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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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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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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입장

DUMMY

탑이 흔들렸다.

탑은 울고 있는 것 같았다.


3. 입장


집으로 돌아오니 아침이었다.

마치 꿈이라도 꾼 기분.


주방에서 나온 엄마가 급히 다가왔다.

아빠 또한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두 분 다 불안함이 가득한 모습.


밤새 나를 기다리셨구나.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이신아, 대체 어디를··· 아니, 너 술 마셨니? 평생 술은 입에도 안 대던 애가 왜···."

"그냥 한번 마셔보고 싶었어요."

"야, 김이신 너 미쳤어? 돈도 없는 주제에 대체 무슨 사치야? 어제도 사채업자들이 우리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바람에 나랑 엄마 아빠는 무서워서 밖에도 못 나갔어! 그런데, 너는 혼자 나가서 술을 처먹어?"

"이서야!"


인상을 쓴 엄마가 이서를 나무랐다.

이서는 그저 고개를 돌려 보일 뿐.


장내에 잠시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았다.


그러던 중.


엄마는 멀쩡해진 내 오른쪽 얼굴을 바라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양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 보였다.


"그런데, 너···. 얼굴 한번 보자. 세상에 어떻게··· 이런···?"

"어, 오빠 얼굴이··· 어떻게?"

"말끔해졌구나."

"그렇게 됐어요."

"뭐야? 성형수술이라도 받은 거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한순간에 바뀔 리가···."

"뭔가 일이 있었구나."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그, 그럴래? 그럼, 우선 씻고 오려무나."

"감사합니다."


담백하게 대답한 나는 곧장 화장실로 들어왔다.

빛나는 부등변다면체를 구석에 박아둔다.

혹시라도 가족들이 이걸 만젔다간···.

끔찍한 상상은 접어두자.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방문한 호텔.

나일라토텝과의 만남.

사업 제의.

계약.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있었던 끔찍한 사건까지.

나일라토텝을 만난 뒤.

내 세상은 완전히 변해버렸다.

각성자로 선택받았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고 하면 믿어 주실까?

아니, 과연 이것을 선물이라 할 수 있을까?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쏴아아.

토독, 토독.


샤워기에서 물방울이 눈물처럼 쏟아졌다.

이건.

지금까지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눈물일까.

잠시 그 무게를 온전히 느껴 보았다.

무겁다.

그리고 아프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흘려버릴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흘려버리자.

그리고 다짐했다.

나는 지금부터.

내가 가지고자 했던 모든 것을 되찾을 것이다.


밖으로 나온 내가 선언했다.


"탑에 오를래요."

"뭐? 김이신! 네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이신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저 할 수 있어요. 한 번만 지켜봐 주시면 안 될까요?"


내 흔들림 없는 눈빛을 알아차린 것일까?

격하게 반대를 외치던 두 분의 눈빛이 흔들렸다.


잠시 동안.

모두 말이 없는 가운데.

무거운 공기만이 가득했다.

그러던 중.

작게 헛기침을 해 보이는 아빠.


"크흠. 여보, 요즘 탑 1층은 좀 할만해졌답디다. 그 뭐냐 짐꾼? 그런 직종도 생긴 데다가. 각종 보조 장비들도 개발되서 등반도 쉬워졌고, 1층만 제대로 돌 수 있어도 자기 생활비 정도는···."

"당신! 우리 이신 이가 거기서 무슨 꼴을 당했는지 기억 안 나요? 그 꼴을 또 보라고? 나 진짜 못해. 당신이 이신 이 좀 말려봐요!"

"엄마. 저 진짜 자신 있어요."


음.

어떻게 말씀드려야 믿어주실까?

잠시 생각해 봤다.

생각을 마친 나는.

부모님께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부모님의 얼굴은 놀라움과 경악으로 가득했다.

그렇다.

나는 그 사건 이후.

무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웃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가 말했다.


"여보. 우리 이신 이 한번 믿어 봅시다."

"당신···!"

"이신 이가 날 닮아서 한번 딱 정한 일은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어. 당신도 알잖아 우리 집안 고집."

"이신아 정말 다시 탑에 올려야겠니? 엄마는 그날 네가 살아서 돌아온 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했단다."

"걱정하지 마세요. 위험한 짓은 하지 않을게요."

"그래 잘 생각했다."

"당신···! 그래, 후우, 우리 집안 고집을 누가 말려. 대신 정말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돌아와야 해? 알았지?"

"네. 물론이죠."


부모님의 승낙을 얻어낸 나는 곧바로 짐을 챙겼다.


"아니, 벌써가려고? 방금 들어왔잖아. 잠이라도 좀 자고 가던가!"

"마음 정한 김에 후딱 해치워야죠."

"아들아. 힘내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그저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아빠.

아직 불안한 눈빛을 보내는 엄마.


나는 부모님의 배웅을 받아 집을 나섰다.

대문 앞마당에 이서가 서성이고 있었다.


나와 두 살 터울의 여동생.

김이서.


'오빠야 같이 놀자아-.'


잠시 떠오른 어린 시절의 기억.

하지만 곧 고개를 털어 보인다.


'개새끼. 너 때문에 우리 가족은···.'


그것은.

내가 빚더미에 떠앉았을 때의 기억.

그렇다.

이제는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


그런데 이서의 모습이 평소와 조금 다르다.

왠지 모르게 내 앞에서 어물쩍거리는 이서.


대체 무슨 일일까?

조금 더 다가서니.


고개를 숙인 김이서.

구두 코로 마당을 파헤치고 있다.

그거 비싼 거라고, 소중히 해야 한다며.


"저기."

"···응?"

"그, 저··· 들었어. 탑, 다시 도전한다매."

"그래··· 혹시라도 우리 가족에 피해가 되는 일은···."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음?"


이서는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저 혼자 툭 한마디 던지고는.


"하, 한번. 히, 힘내 보라고!"

"어···."


그대로 문밖으로 도망쳐 버렸다.

조금 의외인걸.

이서가 나한테 힘내라는 말을 하다니.

뭔가 감회가 새로운 기분.

아무튼.

이제는 정말 도전해 봐야 할 때.


나는 마당에 놓은 화분을 바라보았다.

남들의 눈에는 저것이 안 보이는 걸까?


제법 귀여운 모습의 로고그.

녀석은 얌전히 화분에 앉아.

따사로운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새벽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본다면.

절대로 귀엽게 볼 수만은 없는 녀석.


"로고그."

"고오오."


내가 한 번 부르자.

느긋하게 몸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쫄쫄거리며 따라온다.


나에게 만큼은 순한 애완동물 같은 녀석.

준비는 끝났다.

그럼 탑으로 출발해 볼까?


일단 탑을 등반하기 위해 먼저 방문해야 할 곳.

바로 남산타워 앞에 설치된 도전자 협회 사무소.


남산타워는 전 세계 최초의 탑 발생지였다.

그렇게 해서 생긴 도전자 협회 또한 마찬가지.


그렇기에 가장 큰 권위를 지닌 협회이기도 했다.

탑 신봉자들이 가장 먼저 들리는 곳 또한 남산타워.


세계적으로는 남산타워를 시작으로 일본 도쿄타워, 중국 마카오타워, 미국 스페이스 니들, 프랑스 에펠탑 등 각국의 유명 건축물들이 탑으로 변이하여 모습을 바꾸었다.


아무튼, 지금부터 도전자 협회에 재등록을 신청할 거다.

그다음 바로 남산타워를 등반하게 되겠지.


* * *


남산타워 앞.

대한민국 도전자 협회.


협회 앞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도전자 협회가 창설되기 전.

이곳 남산타워 입구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탑에 먼저 입장하기 위한 각성자들의 싸움.

그들에 말려들어 사망한 인원만 수백 이상.


그래도 도전자 협회가 창설된 이후.

지금은 제법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상황.


삐이익.


번호표를 뽑아 들고, 대기석에 앉아 순서를 기다렸다.


따릉. 

내 번호다.


나는 담당 창구로 이동해 번호표를 건넸다.

지루한 표정으로 번호표를 받아든 상담사가 물었다.


"무얼 도와드릴까요?"

"도전자 재등록을 하고 싶은데요."

"신분증 제출해주시겠어요?"

"아, 여기."

"김이신님 확인되셨고요. 각성 스킬은 따로 변화 없으신가요?"

"네."

"그럼 F급 스킬 평정심으로 등록해드릴게요. 스킬에 따라 도전자 등급도 바뀌고 혜택도 증가하니. 변경 사항이 있으시면 꼭 알려주세요."

"네."


밖으로 나온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변경 사항이라···.

후, 이걸 어떻게 설명해.

나는 바뀐 내 상태창을 떠올렸다.


· 이름 : 김이신

· 입장 위치 : 남산타워(대한민국)

· 베스트 레코드 : 없음

· 획득 스킬 : 평정심(F), 계약 소환(?)

· 평균 위력 : 1

· 입장 가능 횟수 : 1/1

· 칭호 : 없음

· 소환수 : 로고그


원래 스킬 옆에는 등급이 표시되기 마련.

하지만.

나일라토텝이 추가해준 스킬.

그런 것들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물음표 하나만 달랑 달려있을 뿐.


이런 걸 보여주면 협회에 쓸데없는 주목을 받게 된다.

나는 아직 남들의 주목을 받고 싶지 않았다.


어렵게 결정한 남산타워 행이다.

웃음거리가 되는 건 절대 사절.


잠시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부들부들.

시발.

손이··· 떨려온다.

일단 억지로 진정시켰다.


꽈드득.


흐르는 피를 슥슥 닦아낸다.

어차피 탑에 들어가면 멀쩡할 수가 없다.

후. 일단 진정됐다.


다음으로는.

고개를 돌려 로고그를 바라본다.


위대한 옛 존재.

올드 원.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로고그가 탑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러니 절대로 단언할 수 없다.

정말?

아니.

사실은 알고 있다.

잠시 어젯밤의 일을 생각해 본다.

역시.

1층 정도는 문제없을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쨌든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밝히는 것은 사양이다.

아직 그때 그 순간의 불쾌함이 나를 지배하는 중. 


그런데 뭔가 좀 부산스러운데.

그런 생각으로 주변을 살펴보니.


저 멀리 중앙에서 열띤 인터뷰가 펼쳐지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언제나 생생한 정보를 전달해 드리는 남산TV 리포터 김나영입니다. 오늘 이곳에는 남산 아카데미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첫 입장을 눈앞에 둔 신인들이 모여있습니다. 한번 인터뷰를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산타워 아카데미.

대한민국 도전자 협회가 공인한 체계적인 도전자 양성기관.


이미 두차례, 유망한 인재들이 쏱아져 나왔다.

그들은 곧바로 탑 등반에 혁명을 일으킨 상황.


그 이후.

도전자 협회.

사기업의 후원들 받는 길드.

모두 눈에 불을 켜고 이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뉴스로 그 사실을 접했다.

하아, 이런.

젠장.


내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인터뷰는 점점 막바지에 이르렀다.


"아카데미 수석 졸업생이자. 일성기업의 후원을 받는 박제우 도전자와 인터뷰를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도전자 아카데미 삼기 졸업생 박제우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제우 도전자께서는 천만명 중에서도 단 한명만이 가질 수 있다는 S+ 스킬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죠?"

"그렇습니다."

"한번 스킬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아, 그것은 아직 엠바고가 걸려있기 때문에."


박제우의 말에 리포터는 정말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 모르는 김나영 리포터.

그녀의 눈에는 선망이 가득해 보였다.

녀석이 잘생기긴 했지.


"정말, 아쉽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탑에 도전하는 각오 한마디 해주시겠습니까?"

"국민 여러분을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녀석.

공무직으로 갈 것처럼 해서.

정부의 지원이란 지원은 전부 빨아먹은 주제에.

마지막에 뒤통수 치고 일성기업으로 전향한 놈 아니었나···?

후.

집에만 처박혀 있다 보니, 쓸데없이 잡지식만 늘어 있었다.

아무튼 이제는 입장해야 할 시간.


탑은 한 시간 간격으로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뱉어낸다.

지금 시간은 열 두시 정각.

나를 포함한 입장 인원이 모두 타워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슈웅, 슈웅.

아, 이 익숙한 느낌.

바닥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그대로 나를 집어삼킨다.

그리고 그 순간.


* * *


쿠우웅.

쿠르릉.


깊고 검은 그림자가 탑에 드리웠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탑은 마치 두려움에 떨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탑이 생성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상황.

남산TV 김나영 리포터가 카메라맨을 다그쳤다.


"어, 어! 이, 이게 무슨!"

"형석씨 빨리! 저거, 빨리 카메라 잡아!"

"아, 아! 네, 네!"

"이건, 특종이야!"


기괴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시시식, 시시시싯.

그건 진정 바람 소리였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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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남산 아카데미 +1 24.09.08 74 3 12쪽
7 국가 정상 회담 +2 24.09.07 8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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