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팀 은퇴하고 국대노예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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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은재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2
최근연재일 :
2024.09.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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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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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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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2)

DUMMY

곧바로 후안이 따라 붙었지만 난 파쿤코를 제치고 들어가는 신욱에게 스루패스를 보냈다.

패스가 조금 강하지만 신욱이라면 잡을 터였다.

그리고 나도 반대편 골포스트 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후안은 내 예상대로 유니폼을 잡고 늘어지며 따라 붙었다.

남미애들 저돌적인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이대로면 선택지는 하나다. 난 달리면서도 손가락을 하늘 위로 쳐 들며 신욱에게 신호를 보냈다.


‘크로스.’


뻐어어어엉-


그리고 난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 바디 비전


익숙한 슬로우모션 속 공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패스가 너무 길잖아.

골대를 벗어날 것 같은 궤적인데 이를 어쩐다···.


난 몸을 틀어 공의 도착지점을 향해 달렸다.


고개를 돌릴 겨를도 없는 찰나의 순간.

하지만 난 우리팀 선수를 믿었다.


“제발···. 있어라!”


공이 골라인을 넘기기 전에 따라잡아 그대로 점프.


골대와 반대편으로 돌아선 나는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그곳엔 나와 약속했던 안철홍이 떡 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축구를 하다 잊을 만하면 받는 질문이 한가지 있었다.


“차지수 선수, 혹시 머리 뒤에 눈이 달렸나요? 아니 어떻게 보지도 않고 정확하게 패스를 하는 거죠?”


아마 대부분의 프로 선수들이 한 번씩은 받아봤던 질문일 것이다.

심지어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선수들조차도 말이다.


그럼 대체 어떻게 팀 동료의 위치를 파악해서 패스할 수 있는 걸까?


내 생각에 그건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본능과 팀 동료에 대한 신뢰가 결합된 결과라고 본다.


보통 호흡을 맞추다보면 알고 싶지 않아도 팀 동료의 패턴과 습성 즉 달리는 속도와 선호하는 위치 등을 자연스레 깨우치게 된다.


그리고 지금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그 본능과 동료에 대한 신뢰가 합쳐지면 이런 극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난 헤딩으로 공을 그에게 넘기고 반동에 의해 뒤로 쓰러졌다.

공은 정확하게 안철홍의 앞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 그가 있는 곳은 페널티 마크 근처 골대와 근접한 위치.

안철홍은 디딤발을 쭉 뻗어 공의 낙하지점을 예측하여 찰 준비를 마쳤다.

그리곤 발의 안쪽을 사용하여 인사이드 킥을 날렸다. 내 위치에선 골대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슛이 오른쪽 골 포스트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으아아아!”


중앙수비수 마이켈이 괴성을 지르며 안철홍의 앞까지 다가와 발을 쭉 뻗어 보지만 역부족이다.

이미 그의 발에서 떠나간 공은 그대로 골문을 향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뻗어 나갔다.


하지만 확신의 얼굴을 띠던 안철홍의 미간이 점점 찌푸려졌다.




터어어엉-




공은 짓궂게도 우측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그리고 공이 떨어진 자리로 달려가는 우루과이 선수가 보였다.

10번 등번호를 단 파쿤코다.


“모두 복귀해! 수비진영으로···.”


파쿤코는 중원에 있는 펄스나인 아비타에게 다이렉트 롱패스를 보냈다. 171cm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아비타는 퍼스트터치 하나만으로 앞에 있던 안시형을 순식간에 따돌리고 앞으로 전진했다.


뒤이어 그의 앞을 막아서는 최수빈. 그러나 한번 속도가 붙은 아비타를 막는 것은 역부족이다. 그는 빠른 방향전환으로 최수빈마저 손쉽게 제치며 중원을 휘젓고 골문 쪽으로 달려갔다.


골대 앞에는 이미 중앙 수비수 김진섭과 황치열이 있고 좌측 윙백 고요섭과 구일주도 방어 태세를 갖췄다.


아비타는 페널티 박스 라인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멈춰 섰다.

그는 마치 필드의 지휘자처럼 공격옵션을 고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급박한 상황이다.


‘어디로 찰 거지?’


내 마음도 덩달아 조급해졌다.


그는 도움닫기를 시작했고 난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그 순간 난 그만큼 절박했다.


“브루노다. 우측 윙백 막아!”


아비타는 멈칫하더니 오른발에 힘을 빼고 로빙 패스를 올렸다.


그곳엔 우측 윙백 브루노가 쇄도해 들어가고 있었다.


공은 느리게 궤적을 그리며 황치열과 구일주의 키를 넘어 뻗어 나갔다.


브루노는 점프해서 가슴으로 공을 트래핑했다.

공은 한 번 바닥에 튀긴 후 다시 솟아 오르며 브루노가 차기 좋은 높이까지 내려왔다.

이제 그는 오른발을 뻗을 준비를 한다.


‘제기랄···.’



브루노가 공을 차는 순간···.


“김..진섭?”


놀랍게도 김진섭이 튀어나왔다.


위치가 다르긴 하지만 중학교 2학년 결승전에서 내가 당했던 것과 비슷한 태클.

김진섭은 과감하게 몸을 날려 공을 걷어내며 슈팅을 막아냈다. 브루노는 반칙이라는 듯 발을 잡고 바닥에서 뒹굴었다.


“나이스, 주장!”


“미쳤다, 진짜!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이러기야?”


선수들 모두 그의 주변으로 뭉쳐 들어 머리를 비비고 격렬하게 칭찬했다.

우루과이 선수들이 거세게 항의했지만 근거리에 있던 주심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후로 계속된 경기는 양측 모두가 지친 탓에 약속된 플레이가 나오지 않으며 허무하게 슈팅만 남발했고 결국 득점 없이 경기는 끝이 났다.


1:1 무승부.

피파 랭킹 9위 우루과이와의 경기 결과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경기장 외곽 주차장.

김진섭이 멀리서 내 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야, 차지수!”


“뭐야? 무슨 일인데? 이제 막 나가기로 작정했냐?”


이 녀석이 또 시비를 걸려는 건가?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그를 경계했다.


“어떻게 안 거냐?”


“뭘 말이야?”


“후반 막바지에 아비타가 브루노에게 패스할 거란 걸 어떻게 알았냐고! 다들 슛할 줄 알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내가 외친 걸 들었나 보네?

그런데 이걸 뭐라고 대답해야 되나?


“그냥 촉? 왠지 그럴 것 같았다.”


“촉··· 이라고?”


그는 의외로 내 말을 곰곰이 되새기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넌 어떻게 막은 거야?


“나도 뭔가 이상했다. 아비타가 그렇게 정직하게 중거리슛을 날릴 거 같지 않았거든. 네가 느낀 촉이 나에게도 있었나 보지.”


그는 말을 마치더니 그대로 돌아서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싱거운 녀석···.


그런데 그가 다시 돌아서며 다가오더니 나를 향해 외쳤다.


“아이씨, 차지수!”


김진섭은 갑자기 자기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인상을 쓰며 멈칫하자, 그는 멋쩍은 듯 손을 내렸다.


“갑자기 이러는 것도 이상하지.”


“뭐야?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오늘 마지막에 브루노의 슛을 막았을 때 우리 중학교 때 생각이 나더라고···.”


이 녀석이 기억하고 있었나 보네?


“난 네가 그 뒤로 한마디 말도 없길래 잊고 있는 줄 알았지?”


“사과하고 싶었다.”


기어들어 가는 김진섭의 목소리.

이 녀석, 원래 이런 스타일이 아닌데···.


“뭐라고?”


“아이씨 진짜···. 사과하고 싶었다고! 근데 한번 타이밍을 놓치니까 못 하겠더라. 그 뒤론 자격지심 같은 것도 생겨버려서 네가 싫어졌고···.”


확실히 유소년 시절을 제외하곤 김진섭은 항상 나에게 밀렸으니까···.


해외파 출신들은 포지션이 달라도 성적으로 비교되곤 했으니 그는 항상 나와 보이지 않는 경쟁을 했을 것이다.


기자들 질문이야 뻔하고···.


“그래서···. 뭐 이제 와서 어쩌자고?”


나는 일부러 더 무심하게 말했다. 나를 보는 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


“김.진.섭. 난 과거 따윈 잊은 지 오래야. 네가 입힌 부상 때문에 나름대로 배운 것도 있고. 나한테 그렇게 미안하면 국대팀에 헌신해라.”


“헌신?”


“그래. 이제부터 미친 듯이 체력을 길러야 될거야. 내가 널 뼛속까지 쏙쏙 뽑아내서 사골처럼 우려낼 거니까.”


이제 내 차례다. 난 낯간지럽지만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역시도 나의 부름에 응답했다.


“알았다, 앞으로 잘 부탁해. 차 감독.”



#





열 여섯 여름. 36년 만의 폭염. 체감온도 40도를 넘어선다는 뉴스에도 난 병원 재활치료실에서 재활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요추 4번 5번 강한 충격에 의한 추간판탈출로 허리수술을 마친 후였다.


의사는 다행히 재활을 열심히 하면 다시 축구 선수로 뛸 수 있을 거라 말했지만 기간이 문제였다.


최소 2년간은 재활 훈련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어린 놈이 지독하다’ 는 소리를 들으며 1년 만에 재활치료를 끝내고 경기장에 설 수 있었다.

아마 그때부터 내 운동중독도 시작된 것이겠지···.


그땐 오로지 다시 선수로 복귀해 김진섭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만으로 고통을 견뎌 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참 인생이 얄궂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팀이 되고 서로를 용서하게 될 줄이야···.


나는 베갯잇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제 2028년 1월의 마지막 주.

내일은 오랜만에 휴식인데 뭘 해야 되나?

할 거 없을 땐 뭐다? 운동이나 조져야겠다.


#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이른 아침부터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벨을 누르는 거야···.’


문을 열자 민우와 수진이 나란히 서 있었다.

민우는 손에 든 상자를 흔들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짜잔! 서프라이즈!”


“꺼져.”


이건 또 뭐야? 선물 상자 같은데?

난 그들의 면전에 대고 문을 쾅 닫아 버렸다.


잠시 후 도어락 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곧 둘은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왔다.


“야, 최민우! 아니 최대표···. 너희 둘 어차피 집 비밀번호도 알면서 왜 아침부터 소란을 피우고 난리야? 그리고 나 그런 낯 뜨거운 선물 싫어 하는 거 몰라?”


“어차피 깨워야 하는데 너 내 얼굴 보면 더 안 일어나잖냐. 그리고 이거 너한테 줄 선물 아닌데?”


“그럼 왜 가져왔어?”


“네가 줄 선물이야.”


“누구한테?”


“가보면 알아.”


이런 젠장 맞을 자식이?


“나 어제 시합 뛴 거 모르냐? 오늘은 집에서 쭉 쉴 예정이라고.”


“그래서 왔지. 너 시합 뛰고 다음날 항상 몰래 근력 운동하다 걸린 게 한두 번이야?”


날 너무 잘 아는 것도 참 귀찮다···.


“근데 쟨 왜 데리고 왔어?”


내가 고개를 들고 가리키자 심수진은 씰룩한 표정을 지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뭐요?”


“아침부터 한판 붙자고?”


“저도 일하러 온 거거든요?”


참자. 나는 참을 인을 새기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너 근데 개인 훈련 스케줄 조정한 시간 왜 안 알려주냐? 근육이 위축되려 하고 있잖아.”


“선배 스스로 근육이 클 수 없게 만들잖아요! 그냥 제가 오면, ‘아, 오늘이 트레이닝 날이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돼요.”


크하하하하. 나보다 더 도른자랑 대화하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안 나오네.


“얘도 꼭 같이 가야 돼?”


“오늘 전국대학체전 결승전이 있거든. 그런데 선후 선배가 눈여겨 볼 친구가 있다고 해서 수진이한테 같이 가자고 했지. 얘도 선수 스카우트 쪽에 관심 있다고 예전부터 말했었고.”


“근데 대학 선수들은 이미 데이터베이스에 다 있지 않나? 굳이 월드컵 3차 예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볼 필요가 있어?”


“그게 그 친구가 좀 신기해. 드래프트 번외지명으로 아육대에 입학 하자마자 1년간 부상으로 쉬었거든.”


“번외 지명?”


번외지명은 1,2,3차 정식지명 이후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추가로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것도 대학축구결전에서 만년 꼴등인 아육대학교 번외 지명이라면···.

재능이 없다는 뜻이지.


“응. 알아. 평범한 선수였지. 이렇다 할 재능도 없었고···. 게다가 키도 작은데 주력도 느리고··· 신체능력이 아주 꽝이었대.”


“그럼 협회장님은 그런 선수를 왜 직접 보러 간다는 거야?”


“궁금하면 빨리 옷 입어. 가서 직접 눈으로 보는 게 빠를 거야.”


선후 선배는 선수 시절부터 사람 보는 눈이 탁월했다. 유소년 발굴을 위해 스포츠 과학 분야까지 공부했을 정도니 말 다했지.


“가 보자.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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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주기) 주 7일 18:20분 입니다. 24.09.02 22 0 -
18 18화 월드컵 3차예선 호주전 24.09.17 7 0 11쪽
17 17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2) 24.09.16 11 0 12쪽
16 16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 24.09.15 16 0 12쪽
15 15화 월드컵 3차예선 브리핑 24.09.14 18 0 12쪽
14 14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3) 24.09.13 20 0 11쪽
13 13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2) 24.09.12 19 0 11쪽
12 12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 24.09.11 18 0 11쪽
11 11화 강재하와의 1:1 24.09.10 18 0 12쪽
10 10화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중국전 24.09.09 21 0 13쪽
9 9화 미드필더 강재하 24.09.08 19 0 13쪽
» 8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2) 24.09.07 27 0 12쪽
7 7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1) 24.09.06 24 0 12쪽
6 6화 개별 면담 24.09.05 25 0 13쪽
5 5화 사우디와의 평가전(2) 24.09.04 30 0 12쪽
4 4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24.09.03 43 0 12쪽
3 3화 특수능력이 초기화 되었다? 24.09.02 67 0 12쪽
2 2화 협회장부터 내 사람으로 24.09.02 75 1 13쪽
1 1화 기껏 은퇴했더니 뭐라고? 24.09.02 12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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