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팀 은퇴하고 국대노예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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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은재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2
최근연재일 :
2024.09.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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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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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1)

DUMMY

와아아아아-


전반 우루과이의 공으로 시작.


우루과이의 공격수 페르난도가 파쿤코에게 공을 넘겼다.

난 파쿤코를 압박할 생각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철홍아, 간격 조절하고 마티시 압박해! 신욱이는 중앙 빈자리 메우고!”


파쿤코는 엘클라시코 더비에서 자주 마주쳤던 상대였다.

나와 포지션이 겹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그의 날카로운 패스와 드리블은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 있었다.

물론 압박에 신경질적인 반응도 같이 말이지.


내가 몸을 부딪치며 밀어붙이자 예상대로 그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삐이이익-


반칙.


난 손을 들어 반칙을 인정했다.


'그래도 레알 출신이라고 공 간수는 확실하네···.'


일부러 파쿤코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 치곤 웃으며 말했다.


“어이, 파쿠 미안?”


파쿠는 파쿤코와 친한 사람들이 부르는 애칭이다. 근데 내가 왜 불렀냐고? 지금 상황에서 친하지도 않은 내가 그의 애칭을 부르면 화 나겠어 안 나겠어?


역시나 파쿤코의 얼굴이 달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다혈질인 그는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참지 못하고 경기를 망친 적이 더러 있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우루과이의 프리킥.

중앙 수비 마이켈 베르노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오는 깊은 롱패스를 날렸다.


공이 떨어지는 위치에서 공격수 페르난도와 이협이 경합.

다행히 이협이 헤딩으로 공을 커트하여 에어리어 바깥으로 보냈다.


“이런, 젠장.”


그런데 하필 파쿤코의 코 앞으로 공이 떨어졌다.

그는 수비가 다가가기도 전에 공과 거리를 재더니 그대로 다이렉트 슛을 날렸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공이 매서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다.




터어어어엉-


골키퍼 장우현의 손을 스쳐간 공이 골 포스트를 맞고 튕겨져 나갔다.

다행히 고지태가 재빠르게 공을 걷어내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제기랄, 어마무시 하네.”


유럽리그에선 ‘믿고 쓰는 레알산’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레알에서 후보였던 선수조차 다른 팀에선 주전을 꿰찰 정도로 기량이 출중하다는 의미이다. 하물며 파쿤코는 레알의 붙박이 주전. 미드필더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덕목을 가진 멀티 플레이어다.


계속 이어지는 우루과이의 공격.

게겐 프레싱이 먹히려면 전방 압박으로 상대의 실수를 유도해야 하는데 우루과이의 거센 공격에 국대팀은 너무 위축되어 있었다.


그러나 전반 25분이 흘러가는 시점.

우루과이가 숨을 고르려 하프라인 근처에 있던 미드필더 마티시에게 백패스를 하며 우리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약속이라도 한 듯 날쌘 미드필더 최수빈과 신욱이 뛰어들어 압박에 들어갔고 난 그들을 보며 전방으로 달릴 준비를 마쳤다.


마크맨이 둘이나 붙자, 마티시는 당황하며 왼쪽에 있는 파쿤코에게 패스했다.


“그렇지!”


사실 그건 우리가 파놓은 함정이었다. 안철홍이 호시탐탐 파쿤코에게 올 볼을 노리고 있었고 정확히 그 패스를 커트해 냈다.


“이쪽이다!”


이제 우리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진아성이 손을 들어 안철홍에게 패스를 요청했고, 안철홍은 빠르게 공을 넘기며 공격에 가담했다.


난? 안철홍이 커트하자마자 이미 뛰고 있었지.

상대팀 수비수는 둘. 난 그들과 발을 맞추며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도록 사선으로 돌아 들어갔다.


이젠 내가 굳이 외치지 않아도 진아성이 내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수비 곁을 맴돌며 라인을 깨기 바로 직전 절묘한 롱패스를 보내왔다.


내가 기다렸던 순간이다. 이제 난 발 맞출 필요 없이 공을 바라보며 전력으로 달렸다.

라인 브레이킹. 상대 수비를 뚫고 나갈 때 오는 쾌감.

그리고 고요해지는 순간. 이제 내 주변을 감싸는 바람소리만 들릴 뿐이다.


공이 내 앞에 떨어지자 나는 슬며시 공을 어루만져 내 것으로 만들었다.

박자가 착착 들어맞았다. 지금은 어느 쪽으로 차든 골을 넣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난 심혈을 기울여 골키퍼의 움직임을 쫓았다. 프로의 세계에선 작은 차이 하나에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골키퍼는 니어 포스트에 붙어 있으면서도 반대편 포스트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었다.


난 주춤발을 잡고 강하게 인스텝 슛을 날렸다.

알까기. 공은 커피의 다리 사이를 지나 빠르게 골망으로 빨려 들어갔다.


삐이이이익 -


귓가에 들려오는 관중들의 함성소리. 그리고 나를 향해 뛰어 오는선수들이 보인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정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 이 맛이지.’



전반전은 그렇게 1:0 우리의 선취골로 종료됐다.


전반을 마치고 돌아온 선수단의 분위기는 그 전과는 180도 바뀌어 있었다.

모두 승리를 예감하는 밝은 표정.

선취골이란 이런 것이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전반에 특수 능력을 사용하지 않은 것도 후반전을 위해서였으니까···.


“내 예상보다 좋은 상황으로 마무리되었다. 내 득점보단 그 과정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 우루과이의 공격을 잘 버텨준 수비진과 마티시의 실수를 유발한 공격진 모두에 공을 돌린다.”


! 심리 조율. 미약한 선수단 장악력으로도 오글거리는 연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유도합니다.


왜 오글거린다는 거야? 사실대로 말한 건데, 상태창 이 좌식아!


“네. 자만하지 않고 주의하겠습니다. 감독님!”


이협이 거수경례까지 하며 너스레를 떨자 대표팀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그래,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후반엔 저들의 공격이 더 매서워질 것이고 우린 우리 안의 적들과도 싸워야 할 거야.”


“우리 안에 적이 뭡니까? 뭐 대표팀 내부에 간첩이라도 있는 건가?”


최수빈이 그를 보며 핀잔을 날렸다.


“아성아, 넌 어쩜 그렇게 농담이 일관되게 재미가 없냐. 여자친구가 뭐 좋다고 젤 따라다니나 몰라.”


최수빈의 핀잔에도 그는 2절까지 늘어 놓았다.


“간첩 아니면 첩자? 스파이? 아니면 뭐 FBI? 007도 있고.”


“그만. 우리 안의 적은 바로 체력이다. 이제부터 우리의 진정한 실력이 드러나게 될 거다. 너희는 자신과 싸워야 할 것이며 체력이 떨어진 동료를 위해 한 발짝 더 뛰어야 할 거야.”


모두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후반엔 여기 있는 사람 모두 그 싸움에서 승리하길 바란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기합은 확실히 들어갔고 우루과이의 전술에 맞춰 세르지와 카요의 설명을 들은 뒤 우린 후반전에 돌입했다.


우루과이의 포메이션은 전반과 똑같은 형태였다.


‘전반과 똑같이 4-4-2로 가다니.. 우릴 너무 무시하는거 같은데.’


후반은 우리팀의 선축.


난 멀리 있는 이협에게 공을 보냈다.

아무리 게겐 프레싱이라지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선 여유 있게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상대팀 체력을 뺐는데 도움이 된다.


이협은 고지태 에게로. 고지태는 박명우를 거쳐 진아성에게 패스했다.

이어지는 윙백 구일주를 향한 패스.

그러나 구일주의 볼터치 실수로 좌측 윙백 리카르도가 공을 차지한다.


가만보니 전반과 달리 우루과이의 윙백이 하프라인까지 올라와 있다.


“전원 수비전환, 미드필더 라인 간격 유지해.”


난 선수들에게 외치고 아뿔사 했다.


내 예상과는 달리 리카르도는 전진하지 않고 뒤에 있던 중앙수비수 마이켈에 패스한 것이다.


그리고 마이켈은 공을 잡고 옆에 있는 파쿤코에게 패스한다.

잠깐, 파쿤코? 벌써 하프라인을 넘어서 있어야 할 공격형 미드필더가 수비수 옆에 위치한다고?


나는 머리를 굴렸다.

상대편 공격수 둘은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까지 나와 미드필더와 간격을 맞추고 있고 오히려 양쪽 윙포워드가 중앙까지 들어와 우리측 수비진영을 넘보고 있었다. 윙백들은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 측면에서 공을 받으려는 모양새다.


라 볼피아나.


역시 우루과이도 우리의 압박에 반응을 보인 것이다.

라 볼 피아나는 수비 진영까지 내려온 킥력 좋은 미드필더가 뿌려대는 양질의 패스로 공격 루트의 다양성을 노리는 전술이다.


레알에선 토니가 그 역할을 했었지···.


‘파쿤코도 킥만큼은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사이드로 들어온다.’


파쿤코의 킥은 정확하게 왼쪽 윙백 리카르도의 곁으로 떨어졌다. 미드필더진과 윙백 사이로 교묘하게 떨어지는 환상적인 롱패스.


윙백 리카르도는 공을 낚아챈 후 그대로 사이드라인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윙포워드 호아킨이 그를 도와주러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에 머무르고 리카르도는 비어 있는 그에게 패스한다.


호아킨은 드리블로 고요섭의 방해를 뿌리치며 크로스를 올릴 준비를 마쳤다.


“페르난도! 페르난도를 막아라.”


어느새 중앙까지 내려와 있던 최전방 공격수 페르난도가 쇄도하고 있다.

호아킨의 크로스.

이협과 고지태가 그를 따라 붙어 경합을 위해 점프했다.


그런데 공이 조금 높다?

페르난도가 높게 뛰어 올랐지만 페이크였다. 고개를 숙이며 그대로 내려오는 그.


공이 떨어지는 자리엔 노마크 찬스의 우측 윙 포워드 세르히 피세레스가 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골대를 향하고 골키퍼는 반대편 포스트에 묶여 있다.

인사이드로 공중에서 떨어지는 공을 가볍게 차는 세르히.


그렇게 전반 10분 만에 동점골이 터졌다.


경기장에서 흐름은 한순간에 뒤바뀐다. 2골을 넣고 우위에 있던 팀도 추격골을 먹은 뒤에 동점골을 헌납하는 경기가 무수하게 벌어진다. 심지어는 패배하기도 하는 것이 축구다.


후반전 시작만 해도 한껏 기세가 드높던 팀이 위축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경기력으로 드러나게 된다.


“정신 차려! 이제 동점이야. 더 집중하자.”


“그래, 사이드 조심하고 좀 더 압박하자.”


모두 소리를 질러보지만 우린 우루과이 선수들보다 배 이상은 뛰었다. 체력이 고갈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나는 벤치에 다가가 물을 입에 머금고 뱉은 후 말했다.


“세르지오! 김진섭, 황치영 그리고 안시형까지 워밍업. 잠시 후에 교체한다.”


“오케이, 알겠어. 매니저!”


수비진의 체력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기회가 올 때 그 찬스를 살려야 된다.


잠시 후 중앙 수비수 자리엔 김진섭과 황치영이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박명우의 자리엔 안시형이 투입되었다.


난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김진섭에 고개를 한 번 끄덕여준 후 안철홍을 불러 입을 가리고 말했다.


“신욱이 공을 잡으면 중앙으로 파고들어. 네 움직임 만으로도 여러 가지 선택지가 생길 거다. 내가 수비 달고 빠져 줄게.”


“알았다. 스위치 하자는 거지?”


난 포지션을 찾아가며 손으로 오케이 표시를 했다.

저들이 전술을 바꾼 만큼 나에게 쏠린 수비진을 따돌리려면 우리도 변해야겠지.


우리측 볼로 시작했지만 체력이 부족한 이협의 롱패스 미스로 다시 우루과이의 수비진에게 넘어가 버렸다.


또다시 파쿤코는 후방으로 내려가고 사이드라인으로 선수들이 파고들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이제 그들도 동점인 상황이니 조급하지 않다. 수비와 패스를 돌려가며 파쿤코는 우루과이의 공격진 위치를 머릿속에 그리는 모양이었다.


‘미드필더의 수적 열쇠를 이런 식으로 파훼할 줄은 몰랐네.’


보통 미드필더가 수적 열세에 빠지면 허리를 보강하려 드는데 우루과이는 전혀 다른 전술 선택지를 보여준 것이다.


‘아마 선수 개인의 능력이 높아서 가능한 거겠지.’


공방이 이어지며 어느덧 후반 20분이 경과했다.




다시 파쿤코가 좌측 윙백의 자리에서 공을 받자 신욱이 잽싸게 그를 막아섰다.


“파쿤코, 마크 확인. 백업이요!”


신욱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파쿤코의 움직임을 읽으며 몸을 낮춰 그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신욱의 요청에 난 옆에 있는 중앙수비수 후안의 곁을 서성이며 압박에 보조를 맞췄다.


파쿤코는 신욱의 활기찬 압박에 신경질적으로 드리블을 치다 결국 후안에게 패스를 했다.


후안은 올해 서른을 넘긴 노장이다.

보통 노장들은 하향하는 신체 능력을 경험으로 메꾸곤 하지만 그래도 전성기 시절보단 잔 실수가 많다. 월드컵에서도 보면 믿었던 노장 수비수가 실수하는 것을 자주 봤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후안이 그랬다.

파쿤코의 패스를 받은 후안의 볼터치는 그의 생각보다 앞쪽을 향했고 난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땡큐, 인터셉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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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주기) 주 7일 18:20분 입니다. 24.09.02 22 0 -
18 18화 월드컵 3차예선 호주전 24.09.17 7 0 11쪽
17 17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2) 24.09.16 11 0 12쪽
16 16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 24.09.15 16 0 12쪽
15 15화 월드컵 3차예선 브리핑 24.09.14 19 0 12쪽
14 14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3) 24.09.13 20 0 11쪽
13 13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2) 24.09.12 20 0 11쪽
12 12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 24.09.11 19 0 11쪽
11 11화 강재하와의 1:1 24.09.10 18 0 12쪽
10 10화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중국전 24.09.09 22 0 13쪽
9 9화 미드필더 강재하 24.09.08 19 0 13쪽
8 8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2) 24.09.07 27 0 12쪽
» 7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1) 24.09.06 25 0 12쪽
6 6화 개별 면담 24.09.05 26 0 13쪽
5 5화 사우디와의 평가전(2) 24.09.04 31 0 12쪽
4 4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24.09.03 43 0 12쪽
3 3화 특수능력이 초기화 되었다? 24.09.02 68 0 12쪽
2 2화 협회장부터 내 사람으로 24.09.02 75 1 13쪽
1 1화 기껏 은퇴했더니 뭐라고? 24.09.02 12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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