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팀 은퇴하고 국대노예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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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은재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2
최근연재일 :
2024.09.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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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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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월드컵 3차예선 브리핑

DUMMY

공의 궤적이 바나나처럼 휘어져 나갔다.

자칫하면 골대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궤적이다.


터엉-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골대를 맞는 공.




다행히 스핀이 걸려 골대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이다!


- 골!!


이란의 선수들은 좌절하고 나는 당당히 엔드라인을 타고 뛰어가며 내 전용 세레머니인 브이자로 눈 가리기를 했다.


2:1, 이란과의 승부는 그렇게 우리의 승리로 끝이 났다.



! 볼트러시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2)

드리블 시 순간 속도가 10% -> 15% 상승 하였습니다.



#






어린 시절, 주말이면 아버지와 함께 다니던 작은 공원이 있었다.


집 근처에 있는 그리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인적이 드문 공원.

공원 한켠에는 작은 공터와 아버지의 키보다 조금 높은 암벽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매번 아버지와 슈팅연습 비슷한 걸 하곤 했었다.


고학년이 되어 학교 축구부에 들어가기 전까지 난 그렇게 아버지와 함께하는 주말을 기다리곤 했었다.


그때의 내가 아버지에게 호언 장담하며 꺼냈던 말.


“아빠, 나 이 다음에 커서 꼭 축구 국가대표가 될 거야.”


“그래 그래, 우리 지수 국가대표 되면 아빠 호강시켜 주겠네?”


여기까진 여느 어린애와 같았지만 난 한가지 더 덧붙였다.


“그래서 월드컵 우승 할 거야! 우승해서 국가대표팀 회장도 되고, 거기에다가 나중에 국대팀을 사서 내 마음대로 할 거야!”


난 아직도 그때 아버지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지? 하는 표정.


그래. 난 어릴때부터 이상이 상당히 높았다. 허무맹랑할 정도로..

그래서 간혹 주변인들에게 비웃음을 사곤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래서 뭐?


지금 내 말대로 안 된 게 있어?



띵동.


‘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


이란과의 경기를 치룬지 2주가 지난 지금.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집에 머무는 것이기에 날 찾지 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


“민우냐?”


덜컥. 문을 열자마자 밀어재끼며 들어오는 아버지.

깜짝 놀랐다. 내가 생각한 걸 어떻게 아시고···.


아버지?


“그래, 이놈아! 용케도 애비 얼굴은 안 까먹었구나?”


한창 추수로 바쁜 시기에 어떻게 오신 건지···.

뒤에서 조신하게 서 계신 어머니까지···.


아버지는 막무가내로 나를 밀고 선 거실로 들어와 소파를 차지하며 앉았다.


“갑자기 연락도 없이 무슨 일 있어요?”


“크험. 이 좌식이! 물이라도 한잔 내올 것이지!”


“흠흠, 왜 애를 시키고 그래요. 지수야, 엄마가 떠 올게.”


내가 벙찐 표정으로 옆에 앉자 아버지가 갑자기 폭탄선언을 내 뱉었다.


“나, 시골생활 그만 청산하기로 했.다!”


서울에 있는 대기업 부장이었던 아버지는 내가 바르셀로나 성인팀과 계약하며 돈을 벌자마자 제 밥벌이는 가능하겠다며 어머니와 함께 귀농을 선언하셨었다.


그때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통보를 하셨었는데···. 또 이러시네···.


“왜요? 매년 수확량이 늘어난다고 좋아하셨잖아요?”


“그냥!”


“네?”


어느새 음료수와 전병까지 챙겨온 어머니가 아버지를 조곤조곤 나무라며 말하셨다.

그런데 우리집에 전병이 있었나?


“무슨 그냥은 그냥이에요. 지수 너가 걱정된다고 가자고 난리를 치시는거 아니겠니?”


“아니, 내가 언제 난리를 쳤다고··· 그래요.”


시커먼 눈썹에 눈을 부릅뜬 아버지와 그에 반해 피부가 곱고 다소곳한 어머니.


아버지가 말은 저렇게 해도 속마음이 여리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저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럼 올라 오세요. 우리집 방도 많은데···.”


“아.니!”


아버지는 선서하듯 오른손을 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럼요?”


“크흠···.”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어머니가 대신 말을 했다.


“오면서 근처 부동산에 알아보니 옆집이 얼마전에 집을 내놨다더구나. 뭐 너 때문에 외부인도 자주 들락거리고 불편하다면서···.”


민우를 통해 들은 기억이 있었다. 가끔 기자들이 내가 없으면 옆집을 찾아가 이것저것 물어보곤 하는 통에 민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그래요? 그럼 잘 됐네요. 민우한테 얘기해 놓을게요. 인테리어는 혹시 원하시는 거 있으세요?


“아.니!”


다시 한번 외치는 아버지.

대체 왜 그러시는지···. 나이를 드실 수록 말이 점점 줄어드시는 것 같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내 집은 내가 알아서 한다. 아니, 우리 집. 그러니까 네 엄마와 내 집.”


어머니의 눈총에 곳바로 꼬리를 내리시면서···.


부모님은 매번 그랬다.

돈 문제로 자식에게 얹혀 지내기 싫으시다면서 귀농할 때에도 일절 도움을 거절하셨었다.


어쩌면 아버지의 귀농 이유는 나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을 정도로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하시는 분들이시다.


“알겠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급작스럽게 결정하신 거에요?”


“사실 나도 네 옆에 있고 싶기도 하고. 귀농은 네 아빠가 하자고 해서 따랐으니 이번엔 엄마 차례기도 하지···. 엄마는 도시가 좋아. 가끔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크흠···.”


난 점점 귀여워지는 부모님의 캐미에 뿌듯함을 느꼈다.


“그런데 매번 농사일 하시던 분이 갑자기 도시로 오면 심심하지 않으시겠어요?”


“누가 농사일을 접는다고 했어!”


깜짝이야. 아버지의 급작스런 발진.


“농사를··· 어떻게 하시려고요?”


“집 뒤 뜰에 정원도 있고 그거 다 파서 영양분 그득 넘치는 땅으로 바꾸면 되지.”


“안돼욧! 거기 내가 커피 마실 그네랑 탁자 설치 할 거야.”


급 쭈그러드는 아버지.


“그··· 그럼 수경재배로 요즘은 아파트처럼 높게 올릴 수도 있으니까···.”


이 구역의 집들은 죄다 모양이 비슷하다.

산을 뒤에 두고 앞 뒤로 정원이 있는 2층 짜리 단독주택단지.


그리고 난 가끔 산 위에서 몰래 사진을 찍는 기자놈들 때문에 펜스를 쳐 놓으려 산의 일부분을 매입 했었다.


“아버지, 그럼 뒤쪽 산에 밭 농사라도 지으세요.”


“이놈이 큰일날 소릴! 남의 땅에 함부로 농작물 지으면 안 된다!”


“저 산 절반이 제 땅이에요.”


잠깐 아버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러나 다시금 인상을 쓰며 건넨 말은···.


“임대료는 꼬박꼬박 주마!”


“아니에요. 정 그러시면 거기서 나는 농작물 좀 주세요. 채소는 매 끼니 먹어야 되니까요.”


그렇게 아버지는 계단식 농경법에 대해 열변을 토하다가 시간이 다 됐다면서 돌연 집으로 돌아가셨다.


오랜 타지 생활로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한 나였지만 따뜻한 마음의 부모님과 함께라면 뭐··· 그리 나쁘지 않을 성 싶었다.




#





오늘은 월드컵 아시아 지역3차예선 조 추첨이 있는 날.


총 18개 팀이 올라온 3차 예선은 3개 조로 나뉘어 각 팀당 10경기씩을 치르게 된다.

아시아 지역에 주어진 본선행 티켓은 총 8장.


각 조의 1,2위는 월드컵에 직행하게 된다.


국대팀 코칭 스탭 전부가 사무실에 모여 다음 결전의 상대가 누구인지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스탭 한 명이 배정 결과를 화면에 띄웠다.



우리가 속한 A조에는


대한민국

오스트레일리아

사우디 아라비아

네팔

카타르

북한


이 배정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사우디 아라비아가 포함된 만큼 선두권 경쟁이 치열할 듯 보였다.


세르지오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대진운이 좀 안 좋네···.”


“그래, 그렇지만 어차피 우승을 노리는 국가라면 대진운에 연연하지 않아야지.”


“넌 유소년 때부터 그랬지. 어려운 일을 마치 아주 쉬운 일처럼 얘기하는 거 말이야.”


“그래도 어떻게서든 이뤄냈잖아?”


세르지오는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네가 하는 얘기면 이뤄질 수도 있겠지. 자, 그래서 위대한 선장! 내게 시킬 것이 있는가?”


나는 휴식 중에 생각해 온 것들을 세르지오에게 말했다.


“샤크이즘, 게겐 프레싱의 틀이 되어 준 감독.”


“에런 샤크를 말 하는 거야?”


“그래. 지역 압박에 의한 토탈 사커. 이번에 추가 될 전술이야.”


에런 샤크는 1990년대에 압박 축구의 틀을 완성한 백전 노장.


이젠 지금까지 해왔던 체력과 압박에 관한 전술 훈련의 덕을 볼 단계였다.


세르지오가 다시 질문했다.


“네 머리속에 있는 걸 좀 더 자세히 알려줘 봐.”


“경기장에서 선수들은 좀 더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할 거야. 지역 방어와 압박의 틀을 유지하되 압박으로 인해 빈 공간은 근처의 선수들이 메꾼다.”


“그건 지금까지도 해왔던 방식이라 무리가 없을 것 같고···.”


“거기에 한 가지 더 추가돼. 공격시엔 무차별 적인 스위치로 모든 선수가 거의 모든 포지션에서 완성도를 높여야 될 거야. 앞으로는 체력은 물론이거니와 기술, 슈팅,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에 중점을 둔 훈련을 해야 되겠지.”


세르지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었다.


“졌다 졌어! 지수, 어렵긴 하지만 확실히 네 말대로 된다면 이전보다 더 스피디한 경기 운영이 가능하겠어.”


“맞아.”


“그런데 이번에도 양날의 검인 전술이네? 선수들이 적응하지 못한다면 뒤죽박죽이 될 지도 몰라.”


"원래 월드컵 우승이란 목표 자체가 강팀에게도 모 아니면 도 같은 거잖아?" 난 선수들을 믿어. 그들과 함께 뛰는 나도 믿고 말이지.”


“오케이! 선장이 잡은 키를 놓치지 않도록 옆에서 같이 잡아주는게 내 몫이니까. 제대로 준비해 볼게.”


“좋아, 세르지.”


세르지오는 바로 앞 단상에 올라 코치진을 향해 박수를 쳤다.

짝짝 짝 짝짝.


“대.한.민.국!”


“그렇지! 제군들. 우리 대한민국의 3차예선 대진이 결정 되었다. 더군다나 캡틴은 새로운 지시사항들을 잔뜩 우리에게 줬어.”


코치진이 나를 보며 야유를 보냈고 난 그저 웃음으로 답했다.


세르지오는 장난스럽게 코치진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내가 말한 중요한 요점들을 빠짐없이 전달했다.


그를 중심으로 코치진이 뭉쳐 선수들의 훈련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든든했다.


그렇게 3차 예선 첫 경기 상대인 네팔에 대한 브리핑까지 끝마친 후 스탭 회의는 끝이 났다.




#







2028년 6월 12일.


네팔과의 아시아 3차 지역예선 첫 경기.


네팔의 산악지대 바로 밑에 자리 잡은 경치가 아름다운 경기장 다사라스 랑가살라 스타디움.


경기장 너머로 보이는 설산들은 마치 자연의 장벽처럼 둘러싸고 있어, 이곳이 축구 경기장이 아닌 신들의 정원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다목적 경기장인 터라 관중석은 비교적 적었지만, 이미 꽉 찬 관중들은 열정적으로 각자의 팀을 응원하고 있었다.

붉은색과 파랑 물결이 관중석을 장식하고, 울려 퍼지는 응원가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고산지대의 영향으로 필드의 잔디는 다소 거칠고 메말라 있었지만 그리 문제가 되진 않아 보였다.


대기 중인 우리 선수들은 이 낯선 환경 속에서도 호흡을 가다듬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준비를 마쳤다.


A그룹 내에서 최약체로 평가 받는 네팔이지만 오늘의 무더운 날씨가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술판에 스타팅 멤버를 개시하는 카요를 보며 난 이란과의 경기에 무단불참한 강재하가 떠올랐다.


그에게 연락이 왔을 때, 전화보다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는 내 제안에 그도 수긍하며 테헤란 공항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일부러 조금 늦게 도착한 공항 카페. 강재하는 자신의 몸집보다 한참이나 작은 테이블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나를 보자마자 한 첫 마디는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죽을죄를 지었구만요잉···. 저 브라질 가게 돼브렀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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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주기) 주 7일 18:20분 입니다. 24.09.02 22 0 -
18 18화 월드컵 3차예선 호주전 24.09.17 7 0 11쪽
17 17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2) 24.09.16 11 0 12쪽
16 16화 월드컵 3차예선 네팔전 24.09.15 16 0 12쪽
» 15화 월드컵 3차예선 브리핑 24.09.14 19 0 12쪽
14 14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3) 24.09.13 20 0 11쪽
13 13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2) 24.09.12 19 0 11쪽
12 12화 월드컵 2차예선 이란전 24.09.11 18 0 11쪽
11 11화 강재하와의 1:1 24.09.10 18 0 12쪽
10 10화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중국전 24.09.09 21 0 13쪽
9 9화 미드필더 강재하 24.09.08 19 0 13쪽
8 8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2) 24.09.07 27 0 12쪽
7 7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1) 24.09.06 24 0 12쪽
6 6화 개별 면담 24.09.05 26 0 13쪽
5 5화 사우디와의 평가전(2) 24.09.04 31 0 12쪽
4 4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24.09.03 43 0 12쪽
3 3화 특수능력이 초기화 되었다? 24.09.02 68 0 12쪽
2 2화 협회장부터 내 사람으로 24.09.02 75 1 13쪽
1 1화 기껏 은퇴했더니 뭐라고? 24.09.02 12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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