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팀 은퇴하고 국대노예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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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은재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2
최근연재일 :
2024.09.17 20:23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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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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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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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2)

DUMMY

이협이 몸을 밀치며 들어가자 모하메드의 균형이 흐트러졌다.


삑! -


모두의 시선이 심판에게 쏠렸다.

심판은 휘슬을 불며 재빠르게 골 에어리어 안쪽으로 달려온다.


그리곤 우리 측 골대를 가리키며 손을 뻗었다.


- 파울. 페널티킥!


"뭐라고? 이게 어떻게 파울이야!"


이협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좁은 페널티 에어리어 구역에 뭉쳐 있던 선수들이 심판 주변으로 모여들며 거세게 항의했다.


"페널티는 과분합니다! 이건 정당한 어깨싸움 이었어요!


김진섭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지만, 심판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 페널티냐고!”


사이드에서 달려오던 고요섭도 격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김진섭은 선수들을 진정시키며 심판에게 VAR 확인을 요청했다.

계속되는 비판에 결국 화면을 확인을 위해 경기장 측면으로 이동하는 주심.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순간, VAR 화면에 집중하는 심판의 모습이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마침내 확인을 끝낸 심판이 허공에 네모를 그리며 수신호를 하고···.



뒤이어 이어진 손짓. 판정 번복은 없었다. 페널티킥이다.


제기랄···.

나는 이협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이며 진정시켰다.


“괜찮아요. 선배···.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우현이 믿어 봐요.”


그리곤 나는 선수들을 독려하기 위해 박수를 쳤다.


이란의 키커 모하메드.

골키퍼 장우현은 골대 한가운데에서 길쭉한 팔다리를 쭉 뻗으며 기싸움을 걸었다.


모하메드는 페널티 마크에 조심스럽게 공을 놓고 주변의 잔디를 다졌다.

뒤로 다섯걸음.


그는 침착한 표정으로 공을 바라보며 깊게 숨을 들이 마신다.


심판의 휘슬이 울리고 모두가 숨을 죽인 순간.


이제 믿을 건 골키퍼 장우현 뿐이었다.


지그재그 스텝을 내딪는 모하메드.


모하메드는 슛을 하려는 순간,

잠시 멈칫하며 장우현의 균형을 흐트러뜨리려 했지만, 장우현은 속지 않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했다.


"우현아, 제발 막아줘!"


이협이 눈을 감고 기도하듯 속삭였다.


모하메드의 슛은 골대 중앙에서 조금 왼쪽으로 향했다.

장우현은 끝까지 공에 시선을 떼지 않으며 침착하게 몸을 날렸고,



그의 손끝에 모하메드의 슛이 걸렸다.


와아아아-


장우현의 선방.

골대 바깥으로 튕겨 나온 공을 고요섭이 서둘러 바깥으로 걷어내며 우리는 실점 위기를 넘겼다.


“나이스 장우현!”


“잘했다 요놈.”


이협이 다가가 장우현의 등을 두드리며 칭찬했다.


그러나 아직 공은 상대에게 있다. 경기장 우측에서 이어지는 이란의 스로인.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두 집중해!"


김진섭이 다시금 선수들을 환기시켰다.


스로인 위치와 가까운 거리에 있던 사다르가 다가서며 공을 받았다.

구일주가 앞에서 그의 움직임을 막는다.


“일주야, 압박해. 얼리 크로스 조심하고!”


김진섭의 지시에 구일주는 더욱 바짝 붙어섰다.

그러나···.


씨익 웃던 사다르는 구일주를 휙 지나쳐 버렸다.

공은 이미 사이드라인을 따라 저만치 굴러가고 있다.


순식간에 경기장 코너에 도달한 사다르는 공을 한 번 더 툭 치고 앤드 라인을 타며 중앙으로 치고 나왔다.


그러나 그가 올 줄 알았다는 듯 이협이 버티고 서 있었다.

그는 곁눈질로 모하메드의 위치를 체크하며 사다르의 패스 루트를 차단하려 했다.


“어림없지. 어디까지 밀고 들어 오려고.”


사다르는 이협을 무시하고 어떻게든 모하메드에게 연결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사다르는 순간 공을 차려던 왼발을 디딤발로 바꾸며 오른발로 라보나 킥을 시도했다.

그리고 공은 이협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날아갔다.


당황한 이협과 뒤에서 모하메드를 마크하던 김진섭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패스가 간 곳엔 플레이 메이커 이자르가 달려오고 있었다.


“젠장, 속았다! 명우야 백업!”


김진섭이 외쳤지만 이자르의 속도가 더 빠르다.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다.

슛 하기에 너무 좋은 위치다.


이자르는 침착하게 공과의 거리를 조절하며 공을 찰 준비를 했다.

그는 숙련된 슛 기술자처럼 적당한 파워와 궤적으로 공을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차 넣었다.






골 -


패널티를 막아냈다고 좋아한 지 불과 5분 만에 이루어진 골.

이란 선수들의 환호성에도 내 거친 숨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






전반전 결과는 1:0


우린 전반 내내 이란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해보지 못한 것이 내 잘못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세르지오가 대신 선수들의 사기를 복 돋으려 입을 열었다.


“위축될 필요 없어. 이제 절반이 지난 것 뿐이야.”


하지만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세르지오가 한 번 더 말했다.


“한 골 차이는 가볍잖아? 중국 상대로는 다섯 골이나 넣었는데 말이지.”


“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대에요. 이란은 송곳처럼 빠르고 날카로워요, 코치님.”


이협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곳곳에서 한숨이 들려 왔다.

세르지오가 전술판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간다.


"자, 전반은 힘들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어. 후반엔 전술을 조금 바꿔서···."


그때, 불현 듯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세르지, 내가 할게.”


자리에서 일어나 전광판 앞으로 다가갔다. 펜을 건네받은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전술은 그대로 간다. 라인도 더 이상 내리지 않고 다시 평소처럼 끌어올릴 거야."


내 지시에 이협이 벌떡 일어나며 반발하려 했지만, 김진섭이 그를 말리며 차분히 물었다.


“차 감독, 무슨 계획이 있는 거지? 이자르의 패스와 이란 공격진이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건 알고 있을 텐데?”


“그렇지, 알고 있어. 그들은 우리가 라인을 끌어 올리면 군침을 흘리며 빠르게 공략하려 들거야.”


“그에 대한 대비가 있는 건가요, 감독님?”


신욱이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너희는 평소처럼 해. 어떻게서든 내가 이자르를 묶어 놓을테니···.”


“감독님은 포워드 잖아요. 미드필더 역할까지 가능 하겠습니까? 그리고 수비진영까지 내려오면 공격은 누가 해요?”


“저기 있잖아. 박찬 준비해.”


멀뚱하게 서 있던 박찬이 내 말에 밝게 웃으며 몸 풀 준비를 했다.


“그리고 우림이와 교체하고.. 명우와 아성이는 나와 간격 맞춰 주고···. 아무래도 이자르의 움직임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해야 될 거야.”


“알겠어.”


박명우와 진아성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마지막으로 체력만 된다면 전방부터 거센 압박에 들어갔으면 하는데 어때?”


“네!”


모두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선수들의 눈빛이 다시금 되 살아 난다.


“좋아, 후반은 우리가 만든다. 모두 집중하고, 끝까지 집중하자!”


세르지오가 분위기를 환기 시키며 다시 한번 활력을 돋구고 선수들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맞대었다.


“자, 우릴 믿고 나가자! 할 수 있다!”


우렁찬 함성과 함께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향했다.


우린 각자의 마음속에 승리에 대한 결의를 새기고 있었다. 이제, 후반전이 시작된다.


#




바르셀로나 성인팀 합류 후 첫 시즌.

내 능력을 확실히 인정받기 전까지 난 여러 포지션을 거치며 스페인 무대에 적응했다.


그리고 내가 점점 폼이 올라와 골게터로 자리매김하기 전까지 맡았던 포지션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자리는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이유는 간단했다. 내게는 기본 특성 바디비전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으니까.


딥플메로 나섰던 그 시절,


바디 비전으로 난 중원에서 더 여유롭게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패스를 연결할 수 있었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대의 동작에 따라 움직임을 미리 읽고 끊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다시 한번,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고개를 들어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휘슬이 울리며 후반전이 시작됐다.


박찬은 시작과 동시에 앞으로 달려 나가며 공을 쫓았다.


이자르에게 공이 가고 이란의 미드필더진들은 전반과 마찬가지로 공격적으로 전진했다. 그들은 이자르의 지휘 아래 마치 체스판의 말처럼 움직였다.


“헤이, 칸트! 앞으로 나와.”


그는 다가오는 박찬에 맞서지 않고 뒤로 돌며 중앙 수비수 칸트에게 패스했다.


이란은 라인을 끌어 올리며 수비수까지 공격에 가담하며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우릴 너무 무시하는군···.’


나는 그에게 다가가 수비에 임했다.


“어이, 미스터 차! 은퇴했으면 근처 강에서 낚시나 하며 지내지 왜 또 나온 거야?”


“시끄럽네. 입 좀 다물어.”


“괜히 험한꼴 당하게 생겼잖아?”


분명 입 털다 내뺄 생각인 거지. 난 이자르의 말을 씹으며 그와 공을 번갈아 보며 주의를 기울였다.


역시나, 그는 갑작스럽게 걷던 방향의 반대로 뛰어가며 손을 흔들었다.


“이쪽, 지금 패스! 호세!”


나의 예측은 정확했다. 그럴 줄 알았지. 난 그에게 올 패스의 경로를 차단하여 공을 소유할 수 있었다.


그리곤 재빨리 주변을 둘러봤다.

중앙에서 골문으로 달려가고 있는 박찬, 그러나 칸트가 따라붙어 패스하기엔 애매한 위치다.


그때 양 사이드에서 뛰고 있는 안철홍과 신욱이 보였다.


후반을 나서며 신욱에게 적극적으로 중앙으로 파고 들라 지시한 것이 떠올랐다.


‘왼발 슈팅 실력 좀 한번 볼까?’


나는 이자르가 공을 잡지 못하도록 몸으로 막아선 뒤, 아웃프런트 킥으로 신욱이 받기 편한 위치로 꽂아 넣었다.


“달려!”


신욱은 성실하다. 그 말은 심성도 곧고 바르다는 뜻과도 일맥상통.

하지만 너무 정직한 사람은 때론 비틀어 줘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특히 공격수라면 더더욱···.

골을 넣는 공격수는 착하기만 해선 안된다.


공을 향한 집념과 아집, 그리고 골에 대한 욕심까지···.


그것들이 갖춰 졌을 때 공격수의 기질이 폭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신욱의 그간 노력의 결실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공을 받은 신욱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돌진했다.

이어진 드리블. 그런데?


‘저건···. 내 건데?’


수비를 앞에 두고 이어지는 팬텀 드리블. 조금 미숙하지만 나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번엔 이란 수비진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얌전해 보이던 신욱의 예상치 못한 돌파에 진영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호세를 가볍게 제친 신욱의 선택은.

빠른 템포의 중거리 슛이었다.


그는 그대로 슛 자세를 취했다.

지금의 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박력 있는 모습이었다.


‘허, 얌전하기만 한 줄 알았더니 야생마였네?’


신욱의 템포가 좋다. 공을 차는 그의 자세는 더 이상 정직하지 않았다.

마치 한마리의 야생마를 보는 듯한 그의 도발적인 슛이 이란의 골대를 위협하며 뻗어 나갔다.


스물 두살의 신욱이 보여준 슛은 나를 한껏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슛의 강도 조절에 실패했는지 공은 골대를 살짝 넘어 관중석으로 날아가 버렸다.


신욱은 굉장히 아쉬운 듯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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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월드컵 3차예선 호주전 24.09.17 7 0 11쪽
17 17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2) 24.09.16 11 0 12쪽
16 16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 24.09.15 16 0 12쪽
15 15화 월드컵 3차예선 브리핑 24.09.14 19 0 12쪽
14 14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3) 24.09.13 20 0 11쪽
» 13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2) 24.09.12 20 0 11쪽
12 12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 24.09.11 18 0 11쪽
11 11화 강재하와의 1:1 24.09.10 18 0 12쪽
10 10화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중국전 24.09.09 21 0 13쪽
9 9화 미드필더 강재하 24.09.08 19 0 13쪽
8 8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2) 24.09.07 27 0 12쪽
7 7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1) 24.09.06 24 0 12쪽
6 6화 개별 면담 24.09.05 26 0 13쪽
5 5화 사우디와의 평가전(2) 24.09.04 31 0 12쪽
4 4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24.09.03 43 0 12쪽
3 3화 특수능력이 초기화 되었다? 24.09.02 68 0 12쪽
2 2화 협회장부터 내 사람으로 24.09.02 75 1 13쪽
1 1화 기껏 은퇴했더니 뭐라고? 24.09.02 12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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