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팀 은퇴하고 국대노예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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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은재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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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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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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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미드필더 강재하

DUMMY

종합운동장.


대학축구 결승전 아육대 대 상정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뜻밖의 대결에 나는 민우를 보며 물었다.


“아육대가 결승?”


“그래···. 놀랍지? 가서 경기를 보면 더 놀라울 거야.”


우린 종합경기장 2층으로 올라가 VIP석에 앉아 있는 선후 선배와 만났다.

경기는 이미 전반이 끝나고 후반전 킥오프 직전이었다.


“왔구나? 어제 경기 때문에 회복도 덜 됐을 텐데···. 괜찮아?”


“저야 뭐, 거뜬하죠. 오랜만에 뛰어서 그런지 오히려 힘이 넘쳐요.”


내가 너스레를 떨자 선후 형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심수진이 애교 섞인 웃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협회장님! 국대팀 트레이너 심수진 입니다. 그때 뽑아 주셨는데 감사 인사도 못 드리고 이제야 뵙네요.”


“아, 그래요. 오늘 쉬는 날일 텐데?”


“선수 스카우트 쪽에 관심이 좀 있어서요. 경기를 많이 볼 수록 선수들이 어떤 근육을 쓰는지 알 수 있어서 트레이닝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정말 저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살갑게 웃네···.


“심수진, 너 아무리 협회장님 팬이라고 해도 너무 한 거 아니야? 하도 웃어서 얼굴 경련 일어나겠어.”


내 비아냥거림에 심수진은 이빨을 꽉 깨물며 대답했다.


“제가 원래 좀 웃상..이잖아요. 지수 선배.”


그때, 전광판에서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난 아직도 째려보고 있는 심수진의 시선을 외면한 채 경기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그 친구 포지션이 뭐야?”


내 물음에 민우가 경기장 중앙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지금 공 받은 선수야.”


“저 선수는···. 키가 그렇게 작아 보이지 않는데? 그리고 외국인 아니야?”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이번엔 선후 형이 대답했다.


“지금은 키가 184cm야. 부상당하고 쉰 1년 동안 12cm나 컸다더군. 그리고 아버지가 브라질인이야. 혼혈인 거지.”


“뭐라고요? 12cm?”


“더 놀라운 건 지금부터야. 저 녀석 움직임을 잘 봐.”


난 다시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곱슬머리를 한 녀석이 공을 가지고 드리블하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왜 이렇게 느리지?’


그리고 곧 내 눈을 의심했다.

분명 동작은 느린데, 그렇다고 상대편 수비보다 속도가 뒤처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저 녀석 요물이야. 이상하지? 왜 그런지 알겠어?”


선후 형의 물음에도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피드 아닌가?


네이마르나 호나우지뉴가 쓰는 기술에 우리가 열광하는 것도 최고의 스피드로 묘기에 가까운 드리블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내가 가지고 있는 축구의 기본 상식을 완전히 깨부수려는 듯 어기적거리면서도 볼을 간수한 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아니, 삐거덕거린다고 해야 맞으려나?


내가 계속 답답해하자 심수진이 태블릿을 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제 제가 조사를 좀 해봤는데요. 저 선수 단순히 키만 큰 게 아니에요.”


“키 말고 또 뭐가 있는데?”


“다리 길이만 120cm가 넘어요.”


다리 길이 120cm라··· 어느 정도 되는 건지 감이 안 잡히는데,

내가 몇이더라?


“야, 민우야 내가 몇이냐?”


민우가 고민하는 사이, 심수진이 빠르게 대답했다.


“지수 선배는 185cm에 110cm 정도에요. 평균이라 보면 되죠.”


평균이라며? 왜 비웃는 건데?

설명을 듣고 그를 다시 보니 확실히 다른 선수들보다 보폭이 큰 것이 느껴졌다.


“키가 작았을 때도 비율이 남달랐다고 하더라고. 작은 키에도 모델 제의를 받을 정도였다니까.”


“맞아요, 협회장님. 그런데 그런 녀석이 커지니 축구에서 쓰임새가 더 다양해진 거죠.”


난 홀린 듯 경기를 뛰고 있는 녀석을 쫓았다. 녀석은 차분한 성격임이 분명했다. 남들과는 다른 흐름으로 경기장을 유유히 지배하고 있었다.


그 순간 중앙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쪽에서 녀석이 슛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난 홀딱 반해 버렸다.

슛 모션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건 대학 수준이 아니다.


그 녀석의 양 다리는 투석기 같았다. 공은 그 투석기 위에 올려진 돌.

눈 깜짝할 사이에 대포알 같은 슛이 녀석의 발을 떠나 골망을 가른다.


“선후 형, 아무래도 저 녀석 데려와야겠는데요?”


그는 예상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차 감독 생각도 나랑 같다면, 진행해야겠지?”


민우가 주섬주섬 가방을 뒤지더니 가져온 선물 상자를 꺼냈다.


“그럴 줄 알고 가져왔지.”


“근데 여기에 뭐가 들은 거야?”


선후 선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신 말했다.


“국대 선발 기념품이라고나 할까? 시계야. 저 녀석 가져다줘.”


난 상자를 들고 아직 경기중인 녀석의 등을 바라봤다.


“13번 강재하.”


넌 내가 찜했다!



#







보통 기량이 만개하는 전성기는 선수 개인별로 제각각이다.

또 포지션에 따라서도 그 기간은 달라지곤 한다.


예를 들면, 공격수의 전성기는 대략 28~32세 정도.

미드필더나 수비수들은 것보다는 좀 더 기간이 길다.


공격수의 전성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이유는 신체 능력에 있다.

신체 능력이 조금만 떨어져도 골을 넣을 확률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득점력은 경험에 의한 축구지능으로도 격차를 메우기 쉽지 않다.


내 능력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특수능력을 발휘하더라도 기본적인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인 것이다.


그만큼 축구, 아니 스포츠에선 노력과 함께 타고난 재능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매니저, 브리핑 준비됐어.”


“그래, 그럼 시작해 볼까?”


난 지금 대표팀 훈련장 사무실에 와 있다. 오늘은 3월에 있을 월드컵 2차 조별 예선 일정과 전술 관련 코치진 브리핑이 있는 날이다.


전술 훈련 브리핑룸으로 들어서자 국대팀 코치진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세르지오가 발표대로 나가 리모컨을 조작하고 있는데 뒤에서 불평하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쳇, 외국인 코치가 그렇게 대단한가? 뭐만 하면 외국인이야.”


나는 무시한 채 세르지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우선, 이번에 새로 들어온 미드필더 강재하를 포함해 총 24인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겠습니다."


GK : 장우현(선발) , 최덕배 , 김건우


DF : 고요섭(LB) 김진섭(DF)

이협(DF) 구일주(RB)

이방우(LB) 고지태(DF)

황치영(DF) 김성열(RB)


MF : 박명우(MF) 진아성(MF)

최수빈(MF) 안시형(MF)

강재하(MF) 채우림(MF)

신욱(RW) 안철홍(LW)

홍재림(RW) 이혁(LW)


FW : 차지수 , 박찬 , 이사무엘


부상 : 이사무엘


“부상자 1명은 경미한 것으로 3월 예선 3차전에선 출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새로 합류한 강재하, 메디컬 테스트 결과는 나왔나요?”


내 질문에 체력 코치 이완수가 못마땅한 듯 답했다.


"네, 뭐.. 메디컬 테스트는 통과했던가···. 했을 겁니다. 아마.


일주일에 세 번은 국대팀 훈련장에 와서 훈련하고 있으니까요···. 아마 오늘도 훈련 중 이려나 아니려나, 크흠···.”


“알겠습니다. 그럼 회의 끝나고 강재하 선수 개인 면담 준비 좀 해주세요.”


“네, 그렇게 하죠 뭐···.”


이완수는 말끝을 흐리며 살짝 찌푸린 표정을 지었다.


마음 같아선 한바탕 퍼부어 주고 싶었지만 명색이 국대팀 감독인데 선수 시절처럼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간신히 참아냈다.


잠시 후 세르지오의 손짓과 함께 나온 2차 예선 조 편성표.


GROUP C


1위 이란: 2승 1무 1패 (골득실차 +3)

2위 대한민국: 2승 1무 1패 (골득실차 +2)

3위 중국: 2승 1무 1패 (골득실차 +1)

4위 싱가포르: 1무 3패 (골득실차 -3)


“현재 대한민국이 속한 그룹C조는 팀별로 4번의 경기를 치렀고 보시는 바와 같이 작년 겨울에 치른 마지막 경기에서 이란에게 패해 2승1무1패로 조 2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대진표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성적이 이 꼴이라니···.


“중국이 예상외로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네요.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수석코치 세르지오가 이어 설명했다.


“앞으로 각 팀당 두 경기씩 남았습니다. 우린 중국, 이란과 치를 예정이고요.”


“설마 우리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슴까? 내 참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빌빌거리는 꼴이라니···. 대표팀 분위기가 뒤숭숭하니 결과가 이렇지요.”


수비코치 홍민부가 언성을 높이며 말한다.

모두들 말은 아꼈지만 수긍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간 급격하게 변화된 환경에 코치진들 역시 패가 갈려 있는 모양이었다.


홍민부를 비롯한 일부는 젊은 감독과 그가 데려온 외국인 코치가 못마땅한 듯 보였다.


더는 안 되겠다. 이쯤에서 한마디 해야겠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 계신 분 중 일부가 불만이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감독님께서는 해결 방안이 있으신 겁니까? 아니면 저흴 자르실 겁니까? 만약 후자라면 저희도···.”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뇨. 저는 지금의 코치진을 최대한 안고 갈 생각입니다. 더불어···"


나는 일부러 잠시 뜸을 들였다.


“코치진의 급여 인상도 건의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좀 더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 지도에 힘써주길 바랍니다.”


조명이 꺼진 어두운 방이었지만 코치들의 입이 씰룩이는 것이 보였다.

특히 홍민부와 이완수가 제일 좋아하는 모습.

역시 돈이 최고지.


대부분의 경우,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 코치진도 전면 교체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국대팀은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코치진까지 이탈한다면 밖으로든 안으로든 문제가 붉어질 것이 분명하기에 나는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내 딴엔 정말 성질 많이 죽인 것이다.



어느덧 전술 토론 및 훈련일정과 관련된 회의를 계속하고 어느덧 막바지.

나는 나머지 자잘한 세부 내용은 코치진에 맡기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선수 면담이 있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카요. 훈련 관련 나머지 브리핑 부탁합니다.”



그렇게 전술회의를 마치고 복도 끝에 있는 감독실에 들어왔다.

팀은 100% 완벽히는 아니지만 점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다음 대표팀 경기전까지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치열하게 뛰겠지.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강재하가 들어왔다.


“감독님.”


강재하. 앞에서 보니 위압감이 느껴졌다. 외국인 특유의 근육 발달도. 거기에 젊은 패기까지···.

내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자, 뻘쭘한 듯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찾으셨어라?”


“그..그래.”


사투리? 외국인의 큼지막한 이목구비에 구수한 사투리가 더해지니 분위기가 묘하게 어색해졌다.


“대표팀 훈련시설은 마음에 드니?”


“아따 감독님도 아실랑가 모르겄는디, 지가 이런 후한 대접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당께요.”


그렇겠지. 1년 전만 해도 대학 졸업 후 기껏해야 아마추어 리그에서 뛸 만한 실력이었을테니···.


“난 월등하게 늘어난 네 실력을 믿고 뽑은 거야.”


“허벌라게 감사허지만은 고로코롬 제가 잘 적응할 수 있을랑가 모르겠네요잉. 대표팀 슨배들이 워낙에나 뛰어난 분들도 많고요.”


그 외모에 구수한 사투리라니···.결국 난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너 고향이 어디냐?”


“고향은 브라쥘인디 한국와선 쭉 광주에서 살았당게요. 사투리 안 쓰겄다고 노력을 허벌라게 했는디 잘 안 되네요잉.”


“아니, 괜찮아. 굳이 표준어 쓰려고 애쓸 필요 없어. 편하게 해라.”


“좋코만요잉.”


이 녀석은 회사원으로 치면 이제 갓 사회에 발을 담근 신입이다.

신입이면 기세를 올려줘야겠지?


“내가 널 부른 이유는 네 능력이 꽤 국대팀에 쓸만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다.”


“제 능력이요잉?”


“그래. 볼 키핑력, 남들과는 조금 다른 드리블 템포, 빨랫줄 같은 중거리 슛. 넌 공미든 수미든 어디서나 뛸 수 있는 전천후 미드필더가 될 수 있을 거야.”


“감독님 말만 들어도 감사하네요잉. 근디 제가 할 수 있을까요잉?”


선수들에게 매번 같은 말을 하는 것 같네···.


“당연하지. 트레이닝 룸에 심수진 트레이너한테 한번 가봐. 답을 줄 거다.”


"열심히 한번 해보겠어라. 감독님 눈으로 봐 주신 거니께 맞는 거겄지요."


벌떡 일어서며 연신 고개를 숙여대는 강재하.

복도를 나가 뛰는 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 퍼진다.


좀 과하게 말한 것도 있지만, 저 놈이 우리 중원의 키 포인트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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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주기) 주 7일 18:20분 입니다. 24.09.02 22 0 -
18 18화 월드컵 3차예선 호주전 24.09.17 7 0 11쪽
17 17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2) 24.09.16 11 0 12쪽
16 16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 24.09.15 16 0 12쪽
15 15화 월드컵 3차예선 브리핑 24.09.14 18 0 12쪽
14 14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3) 24.09.13 20 0 11쪽
13 13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2) 24.09.12 19 0 11쪽
12 12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 24.09.11 18 0 11쪽
11 11화 강재하와의 1:1 24.09.10 18 0 12쪽
10 10화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중국전 24.09.09 21 0 13쪽
» 9화 미드필더 강재하 24.09.08 19 0 13쪽
8 8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2) 24.09.07 26 0 12쪽
7 7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1) 24.09.06 24 0 12쪽
6 6화 개별 면담 24.09.05 25 0 13쪽
5 5화 사우디와의 평가전(2) 24.09.04 30 0 12쪽
4 4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24.09.03 43 0 12쪽
3 3화 특수능력이 초기화 되었다? 24.09.02 67 0 12쪽
2 2화 협회장부터 내 사람으로 24.09.02 75 1 13쪽
1 1화 기껏 은퇴했더니 뭐라고? 24.09.02 12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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