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로봇과 발키리, 마법용이 빼앗아간 지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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퐂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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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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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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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쿠츠네초프 티무르는 어떤 아버지였나?

DUMMY




“···인류는 패배하지 않는다! 감독관 각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 오오···! 자, 자네가 와 주었구먼그래···! 어, 어서 앉게!

···비서관! 넌 나가봐!”




쿠츠네초프 티무르는 슬라브 계 혈통의 큰 키와 비대한 체구를 가진 인물이었다.

백발의 머리칼은 군인 스타일로 짧게 자른 채 이마 위로 넘겼던 티무르 대장의 얼굴은 살집이 많았고, 눈동자는 회색이었다.

올해는 나이가 예순하나였던 티무르 대장은 그 혈통 특유의 러시아어 말투가 여전히 입에 남아있었다.


넙데데했지만 파리했던 얼굴의 티무르 대장은 율 소령에게 손을 내밀어 자리를 안내해줬다.

하지만 율 소령이 그에 따라 자리에 앉으면서 자신 곁에 함께 앉은 메이드 로봇에게 헬멧을 넘겨주는 동안에도,

정작 티무르 대장의 비서관은 계속해서 두 크바시르 안드로이드를 대동한 채 집무실 안에서 버티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각하, 민 율 소령은 무장 중이라 사규상 반드시 저를 비롯한 호위병력이 각하의 곁을 시위해야···.”



“이런 썅!?

너, 내가 하는 말 못 들었어?! 나가라잖아―!!”



“죄, 죄송합니다, 각하!”




마치 돼지 멱따는 소리마냥 소리를 꽥 질러댄 티무르 대장 때문에, 비서관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결국 집무실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그와 안드로이드 두 기가 나간 것을 끝으로 금속제 미닫이 자동문이 닫히자, 티무르 대장은 조금 전 내비쳤던 분노로 시뻘게진 얼굴의 땀을 연신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저 자식! 하여간 일머리가 없는 놈이라니까! 게다가 저 빌어먹을 안드로이드들을 대롱대롱 뒤에 달아둔 채로···!

···말 나온 김에, 자네의 그 안드로이드도 잠시 바깥으로 물려줬으면 하는데.”



“아,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 아이는 위그드라실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희 외숙부께서 제게 주신 선물이니, 믿으셔도 됩니다.”



“그, 그런가···.

젠장···, 겨우 이런 사소한 일로 내게서 발할라 프로젝트를 빼앗아가려 하다니!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아시면 뭐라 하셨을지···.”



“만물의 아버지께서도 기어이 알아차리신 모양입니다. 옐레나 양의 실종 말씀입니다.”



“시, 실종은 무슨! 그, 그저 가출일 테지!

그 일주일 새에 우리 쿠츠네초프 가문도 가만히 앉아만 있었던 건 아니야! 그, 그렇고말고···.”



“···하지만 단순한 가출이 아니라는 정황도 분명 있습니다, 각하.”




티무르 대장이 짐짓 일부러 목소리를 드높이며 애써 그리 큰소리치던 것을, 율 소령은 내심 한번 억눌러서 흔들고자 들었다.

발키리 특임대원으로서 나름 훈련받은 대로, 율 소령은 그렇게 티무르 대장을 심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옐레나가 아스가르드 사의 유명인 중 하나였던 덕에 율 소령조차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옐레나의 내력이었다.




“옐레나 양은 각하의 총애를 받아 ASG 사관학교의 정규교육 대신 부르주아 수준의 격식 있는 가정교육을 받아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각하의 품속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성장해왔다 할 수 있겠습니다.”



“크, 크흠···. 그, 그렇지···.”



“그런 옐레나 양이 대체 무슨 수로 이 미드가르드에서 그토록 완벽하게 사라졌겠습니까? 그를 위해 필요한 그 어떤 기술이나 지식도 교육받은 적이 없는 영애가 말씀입니다.

···소관은 여기서···, 어떠한 ‘조력자’의 개입을 의심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뭐, 뭐야···!?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럼 우리 착한 옐레나가 우리 아스가르드 사내의 어떤 불량배 같은 놈들과 어울렸단 말인가!?”



“···비단 사내에 국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각하.

옐레나 양의 예상되는 다음 행선지를 생각하자면, 사외 세력의 개입 가능성도 절대 배제할 수 없으니 말씀입니다···!”



“사, 사외 세력···?!

아, 아니···. 그, 그것보다도···.

옐레나의 다음 행선지···? 그, 그게 대체 어디인가···!?”




티무르 대장의 목소리가 점점 더 격하게 드높아졌지만, 정작 그 얼굴만은 점차 하얗게 질리고 있었다.

이에 율 소령은 그렇게 슬슬 흔들리던 티무르 대장을 완전히 무너뜨리고자, 곧장 결정타를 내리꽂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소관과 소관의 외숙부께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옐레나 양의 행선지에 대해서 말씀입니다.”



“헤, 헤임달···. 민 엘 중장···?”




엘 중장의 이름을 부르던 티무르 대장의 목소리가 강하게 흔들렸다.

비록 스스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외숙부인 엘 중장의 이름을 빌린 율 소령이 정확히 의도했던 반응이었다.




“그렇습니다, 각하.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각하께서도 매우 잘 아시리라 봅니다.”



“헤, 헤임달···, 그 이름에 걸맞은 사람이지···. 민 엘 중장···.


그, 그래···, 자네 외숙부가 뭐라고 했는가···?

내 딸···, 옐레나가···. 대체 어디로 갔다고···?”







“···요툰헤임입니다, 각하.

저 요툰들에게 빼앗긴···, 지구 말씀입니다.”



“···허어억···!”



“각하···! 심기를 굳건히 하십시오···!”




하마터면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졸도할뻔했던 티무르 대장을 율 소령이 단호하게 다잡자, 티무르 대장은 곧장 눈물을 펑펑 쏟으며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메이드 로봇은 물론이고, 내심 율 소령조차도 당혹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실 이렇듯, 티무르 대장은 그 비대한 풍채나 어깨 위의 묵직한 별 네 개짜리 계급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만큼 감성적이고 유약한 인물이었다.




“이, 이, 이럴 수가···. 부, 분명 그럴지도 모른다고 내 생각은 했었다지만···.

그, 그 헤임달마저 그렇게 판단했다면···, 우, 우리 옐레나가 결국엔 진짜로···!?”



“이, 일단 진정하십쇼, 각하.



“하, 하지만···!? 그, 그 아이가 그 험한 곳에서 대체 얼마나 버티겠나···?!

내, 내가···, 내가 그 아이 곁을 떠나선 안 됐는데···!


···아니···, 그 이전에···.

그 아이가 겪었을 혼란을···, 진작부터 알아채고 달래줬어야 했는데···!”




눈물을 폭포수처럼 쏟으며 그와 함께 막심한 후회마저 쏟아내던 그런 티무르 대장의 넋두리에, 율 소령은 순간 뒤를 돌아보며 메이드 로봇과 눈을 마주쳤다.

비록 그 자신이 예단했던 대로는 아니었으나, 어찌 되었든 사건의 실마리를 잡아내긴 한 셈이었다.

그에 율 소령이 짐짓 고개를 끄덕이자, 로봇은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티무르 대장에게 티슈를 건넸다.




“저···, 각하?”



“고, 고맙다···. 이, 이런···.”



“각하, 소관에게 다 말씀해주십쇼.

옐레나 양이 겪었다는 그 혼란···, 그게 대체 무슨 의미입니까···?”




로봇이 건네준 티슈로 눈물을 닫고 코를 훔친 채, 티무르 대장은 애써 호흡을 가다듬으며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이윽고, 티무르 대장은 자신이 알고 겪었던 모든 것들을 낱낱이 털어놓고 나섰다.




“···자네뿐만 아니라 온 아스가르드 사 사람들이 다 알다시피, 우리 막내딸 옐레나는 어릴 때부터 그 이쁜 얼굴로 상당히 유명했지.

그 탓에 내로라하는 이름난 가문들이 죄다 우리 옐레나를 데려가고 싶어 했어. 자기 며느리로, 아니면 심지어 자기 아내로까지 말일세.


하지만 난 솔직히···, 욕심이 있었다네···!

내 아버지 대에 이르러 우리 쿠츠네초프 가문이 프롤레타리아에서 사무라이로 올라섰으니,

이젠 내 대에 이르러 다시 우리 가문을 사무라이에서 부르주아로 올려놓고 싶었단 말일세···!



그래서 난 지금껏 우리 가문에 들어온 혼담들을 대부분 거절했었다네. 마침 아직 우리 옐레나도 미처 스물이 안 된 미성년이었으니 거절의 명분은 충분했지.

하지만 자네도 아리라 믿네만···, 올해 생일이 지나며 그 아이도 끝내 성년이 되었다네. 그러고선 가뜩이나 끊임없던 혼담 또한 완전히 봇물 터지듯 쏟아지기 시작했지.


그러나 난 여전히 그것들을 모두 거절했다네. 핑계야 대기 나름이었지. 부모가 자식을 못 보내겠다는데 어찌하겠는가?

하지만 말했듯이···, 사실은 내가 진짜로 원하던 곳들에선 아직 아무런 언질도 없길래 그랬을 뿐이었다네···.



···그리고 마침내, 내가 그토록 원하던 곳에서 드디어 혼담이 들어왔지···!”



“부르주아 가문에서 말입니까? 어느 곳이었습니까?”



“···미안하네, 율 소령. 그것만은 나도 함부로 밝힐 수 없다네.

윗분들의 방식을 잘 알잖나, 별것 아닌 일도 괜히 비밀리에 하길 즐기지.


···솔직히 말해서, 우리 아랫것들도 알 건 다 아는데 말이야.

그래야 결국 우리와 같은 사람인데 뭐 다를 거라도 있을까. 먹고 싸고 자고 하고···, 크흠···.”




티무르 대장은 그렇게 부르주아 계층을 흉보는 말들과 함께 겨우 웃음기를 되찾았지만, 이내 도로 울상이 되어버렸다.

율 소령은 그저 그런 티무르 대장이 이야기를 이어나가길 조용히 기다릴 뿐이었다.




“···그렇게 윗분들로부터 혼담이 들어오자마자 난 곧장 수락했다네. 망설일 필요가 없었지. 내가 그토록 원했던 일이니까.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구나 싶어.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 쿠츠네초프 가문의 저택은 미드가르드 우주 섬에 있네. 하지만 난 볼룬드로서 이 니다벨리르에 주재해야만 하지.

하지만 이만한 큰일이 있는데 어찌 우리 집엘 안 갈 수 있었겠나? 곧장 휴가를 내고서 집엘 갔었네. 그게 또 일주일 전이었지.

모처럼 아비가 집을 찾았다고 하니 자식들도 모두 함께 모였지.”



“각하 슬하엔 2남 2녀의 자제분들이 계시죠, 옐레나 양은 그중 막내딸이시고 말씀입니다.”



“그렇다네, 성년이 되고서도 아직은 집에 머물고 있던 옐레나뿐만 아니라 그 애의 두 오빠와 언니까지 모두 집에 모였네.

그날 우리 집에선 우리 가족들끼리 큰 파티를 벌였지. 어찌 아니 그랬겠나, 다들 바쁜 와중에 그렇게 모였으니 말일세.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난 바로 그 혼담 이야기를 꺼냈다네. 이름난 부르주아 가문에서 먼저 제의가 왔고, 그걸 내가 곧장 수락했다는 이야기까지 말일세.”



“그걸 들은 옐레나 양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분명 처음엔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네만, 내 맹세할 수 있네. 심지어 내 마누라까지도 나와 생각이 같았었지.

옐레나 그 아이는···, 분명 결국엔 기뻐했었다네···! 아주 밝은 얼굴로 이 아비를 안아줬단 말일세···!


그래서 나도 내심 안심하고서 파티를 끝냈어. 그날 술도 많이 먹었겠다, 금방 마누라랑 같이 잠자리에 들었지.

그리곤 그다음 날 아침, 난 느지막하게 일어나선 다시 이곳 니다벨리르로 돌아올 준비를 했다네.

자식들은 이미 각자 소속 부서로 출근한 뒤였고, 마누라가 날 배웅해줬지. 그런데···.”



“옐레나 양이 사라졌겠습니다, 그 밤사이에 말씀입니다.”




티무르 대장의 손이 다시금 떨렸고, 눈물 또한 함께 흘렀다.

그날의 충격이 다시 한번 늙은 티무르 대장을 덮쳐왔다.

티무르 대장은 끝끝내 또다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나, 난 처음엔 그 아이가 아침 일찍 어딜 나간 줄 알았다네. 하지만 마누라조차도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지 알지를 못했지.

그래서 급히 집안사람들을 풀어다 알아보게 했지만···.

그, 그 어디에서도···. 예, 옐레나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유, 율 소령···! 저, 정말로 자네 외숙부 말대로 사외 세력이 그 아이를 꾀어냈고···.

그래서 정말로 그 아이가 요툰헤임으로 가버린 거라면···!?



···자, 자네···. 이 쿠츠네초프 티무르가 부디 부탁하겠네···.

그, 그 아이를···.


우리 옐레나를···, 그곳에서 구해주게나···!

그래서 그 아이를 내게 무사히 데려와 줘···!


그럼 내가 무슨 수를 써서든 자네와 자네 가문에게 사례하겠네!

우리 쿠츠네초프 가문의 모든 재산, 권력! 더 나아가 이 쿠츠네초프 티무르의 생명까지도 얼마든지 내어줄 테니 제발···!!”





***





작가의말

전체 12화, 1장 9화입니다.

6~7시 사이에 한편 더 연참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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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율 생도는 그날 무엇을 잃었는가? 1 24.09.12 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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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나우 대장과 율 소령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는가? 1 24.09.11 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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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쿠츠네초프 옐레나가 숨긴 비밀은 무엇인가? 24.09.10 4 0 13쪽
14 (14) 쿠츠네초프 저택이 숨긴 비밀은 무엇인가? 24.09.10 4 0 13쪽
13 (13) 쿠츠네초프 저택에 숨은 비밀은 무엇인가? 24.09.09 5 0 12쪽
» (12) 쿠츠네초프 티무르는 어떤 아버지였나? 24.09.09 6 0 12쪽
11 (11) 쿠츠네초프 가문은 누구인가? 24.09.06 5 0 12쪽
10 (10) 아치는 누구고, 니다벨리르는 어디인가? 24.09.06 4 0 13쪽
9 (9) 발키리 특임대원과 발할라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24.09.06 4 0 13쪽
8 (8) 팔라는 어쩌다 병기창 관리자가 되었는가? 24.09.05 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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