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팀 은퇴하고 국대노예 하러 갑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정선은재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2
최근연재일 :
2024.09.17 20:23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86
추천수 :
3
글자수 :
97,870

작성
24.09.04 18:00
조회
30
추천
0
글자
12쪽

5화 사우디와의 평가전(2)

DUMMY

사우디의 공격은 주로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아이몬에서부터 시작했다.

기본적인 패턴은 양쪽 윙어를 활용하는 전술이다.


좌측 윙어 살로몬에 공을 보내면 대부분 압둘을 노리고 크로스를 올린다.

190cm가 넘는 압둘을 활용하는 정석적인 방법이다.


물론 뒤로 빠지는 볼은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침투한 우측 윙포워드 모하메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반대로 모하메드에게 공이 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는 빠른 발을 이용해 골문 쪽으로 드리블하는 윙 포워드 스타일.

그가 골문 쪽으로 오면 압둘은 수비를 달고 골 에어리어 바깥으로 나와 그에게 공간을 만들어 준다.


침대 축구라 조롱받던 시절과는 확연히 달랐다.

노장이 된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영입하며 자국 리그를 활성화한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 같았다.


“사우디도 상당히 체계적이야. 지수.”


“그러게. 특히 저 셋 오랜 기간 발을 맞춘 티가 나는데?”


“아마 모하메드와 아이몬은 2번째, 그리고 압둘은 3번째 월드컵 출전이 될 거야. 저들의 팀워크는 사우디의 막강한 무기가 되겠지.”


그에 반해 우리 선수들은 점점 체력이 고갈되는지 맥을 못 추고 있었다.


“우리 편은 벌써 균열의 조짐이 보이는군.”


“지금이라도 전술 변경을 할까?”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 우선 좀 더 지켜보자.”


그 순간 반칙 휘슬이 울렸다. 김진섭의 반칙이었다.

우측 페널티 에어리어에 살짝 못 미치는 곳이다. 프리킥을 차기에 최적의 자리.

그는 숨을 헐떡이며 선수들과 벽을 만들었다.


“저 녀석 꽤 지친 모양이네.”


“모하메드가 워낙 휘젓고 다니다 보니···. 그나저나 지금 골을 먹히면 따라잡지 못할 것 같은데···.”


“···.”


나는 벤치에서 일어나 그라운드 가까이에 있는 코칭스탭 경계선까지 다가갔다.

내 예상대로 키커는 왼발잡이 모하메드였다.

그는 클럽에서도 오른쪽 전담 프리키커로 있는 선수다.


상대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읽어내던 내 눈동자가 반짝였다.


내가 후반전에 벤치로 온 이유. 바로 감독 수락에 따른 새로운 능력을 써 보기 위함이었다.


- 바디 비전(확장)


찰나의 순간,

선수들의 움직임이 느려지며, 마치 무거운 공기의 흐름이 감지되는 듯했다.

그렇게 선수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보던 중 나는 신경 쓰이는 것을 발견했다.



“욱아, 잠깐 이리 와 봐!”


내 외침에 근거리에 있던 신욱이 빠르게 다가왔다.


“네, 감독님.”


“너 지금 바로 진섭이한테 가서 얘기해. 압둘 놓치지 말고 막으라고, 그리고 너도 따라붙고.”


“네? 그게 무슨···.”


“혹시 몰라서 그래. 둘이 막으면 커버할 수 있을 거야. 급하니까 얼른 가!”


“네, 감독님. 알겠습니다.”


신욱은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으로 잠시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그의 시선을 무시한 채 손을 저었다.

슛하기 너무 좋은 위치.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슈터.

하지만 모하메드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항상 상대편 혀를 찌르는 것을 좋아했다.

대비해서 나쁠 거 없지.


신욱이 골대 쪽으로 달려가 김진섭에게 뭔가를 속닥이는 모습이 보였다.


다시 벤치로 돌아와 앉자, 카요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매니저! 무슨 작전이라도 세운 거야?”


“기본적인 거, 쇄도하는 공격수를 막으라고 한번 더 말해줬어. 원래 기본을 놓치기 쉬운 법이잖아?”


“그래? 누가 봐도 슛 자리인데 모하메드가 저 꿀맛 같은 프리킥을 패스로 날릴까?”


“뭐··· 모하메드의 슛은 에당초 내가 대처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대한 막아보는 거지.”


그런데 김진섭, 왜 아직 벽에 서 있는 거지?

지금 당장 가서 붙어도 모자랄 판국에···.


그 순간, 모하메드가 킥을 날렸다.



그것은 내 예감대로 전반전의 상황과 겹쳐 보이는 로빙 스루패스.





벽이 흩어지고, 압둘이 공을 향해 달려간다.

수비가 뒤따르지만, 압둘이 반 걸음 더 빠르다.


골키퍼도 공을 향해 팔을 뻗지만, 닿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염병할···. 막으라니까···.’


압둘은 그대로 공을 향해 다이빙했고, 공은 땅에 닿기 전에 그의 머리에 정확히 맞았다.


그리고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삐이이이익-


고오오오오올.


나는 고개를 돌려 부심을 바라봤다.

나도 모르게 다시 한번 오프사이드 판정을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깃발은 올라가지 않았다.

카요는 벤치에서 뛰쳐나가 사이드라인의 대기심에게 VAR 요청을 해보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난 다혈질인 카요를 다독여서 벤치로 데려왔다.


남은 20분 동안 우리는 사우디의 침대 축구에 고전했고, 결국 1:0으로 패배했다.


내 지시를 무시한 김진섭이 괘씸했다.



#





경기를 마치고 라커룸에 모인 선수단의 분위기는 최악 그 자체.

모두 숨을 고르며 고개를 숙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패배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때, 김진섭이 고개를 들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팀에 맞지도 않은 게겐 프레싱인가 뭔가를 했을 때부터인 거 몰라서 그래?”



내가 묵묵히 듣고만 있자, 팀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고요섭도 그를 거들었다.


“감독이랍시고 외국에서 겉멋만 잔뜩 들어 가지고··· 팀에 맞는 전술을 요구해야지. 젠장할···.”


이협 역시 불만을 터뜨렸다.


“전반에 누가 골을 놓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겠지.”


난 순간 혈압이 치솟는 게 느껴졌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래? 또 불만 있는 사람?”


내가 애써 웃으며 얘기하자 어린 선수들은 쭈뼛거리며 눈치만 볼 뿐,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내일은 훈련 없이 오후 개별 면담을 진행하겠다. 지금 불만을 말하지 못한 사람도 그때 솔직하게 말해.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뛰느라 수고했다 다들···.”


나는 그렇게 선수단을 귀가시켰다.

기자 인터뷰도 예정되어 있었지만 모조리 거절한 채 집에 돌아왔다.


그 자리에서 분노를 터트릴 수 있었지만 참은 걸 다행이라 여기고 있다.


아무튼 내 개인적인 분노보다 중요한 건 팀의 결속이기 때문에···. 가 아니라 조질 건 조져야지.

다만 내일 개별적으로 조질 거다. 뭉쳐 있을 때보다 1:1로 상대하는 게 수월하거든···.



집에 돌아와 보니 민우가 거실 소파에 반 쯤 누워 티비를 보고 있었다.


스포츠 뉴스에서는 예상대로 대표팀의 평가전 패배 소식을 다루고 있었다.


“바쁠 텐데 왜 우리 집에 와 있냐, 너는?”


“그러게. 좋은 일로 바빠야 하는데···.”


“···.”


“첫 경기 축하도 해줄 겸 기다리고 있었는데 축하보단 위로가 필요할 것 같다?”


“위로는 무슨···. 밥 먹었냐?”


“난 직원들이랑 먹었고 뭐···. 시켜줘?”


난 입맛이 별로 나지 않아 고민하다 며칠 전 사놓은 한우가 떠 올랐다. 역시 화날 땐 운동 아니면 먹자 둘 중 하나지.


“아니. 냉장고에 한우 있다. 나 씻고 올 테니까 그것 좀 굽고 있어 봐.”


"야! 저번에도 말했잖아? 내가 네 마누라냐고!”


민우는 불평하면서도 이미 냉장실 문을 열고 있었다.


“이거 다 구워? 1kg이 넘는데?


내가 말없이 잠자코 바라보자, 민우는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하긴···. 네 먹성이면 1kg 금방이지.”


난 가볍게 샤워를 한 후 민우와 마주 보며 식탁에 앉았다.

그가 넌지시 말을 꺼냈다.


“기자들은 내가 전화 싹 돌릴 테니까 걱정 마. 내 휴대폰 단축번호 1번부터 10번까지 죄다 기자들이야. 이런 일이 한두 번이냐?”


“그거 나 돌려서 까는 거 같은데?”


“에이, 아니야. 암튼 넌 기자들 걱정은 안 해도 돼.”


“같이 먹던지?”


“됐다, 난 직원들이랑 이미 먹었어. 청경정에서.”


“뭐? 청경정?”


“당연하지. 그것도 투플 꽃등심으로 싹 세팅해서···. 우리 차 감독이 은퇴 후 치른 첫 경기인데 직원들 회식 빡세게 시켜줘야 하지 않겠어? 뭐 이렇게 질 줄은 몰랐지만···.”


청경정은 나도 비싸서 자주 안 가는 곳인데···.

언제부터 이렇게 얄미워졌지?


“약속 없냐? 다 구웠으면 그만 집에 가. 투뿔 먹고 와서 원뿔 짜리 냄새 맡기도 싫을 텐데···.”


“에이, 조금 더 있어 줄게. 우리가 그렇게 일로만 엮인 사이는 아니잖아?”


“좋네. 왠지 너랑 얘기할수록 선수들한테 났던 화가 점점 풀리는 것 같아. 대신 울화통이 쌓여서 문제지만···.”



내 표정이 나아지지 않자 민우는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내 앞 접시에 놓아 주며 말했다.


“알았다. 임마. 내가 네 성격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나도 이제 가보려고 했어.”


자리에서 일어서던 민우는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너무 혼자 자책하지 마라.”


민우 녀석은 나와 함께 한 시간만큼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내가 겉으론 까칠하고 망나니처럼 굴어도 혼자 얼마나 고민하고 자책하는지···.


퇴근도 미루고 집에 찾아온 것도 내가 혼자 그러고 있을까 봐 일부러 온 것이겠지···.


“아, 근데 기자들한테 뭐라고 할까? 다시 은퇴하진 않을 거지?”


나는 허공에 발길질하며 민우의 등을 떠밀었다.


“좀 꺼지라고. 이제 혼자 좀 있게···.”


늦은 시간에도 휴대폰의 알람은 끊임없이 울렸다.

내가 받지 않으려고 저장해 놓은 기자들, 축구 관계자들과 지인들.

다른 전화는 몰라도 선후 선배의 전화는 받지 않을 수 없었다.


- 네, 협회장님.


- 경기 결과 봤다.


- 네. 꼴사납게 졌죠.


- 기죽지 말고 선수 누구나 슬럼프를 겪는 거 알지? 애들은···. 나도 잘 얘기해 보마.


- 아니에요. 제가 해야죠. 언제까지 선배한테 기대기만 할 순 없으니까요.


- 그래. 힘내라. 이달 말에 있을 우루과이와의 평가전 준비 잘 해보자.



- 네.


선후 형도 경기를 보고 느꼈을 것이다. 지금의 나도···. 그리고 대표팀의 팀워크도 개판이라는 걸.



1주일 후 우루과이와의 평가전까지 치르고 나면 월드컵 예선이 있을 6월까지 선수들은 리그 경기를 치르러 각자 흩어지게 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



다음날 면담을 하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훈련 경기장에 도착한 나는 골대에서 슈팅연습을 하고 있었다.


땀이 흐르고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자 돌연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수도 없이 차본 슈팅.

그러나 어느샌가부터 난 확실한 기회만을 노렸고 그때 특수능력을 발휘해 골을 넣는 과정을 반복한 것을 깨달았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마지막 엘클라시코 더비에서도 심장이 뛰지 않았던 이유.


그제야 내가 가야 할 방향이 그려졌다.


유소년 이후 느끼지 못했던 감정. 특수능력 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그때보다 더 월등한 신체 능력을 갖춘 터였다.


특수능력은 다시금 생겨날 것이다.

때마침 울리는 상태창 알림음.


나는 허공에 손을 저어 상태창을 소환했다.


! 선수 겸 감독 첫 경기 완료.


! 포지션 변경

FW (완성형 포워드) -> 플레잉 매니저(FW)


FW

골 결정력 :92

드리블 : 95

패스 : 81

순간 속도 :85

균형 감각 :88

주력 : 85

지구력 : 80


Manager

선호전술 : 게겐프레싱

전술이해도 : 65


! 감독 관련 신규 스탯이 생성됩니다.


! 특수 능력이 개방되었습니다.

! 경기 중 세심한 관찰로 인한 신규 특성 획득

- 심리 조율

선수들이 감독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확률이 증가합니다.




"지금··· 능력이 다시 생겨난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클럽팀 은퇴하고 국대노예 하러 갑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선수 겸 감독으로 국대팀 접수함 - > 클럽팀 은퇴하고 국대노예 하러 갑니다로 변경 되었습 24.09.05 5 0 -
공지 (연재 주기) 주 7일 18:20분 입니다. 24.09.02 22 0 -
18 18화 월드컵 3차예선 호주전 24.09.17 7 0 11쪽
17 17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2) 24.09.16 11 0 12쪽
16 16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 24.09.15 16 0 12쪽
15 15화 월드컵 3차예선 브리핑 24.09.14 18 0 12쪽
14 14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3) 24.09.13 20 0 11쪽
13 13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2) 24.09.12 19 0 11쪽
12 12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 24.09.11 18 0 11쪽
11 11화 강재하와의 1:1 24.09.10 18 0 12쪽
10 10화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중국전 24.09.09 21 0 13쪽
9 9화 미드필더 강재하 24.09.08 19 0 13쪽
8 8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2) 24.09.07 27 0 12쪽
7 7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1) 24.09.06 24 0 12쪽
6 6화 개별 면담 24.09.05 25 0 13쪽
» 5화 사우디와의 평가전(2) 24.09.04 31 0 12쪽
4 4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24.09.03 43 0 12쪽
3 3화 특수능력이 초기화 되었다? 24.09.02 68 0 12쪽
2 2화 협회장부터 내 사람으로 24.09.02 75 1 13쪽
1 1화 기껏 은퇴했더니 뭐라고? 24.09.02 127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