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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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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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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DUMMY

사람들은 더 큰 거짓말에 쉽게 속는다.


5. 스포트라이트


집에 돌아왔다.

마당에서 가족 모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 여보. 이신이가 돌아왔어요! 이신아!"

"들어가 계시지 않고, 왜 여기 나와 계세요?"

"지금, 남산타워에서 난리가 났다고 들었다. 너는 괜찮니?"

"네, 조금 이상한 일이 있긴 했는데 별문제 없었어요."

"그래, 돌아왔으면 됐지."

"이서야···."


엄마는 계속해서 내 얼굴을 쓸어 보인다.

아빠의 굳어진 표정이 조금씩 풀려간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 해우를 맞이했다.


부모님은 탑 등반에 관해 물어보지 않으셨다.

다만 내가 멀쩡히 돌아온 것에 감사해할 뿐.


이서 또한 마찬가지.

쌀쌀맞은 태도를 보이는 것 같지만.

녀석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걸 봤다. 


어쩌면.


우리 사이도 다시 예전처럼 가까워질 수 있지는 않을까?

잠시 그런 상상을 해 봤다.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방에 들어와 누웠다.

풀썩.

뭔가 모든 게 꿈만 같았던 하루.

차라락.

마석을 손에서 굴려본다.

하나에 10만원.

무려 100만원의 값어치.

그것이 단 하루 만에 손에 들어왔다.

잠시 지난날의 설움이 복받쳐 올라왔다.


아니.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잖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무채색 회색빛.

내 지난날의 삶과 같다.

앞으로 하나씩 색을 칠해나가면 되겠지.


"이신아 저녁 먹자."

"네."


그래. 바로 지금부터.


거실로 나오자 텔레비전이 켜져 있었다.

이서가 과자를 뜯으며 화면에 집중하고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오늘 있었던 남산타워 사고에 대한 뉴스가 송출되고 있었다.


-남산TV에서 전해드립니다. 오늘 오전 경 용산구 후암동 남산타워 부근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잠시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지진은 곧 멈췄고,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아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상공에서 촬영된 남산타워의 영상이 비친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


밑에는 실시간 댓글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오늘 집단 기억상실 기사 난 거 봤음?

└그거 자작극이라고 말 많지 않았음?

└아닌데, 우리 누나가 방송국 관계자인데 분명 촬영 중에 기억이 끊겼다고 했음.

└와 소름 진짜 귀신 들린 건가? ㄷㄷ

└요즘 같은 세상에 아직도 오컬트를 믿는 수준 ㅉㅉ


음. 마지막 댓글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데.


-다음 속보입니다. 도전자 협회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등급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공표했습니다. 바로 EX+ 등급인데요. 남산타워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등장한 등급인 만큼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각성자 인터페이스에는 층마다 베스트 레코드가 기록된다.

그리고 등급이 높아질수록 마석과 보상이 증가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최고 등급은 S+.


그 등급을 달성한 이는 나와 같은 1기 도전자.

현존 최강이자 최고 도전자로 불리는 장금석.


그의 스킬은 염동력.

그는 염동력 스킬 단 하나로.

그 누구보다 빠르게 탑을 격파해 나갔다.

그렇게 절대로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S+의 벽.

그리고 현재.

그것 이상의 등급이 실존했음이 이 순간 밝혀졌다.

그야말로 폭발하기 시작한 댓글창.


└이거 진짜냐고! 이게 바로 원피스지!

└레전드네, 그런데 EX+ 등급은 누가 달성한 거임?

└지금 도전자 중에 가장 유력한 건 박제우임.

└저거 발표된 시간이 아카데미 졸업생 퇴장 시간이랑 겹친다고 함.

└박제우 스킬도 S+ 라는데? 진짜 가능성 있음.


흠. 박제우라.

잠시 오전에 그가 인터뷰에 응하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큰 키.

서글서글한 인상.

부드러운 목소리.

거기에.

아카데미 수석 졸업생이라는 타이틀까지.


그야말로 완벽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남자.


하지만, 녀석은 아니야.

나는 슬쩍 내 상태창을 띄워 보였다.


· 베스트 레코드 : 1 층 (EX+)


상태창 안에서 유일하게 황금으로 빛나는 저 문자.


그것은 마치.

지금까지 퀴퀴히 쌓였던 내 어둠을 몰아내는 빛과 같았다.

하지만 이걸 도전자 협회에 공개하는 건 별개의 이야기.


잠시 내 시선이 텔레비전 너머 마당을 향했다.


마당에 놓인 화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녀석.

녀석의 존재를 세상에 공개한다고?

도저히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로고그를 마주한 이들의 최후를 알고 있다.


첫날 사채업자들과 있었던 일.

탑에서 고블린들과 있었던 일.


로고그를 마주하고 살아 있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

나일라토텝의 말이 귓가에 울린다.


'손님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한 이들이 우매한 것이죠.'


그는 내가 호텔에 들어선 순간부터 이렇게 될 것을 예측했던 걸까?


설마.

하지만 그럴수도.


그와 함께 속삭이듯 귓가를 울리는 달콤한 목소리.


'만약, 당신이 저와 함께한다면. 당신은 탑의 끝을 보게 되실 겁니다.'


후, 탑의 끝이라.

어제까지만 해도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단어.

하지만.

로고그와 함께한다면 정말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로고그는 강함으로 재단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었다.

적들은 로고그의 존재를 깨닫는 것만으로 변해버렸다.


그저 무한히 경배하고 찬양받아 마땅한 존재.

위대한 옛 존재들.

올드 원.

그것이 로고그.


고블린이 스스로 제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꺼내 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곧 죽을 것이 확실해 보이는 고블린의 모습.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의 얼굴은 희열로 가득 차 있었다.


만약 스킬이 없었다면 나 또한 그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을까?

갑자기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하지만, 뭐.

내 눈에는 애완동물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걸.

내가 평정심 스킬을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될 줄이야!


그때 들려오는 엄마의 잔소리.


"이신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밥 다 식겠다."

"아, 응. 그렇지. 밥 먹어야지 밥."

"혹시, 저 뉴스에서 나오는 내용이 신경 쓰이니? 그럼···."

"아, 아뇨 괜찮아요. 끄지 마세요!"

"그, 그래? 그럼 됐구."

"엄마, 나도 저거 보고 있단 말이야!"

"아휴, 너는 나중에 폰으로 봐도 되잖니!"

"아, 짜증나 또 오빠만 편애하고!"

"밥상 앞에 두고 싸우는 거 아니다."

"네."

"···네."


가족 모두 날이 서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만도 하다.


우리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무려 5년 만에 함께 하는 가족 식사.

아직은 삐그덕거리는 것이 정상.


그때 또다시 올라오는 속보.


-새로운 긴급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남산 아카데미 수석 졸업생 박제우씨가 발표한 긴급 기자회견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최초로 EX+ 등급을 달성했으며 등급 달성으로 인한 기네스북 등재를 요청한 상태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영상 중앙에 박제우가 자리했다.

그리고 그의 주변을 감싼 수십 개의 마이크.


-네, 지금 저도 얼떨떨한 기분입니다. 비결이요? 저는 그저 남산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성실하게 탑을 공략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어 보이는 박제우.


마치 수능 만점 수험생이 국. 영. 수를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고 말하는 것 같다.


-한마디만 더 하자면, 저를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있게 해 주신 남산 아카데미 교직원분들과 기자회견 자리를 만들어 주신 도전자 협회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박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깔끔하게 인사를 해 보이고는 자리를 떴다.


화면 밑에서는 댓글창이 폭발하듯 촤르르 넘어가고 있었다.


└캬! 역시 대. 제. 우. 그럴 줄 알았다.

└확실히 난 놈이긴 한듯. 생긴 것도 개존잘.

└내 그럴 줄 알았다. EX+ 달성할만한 애는 재밖에 없었음.

└역시 남산 아카데미 수석 대한민국의 자랑!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네요 ^^


시발.


잠깐 열이 치솟아 올랐다.


아니, 아니다.

차라리 잘 되었다.


어차피 내가 전면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

놈이 나 대신 이목을 끌어주었다고 생각하자.


아니, 그래도. 좀 기분이 많이 나쁜데.

후우, 밥이나 먹자.


그때 박제우를 보며 눈빛을 반짝이는 김이서.

이 자식. 남자 보는 눈이 영 아니다.


"와, 저 박제우란 사람 진짜 잘생겼다."

"잘생기긴 무슨···."

"응? 뭐야? 으흐흐. 오빠 혹시 지금 저 사람한테 열등감 느끼는 거?"

"이서야 그런 식으로 오빠 놀리면 안됀다고 했지!"

"아, 알았어. 나 밥 다 먹었으니까 이제 일어날래. 잘 먹었습니다~"

"후, 저걸 그냥!"

"여보 참아요. 이신아 이서가 아직 어려서 그런 거니까 이해 좀 해줘라."

"이서도 이제 성인이지만. 네 알겠어요."


남의 상태창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한 사기행각.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당해보니 열불이 나는 게 현실.


거기에 딱 보니.


아카데미 그리고 협회 측과도 모종의 관계가 있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불가능한 일.


뭐 그래 보라지.

어차피 내가 원했던 것은 우리 가족의 행복.

그리고 내 평온과 안식.

로고그와 함께라면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내일도 탑에 올라야 한다.

그럼 이만 자볼까?


무언가 해냈다는 자부심.

성취감으로 분출된 도파민.


그것이 가라앉음과 동시에.

머리가 무거워졌다.

눈꺼풀이 감겨왔다.

그래.

다음 일은 내일 생각하자.

내일도 등반해야지.

하암.


그렇게 긴 하루가 끝났다.


* * *


김이신의 주택 담벼락 바깥 어딘가.


수상한 덩치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중 한놈의 손에 들린 것은 스마트 폰.


화면에 비추는 것은 발신 없음이라는 문자.

그것도 100건이 넘었다.


"아니, 박 사장 이 새끼는 뭐 하는데 연락을 이렇게 안 받는 거야?"

"형님, 그냥 우리끼리 공사 치는 게 어떻겠습니까? 나중에 박 사장네 오면 그네들이 늦어서 먼저 작업했다고 하면 되지 않것습니까?"

"후, 그래야 쓰겠다. 이러다간 인건비도 안 나오겠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박 사장이 지랄하거들랑 뽀찌나 좀 때주면 별말 없겠지."

"흐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애들아, 담 넘자."

"예 형님."


칠흑같이 어두운 밤.

이미 전날 주변 가로등을 부셔 시야를 차단한 상태.


그들은 어둠을 틈타 담벼락을 넘기 시작했다.

놈들은 신중을 기하기 위해.

오 분정도 간격을 두고 차근차근 넘어가는 중.

그런데 기묘할 정도로 반대편에서 기척이 없다.


"뭐냐. 왤캐 조용한데."

"한번 불러볼까요?"

"이 등신을 봤나. 우리가 이렇게 조용히 넘어가려는 이유가 뭔데. 니가 소리를 질러 싸면 안에서 잘도 가만히 있겠다."

"죄, 죄송합니다."

"됐고 빨리 넘어가기나 해."

"네 형님."

"아따, 그건 그렇고 주변이 왤캐 서늘하고 습하냐. 여기 터가 좀 안 좋은 갑다."

"그러게 말입니다. 아까부터 묘하게 구린내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좀 그러네요잉."

"그런데 이상타. 분명 이제 내가 마지막 차롄디. 너 누구냐?"

"그런데 이상타. 분명 이제 내가 마지막 차롄디. 너 누구냐?"

"···?"


까드득.

뿌득, 뿌드득.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


끄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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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한여름 24.09.10 58 2 11쪽
9 형태 없는 자 24.09.09 64 3 11쪽
8 남산 아카데미 +1 24.09.08 73 3 12쪽
7 국가 정상 회담 +2 24.09.07 8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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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층 +1 24.09.04 102 4 12쪽
3 입장 +1 24.09.03 10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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