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팀 은퇴하고 국대노예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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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은재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2
최근연재일 :
2024.09.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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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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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협회장부터 내 사람으로

DUMMY


난 그렇게 기자들에게 쫓기듯 소속사 사무실로 돌아왔다.


한숨을 돌릴 새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며 민우가 들어온다.


그는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고, 내 프로 생활 시작부터 함께해 온 매니저이자 새롭게 새운 소속사의 대표다.


“야, 차지수! 너 때문에 미치겠다 정말. 기자회견장에서 말조심 좀 하라니까?”


“늘 하던 대로 했는데 왜···. 기사 이상하게 나는 게 하루 이틀이냐?”


“이거 이상하게 난 정도가 아니야. 지수야···. 안 그래도 이미지 안 좋은데 자꾸 이럴래?”


참 빠르기도 하네. 기자회견 한지 불과 2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검색엔진 메인에 내 기사가 도배되어 있었다.


‘문체부 장관의 실수.’

‘한축협 이대로 무너지나.’

‘건방진 월드클래스의 망나니짓.’


제목만 봐도 날 비난하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그 기자, 내가 바르셀로나 은퇴 선언식에서도 감독과의 불화 때문이냐 물었던 기자야. 스페인까지 날아와서 그것도 자국 기자가 할 소리냐? 트러블 메이커라고!”


“그럼 더 조심해서 말했어야지. 지금 전 국민이 너만 뚫어져라 지켜보는 거 몰라? 안 그래도 이미지가 개차반인데···.”


“마음대로 하라고 해. 내가 그런 악플에 일일이 신경 썼으면 지금 여기 있지도 못해. 그리고 개차반? 임마, 대표 됐다고 선 넘냐?”


민우는 나를 째려보며 순순히 사과했다.


“개차반은···. 취소. 참··· 아무튼 넌 사람 말문 막히게 하는 재주가 있다니까?”


“됐고, 오늘 스케줄 어떻게 돼?”


민우는 썩소를 지으며 태블릿을 꺼내 스케쥴 표를 보여줬다.


“없어요. 아.무.것.도! 낫띵!!”


“왜? 얼마 전에 들어온 스포츠음료 광고 오늘 찍는 날 아니었나?”


“그거 네가 국대 감독 한다는 기사 뜨자마자 전화와선 연기해 달라더라···. 전부터 이미지 때문에 고심이 많았는데 국대팀까지 맞는다고 하니 생각 좀 해보겠대.”


연기? 급하다고 난리 칠 땐 언제고?


“참 내···. 국대 감독이 무슨 죄인이야?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회사 입장에선 충분히 이해가지. 은퇴한 지 얼마 됐다고 갑자기 감독이라니···. 네 은퇴가 아름다웠으려면 그대로 축구판에서 사라졌어야 해”


“됐다 그래. 나도 안 해. 앞으로 그 회사에서 들어오는 광고는 받지 마!”


“지수야, 너 감독직 수락하기 전에도 이 회사 말곤 제안 들어온 곳 없었어···. 아마도 이제 광고 찍을 일은 없지 않을까?”


망할 놈. 팩폭 지리게 날리네.


그러면···. 감독 직무는 다음 주부터 시작이니 아직 여유가 있고···. 할 일이 없으면? 집에나 가야지 뭐···.


“야, 할 말 다 했으면 간다."


내가 소파에서 일어서자, 민우가 신신당부했다.


“제발 더는 문제 일으키지 마라. 성질 좀 죽이고 살아. 나 힘들어.”


“네가 내 마누라냐? 잔소리가 점점 늘어, 너?”


“그래! 차라리 결혼을 해. 토끼 같은 마누라랑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오케이. 거기까지! 수고해라, 간다.”


건물을 나온 나는 대기하고 있던 빨간색 스포츠카에 시동을 걸었다.


내가 언제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서 일으켰나? 난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다. 기자 회견장에서도 그렇고···.


그동안 날로 먹은 거 맞잖아?

행사 있을 때마다 돈 한 푼 안 주면서 내가 이 녀석을 업어 키웠네. 어쨌네 하는 한협 회장부터 시작해서

협회를 쥐락펴락하며 중요 안건들은 지들끼리 정해놓고 매번 통보만 하는 임원들까지···.


“하루 종일 운동이나 조져야겠네. 오늘 등 근육 끝장낸다. 진짜.”


불행인지 다행인지 난 울화통이 터져 스트레스가 쌓이면 운동으로 해소하는 스타일이다. 운동선수가 천직인 거지.


집에 도착한 나는 곧장 지하에 있는 개인 트레이닝실로 향했다.

한창 턱걸이를 하고 숨이 가빠지니 불현듯 유소년 시절이 떠 올랐다.

‘뭐, 새로운 도전을 하려니 마음이 뒤숭숭해서 그런가?’



내가 축구선수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노력.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제쳐두고 내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갑작스레 얻게 된 상태창.


내가 이 능력을 얻게 된 것이 언제였더라?

그렇지. 아마 중등부 대회에서였을 것이다.


유소년 시절 난 각종 대회를 휩쓸고 다니며 대회마다 득점왕을 거머쥐었었다.

그러나 늘 내게 따라다니는 말이 있었지.


차지수가 믿을 건 오직 키 뿐이다.

유소년 리그에서나 먹힐만한 인재.

반 쪽 짜리 스트라이커.

내 평가는 딱 거기까지였다.


사실 그런 평가가 무리도 아니었다.

난 중학교 1학년 때 이미 키가 185 가까이 됐지만 무식하게 자란 키에 비해 근육량이 매우 부족했다.

그 때문인지 항상 잔부상을 달고 살았고 득점 또한 대부분을 세트피스에 이은 헤딩으로만 넣었으니까···.


당시 결승전 상대였던 대명중은 수비수 중 역대급 포텐셜이라는 김진섭이 있었다. 나와 같은 180대의 키를 가진 괴물에다 중등부에는 어울리지 않는 떡 벌어진 어깨까지.


무엇보다 순발력과 순간 가속력에서 공격수인 나보다 한발 앞서는 치트키 같은 녀석이었다.


김진섭과의 대결은 날 비참하게 만들었다. 전반전 내 볼 터치 횟수는 2회. 그것도 패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 터치한 횟수였다.

공격 포인트는 고사하고 팀에 짐짝처럼 느껴졌다.

난 처음 맛보는 절망의 벽 앞에 멘탈이 나간 채로 후반전에 나섰다.

그렇게 자포자기로 경기에 임하던 중 뜻밖의 찬스가 찾아왔다.


상대편 공을 가로챈 미드필더가 수비수 뒤 빈 공간으로 롱패스를 날린 것이다. 그 공은 너무도 절묘한 위치에 떨어졌다.

‘내가 저 공을 놓치면 스트라이커 자격이 없다.’


난 그동안의 울분을 토해내듯 전력으로 달렸다.

상대 수비수들은 급작스런 공격전환에 나보다 뒤처져 있었다.

공과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고 나는 재빨리 계산했다. 그리고 골대의 오른쪽 구석을 바라봤다.

‘이대로 퍼스트 터치 후 후려 갈겨주마.’


퍼스트 터치. 나쁘지 않았다. 난 곧바로 슛을 위해 오른발을 뻗었지만, 그 순간···.



난 갑자기 공중에 떠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앞으로 한 바퀴 돌며 땅에 곤두박질쳤다.


어느새 거리를 좁힌 김진섭이 태클로 막은 것이었다.

난 정신을 잃고 실려 나갔고 우린 결국 대명중에 패배했다.


난 그 뒤로 허리수술을 하고 1년 동안이나 재활치료에 들어갔다.



그리고 복귀한 고등부 축구대회 개막전. 그것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순간이 되어 버렸다.


1년 만에 선 경기장에서 난 경기에 활용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얻었음을 알게 되었다.


띠링.


“뭐지?”


경기장 잔디를 밟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작은 상태창.


그곳에 나와 있는 것은 내 신체정보였다.


키 : 185cm

몸무게 : 61kg

주발 : 오른발

포지션 : FW (유소년)


선수의 포지션에 맞춰 능력치를 표시 합니다.


골 결정력 : 67

드리블 : 43

패스 : 48

순간 속도 : 39

균형 감각 : 60

주력 : 41

지구력 : 39


기본 특수 능력 : 바디 비전 레벨1

효과 : 동체시력을 활용한 순간 포착 가능.

사용법 : 바디 비전을 외친다. (경기당 2회 가능.)


추가 특수 능력 : 스피드 스타(예정) : 성인팀 입단 후 획득가능.

···.



바디비전은 특정 상황을 슬로우모션 처럼 느리게 볼 수 있는 능력. 월등한 동체시력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처음엔 사용법이 익숙지 않아 별 쓸모가 없었다.

그러나 점점 득점 상황과 같은 중요 순간에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 능력은 매번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었다.


결국 난 상대를 수월하게 벗겨냈고 다양한 루트를 활용하여 골에 연결시켰다.


그렇게 내수용이라 불리던 내 평가는 해를 거듭할수록 달라졌다.

18살이 되어 바르셀로나 유스로 갈 때 붙은 내 별명은 AI스트라이커 였다.



‘그놈만 아니었으면 꼬리뼈가 이렇게 쑤시진 않았을 텐데···. 뭐 그래서 능력을 얻게 됐으니 주고받은 건가?’


혼자만 있는 공간에 갑자기 날이 선 목소리가 울렸다.


“저 없이 혼자 운동하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깜짝이야. 난 놀란 눈으로 소리가 난 곳을 쳐다봤다. 이번에 고용한 개인 트레이너 심수진이었다.


“우선 이리 내놔요!”


그녀는 어느새 내게 다가와서 들고 있던 아령을 낚아채 갔다.


그간 내 성질을 못 버티고 갈려 나간 트레이너가 한 트럭이라 고용을 민우에게 맡겼었는데···. 하필 고등학교 후배랍시고 어디서 이런 녀석을 데려왔는지 내가 갈궈도 소용없는 녀석은 처음이었다.


“현역 선수가 트레이닝 하는 게 뭐··· 어떻다고 못 하게 막는 건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은퇴했었잖아요. 그리고 트레이닝도 트레이닝 나름이죠. 요즘 누가 그렇게 무식하게 운동해요?”


존댓말로 조곤조곤 지르밟는구나 아주!


“무식? 너 나보고 무식하다고 했어? 이거 라리가에서 배운 운동법이야. 너 이거 월클 선수들 단체로 무시하는 발언이다?”


그녀는 내 말을 들은 체 만 체하고 널브러져 있는 아령을 정리했다.


“라리가든 월클이든 오버트레이닝 해서 좋을 거 하나 없어요. 선배 운동중독이라고요.”


내가 뭘···. 턱걸이 100개밖에 안 했고 이제야 아령 잡았는데···.

그리고 내가 이렇게 운동하지 않았으면 능력 발휘도 못 하고 외국 선수들한테 나가떨어졌을 거다.


“됐어. 오늘 수업 안 받을 거니까 집에나 가버려!”


“오늘 트레이닝하는 날 아니거든요? 엄마 심부름 온 거에요. 뭐 이쁘다고 그렇게 음식까지 싸 주시는지···.”


오! 기다리던 음식이다. 어머니표 맛도리 건강식!


사실 심수진보단 그녀의 어머니와 알고 지낸 시간이 더 오래되었다. 중학생 시절 어머니는 학교 앞에서 분식집을 하셨고 그곳은 우리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으니···. 이래 봬도 단골손님이었단 말이지.


집에 간다며 휙 돌아서는 그녀의 모습이 그렇게 얄미워 보일 수가 없다.

난 그녀의 등에 대고 주먹 감자를 날렸다.


‘넌 내가 어머니 땜에 봐준다.’


서둘러 1층에 올라간 나는 식탁 위에 놓여 있는 음식들을 펼쳐 놓고 폭풍 흡입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너가 직업인 수진의 영향 탓 인지 어머니의 음식은 운동선수들에게 좋은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거기에 학교 앞 분식집까지 하신 손맛이 첨가되니 이렇게 맛이 기가 막히지.


허겁지겁 먹고 난 나는 포만감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소파에 반쯤 누워 티비를 틀었다.


채널을 돌리던 중 낯익은 얼굴이 나온다. 정선후 선배. 유소년 시절 나의 우상이었던 프리미어리거다.

화면엔 아카데미에서 후배 양성에 힘 쏟고 있는 선후 선배가 나오고 있었다.


“이제 선수보단 지도자에 걸맞은 정선후 코치님. 후배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계시는데 매년 아카데미에서 적자를 보면서도 이렇게 유지하고 있으신 이유가 도대체 뭔가요?”


“전 선수 생활 당시 유럽 구단의 훈련시스템과 훈련 외 생활에서 받은 지원에 감명받았었습니다. 그래서 은퇴 후 한국에 오자마자 유소년들에게 그들과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 주고 싶었고 그게 적자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를 유지하는 이유입니다.”


잠깐. 선배가 저렇게 대한민국 유소년을 위해 사비까지 털어가며 열심히 인데···. 이왕이면 감투 하나 제대로 달고 하는 게 낫잖아?


나는 휴대폰을 꺼내 선후 선배의 번호를 찾아 눌렀다.

전화기 너머 허스키한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배님. 안녕하셨습니까? 저 지숩니다.”


“이놈 자식, 오랜만이다?”


“네, 잘 지내셨죠?”


“나야 뭐, 선수 때보다 더 바쁜 것 같아. 소식 들었다. 근데 너 감당할 수 있겠냐? 국대 감독 맡기로 했다면서? 뭐 플레잉 매니저?”


“그렇게 됐어요, 선배.”


“은퇴하겠다고 그 야단법석을 치더니 이놈, 행보를 예측할 수가 없네 .”


“사실 그 문제로 선배와 할 얘기가 있는데 모레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불안한데 이거? 설마 뭐 코치로 와 달라 이런 시답잖은 소리 할 건 아니지?”


“설마요. 선배도 알다시피 제가 감독직을 맡아본 적이 없잖아요. 오셔서 조언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뭐 정 그렇다면야···. 나도 국대팀 한번 보긴 해야 하니까. 네 체면도 살려 줄 겸 참석하마.”


“고마워요. 선배. 그럼, 모레 오전 10시에 뵙는 거로 할게요.”


“그래. 알았다.”


전화를 끊고 나는 쾌재를 불렀다.


장관님한테 말해야겠다. 한국축구협회 회장은 구했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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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주기) 주 7일 18:20분 입니다. 24.09.02 22 0 -
18 18화 월드컵 3차예선 호주전 24.09.17 7 0 11쪽
17 17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2) 24.09.16 11 0 12쪽
16 16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 24.09.15 16 0 12쪽
15 15화 월드컵 3차예선 브리핑 24.09.14 18 0 12쪽
14 14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3) 24.09.13 19 0 11쪽
13 13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2) 24.09.12 19 0 11쪽
12 12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 24.09.11 18 0 11쪽
11 11화 강재하와의 1:1 24.09.10 18 0 12쪽
10 10화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중국전 24.09.09 21 0 13쪽
9 9화 미드필더 강재하 24.09.08 18 0 13쪽
8 8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2) 24.09.07 26 0 12쪽
7 7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1) 24.09.06 24 0 12쪽
6 6화 개별 면담 24.09.05 25 0 13쪽
5 5화 사우디와의 평가전(2) 24.09.04 30 0 12쪽
4 4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24.09.03 43 0 12쪽
3 3화 특수능력이 초기화 되었다? 24.09.02 67 0 12쪽
» 2화 협회장부터 내 사람으로 24.09.02 75 1 13쪽
1 1화 기껏 은퇴했더니 뭐라고? 24.09.02 12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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