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팀 은퇴하고 국대노예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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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은재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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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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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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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특수능력이 초기화 되었다?

DUMMY

이틀 뒤. 난 민우와 같이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한축협 본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취임식 때문인지 정문엔 취재진이 몰려 있었다.


“민우야, 뒷길로 돌아가자.”


“안돼. 정문에서 목례라도 하고 들어가야지. 너 뒷문으로 몰래 들어갔다고 하면 기자들이 가만있지 않을걸?”


“나 입이 벌써 근질거려. 오늘은 어떻게 기자들 골려 줄까?”


민우는 급하게 유턴하더니 나를 뒷문에 내려 준다.


“기자들한텐 내가 잘 말해볼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들어가 봐, 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온 나는 잠시 감회에 젖었다. 뭐 그래봤자 X같은 일들이 떠 오르지만 말이다.


‘내가 이곳을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네.’


취임식장인 2층으로 올라가자, 역대 대한민국을 빛낸 선수들의 얼굴 동상이 복도에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근데···. 이것 봐라? 내 동상도 분명 같이 있었는데 치워 버렸네?


그래도 기분이 그닥 나쁘지 않았다. 뭐. 동상이야.. ‘GOAT’ 명함 달고 더 크게 세우면 되지.


내 요청으로 취임식은 비공개로 진행되었고 말이 취임식이지 선수들과의 만남이 식순의 전부였다.

내가 또 허례허식은 딱 질색인 성격이라···.


취임식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대팀 23명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엔 날 이렇게? 만든 장본인인 김진섭도 있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국대 고참급인 김진섭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선수들 전원이 일어서며 나를 맞이했다.


“뭘 일어나고들 그래? 앉아 앉아.”


“아이고, 그래도 감독님인데 인사 드려야지.”


“됐어. 진성아. 나 그렇게 격식 차리는 사람 아닌 거 알잖아.”


난 살갑게 부른다고 부른 건데 김진섭의 얼굴은 이미 일그러져 있었다.


저 녀석, 아직도 나한테 자격지심 있나 보네.

김진섭은 나와 같이 유럽 리그 유소년팀에 입단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결국 프리미어리그 중하위권 팀을 맴돌다 작년부터 국내리그에서 뛰는 중이었다.


“오늘 이 자리에 모두를 부른 이유는 하나다. 지금까지 했던 국대 생활과는 180도 달라질 거라는 것.”


“···.”


그래. 무반응이 대드는 것보단 낫지.


“싹 바꿀 거다. 훈련도, 너희들의 생활패턴도···. 유럽 최정상 리그의 수준으로 관리 할 거야. 너흰 다른 고민할 거 없이 그저 따라오면 돼.”


“그럼, 시설도 유럽처럼 해주는 건가? 차 감독?”


김진섭. 넌 어떻게 한치도 내 예상을 빗나가지 않니?


때마침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선후 선배의 모습에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비아냥거리던 김진섭도 선후 선배가 오자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 황급히 일어났다.


“지수야, 너 취임식이었으면 말을 했어야지. 임마! 정문에 있는 기자들 땜에 애 먹었잖아.”


“선배, 우선 이쪽으로···.”


나는 말없이 선배의 정장 소매를 잡고 취임대 앞으로 세웠다.


“너희가 시설 얘기했지? 그럼 그럼···. 최고의 시설에서 훈련받아야지.

자, 소개한다. 오늘부로 한국축구협회의 장으로 취임하신 정선후 협.회.장.님이다.

앞으로 많은 도움을 주실 거야.”


“그게 뭔 소리냐?”


나는 선후 선배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자세한 건 선배 취임식 끝나고 설명해 드릴게요.’


“너 설마···. 이거 진짜야? 나한텐 한마디 말도 없이 이게 뭐하···.”


“자자, 다들 앞으로 나와. 협회장님 취임하시는데 단체 사진 하나 박아야지.”


나는 얼떨결에 서 있는 선후 선배의 옆자리에 나란히 서며 누구보다 밝게 웃었다.



#




선후 선배와 난 선수 시절 교류가 잦았다.

뭐, 그럴 수밖에 없었지. 먼 타국에서 의지할 사람이 자국민 말고 더 있나?

사실 그때부터 선후 형은 내게 많이 시달린 편이었다.

내가 경기에서 지고 안하무인격으로 인터뷰를 한 날이면 매번 선배에게도 어떻게 생각하냐는 인터뷰 질문이 붙었으니까···.

그래도 선후 형은 매번 나를 감싸주었다. 난 선배의 화난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었는데···


“너 이 자식, 설명도 없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협회장?”


“회장님! 유소년들도 중요하지만, 국대 팀도 챙기면 좋잖아요. 시설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국대 애들 우리 유럽에서 뛸 때처럼 챙겨주고 싶었어요.”


“그게 내가 협회장을 해야 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데? 이건 타이밍이 너무 안 좋지 않냐?”


“제가 또 국민 밉상이잖아요. 영웅 대우 받는 선배님을 협회장 자리에 앉혀놔야 그래도 국대팀이 욕을 덜 먹죠.”


“네가 잘만 했어 봐. 네 커리어에 그렇게 미움받는 것도 용하다 진짜···.”


내가 좀 과하긴 했나. 이 형이 이렇게 화를 낼 사람이 아닌데···.

난 이때다 싶어 무릎을 끓고 사정하다시피 매달렸다.


“선배, 아니 형. 저 어렵게 얻은 기회 정말 잘 살리고 싶어요. 제가 의지할 사람이 형 말고 누가 있어요? 죄다 적인데···.”


“그렇긴 하지···. 안 그래도 주변에서 너랑 자꾸 엮이지 말라고 난리긴 해.”


이 형이 갑자기 팩폭 날리네···.


“저···. 자신 있어요. 형. 우리나라가 월드컵 우승국이 되지 말란 법도 없잖아요. 우리 애들 제대로 훈련 시켜서 같이 트로피 들자고요.”


“내가 그럼 ···. 뭘 해야 하는데?”


“한국축구협회가 제대로 선수들을 지원할 수 있게만 부탁드려요.”


선배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단을 내린 듯 나를 보며 말했다.


“알았다. 사실 나도 지수 네가 은퇴 번복한 거 보고 생각 많이 했었어. 협회장까지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도와줄 마음으로 왔던 거기도 하고···.”


이렇게 천사 같은 형이 어디 있을까?


‘그럼, 악마 같은 동생이 앞으로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뭐라고? 잘 안 들려.”


“아니에요. 입에 뭐가 들어가서···.”


“참···. 싱거운 놈.”


아무튼 됐다. 이제 정말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차는 어떨지 몰라도 다 국대팀을 위한 거니까 뭐···.


“그럼, 가시죠. 형!”


“또 어딜 가?”



“정문 앞에 취재진 있잖아요. 형 취임하신 거 알려야죠!”


“···.”


#





요 며칠, 생각보다 선후 형이 협회장으로서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비어있는 임원진들 자리를 빠르게 채워 주었고 임원들 또한 유능하고 정직한 자들로 구성되었다.


그래서 난 그동안 뭐 했냐고?

우선 테크니컬 디렉터 카요와 수석코치로 세르지오를 영업했다.

내가 경기에 뛰어야 되기 때문에 두 사람에겐 경기장에서 각각 감독과 코치의 역할을 맡길 셈이다.

두 명 다 전직 바르셀로나 유스 코치로 나와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고 흔쾌히도 내 부탁에 먼 한국까지 와 준 것이다.


“올라! 지수. 아침부터 열심이네?”


“감독으로 선임되고 첫 경기야.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지.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카요가 상대 팀 전력 분석을 마쳤다고 하더군. 곧 이곳으로 올 거야.”


며칠 뒤면 평가전이 열리고 내 첫 성적이 나올 것이다.

상대는 강호 사우디아라비아.

대한민국 국대팀과 전적은 비슷하지만, 최근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로 인해 실력이 한층 높아진 팀이다.


“사우디는 아마 4-2-3-1 원톱 포지션으로 경기에 나설 거야. 주요 선수는 역시 스트라이커인 압둘 카밀과 현 프리미어리거 모하메드 하미드 겠지.”


카요의 분석에 세르지오가 덧붙여 말했다.


“매니저, 그래서 우리팀 포지션은 4-3-3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은 압둘을 전담마크 할 거야.”


세르지는 전술의 세부 사항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의 전술은 우리 팀 선수들을 고려한 매우 스탠다드한 전술이었다.


“그래. 우선 그렇게 가보자.”


내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세르지오가 슬며시 물었다.


“혹시 생각해 놓은 전술이 따로 있는 거야?”


“있긴 한데···. 아직 무리가 있는 전술이라···.”


“뭔데 그래? 그래도 나와 카요가 알곤 있어야 준비를 하지.”


“압박···. 강한 압박에 의한 지배. 게겐 프레싱을 하고 싶어.”


바르셀로나 원 클럽맨이 웬 게겐 프레싱이냐 생각하겠지만 바르셀로나의 전술은 개개인의 능력이 월등했을 때 가능한 전술이다.


다행히 이번에 어느정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국대팀은 미숙한 경험을 대체할 신체적 우위가 있었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게겐 프레싱이었다.


쉽지 않은 전술이지···.

세르지오와 카요가 얼굴에 난색을 보였다.


“검증된 전술이긴 한데···. 훈련기간도 적은 국대팀에선 쉽지 않을 거야. 알고 있는 거지?”


“훈련 준비만 좀 부탁해. 이번엔 세르지 네 전술로 가고 이번 평가전이 끝난 후에 다시 얘기하는 걸로 하자.”


“우선 오케이. 알겠어, 감독!”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 평가전이지만 나는 전의에 불타 올랐다.



#





평가전 당일.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한 나는 스캔하듯 경기장 전체를 눈으로 담았다.

텅 빈 경기장을 보는 것은 그날의 날씨와 잔디 상태, 그리고 경기장별로 특징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유소년 시절부터 쭉 해 오던 습관 같은 것이었다.


“차 감독! 일찍 왔네? 이렇게 일찍 올 필요 없는데 말이야.”


김진섭이다. 역시 저 녀석도 날 긁는데 일가견이 있단 말이지···.


“조용히 잘 따라온다고 했다. 둘이 있으니까 감독한테 바로 맞먹네?”


“곧 떠날 감독인데 떠받들기도 애매하잖아? 안 그래?”


뭐 믿는 구석이 있나?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비아냥대는 꼴이 재수 없다.


“네 바람대로 될지 궁금한데? 그만 긁고 가서 시합 준비나 해. 주장 역할 제대로 해야지. 안 그래?”


김진섭은 껄렁하게 거수경례까지 하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참 맘에 안 드는 놈이다.



#





경기 시작 30분 전. 라커 룸에서의 브리핑. 선수들은 나를 중앙에 두고 둘러싼 채 바라보고 있다.


“너무 급작스럽게 결정되는 바람에 너희와 발을 맞춰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오늘 내 컨디션은 최상이다. 그들은 오늘 한 차원 높은 클래스를 느낄 것이다. 평가전이지만 내 지도에 잘 따라주어 꼭 이겼으면 한다.”


조금 낯간지러운 연설이긴 했지만, 지극히 사실이었다. 시간이 좀 있었다면 달랐겠지만, 아직 이들과 호흡이 어떨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선 오히려 내 능력을 믿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김진섭이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노려보고 있었지만 난 전혀 개의치 않았다.


평가전 사우디아라비아 대 대한민국.


오랜만에 들어선 경기장의 익숙한 열기.


그때 휘슬 소리와 함께 우리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 되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박명우가 공을 받아 앞에 있는 진아성에게 패스.


난 그에게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며 전방을 향해 내 달렸다.

초반에 골을 터트리면 경기를 보다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기에 카운터 어택을 노린 것이었다.


진아성은 내가 뛰는 속도에 맞춰 로빙 스루패스를 보내왔다.

내가 좋아하는 각도. 조금 빠른 공이지만 나로선 수월하게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난 속으로 외친다.


‘스피드 스타!’


경기당 1회 20초간 내가 가진 최고 속도가 유지되는 기술. 공을 가진 채로도 가능하다.

바르셀로나 성인팀 첫 출전 당시 부여 받은 특수능력.

그런데 다리에 아무런 반응이 없다. 보통 능력을 쓰게 되면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데···.


이대로라면 간당간당해 보였다.

아슬아슬하게 공이 발에 닿을 것 같았지만 뒤에서 온 빠른 공을 트래핑 하기란 쉽지 않다.

난 바로 다음 특수능력을 사용했다.


‘갓 오브 터치’


신 들린 퍼스트터치를 보여주는 능력.

바르셀로나 재계약 목표 금액 달성으로 인해 받았던 기술이다.


터엉-


‘어라···. 이게 뭐야?’


다리에 어정쩡하게 맞은 공이 그대로 볼 라인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치욕스러웠다. 내가 이런 어이없는 터치 실수를 해본 것이 언제 였더라.


아군 선수들의 시선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선수 생활때도 내 안하무인인 태도 때문에 마찰이 있었지만, 나의 압도적인 실력 앞에 다들 비위를 맞춰줬었는데···.


경기중이지만 난 오랫동안 열지 않았던 상태창을 소환했다.

그리고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 은퇴로 인해 신체 기본 능력을 제외한 특수 능력이 초기화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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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주기) 주 7일 18:20분 입니다. 24.09.02 22 0 -
18 18화 월드컵 3차예선 호주전 24.09.17 7 0 11쪽
17 17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2) 24.09.16 11 0 12쪽
16 16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 24.09.15 16 0 12쪽
15 15화 월드컵 3차예선 브리핑 24.09.14 18 0 12쪽
14 14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3) 24.09.13 20 0 11쪽
13 13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2) 24.09.12 19 0 11쪽
12 12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 24.09.11 18 0 11쪽
11 11화 강재하와의 1:1 24.09.10 18 0 12쪽
10 10화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중국전 24.09.09 21 0 13쪽
9 9화 미드필더 강재하 24.09.08 19 0 13쪽
8 8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2) 24.09.07 27 0 12쪽
7 7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1) 24.09.06 24 0 12쪽
6 6화 개별 면담 24.09.05 25 0 13쪽
5 5화 사우디와의 평가전(2) 24.09.04 30 0 12쪽
4 4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24.09.03 43 0 12쪽
» 3화 특수능력이 초기화 되었다? 24.09.02 68 0 12쪽
2 2화 협회장부터 내 사람으로 24.09.02 75 1 13쪽
1 1화 기껏 은퇴했더니 뭐라고? 24.09.02 12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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