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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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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볼

DUMMY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


12. 스노우볼


저녁 식사는 그 어느 때보다 화목했다.

그중 가장 들떠 보이는 것은 이서였다.


"우리 오빠 남산 아카데미 학생 되는 거야? 친구한테 자랑해도 돼?"

"아직 몰라."

"흐흐, 거짓말쟁이. 오빠는 표정에 다 드러나는데."

"이서야 오빠 놀리지 말랬지."

"이신이가 어련히 잘했을까"


그렇게 말하는 엄마 아빠 또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


뭔가 내 얼굴에 티가 났나?

아직, 정말 모르는 일인데.

후우.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래도, 뭐.

가족 모두 저렇게 즐거워하니 상관없나?

요즘은 하루하루가 즐겁다. 

마치, 정말로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정도.


깔끔히 씻고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확인.

백희씨의 문자 메시지가 와 있다.


└이신 씨 시험 잘 보셨나요?

└물론이죠. 백희씨 고마워요. 시험 볼 수 있게 해줘서.

└휴, 걱정했어요. 시험 직전에 갑자기 변동 사항이 있었거든요.

└아, 그거 설마 그 오크와의 전투 시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그거 말고도 전반적으로 시험 난이도가 크게 올라갔어요.


감독관이었던 백희 씨조차 알지 못했던 건가.

아카데미 윗선 분들 일 처리가 참 미덥지 못하다.


└그래도 시험이 생각보다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어, 그래요? 이신씨 준비 많이 하셨었구나~

└칭찬 감사합니다.


사실 진짜 고생 한 건 '형태 없는 자'들이지만.

뭐, 게네들도 오크 맛있게 먹었으니까.


└후후, 만약 이신씨 합격하면 제가 밥 한 끼 사도 됄까요?

└음? 제가 사는 게 아니라요?

└아뇨. 제가 이신씨 기특해서 한번 사드리고 싶은데요?


세상에, 백희씨가 나한테 밥을 사주겠단다.

근데 이거, 괜히 헛바람만 잔뜩 들어가는 게 아닌지.


└아직 결과 발표도 나지 않았잖아요.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닐까요?

└후후후. 아마 오크를 잡으셨으면 합격하셨을 거예요. 오크를 잡은 수험생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거든요!

└정말요?

└그럼요!


그렇단 말이지?

으흐흐.

기분이 한 층 좋아졌다.


그런데 하필.

그 타이밍에 방문이 열리더니.


빼꼼하고 고개를 들이미는 이서.

그러더니 돌아서 엄마한테 달려간다.


"엄마 오빠가 미쳤나 봐! 침대 위에서 막 발길질하고 있어!"

"어머, 얘는 너도 처음 남자친구 사귄다고 했을 때 딱 저랬으면서."

"아니, 엄마 지금 그 얘기는 왜 꺼내는데! 엄마 나빠!"

"얘 말하는 것 좀 봐. 이서 너 진짜 혼나 볼래?"


쿵!


빽 소리를 지르는 이서가 자기 방으로 뛰어갔다.

저 자식은 무슨 노크도 안 하고 오빠 방문을 열어젖히냐.


다행히 엄마의 빠른 진압으로 방해꾼은 사라졌다.

나는 지금 위대한 업적을 달성 중이란 말이다.


훠이, 훠이!


다시 문자 메시지에 집중했다.

그때 궁금한 것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슬며시 물어오는 백희씨의 문자 메시지.

  

└그런데 이신 씨 오크는 대체 어떻게 상대하셨어요?

└새로 각성한 스킬이 있어서 그걸로 상대했어요.


이 정도는 말해도 상관없겠지?

어차피 아카데미에서 써야 한다.


└와 각성 스킬이 두 개라고요? 그거 완전 희귀한 일인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그런데 어차피 하나는 전혀 쓸모없는 스킬이라.

└아, 그렇죠···. 그래도 오크를 잡을 정도라니! 엄청난데요?


문자 전송에 약간의 텀이 있다.

그녀 또한 내 아픈 과거를 알고 있기 때문.


난감한 얼굴로 웃음 짓는 백희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떻게든 무마해 보려 노력하는 백희씨의 모습도.


뭐, 어차피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니까.


└괜찮아요! 그리고 시험 볼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좋은 소식 있었으면 좋겠네요. 아카데미에서 볼 수 있게.

└ㅎㅎ 그러게요.


스마트폰을 내려놨다.

두근거린다.

심장이 세차게 뛴다.

아직 모든 것이 꿈만 같다.


그래. 이제는 받아들이고 또 준비해야 한다.

나 김이신은 아카데미를 수강하며 탑을 오른다.


음, 내가 생각해도 조금 오글거린다.

일단 자자.


* * *


남산 아카데미 채점실.


한 교직원이 분주히 서류를 살피고 있다.

서류에 적힌 수험생의 이름은 김이신.


"흠, 이 수험생은 조금 아쉬운데."


완벽하진 않지만, 모든 면에서 나쁘지 않은 점수.

하지만 기록된 위력 등급이 조금 아쉽다.

어쩌면, 이 부분 때문에.

다른 수험생들에게 살짝 밀리게 될 수도.


그의 평가가 계속됐다.


특기 적성 시험에서 오크를 잡았다라.

하지만 그의 전투는 기록되지 않았다. 


'아니 이번 감독관들은 대체 뭘 한 거야?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잖아!'


감독관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는 채점 담당관.


오크를 잡았다.


그 사실 만으로도 합격에 가까운 점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내용이 없어서야 평가하기 곤란하다.


어쩌면, 오크를 잡았다는 사실 자체를 재검증해야 할지도···.

미간을 모으고 고뇌하던 그의 옆으로 한 남자가 다가섰다.


"아, 이 친구! 꽤 괜찮아 보이는 인재더군요."

"···박제우 강사님이시군요."


대답 대신 씩 웃으며 고개를 까딱이는 박제우.

채점 담당관의 이마에 순간 혈관이 돋아났다.


하지만 금세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채점 담당관.

물론 속으로는 박제우에 대한 험담을 하고 있었다.


'시발, 김창식 본부장 라인이라 이거지? 더럽게 거만하네!'


"김창식 본부장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담당자님도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저 형식적인 인사가 오갔다.

여기는 채점실.

아무나 들어와선 안 되는 곳이다.

금세 채점 담당관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런데 박제우 강사님이 이곳에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

"아, 김창식 본부장님께서 주목할만한 신예가 있으면 좀 미리 추려 보라고 하셔서요."


남산 아카데미에서 김창식 본부장의 영향력은 절대적.

아무리 채점 담당관이라도 김창식 라인.

특히 박제우의 발언을 무시할 순 없었다.


"아유, 아카데미 수석 졸업생인 제우씨의 선택이라면 믿을 만하죠!"

"흐흐,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김이신의 신상이 적힌 수험표를 들어 올리는 박제우.


"제가 이 친구의 시험 과정을 좀 흥미롭게 살펴봤는데, 저희 아카데미에 꼭 필요한 인재 같더라구요."

"아, 그러셨구나."


'챗, 졸업하자마자 김창식 백으로 아카데미 강사 자리를 꿰찬 놈이 뭘 안다고.'


채점 담당관의 배알이 비틀린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김이신의 수험표를 마치 신줏단지 모시듯 받아 드는 채점 담당관.


지금 여기서 말하고 있는 이는 비록 박제우 강사지만.

실제로 그를 조종하는 것은 김창식 본부장일 것이다.


손익을 계산하며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곧 묵직한 악수와 함께 대화가 종료되었다.


* * *


고급스러운 가구로 채워져 있는 방안.


한 사내가 방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

벌써 몇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


​그의 낯빛은 고뇌로 가득 차 있었다.

동시에 진리에 도달한 자의 현기 어린 눈빛.


박제우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이해했다.


분명 그 녀석이다. 

그 기운의 주인공.

그리고 EX+ 랭크의 주인!

지금 그 녀석이 내 손안에 있다.


박제우의 손에는 김이신의 신상 명세가 적힌 수험표가 들려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겉 보기로는 별거 없어 보이는 녀석.

하지만, 그 순간. 박제우는 분명 보았다.


창 너머로 비치던 그 끔찍하고도 황홀한 자의 모습.

그리고 그 옆에서 그저 태평하게 웃고 있던 김이신.


그것은 평범한 이가 취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는, 이미 미쳐버린 광인일지도 모른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는 미치지 않았다.

그는 분명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이가 아카데미 따위에 지원한 거지?

그 녀석에게 아카데미가 무슨 의미라고!


알 수 없다.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다.


다만 박제우는 생각했다.

이건 기회다.

그래.


적어도 3년.


'내 예상이 맞다면 녀석은 아마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까지. 굳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아카데미 같은 것에 지원하지 않았겠지.

나는 녀석을 아카데미 졸업 때까지 그곳에 철저하게 묶어둔다.


그러면 그때까지 마음 놓고 EX+의 주인행세를 할 수 있겠지.

그리고 녀석이 졸업할 때가 되면 내 계약 종료 시점이 다가온다.


그다음에는?

외국으로 뜨던지 하면 됀다.

흐흐흐, 그래 바로 이거야!


계산을 끝낸 박제우의 얼굴에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잠시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이 사실을 김창식 본부장에게 말해야 할까?'


내가 왜?

김창식 너도 한번 고생 좀 해 보라지.


* * *


아카데미 시험 결과 발표 날.

긴장 속에 우리 가족 모두 둘러앉았다.


띠링!

도착한 메시지.


결과.

합격.


"와아아! 붙었다! 붙었어!"


내 스마트 폰을 빼앗아 들 듯하여 결과를 확인한 이서.

저 혼자서 신을 내더니. 제자리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이서 이 자식. 제 오빠보다 먼저 합격 여부를 살펴봐!?


뭐, 상관없나. 아무튼 기분은 좋았다.


"붙었다! 붙었어! 엄마아빠 오빠 아카데미 합격이래!"

"여, 여보 우리 이신이가 붙었데요"

"이신아 믿고 있었다."

"그냥 아카데미에 합격했을 뿐인데요. 뭘."


큿흠. 왠지.

나 보다 우리 가족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예 남산 아카데미가 그냥 아카데미인 줄 아니? 남산 아카데미 출신이면 공무원은 기본에 억대 연봉도 꿈이 아니야!"


이제 막 입학이 결정됐을 뿐인데.

벌써 졸업 후의 먼 미래까지 가버린 우리 엄마.


"크흠, 아빠가 친구랑 이야기를 좀 해봤는데, 남산 아카데미 졸업생들이 대기업에 그렇게 취직이 잘 됀다고 하더라."


이미 동료 친구들에게 직장 자리까지 알아본 아빠.


"아니 엄마아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히 도전자 길드 가입이지! 지금 도전자 길드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그냥 탑을 오르기만 해도 수십억은 껌이라고!"


이서 이 자식은 내가 고생할 건 전혀 생각 안 하고 있구나.


"아니 그래도 그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

"크흠, 그래.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는 아무 지장 없다."


엄마아빠의 눈빛에서 옅게 진 불안감을 읽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겪었던 트라우마를 걱정하고 계신 거겠지.


물론 아직 나는 그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내 옆에 있는 것은.

그오오.

그래. 내 옆에는 로고고가 함께한다.

아, 물론 형태 없는 자들도 마찬가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며 물어오는 이서.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 할 거지? 도전자!"

"글쎄 일단 지금도 탑을 오르고 있기는 한데."


순간 나일라토텝과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만약, 당신이 저와 함께한다면, 당신은 탑의 끝을 보게 되실 겁니다.'


어쩌면 그것을 다른 말로 바꿔본다면.


그것은 반드시 탑의 끝을 보아야 한다는 말과 같았다.

이미 내 운명의 수레바퀴는 빠르게 굴러가고 있었다.


"어쩌면."

"에, 그게 뭐야?"


이서의 볼이 작게 부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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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마석구 폭발 사건 24.09.11 56 3 12쪽
10 한여름 24.09.10 58 2 11쪽
9 형태 없는 자 24.09.09 64 3 11쪽
8 남산 아카데미 +1 24.09.08 74 3 12쪽
7 국가 정상 회담 +2 24.09.07 84 4 13쪽
6 마석 판매 +2 24.09.06 8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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