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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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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 없는 자

DUMMY

우리는 모습이 없는 까닭에 그것을 두려워한다.


9. 형태 없는 자 


5층에 입장했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은 고블린 군락.


[5층 : 고블린 군락 처치]

[임무 : 고블린 20 마리를 처치하세요. (20 마리 남음)]

[제한 시간 : 1시간]

[포기하기]


탑에 적용되는 5배수의 법칙이 있다.

바로 5배수마다 이전 층 몬스터들이 무리를 지어 등장한다는 것.


내가 일 층에서 사 층까지 올라오며 사냥한 몬스터는 고블린, 고블린 궁병, 고블린 전사, 홉 고블린.

그들이 하나의 부락 안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그야말로 작은 군대와 같은 분위기.


동시에 로고그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마치 시작해도 되겠냐는 듯한 움직임.

하지만 나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고오오?

로고그가 내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왜 그러냐는 듯한 느낌.


하지만 오늘은 조금만 참아줘.

시험해 봐야 할 것이 있거든.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전.

'형태 없는 자'들의 성능을 꼭 시험해 보고 싶었다.

나는 손을 펼쳐 보이며 나일라토텝이 알려준 주문을 외었다.


-인포르미스 페르소나(informis persona, 형태 없는자)


내가 주문을 외움과 동시에 스산한 기운이 솟아나더니.


"흐어어어"

"으어어어어."

"잘 된 건가···?"

"고오오···?"


내 부름에 의해 소환된 것은 3마리의 형태 없는 자.

그런데 이 자식들.

뭔가 흐물흐물한 것이 만들다 만 것만 같다.

뭐랄까 좀처럼 믿음이 가질 않는데.

일단 명령을 내려볼까?

고블린 부락을 가리키며 지시했다.


"전부 죽여."

"흐어어어!"


다행히 녀석들은 내 명령을 제대로 알아들었다.

고블린들을 향해 빠르게 돌진하는 형태 없는 자들.

이 자식들 흐느적거리는 것 치고는 제법 빠르다···!

발 없이 이동하다 보니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유령과 다를 바 없다.

아니, 유령 맞지 않나···?


"크르륵?"

"키에엑!"


형태 없는 자들을 발견한 고블린들이 무장을 갖췄다.

몇몇 용감한 고블린들이 형태 없는 자에게 달려들었다.

쎄에엑!

후웅!

무언가 맥 빠지는 소리.

고블린의 칼이 형태 없는 자의 몸을 그대로 통과했다.

고블린이 펼친 회심의 일격은 통하지 않았다.

고블린의 표정이 절망에 드리웠다.


형태 없는 자가 마치 비웃듯 고블린의 목을 감싸 쥐었다.


목을 붙잡힌 고블린 전사.

벋어나기 위해 애썼다.

필사적으로 바둥댄다.

무용했다.


"캑, 캐캑!"

"흐어어어."

"멈춰."


형태 없는 자가 고블린의 목을 꺾으려던 그때.

나는 그들에게 동작 중지 명령을 내렸다.

즉시 모든 형태 없는 자들이 동작을 멈췄다.


그들이 텅 빈 안광이 나를 응시하고 있다.

잠시 속으로 약속했던 숫자를 세어보았다.

그리고 곧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카데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나는 형태 없는 자들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의 반응으로 그 결과를 확인한 것 같았다.

그래,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덕분에 잠시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전투의 주체가 되는 형태 없는 자 셋 모두.

멍하니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


그들을 상대하던 고블린들 또한 마찬가지.

그들의 시선을 쫒아 나만을 바라보는 중.


음. 이걸 어떻게 한다.

뭐 임무는 수행해야 하니까.


"죽여."

"흐어어어!"

"키에엑!"


형태 없는 자가 즉시 고블린을 움켜쥔 목에 힘을 주었다.

이번에는 명령을 철회할 시간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한 움직임.

고블린들은 어떻게든 반항해 보려 하지만.

푸콱!

놈들의 머리가 가차 없이 뽑혀져 나왔다.

날아간 머리.

부들부들, 털썩.

동력을 잃고 바닥에 처박히는 고블린의 몸체.

그와 같은 일이 세 군데서 연달아 발생했다.

형세는 빠르게 기울었고.

고블린들은 전의를 상실한 채 도망 다니기 바빴다.

뭐, 그런다고 도망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곧 전투가 종결되었다.


처참하게 찢긴 고블린들의 몸통만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감상을 내뱉을 틈도 주지 않은 채 올라오는 임무 성공 창.


[임무에 성공하셨습니다.]

[정산이 시작됩니다.]

[정산 중···.]

[5층 최고 등급 (EX+) 클리어!]

[축하드립니다.]

[보상이 강화됩니다.]

[최종 보상이 산정됩니다.]

[보상 : 마석(50), 탑 인장(1)]


휘유, 마석 50개.

500만원 상당의 가치. 마석은 언제나 옳다.

그리고 이번 층을 클리어함으로 탑 인장 5개를 획득했다.

인장 5개를 모으면 뭔가 특별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고 하던데.

조금 기대해 봐도 되겠지?


[탑 인장 5개를 획득하셨습니다.]

[랜덤 특전을 지급합니다.]

[처리 중···.]

[보상 : 스킬 경험치 북(소).]


-스킬 경험치 북(소)[사용 시 스킬 경험치가 소폭 상승합니다.]


스킬 경험치 북···?

바로 사용해 보자.


[스킬 경험치 북(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대답과 동시에 내 몸을 작은 빛이 감싸고 돌았다.

잠시 기다리니.


[스킬 '평정심'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하였습니다.]

[평정심F > 평정심E]


평정심의 등급이 한단계 상승했다.

뭔가, 큰 변화가 느껴지진 않는데?


하지만 평정심은 나의 핵심 기술.

로고그 그리고 형태 없는 자들을 제정신으로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확실히 투자 할만한 가치가 있다.


그다음으로는.

형태 없는 자들에 대한 실험 결과.

형태 없는 자들은 문제없이 명령을 수행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내 명령 하나에 움직임을 멈춰 보였다.

아카데미에서 소환했다가 문제에 휘말릴 일은 없어 보였다.

그럼, 이제 돌아가 볼까.


오늘 할 일이 없었던 로고그가 따분하다는 듯 하품했다.

그래 잘 버텨줬다.


"고오오."

"그래, 가자."


준비는 끝났다.

이제 백희씨의 제안에 답해줄 때다.


* * *


아침.


언제나처럼 저지에 반바지.

헐렁한 운동화.

집 앞을 나선다.


마을을 한 바퀴 달려본다.

남산 주변은 제법 경사가 있어서 힘이 든다.

하지만 곧 익숙해지겠지.


백희씨와 따로 약속하고 만나는 것은 아니다.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하다 보면 만나는 지점이 있었다.


남산 도서관 앞 횡단보도 사이.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마주 서 있다.


나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뽀삐.

녀석은 나만 보면 경계하며 짖어댄다.


"크르르, 왕!"

"이제, 좀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백희씨는 살짝 난처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뽀삐를 끌어안은 백희씨가 살짝 손을 흔들었다.


"히히, 이신씨 반가워요. 오늘도 만났네요?"

"그러게요. 저도 반갑습니다."

"우연도 세 번이면 필연이라던데···."

"네···?"

"음, 아니에요. 일단 걸을까요?"

"아, 네 그러죠."


어느샌가 일상처럼 자리 잡은 이 시간.

우리는 말없이 숲을 배경으로 거닐었다.


헐떡이던 숨결이 고르게 자리 잡을 무렵.

백희씨에게 내 의사를 전했다.


"혹시, 저번에 말씀 주신 추천입학제도 자리가 남아 있을까요?"

"물론이죠. 오, 설마? 이신씨 마음을 정하셨군요?"

"네. 탑을 오를 거면 남산 아카데미를 경험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정말 잘 생각하셨어요. 그럼 우리 이제 매일 볼 수 있는 건가요?"

"네···?"


나를 보며 방긋 웃어 보이는 윤백희.


하지만 내 얼빠진 표정을 살펴보더니.

그녀가 곧 뾰로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은 건물 벽 하나를 통째로 가린 현수막.

그녀의 모습이 큼지막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아니, 저걸 지금까지 왜 몰랐지···?

그리고 그 아래에 인쇄된 문구.


<남산 아카데미 윤백희 교수님 전격 초빙!>

<윤백희 교수님과 함께라면, 당신도 최고의 도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는 그녀의 이력이 줄줄이 나열돼 있었다.


1 세대 각성자이자 도전자 출신.

도전자 최초의 치유계 서포터.

50층 돌파 공격대 소속.

등등.


누가 봐도 인정할만한 최고의 커리어.

그것이 바로 윤백희의 진짜 모습이다.


나를 살짝 흘겨보는 듯 하더니. 씨익 미소 짓는 윤백희.

마치 '나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흐응, 모르셨구나."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죠. 사람이 모를 수도 있지. 그래도 잘 생각하셨어요. 그럼 우리 이제 연락처 교환할래요?"

"아, 네. 그럴까요?"


우리는 서로 연락처를 공유했다.

그녀의 스마트폰에서 꽃향기가 났다.


"그럼, 배정이 확정되면 연락드릴게요. 아, 그리고 작은 테스트가 있을 수도 있는데. 그다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그냥 형식적인 거거든요."

"아, 네. 감사합니다."


어느덧 갈림길.

우리가 헤어질 시간.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가운데.

그녀가 슬쩍 한 마디를 흘렸다.


"아, 그리고 심심하면 연락해요. 우리."

"···그래도 될까요?"

"히히, 물론이죠."

"그럼 그렇게 할게요!"

"또 봐요!"


오늘도 보람차게 운동했다.


* * *


도전자 협회.

데이터베이스 본부.


연락받고 김창식 본부장의 집무실을 찾은 박제우.

박제우의 표정이 살짝 굳어있었다.


그런 박제우의 분위기 따위, 아무런 상관 없다는 듯.

김창식 본부장은 무심한 목소리로 서두를 던졌다.


"제우야 남산 아카데미에 강사 자리가 하나 났는데."

"그래요. 뭐. 하죠."

"뭐, 그래. 일정은 차차 알려주마."

"이제 돌아가 봐도 됄까요?"

"고생했다."


냉담한 분위기 속에서 사무적인 대화가 끝났다.

형식적인 인사를 끝으로 집무실을 나선 박제우.


본부를 빠져나온 박제우가 벽을 강하게 후려쳤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튼튼한 벽이 순간 흔들렸다.


콰앙! 부르르!


"시발, 아주 그냥 내가 지 장난감이지!"


그냥 들이받아 버릴까?

순간, 그런 생각까지 해 봤지만.

박제우는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국 도전자 협회에서 김창식의 영향력은 절대적.

아니, 협회뿐만이 아니었다.


세계 모든 탑 관계자들과 연관이 있는 이가 바로 김창식.

그것은 그의 각성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창식은 각성 능력으로 탑에 저장된 정보를 컴퓨터에 내려받을 수 있었다.

김창식은 자기 능력을 깨닫자마자, 곧바로 정부와 협력해 데이터베이스 본부를 창립했다.

물론 그 일에는 일성 기업의 입김 또한 강하게 작용했고.


그렇게 데이터베이스 본부가 완공된 이후.

김창식의 존재가치는 하늘 높이 치솟기 시작했다.


전 세계 모든 도전자의 탑 공략 기록과 각성 등급.

그것이 한국 데이터베이스 본부에 기록되었기 때문.


그 정보를 기반으로 삼아 창립된 것이 남산 아카데미.

그리고 남산 아카데미는 벌써 세 번,

우수한 도전자들을 배출한 전력이 있다.


박제우는 데이터베이스의 우수함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 수해 받은 장본인이 아니던가.


일성 그룹과 대한민국 정부를 배신하는 것은 불가능.


만약 박제우가 모두를 배신하고 다른 나라에 넘어간다면, 대한민국은 그 나라에 정보를 통제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압박해 올 것이 분명했다.


또한 박제우는 대중들 앞에서 자신이 EX+의 주인공이라는 기자회견을 내보인 상태.


김창식의 지원이 없다면, 순식간에 밝혀질 얄팍한 거짓말.

이미 박제우의 목에는 보이지 않는 목줄이 걸려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박제우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소리를 지르는 것뿐.

창가에선 김창식이 우묵한 눈으로 그것을 내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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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스노우볼 +1 24.09.12 54 1 11쪽
11 마석구 폭발 사건 24.09.11 56 3 12쪽
10 한여름 24.09.10 59 2 11쪽
» 형태 없는 자 24.09.09 65 3 11쪽
8 남산 아카데미 +1 24.09.08 74 3 12쪽
7 국가 정상 회담 +2 24.09.07 8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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