭐···."


정작 주인공인 그녀는 별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손을 털어 보이고는, 곧바로 다음 장소로 넘어갔다.


그녀를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던 다른 이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시험에 응하기 시작했다.


"다음, 7번 김이신."

"아, 네."


감독관이 무표정한 얼굴로 내 번호를 부른다.

수험번호 7번.

김이신.

나다.

두근두근.

심장이 세차게 요동친다.

하필이면 햇살녀 다음 차례여서 더 그랬다.

하지만, 차라리 안심이 됐다.

지금 이곳에 그 누구를 데려와도.

그녀보다 높은 점수를 얻을 수는 없을 테니까.

마석구 앞에 다가섰다.

손을 올리자.

붉게 물드는 마석구.

잠시 후.

수정구에서 작게 기계음이 났다.

삐이-.

끝난 건가?


"네, 다음."

"감사합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색상은 명백한 빨간색.


마석구는 내 위력이 1임을 알리고 있었다.

뭐 당연한 거겠지.

그렇게 다음 시험으로 넘어가려는데.


붉게 빛나는 마석구.

뭔가 점점 더 달아오른다.

태양의 내핵처럼 달아오른 마석구.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금이 가더니.

쩌, 쩌저적, 쩌저저적!


"음, 뭐야 왜 이래?"


순간 당황한 모습의 감독관.

마석구에 손을 대려는 순간.

퍼엉!

큰 소리와 함께 마석구가 폭발했다.


"으악!"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야말로 주변은 아수라장.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때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


고오오?

설마, 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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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마석구 폭발 사건 24.09.11 56 3 12쪽
» 한여름 24.09.10 59 2 11쪽
9 형태 없는 자 24.09.09 64 3 11쪽
8 남산 아카데미 +1 24.09.08 74 3 12쪽
7 국가 정상 회담 +2 24.09.07 8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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