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팀 은퇴하고 국대노예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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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은재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2
최근연재일 :
2024.09.17 20:23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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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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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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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2)

DUMMY

흘러온 공을 그대로 한번 치고 나갔다. 충분한 거리. 근접한 수비도 없다.

공을 몰고 가 직접 슈팅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그러나 저 빡빡한 수비를 뚫고 들어가기엔 영 내키지 않았다.


축구의 장점이 무엇인가?

결정적인 패스 한 번에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거 아니겠어?


그럼···. 눈이 마주치는 아군이 몇이나 되나 한번 볼까?


말하지 않아도 이제는 알아서 골대 앞으로 달려오는 동료들의 모습이 보였다.


첫 경기 때 날 믿지 못하던 그들이 이렇게 변한 걸 보니 감격이 밀려왔다.


골대 앞에 쇄도하는 아군은 모두 다섯.


나는 앤드라인에 간신히 걸칠 정도까지 공을 몰고 들어가 패스할 공간을 찾았다.


빠르고 낮은 크로스.


니어 포스트엔 신욱이 있고 반대편 파 포스트엔 이혁과 진아성이 보였다.


‘세 명 중 하나는 넣겠지.’


난 슈팅처럼 강하고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그리고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신욱이 뻗은 왼발에 맞은 공이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골이다.


‘휴···. 후반엔 벤치에서 보낼 수 있겠네···.’




#





바르셀로나 시절. 에이바르와의 원정경기 였다. 인구 3만도 되지 않는 바스크 지방의 산악마을로 가는 원정길은 매우 험난했고 결국 우린 피로 여파로 인해 갓 1부리그에 입성한 팀에게 호되게 당했었다.


그만큼 축구에서는 경기 외적인 요소도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여튼, 지금의 우리는 괜찮게 나아가고 있었다.


후반 20분이 지난 시점.


전반에 우리가 두 골을 넣자, 네팔도 더 이상 수비에만 매달릴 수 없게 되었다. 무승부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되면서 그들의 전술 변화는 당연한 수순이었고 이미 난 후반 시작 전 선수들에게 내린 지시가 있었다.


- 너희 마음대로 한번 해봐.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프리롤을 수행하는 거다.

수비도 코너킥과 같은 상황에선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도록.


토탈 사커의 개념을 이해하기 좋은 기회였다. 훈련보다 실전에서 배울 게 많으니까.


나와 교체 된 박찬은 여전히 활기차게 뛰어다니며 상대 미드필더진을 휘저었다.


그로 인해 빈자리는 이혁과 신욱이 번갈아가며 채워 나갔다.


안 그래도 마음이 조급한 네팔의 잔실수가 이어지고 신욱이 공을 소유했다. 그때 구일주와 교체된 윙백 김성열이 달리기 시작했다.


“욱아, 패스!”


교체 멤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속공.


신욱의 패스를 받은 김성열이 곧바로 치고 달렸다.


네팔은 허둥지둥하며 공수전환을 해보지만 이미 늦은 상황.


박찬과 이혁이 합세하며 골문을 향해 내달렸다.


네팔의 중앙 수비수 비산타는 낮은 크로스를 의식해 박찬 앞에 막아섰지만 김성열의 크로스는 반대편 포스트를 향해 높게 날아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박찬의 헤딩.




정말 깔끔한 점프에 이은 완벽한 헤딩골이다.


나는 벤치 앞으로 뛰쳐 나가며 주먹 쥔 오른손을 치켜 들었다.



그 뒤로 이어진 네팔의 공격.


골득실이라도 줄여볼 양으로 네팔이 더 적극적으로 밀어 붙이지만 기술이 부족한 선수들이 마음마저 조급해지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단순한 땅볼 패스에도 허무한 트래핑 실수를 하는 고뱔.


공을 캐치한 최수빈이 중앙을 파고드는 신욱에게 스루패스를 보냈다.

신욱은 상대 수비를 유린하듯 손 쉽게 돌파한 후 슛.

득점에 성공한다.


이 경기에서만 두 골. 오늘이 그의 A매치 첫 득점인 만큼 그의 컨디션은 최고로 보였다.


그런데···.


우당탕탕. 골대에서부터 달려온 신욱이 그대로 나에게 안겼는데···.


이 녀석이 아드레날린이 폭발했나, 속도를 늦추지 않고 황소처럼 돌진해 온 것이다.


“잘했다. 잘했..어. 끄응···.”


“헛. 괜찮아요, 감독님?”


“다음부턴 좀 살살 뛰어라, 어서 가 봐. 오늘 잘 하면 헤트트릭도 가능하겠는데?”


그는 거수 경례를 하며 대답했다.


“넵! 감독님 말씀대로 헤트트릭 꽂고 오겠습니다!”


“그래, 어서 가봐.”


내가 하진 않았지만 뭔가 뿌듯한 걸? 마치 젖먹이를 키워 결실을 맺은 것처럼 가슴 한 구석이 복잡미묘했다.


“이제 정말 감독처럼 보이는데?”


“뭐가?”


“남을 보며 그렇게 미소 짓는거 네게서 처음보는 거야.”


뭐라고? 카요 녀석, 뭔가 기분나쁜 말인데?

가만··· 그러고보니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남이 잘했다고 칭찬한 적이 있었던가?


바르셀로나 시절에도 난 동료의 골에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었다.

유소년 시절부터 이어진 경쟁.

어느날 말도 없이 사라진 동료만 모아도 한트럭인데 무슨···.


성인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좀 친해질라 치면 이적.

결국 난 마음에 문을 닫고 말았었지.


“네 말이 맞네, 카요. 어쩌면 나 그때와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어.”


“걱정마, 감독. 좋은 의미로의 변화니까···.”


“그렇겠지···.”


경기는 4 : 0 전반엔 고전했지만 후반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네팔을 잠재웠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팀의 화합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점이었다.


#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더 이상 날카로운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적어도 한국기자들 중에서는 말이지.


그들도 순조롭게 이어지는 대표팀의 승리에 딱히 불평을 가질만한 질문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느 눈치 없는 기자 하나가 고작 아시아 예선인데 내 득점이 눈에 띄게 줄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물었지만 주변 기자들의 야유에 결국 질문을 취소하고 말았다.


5일 뒤 열릴 호주와의 경기를 위해 서둘러 귀국한 우린 하루 휴식 후 훈련장에 모였다.


아침부터 2시간의 공개훈련이 잡힌 터라 나는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세르지! 이번 공개훈련은 누가 결정한 거야?선수들 원정 경기 다녀온 후라 피곤한데 꼭 이런 보여주기식 훈련에 장단을 맞춰야 되는 거냐고···.”


“나도 동의해, 하지만 팬들이 원하는 걸 어떻게 하겠어.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의 훈련모습을 본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팬들이 많아.”


“휴... 빡빡한 일정 속에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시간도 부족한데···.”


“2시간 정도니까 금방 끝날거야. 어서 해치워 버리자고.”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선수들이 몸을 푸는 것을 시작으로 카메라가 돌기 시작했다.


난 최대한 설렁설렁 대충 하라고 일러 뒀지만 이협은 벌써부터 땀을 흘리며 과할 정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늙은이 주책맞게···.’


그 순간, 순발력 훈련을 하던 그가 디딤발을 잘못 짚었는지 외마디 비명과 함께 픽 쓰러졌다.


“뭐야? 뭐 때문에 그래?”


이협 근처에 있던 카요가 급히 응급요원을 불렀다.

이협은 허벅지를 부여잡고 몸을 바르르 떨며 신음하고 있었다.


“선배, 어디에요 허벅지? 거기가 아파?”


“어. 명우야, 죽겠다. 아 .. 허벅지.. 뒤쪽···.”


그의 말대로 정말 허벅지 뒤쪽이라면 큰 문제이다.

햄스트링.

선수생명에 치명적인 부상.

햄스트링 파열이 오게 되면 긴 회복기간도 문제지만 수시로 재발하는 통에 선수들이 꺼려하는 TOP3 안에 드는 부상이다.


한바탕 난리통에 이협은 들것에 실려 의무실로 옮겨졌고 공개 훈련은 조기 종료되었다.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코치들에게 뒤처리를 맡기고 이협을 따라갔다.

팀 닥터가 이협의 허벅지 쪽을 조심스레 만지며 진단을 하고 있었다.


“상태가 좀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햄스트링 쪽이 의심됩니다만, 정확한 건 검사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햄스트링이란 소리에 이협의 얼굴이 죽상이 된다.


“옌장, 왜 이런 중요한 순간에 햄스트링이야···. 아흑.. 차 감독 나 어떡해?”


“아직 검사 해봐야 아는 거니까 너무 낙담하지 말아요.”


“늙으면 서럽다더니··· 차 감독 말대로 설렁설렁 뛸걸. 괜히 카메라에 한번 더 잡히겠다고 설치다가···”


이협은 올해 서른 둘이니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일 확률이 높다.

만약 이대로 이탈한다면, 그에게도 팀에도 큰 타격이다.


“서둘러 병원으로 옮기죠.”


“네. 잠시 후면 엠블런스도 도착할 겁니다.”


“이럴까봐 아침 댓바람부터 수진 트레이너랑 같이 준비운동 확실히 끝냈는데···.”


“우선 병원에 다녀 오고 얘기해요. 너무 낙담하지 말고···.”


“알았다, 차 감독.


대표팀의 중앙 수비수는 총 4명. 이제야 어느정도 호흡을 맞춘 그들인데 이협이 빠지면 새로운 멤버의 투입도 문제지만 기존 선수들의 균형도 깨질 것이 분명했다.


‘제발···. 별 탈 없어야 되는데···.’


이협이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것을 보며 나는 착잡한 마음을 뒤로하고 훈련장으로 돌아왔다.

세르지오의 지휘하에 선수들은 전술 훈련에 매진 중이었다.


“이협은 좀 어때?”


“아직··· 병원에서 MRI 찍고 결과를 봐야 할 것 같아."


“그가 없으면 안되는데 큰일이네.”


“그러게, 기도라도 해야 될 판이야.”


나는 착잡한 마음을 애써 지우며 훈련에 들어간 선수들을 바라 보았다.


팀을 나눠 전술 훈련 중인 선수들에게서 네팔에서 보여준 유기적인 플레이가 보였다.


수비측은 압박에 들어간 선수를 제외하곤 간격을 맞추며 지역방어에 초점을 맞췄다.


전방 공격수까지 미드필더 라인에 합류해 공을 가진 상대를 끝까지 압박하고 본래 있던 아군과 합세하여 공을 뺐는다.


공을 가진 전방 공격수는 미드필더의 롤을 맡고 나머지 윙 포워들이 중앙으로 쇄도.

투톱 체제를 갖췄다.


비어 있는 사이드라인은 윙백들이 위로 올라가며 크로스 올릴 준비를 하고 남은 미드필더 둘은 후방에서 공을 뺏길 상황을 대비하여 수비 빈자리를 지원했다.


“세르지, 좋은데?”


“그렇지? 네팔전 이후로 선수들의 전술이해도가 많이 늘었어. 후반에 프리롤을 주문한 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


“그래. 조금만 더 다듬으면 꽤 예리해 지겠는걸.”


“골!!”


최수빈이 깔끔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선수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서려 있는 모습이다.


아시아 5강 중 하나인 호주.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훈련을 마치고 저녁 무렵 이협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난 다시 의무실로 향했다.


이협과 팀 닥터, 그리고 심수진이 있었다.

이협은 침대에 걸터앉아 팀 닥터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좀 어때? 결과는 나왔어?”


내 물음에 심수진이 대신 대답했다.


“다행히 근육이 잠시 놀란 것 뿐이라고 해요. 감독님.”


?? 얜 또 갑자기 왜이래?

내가 째려보자, 심수진은 태연하게 시선을 피하며 이협에게 말했다.


"그럼 내일 아침 일찍 물리치료실로 오세요."


이협과 대화를 나누던 팀 닥터가 내게 말했다.


“다행히 햄스트링 파열은 아니라고 합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호주와의 경기에 출전 할 수 있을까요?”


"이대로 근육 통증만 가라앉힌다면 문제없을 겁니다. 하지만 재발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다행이다. 정말···.”


“고맙네. 검사받기 전까지만 해도 움직이지 못할 줄 알았는데 결과가 나오니 좀 나아지는거 같아. 하핫···. 그런데 차 감독 나 때문에 계속 기다리고 있던 거야?”


“뭐, 겸사겸사···. 선배가 빠지면 전술에 차질이 생길 테니까."


“고마워, 차 감독. 듣던 거랑은 진짜 너무 다른 거 같아. 그렇게 상하관계 무시하고 지멋대로···헙···.”


빠직. 이 형 입 땜에 기분이 싹 가라앉네.


“됐어요. 뭐 그땐 그랬으니까···. 아무튼 푹 쉬어요.”


“그래, 차 감독. 어서 들어가 봐. 미안!”


철컥. 문을 닫고 몇 걸음 걷자, 상태창 알림이 들렸다.


띠링.


! 선수와 얕은 유대감이 형성 되었습니다.

! 감독 능력치 전체가 오픈 됩니다.

! 이제 선택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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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주기) 주 7일 18:20분 입니다. 24.09.02 23 0 -
18 18화 월드컵 3차예선 호주전 24.09.17 9 0 11쪽
» 17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2) 24.09.16 12 0 12쪽
16 16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 24.09.15 16 0 12쪽
15 15화 월드컵 3차예선 브리핑 24.09.14 20 0 12쪽
14 14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3) 24.09.13 21 0 11쪽
13 13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2) 24.09.12 21 0 11쪽
12 12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 24.09.11 20 0 11쪽
11 11화 강재하와의 1:1 24.09.10 20 0 12쪽
10 10화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중국전 24.09.09 22 0 13쪽
9 9화 미드필더 강재하 24.09.08 20 0 13쪽
8 8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2) 24.09.07 28 0 12쪽
7 7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1) 24.09.06 26 0 12쪽
6 6화 개별 면담 24.09.05 28 0 13쪽
5 5화 사우디와의 평가전(2) 24.09.04 34 0 12쪽
4 4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24.09.03 46 0 12쪽
3 3화 특수능력이 초기화 되었다? 24.09.02 71 0 12쪽
2 2화 협회장부터 내 사람으로 24.09.02 77 1 13쪽
1 1화 기껏 은퇴했더니 뭐라고? 24.09.02 13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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