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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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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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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키

DUMMY

그것은 큰 세 개의 눈을 가지고, 등에는 수많은 강철의 가시가 돋아난 민달팽이였다. 《글라키 묵시록》


13. 글라키


한동안 탑 등반을 개을리했다.


계약 조건에 매일 탑을 올라야 한다는 말은 없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매일 탑을 오르려고 노력하는 중.


"로고그."

"그오오."


내가 부르자 뒤뚱거리며 다가오는 로고그.

살살 쓰다듬어 주자 둠칫거리며 반응한다.


그럼 이제 출발해 볼까?


오늘 공략할 층은 6층이다.

신규 몬스터가 출현하는 층.


[입장하시겠습니까?]

"네"

[입장하실 층을 선택해주세요.]

"6층"

[입장을 시작합니다.]

사아아.


작은 빛과 함께 전이됐다.

눈을 한 번 깜박여 시야를 조정한다.

보이는 것은 초록.

위치는 풀숲 인가.

그와 동시에 눈 앞에 펼쳐지는 임무창.


[6층 : 배불뚝이 오크 처치]

[임무 : 배불뚝이 오크 10마리를 처치하세요. (10 마리 남음)]

[제한 시간 : 1시간]

[포기하기]


배불뚝이 오크.

그다지 빠르지 않지만, 특유의 단단한 몸이 특징.

일단 형태 없는 자를 소환했다.


내 부름에 형태 없는 자들이 바닥에서 솟아났다.

흐느적거리는 게 여전히 적응이 안됀다.

그래도 일은 잘하니까!


조금씩 형태를 갖춘 녀석들.

준비되었음을 알려왔다.


"그래. 준비됐냐?"

"흐어어어!"

"흐으으으!"


뒤뚱거리며 다가와 가세하려는 로고그.

아직 안 돼.

이 녀석들을 다루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그오오?"

"로고그는 쉬어."

"고오오···."


내 말에 무척 시무룩해 보이는 로고그.

돌아가서 화분에 영양제라도 타 줘야겠다.

아무튼 시간을 더 끌었다간 랭크가 떨어질라.

바로 형태 없는 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죽여."

"흐어어어!"

"흐아아아!"

"취익?"


스아아-.

콰득!


전투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한 입 거리.

마치 붕어빵을 먹는 것처럼 머리부터 씹어먹는다.

카드득, 카드득. 그르륵, 그르륵. 꺼억.

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혹시 오크가··· 맛있나?


분명 저 녀석들 고블린은 안 먹었던 것 같은데.

오크만 나왔다 하면 완전 먹방을 찍고 있다.


비록 흐릿한 모습이지만, 만족한 듯한 모습.

뭐 맛있게 먹었으면 됐지. 


형태 없는 자들과 교감을 나눈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이걸 익숙해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

딱히 문제 될 건 없어 보인다.


[임무에 성공하셨습니다.]

[정산이 시작됩니다.]

[정산 중···.]

[6층 최고 등급 (EX+) 클리어!]

[축하드립니다.]

[보상이 강화됩니다.]

[최종 보상이 산정됩니다.]

[보상 : 마석(60), 탑 인장(1)]


마석 60개, 600만원 입금 완료.

너무 좋고.


[돌아가시겠습니까?]

"네."

사아아.


잠시 시야가 검게 물들고.

눈을 뜨니 집으로 돌아와 있다.


크게 하품을 한번 해 보인 로고그.

뚜벅뚜벅 마당으로 걸어가더니,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화분에 몸을 걸친다.

이제는 일상과 같은 부분.


로고그가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다음.

가볍게 씻고 운동 나갈 준비를 했다.

음 향수도 뿌릴까···?

적당히 해라.

적당히.


준비를 마치고 문밖으로 나오니.

누군가가 로고그와 눈싸움하고 있다.

로고그를 볼 수 있다고···?

어떻게?

다가가 보니 납득했다.

나일라토텝의 시종이었다.

이름이··· 아마 세트였나?

좀 더 다가가 묻자.


"당신은···."

"이신님 주인님께서 호텔에 한 번 방문해 주시길 원하십니다."

"알겠어요. 오늘 저녁에 방문하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고오오."


그렇게 용무를 마친 세트.

인사를 해 보이더니, 뒷걸음질로 사라진다.

그 와중에 로고그를 슬쩍 쳐다보는데.

로고그는 흥 하더니 콧김을 내뿜어 보였다.

둘이 싸웠나?

사이가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는걸.


잠시 세트와 로고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측해보려 했으나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지금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런, 운동 늦었다!


* * *


아이고 힘들다.


운동을 시작한 지 거의 일주일.

아직 내 체력은 개복치와 다를 바 없다.


그동안 방 안에만 머물러 있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저 무기력한 삶을 살았던 나.

조금 원망스러울지도.

아니지.

내가 바뀐 것은 명백히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나일라토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 참 이따 갈 때 메로나를 사 가야겠다.

좋아하겠지···?


어느덧 도착한 남산 도서관 앞 횡단보도.

반대편에 언제나처럼 백희씨가 서 있다.


"멍!"

"헉, 헉, 허억."

"아이고, 이신씨 천천히 오세요. 천천히."

"하아, 하아, 제, 제가 좀 늦었죠?"

"흐흐, 기다리는 즐거움 또한 있는 법이랍니다?"

"네···?"

"아니에요~ 어서 가죠!"

"네, 넷!"


사실.


오늘 운동은 메인이벤트가 아니다.

진짜 메인이벤트는 운동이 끝난 이후.


아카데미 합격을 기념하는 축하 식사.

무려, 백희씨가 밥을 사주기로 했다.


큿흠, 겉으로 티는 안 냈지만.

조금 기대되는걸.


그렇게 정한 메뉴는 순대국이었다.

이거 백희씨가 먼저 제안했다.


"그런데 백희씨 정말 괜찮겠어요?"

"물론이죠! 저 순대국 좋아해요!"

"그, 그래요? 저도 좋아해요!"

"그럼 가 볼까요?"


그렇게 방문한 순대국집.


순대국을 하나씩 앞에 두고 백희씨가 작게 손뼉을 친다.


"이신씨의 아카데미 합격을 축하합니다~."

"전부 백희씨 덕분이죠! 감사합니다!"


사실 순대가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분위기에 취한 느낌.


그렇게 좋은 분위기로 식사를 하던 중.

갑작스럽게 나타난 불청객 한 명.


"윤백희 교수님?"

"아, 박제우 강사님?"


박제우.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 공략 등급을 사칭한 녀석.

꼴 보기 싫은 녀석이 최악에 타이밍에 등장했다.


그런데, 저 녀석 백희씨랑 아는 사이인가?

강사라고 했지.

그럼, 설마.

저 녀석도 남산 아카데미 소속···?

녀석이 백희씨와 가벼운 대화를 나눈다.


"이런, 좋은 시간을 방해한 것 같네요."

"흐흐, 우리 이건 비밀로 하는 거예요?"

"물론입니다."


뭐? 비밀?

무슨 비밀?


이걸로 백희씨가 협박이라도 당하는 건 아니겠지?

후우, 내가 아무래도 큰 장애물을 만난 것 같다.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휘몰아쳤다.

그때.

고개를 돌려 내게 손을 뻗어오는 박제우.

어째서?

이 양심 없는 자식이!


"만나서 반갑습니다. 박제우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이신입니다."


싱긋 웃어 보이는 박제우.

뭐지···?

뭔가 기분 나쁜 웃음이다.


설마 나 따위는 신경도 안 쓴다는 뭐 그런 건가?

나는 녀석의 손을 있는 힘껏 감싸 쥐었다.


꾸욱.


아, 이건 절망적인데.

박제우의 손은 흡사 강철과 같았다.

내 힘으로는 녀석을 굴복시킬 수 없었다.


그 순간에도 박제우는 싱긋 웃어 보일 뿐.

이상할 정도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 박제우.


"이신님과 저는 생각보다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네요."

"···무슨?"


이 자식 뭐지?

뭔가 느낌이 많이 이상하다.

이상할 정도로 살가운 말투.


박제우 정도의 스타성을 가진 이는 원래 저런 걸까?


녀석과 나는 오늘 처음 본 사이.

그런데 어째서인지.


백희 씨보다도 나에게 관심이 많아 보이는데.

나를 무슨 십년지기 친구처럼 대하는 것 같다. 

그 정도로 알 수 없는 친근함이 느껴졌다.


이 자식 설마···?

게이였단 말인가!

그렇다면 설마 녀석이 노리는 것은···.

백희씨를 인질로 내 순결을 노리는 것인가!

그렇구나.

그런 거였다.

나는 추리를 마쳤다.

놈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더욱 사나워졌다.


* * *


호텔.


들어가기 전에 슈퍼에 들러 메로나를 샀다.


정말. 이걸로 괜찮으려나···?

뭐, 나일라토텝이 먼저 부탁한 거니까.

괜찮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낡아 보이는 호텔.

하지만 들어가 보면 제법 넓고 아늑하다.


나일라토텝은 언제나처럼 와인병을 닦고 있다.

나를 확인하고는 환히 미소 짓는 나일라토텝.


"후후, 아카데미에 합격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나일라토텝님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저는 그저 약간의 조언을 해드렸을 뿐."

"아, 그전에 이거, 받아주시겠어요?"

"이건··· 메로나군요."


내가 내민 메로나를 받아든 나일라토텝.

음···. 왠지 모르게 감동한 표정.

어째서?

바사삭!

메로나를 한입 물어 맛을 음미하는 나일라토텝.

메로나를 저렇게 고상하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처음 깨달았다.

메로나 하나를 해치운 나일라토텝.

씨익 웃어 보이더니.


"그렇다면, 저 또한 입학 축하 선물을 드려야겠군요."

"음,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는데요."

"후후, 그렇게 부담스러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은 이신님이 마땅히 받아야 할 특권이니."


왠지 나일라토텝이 나에게 주려는 선물이 뭔지 알 것 같다.

그건, 바로.


"혹시, 다음 올드원과 계약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저는 이신님께서 다음 올드 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건, 마음에 꼭 드는 선물이네요."

"후후후, 그렇습니까?"

"고오오?"


로고그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나를 올려본다.

아니 로고그, 너 버리려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말라고!

그러는 동안.

우리가 이동한 곳은 예전의 극장.


"편하게 앉으시지요."

"아, 네."


다시 한번 극장의 스크린에 밤하늘이 비추었다.

그곳에는 빛나는 별자리들이 가득했다.


"흠, 이번에는 과연 어떤 분을 모셔볼 수 있을지."

"가능하면 모두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네요."

"후후, 본래 올드원과 친하게 지내는 건 무척 힘든 일이지만, 한번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일라토텝의 눈이 반짝였다.

곧 빛나는 밤하늘이 소용돌이치며.

하나의 빛으로 모이면서 몰아치더니.

등장한 것은 세 개의 눈을 지닌 민달팽이.


"호수의 거주자이시며 현명한 자이신 올드 원 글라키입니다."

"그렇군요."

"글라키님의 등껍질이 이신님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줄 겁니다."

"아, 안녕···?" 

"키시싯."

"글라키 님 또한 이신님과 계약하고 싶어 하시는군요."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키시싯!"


나는 나일라토텝의 인도에 따라 글라키와 계약을 맺었다.

Ph'nglui Mglw'nafh Cthulhu R'lyeh Wgah'nagl Fhtagn.


성공적으로 계약을 마친 뒤.


나일라토텝이 갑자기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꺼냈다.


"혹시 이신님께서는 영생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으음, 아니요. 굳이 영생은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영생이라니.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야?


나일라토텝이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나에게 한 가지 주의를 주었다.


"후후, 다행입니다. 그녀와 함께하는 동안 하나 명심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뭐죠?"


내 물음에 나일라토텝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아니 갑자기 이 양반이 무섭게 왜 이러는 거야!?


"그녀가 만약 이신님께 영생을 약속하더라도,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주시길."

"···알겠습니다."


글라키가 나에게 영생을 약속한다니.

그리고 그것을 절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됀다고?

내가 걱정스러운 걸까? 나일라토텝이 조금 더 말을 덪붙였다.


"그녀의 영생은··· 보통 인간들이 바라는 모습과 조금 다릅니다."

"무엇이 다르죠?"

"음,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아 그렇군요. 인간들의 영화 중 좀비가 있지요? 그것과 같은 모습으로 깨어나게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것참. 끔찍하네요."

"그렇죠?"


나일라토텝이 씨익 웃어 보였다.

뭔가 좀 많이 섬뜩한 느낌.

그래도 일단 계약했으니.

인사해볼까?


"안녕?"

"키시싯!"


그녀는 마치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영생을 원하는가?

아니요.

절대.

왠지 모를 소름이 돋아 팔뚝을 쓸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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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라키 +1 24.09.13 47 3 12쪽
12 스노우볼 +1 24.09.12 53 1 11쪽
11 마석구 폭발 사건 24.09.11 55 3 12쪽
10 한여름 24.09.10 58 2 11쪽
9 형태 없는 자 24.09.09 64 3 11쪽
8 남산 아카데미 +1 24.09.08 73 3 12쪽
7 국가 정상 회담 +2 24.09.07 83 4 13쪽
6 마석 판매 +2 24.09.06 85 3 12쪽
5 스포트라이트 +1 24.09.05 9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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