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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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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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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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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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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층

DUMMY

광기, 그리고 광기.

키히힉. 키히히히힛.

고블린들은 자기 목을 조르며 황홀했다.


4. 1층


[남산타워(대한민국)에 입장하셨습니다.]

[1층으로 이동합니다.]


임무창이 생성된다.


[1층 : 고블린 처치]

[임무 : 고블린 5 마리를 처치하세요. (5 마리 남음)]

[제한 시간 : 1시간]

[포기하기]


여기까지는 이전과 동일했다.

그런데.


[다, 다, 다, 다, 다, 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치치칙, 치지직, 파칫!

[부디, 즐거운 등반 되시길.]


···뭐지?

뭔가 깨진 화면 같은 모습은?


"나일라토텝?"

"고오오."

"로고그···?"


이건, 뭐랄까.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를 보는 느낌.

곳곳에 색이 반전되어 괴이한 느낌을 선사했다.

예를 들면 이런 풀잎.


치지직.


뿌리 부분은 정상적으로 색이 출력되는 한편.

잎사귀 부분은 화이트 노이즈 상태.

흑과 백이 알갱이처럼 모여 점멸한다.


이거, 정상적인 진행이 가능한 걸까?

머릿속에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이미 임무는 끝나 있었다.


어느새 나와 함께 탑에 소환된 로고그.

고오오오오오오···.

로고그를 중심으로 세상이 검은 그림자에 휩싸였다.

가장 먼저 꽃과 나무가 시들었다.

파스스.

동물들이 괴이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우오오!

마지막으로 고블린들.

놈들은 황홀한 표정으로 자기 목을 조르고 있었다.


"키히힉!"

"키히히히힛!"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푸슉!

단도를 꺼내어 자기 가슴을 난도질했다.

두근, 두근!

자신의 펄떡이는 심장을 꺼내더니.

수줍은 새색시처럼 로고그에게 다가섰다.

무릎을 꿇고.

자기 심장을 제물로 바쳐 보이는 고블린.

놈들의 눈은 알 수 없는 희열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오. 오."

"케에에···!"


그걸로 끝.

곧 놈들은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숨을 거두었다.

마지막까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놈들.

조금 으스스하게 느껴지는데.


"그오오."

"···?"


뭐지.

로고그가 멀뚱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칭찬해 달라는 건가?

로고그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게 머리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녀석은 놀랍게도 내 손길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둥실둥실.


"고오오···!"

"기분 좋다는 뜻인가?"

"고오오!"


달리 생각할 여지는 없었다.

그리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임무에 성공하셨습니다.]

[정산이 시작됩니다.]

[정산 중···.]

[1층 최고 등급 (EX+) 클리어!]

[축하드립니다.]

[보상이 강화됩니다.]

[최종 보상이 산정됩니다.]

[보상 : 아공간 주머니(소), 워프석, 마석(10), 탑 인장(1)]


마석은 그렇다 치고···.

몇 가지 기가 막힌 보상이 나왔다.

아공간 주머니, 워프석 그리고 인장.


아공간 주머니.


어디서든 물건을 저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물건.

마석은 물론, 각종 탑 등반 장비를 넣어 둘 수도 있다.


획득 난이도는 극악.

말 그대로 꿈의 아이템.


아공간 주머니에 관련된 이야기.

어느 커뮤니티에서 찾아본 적이 있었다.


이걸 획득한 어떤 도전자는 짐꾼으로 직종을 변경.

최상위 도전자 팀에 들어가 수십억을 땡겼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워프석.


남산타워에 들르지 않고도 탑에 접속할 수 있는 물건.

상위층을 공략하는 도전자들은 거의 다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저층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남산타워를 이용해야만 했다. 


후후, 굉장히 편리하겠는걸.

아주 마음에 들어.


마지막으로 인장.


인장은 5개를 모을 때마다 특별한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방금 내가 습득한 아공간 주머니, 워프석이 바로 그것이다.


나의 새로운 도전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긴장한 것에 비해 정말 허망할 정도의 마무리.

첫 등반 당시의 긴장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허탈한 끝맺음에 웃음이 다 나올 정도.


그와 동시에.

워프석을 들고 있는 도전자에게만 나타나는 메시지.


[돌아가시겠습니까? Y/N]


돌아갈까?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섬찟한 직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지금 이대로 돌아가면 내가 워프석을 들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을까?"

"그오오?"


워프석을 사용할 경우 입장했던 곳으로 돌아간다.

내가 입장한 곳은 남산타워 워프 대기소.


남산타워 워프 대기소라···.


오늘은 아카데미 졸업생들의 첫 등반이 있는 날.

남산 타워 앞에는 수많은 기자가 진을 치고 있었다.


만약, 내가 워프석 사용한다면?


남산타워에 진을 친 기자들 앞에 홀로 나타나게 된다.

즉 내가 워프석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뜻.


순간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좋지 않은 기억이 마구 떠오른다.


한 번 더 생각해 다행이다.


역시, 조금 더 기다리자.

그 녀석들과 함께 귀환하는 게 안전해.


생각을 마침과 동시에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잠시 눈을 감고 있자.

꾸물꾸물.

로고그가 다가왔다.


"그래, 너도 같이 쉬자."

"그오오."

"역시, 생각보다 귀여운 구석이 있다니까."

"고오오오."


우리는 그렇게 귀환을 기다렸다.


* * *


이게 무슨 일이지?


당혹스럽다.

내가 탑 밖으로 나와 처음 느낀 감상.


무슨 지진이라도 난 걸까?

주변이 엉망진창으로 망가져 있었다.


그건 나와 함께 귀환한 이들 또한 마찬가지.

녀석들 역시 몹시 당황한 기색.

어찌할 바를 모르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뭐, 뭐야? 이거."

"완전 엉망진창이네요."

"내 화려한 개선식이···!"

"그게 문제가 아니지! 빨리 상황을 파악해야 해!"

"여, 여기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

"여기도!"


그들은 순간 당황한듯했으나.

역시 아카데미 생도들이라는 걸까.

빠르게 주변을 살피더니.

쓰러진 사람들을 구출하기 시작했다.

음. 이건 나도 도와야겠는걸.


한동안 구출작업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쓰러진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수석 졸업생 박제우.

그런 그들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다가가 물었다.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잘, 모르겠어요. 기억이 명확하지 않아서···." 

"으으, 아이고 골이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익숙한 목소리.

남산TV 김나영 리포터.


박제우가 화색이 되더니 다가가 묻는다.


"기자님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어, 제우씨? 벌써 탑 등반을 마치고 나오신 건가요?"

"벌써라니요. 한 시간을 꽉 채우고 나왔는데요."

"어, 벌써 한 시간이 지났다고요? 아, 맞다. 카메라!"


그렇게 소리친 김나영 리포터.


"형석씨 어딨어요!"

"으으, 나영씨? 저 여깃습니다."

"살아 있으면 빨리 카메라 확인해요!"

"···알겠습니다."


매우 섭섭한 표정의 카메라맨.

하지만 다급한 표정의 김나영 리포터.


그녀는 그 잠시조차 기다리지 못했다.

뛰듯 날아가 카메라를 뺏어 들었다.


"어어···."

"아이, 참 답답하게! 이리 줘봐요!"


그러고는 카메라를 확인해 보는데.

치지직!


"어, 이게 뭐야?"

"무슨 일입니까?"

"없어."

"네?"

"아무것도 찍힌 게 없다구요!"

"그, 그럴 리가? 그런데 우리가 뭘 찍었더라···?"

"어, 그러게요? 뭔가, 분명 중요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나는 게 아무것도 없으신 겁니까?"

"으으, 떠올리려 하는 순간. 머, 머리가 아파와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조금 무서운 것이 지나간 느낌···."

"후우, 답답하군요."


박제우는 그저 고개를 저어 보였다.

나는 멀찍이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

쓰러진 사람들을 옮기며 슬쩍 로고그를 쳐다봤다.


그오오?


내 시선에 따라 고개를 갸웃해 보이는 녀석.

그저 순진한 척 해 보이는 보이는 녀석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녀석과 관계가 있어 보였다.

그렇다고 이걸 내가 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애초에 내가 벌인 일도 아니잖아!


아, 맞나?


그렇게 사람들의 구조가 끝날 무렵.

외부의 지원팀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도전자 협회에서 나온 구조대입니다. 다들 무사하신가요?"

"아, 네. 조금 다친 사람은 있어도, 죽은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후, 다행이에요! 그럼 지금부터 현장은 저희 구조팀이 지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럼. 나도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인가?

무리에서 슬며시 발을 뺄 무렵.


"어, 김이신?"

"···윤백희."


윤백희.


나와 함께 각성한 1세대 도전자.

발군의 회복 능력으로 많은 파티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나와의 인연은 처음 각성하고 난 뒤.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을 때 만난 것이 전부.


그런 그녀가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고?

어쩐지 그 사실이 조금 신기하게 다가왔다.


그녀가 한 발짝 나에게 다가왔다.

목소리는 조금 상기된 느낌.


"도전자, 그만둔 게 아니었군요."

"조금, 미련이 남아서요."

"그래,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그 얼굴··· 혹시 오른쪽 눈 다친 거 아니었어요?"

"운이 좋아서 고칠 수 있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나는 그게 좀 마음에 남아서. 혹시 내가 고쳐 줄 수 있으면 고쳐주고 싶어서, 네 연락처를 알아봤었어요. 결국 연락은 안 됐지만."

"그날 이후로 한동안 방구석에만 박혀 있었거든요. 그래도 이제 다시 해봐야죠."

"정말, 잘됐네요."

"그럼 이만."

"아, 어··· 그래요."


그녀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는 어조로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로고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봤다.

귀여운 녀석.


"그오오?"

"그래, 돌아가자."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 * *


도전자 협회.

데이터베이스 본부.


분석 보고서를 받아든 전용태 선임 연구원.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부릅떠진 두 눈.

하지만 몇 번을 살펴봐도 결과에는 변함이 없었다.

결국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전용태.


"하아, 만약 이게 진짜라면. 지금까지 했던 우리의 연구는···."

"용태야 뭔 고민이 그렇게 많아 보이냐?"

"아, 창식 선배···."


전용태 선임 연구원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자연스럽게 어깨동무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인물.

데이터베이스 본부장을 맡은 김창식이다.


"방금 탑 신규 레코드가 등재됐는데요···."

"응? 그거 한 시간마다 새로 갱신 되는 거 말하는 거지."

"네, 그런데 지금 새로운 랭크 코드가 등장했습니다."

"···장난해?"


김창식 본부장 또한 심각한 표정으로 리포트를 노려봤다.


· 베스트 레코드 [층 / 업적점수 / 랭크]


- ??? [1 / 1472 / EX+]

- ??? [1 / 99 / S+]

- ??? [1 / 75 / S+]

- ??? [1 / 72 / S]

- ??? [1 / 72 / S]


"뭐야, 이 미친 점수표는···?"

"저, 저도 그걸 알 수가 없어서···."


S+ 만 하더라도.

지난 5년간의 기록을 모두 더 해도.

딱 3번밖에 나오지 않은 랭크였다. 


그런데 EX+ 라고···?

지금껏 등재된 적 없었던 랭크 코드.

심지어 등록자 또한 망가져 보이지 않는다.


"이거 닉네임은 왜 다 이따위야?"

"그게, 현장에 문의해본 결과. 뭔가 이상 현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상 현상? 지금이 종이에 적힌 것보다 이상한 게 대체 뭔데?"


전용태 선임 연구원이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탑이··· 마치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무, 뭐?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두 연구원의 갈 곳 없는 눈길은 그저 흰 종이에 머무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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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라키 +1 24.09.13 47 3 12쪽
12 스노우볼 +1 24.09.12 54 1 11쪽
11 마석구 폭발 사건 24.09.11 56 3 12쪽
10 한여름 24.09.10 59 2 11쪽
9 형태 없는 자 24.09.09 64 3 11쪽
8 남산 아카데미 +1 24.09.08 74 3 12쪽
7 국가 정상 회담 +2 24.09.07 84 4 13쪽
6 마석 판매 +2 24.09.06 86 3 12쪽
5 스포트라이트 +1 24.09.05 96 3 11쪽
» 1층 +1 24.09.04 103 4 12쪽
3 입장 +1 24.09.03 105 4 12쪽
2 로고그 +1 24.09.02 109 3 11쪽
1 호텔 +2 24.09.01 18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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