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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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5441_nipa0711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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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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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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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의자는 싫어

DUMMY

숲 속을 통과하여 도착한 이 간이 기차역은, 그 이름 그대로 숲의 일부 구간에 조성한 정말 작은 기차역이였다. 구조 자체는 아마 내가 지금껏 이용해본 기차역 중에서 가장 단순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사람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고, 편의 시설이라고는 자판기가 전부인 곳이였다. 벤치 몇 개에 비를 피할 수 있는 자그마한 역사라는 것이 있는 곳 이다.

역사안이라고 딱히 무언가 더 있지는 않았는데, 무인인 관계로 기차표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은 당연히 없었으며, 내부에 편의점이나 다양한 시설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화장실은 역사 안에 있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의 무인역에서 기차가 지연되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잠깐의 걱정을 했었지만, 그 걱정이 무색하게 기차는 기차운행시간표에 기재된 그대로 제 시간에 도착했다.

기차가 도착하는 것은 의외로 매우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저 멀리서 부터 뿌연 연기를 흩날리며 뿌뿌- 거리는 거대한 소리를 내면서 역을 향해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와아-"

저 거대한 증기기관차의 위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지 않나?

그러나 오히려 이 모습을 쳐다본 위나는 머리위에 물음표를 띄어놓은 모양이다.

"응? 케이씨, 기차 처음 봐요?"

증기를 푹푹 내보내는 기차는 21세기에는 관광용으로나 일부 살아있지 않을까. 현역으로 사용되는 곳이 있다면, 저기 3세계에나 남아 있을려나 모르겠다. 대부분이 최소한 디젤일테고, 내가 살던 한국이라면 전기기관차와 고속열차 정도나 타고 다닐테니, 저런 증기를 뿜는 기차는 사실 직접 본 것은 지금이 처음이다.


객실의 내부는 21세기와 비교했을 때 크게 특별난 것은 없었다. 다만 한국에서 운행하는 기차의 구조와는 다르게, 유럽에서 볼 수 있는 기차의 구조라 볼 수 있었다.

내가 유럽 여행 중이 아니였다면, 해외 경험이 없이 한국에서 이세계로 바로 오게 되었다면, 분명히 이 기차의 내부 구조만으로도 놀라고 있지 않을까.

통로를 기준으로 좌우로 2석의 좌석이 배치된 것이 한국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차라면, 지금 내가 탄 이 기차는 객실이 칸으로 구분되고 복도 쪽으로 열리는 구조다. 객실에는 총 6명이 이용할 수 있는데, 3명씩 마주보고 앉는 구조다.

뭐라고 해야 될까. 개인적으로는 신기한 경험이긴 하지만, 선호하지는 않는 구조다. 일단 모르는 사람의 얼굴을 쳐다볼 수 밖에 없고, 무엇보다 다리가 훨씬 불편하다. 다만, 이것은 만석의 이야긴데, 지금과 같이 예쁜 미소녀와 단 둘이서 한 방에서 보낼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21세기 유럽에서 이용한 기차와의 차이점이라면 편의성 정도라고 해야 될까. 의자가 푹신한 의자가 아닌 한 눈에 봐도 딱딱해보이는 나무 재질의 의자가 있었다.

아...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저... 저기요...? 몇 시간을 간다고 했었죠?"

"7시간 조금 더 넘게 가요!"

위나가 해맑은 미소로 대답했는데, 그 대답을 들은 나의 표정은 분명히 썩어들어갔을 것이다. 이런 딱딱한 의자라니. 이거는 정말 정말,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아"

"응? 무슨 문제가 있나요?"

"의자가 생각했던 것 보다 적응이 안되는군요."

앉아보니깐, 예상과는 다르게 아예 생짜 나무판대기는 아니였다. 쿠션이 있긴 했다. 다만 그 편안함이 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을 뿐이였다.

"헤에. 1등석만 타고 다녔나 보군요?"

"놀리지 말고, 방법은 딱히 없을까요? 마법이라던가..."

"있으면 제가 먼저 이용하고 있었겠죠?"

쳇. 그렇다. 그녀가 딱히 마법을 시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마땅한 마법이 없다는 것. 마법 자체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눈 앞에 있는 마법사인 그녀로서는 대책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겠지.


"식당칸, 구경가보실래요?"

"아. 의자에 신경이 쓰여서 까먹고 있었네요."

식당칸은 기차의 한 객차를 의미하고 있는데,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몇 개의 객차를 지나쳐야만 되었다.

"여기... 침대칸이죠?"

통로를 지나치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침대칸이였다. 아마 4명이 한 방을 쓰는 형태로 보이는데, 침대 메트리스라면 지금의 나를 괴롭히던 그 딱딱한 의자 보다는 훨씬 편하지 않을까?

"꿈 깨세요. 우리는 잠 자기 전에 내리니까요."

"저 침대 메트리스에 누워서 가고 싶은데요?"

"저기 엄청 비싸거든요. 케이씨는 돈도 없으면서."

하긴. 침대칸이 기본적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긴 하겠지. 그래도 부럽다.

투덜거리면서 도착한 식당칸은 상당히 붐비고 있었는데, 그 중 테이블 한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여기 의자가 훨씬 나은데요? 여기 계속 있을까요?"

"...금액별로 이용제한 시간 같은것이 분명히 있을꺼에요."

돈, 돈 그리고 또 돈!!!

페이가 있는데, 왜 쓰지를 못하는 거니!

그러고 보니, 이세계로 가는 많은 작품에서 주인공 보정이니 이세계 특전 같은 것이 있던데, 정작 나한테는 뭐 없나? 있다 한들 아직은 모르겠다. 전혀 모르겠다.

"보자... 아, 여기 있네요. 맥주는 4종류를 판다고 하는군요."

흑맥주 하나와 라거 하나 필스너 2종류로 보이는 메뉴가 있었다.

"뭘로 하실 건가요? 들고 가실거죠?"

"으음... 한 병으로 최대한 여기 오래 앉아있다고 갈래요."

계획 변경이다. 처음에는 들고 가서 마실려고 했었지만, 의자가 생각 이상으로 딱딱한 관계로 최대한 이 곳에서 견디다가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홀짝 거리면서 로빈슨씨의 도시락을 까먹고, 술에 취해서 잠이 들었다가 깨면 도착하는 시나리오를 그려보자.

여행하면서 계획이 틀어지는 것은 하루이틀, 한두번이 아니니깐, 지금도 마찬가지다 라고 생각했다.


"로빈슨씨의 도시락을 여기서 먹는 것은 안되겠지요?"

"으음. 잘 모르겠군요. 한 번 물어볼까요?"

"네. 부탁드릴게요."

밥을 굳이 여기서 먹을려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의자, 의자 그놈의 망할 딱딱한 의자.

여기서 계속 죽치고 있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최대한 버티다가 돌아가는것이 당연히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밥도 여기서 먹는 것이 아무래도 좋다.

"주문만 한다면 상관하지 않는데요. 다만 냄새가 심하거나 이런 것은 제한이 있다고 해요."

"음식을 주문해야 되는건가요?"

"맥주도 괜찮다고 해요."

"다행이네요. 그러면 제가 가서 도시락을 가져올게요."

"아, 아니에요. 케이씨는 여기 앉아계세요. 제가 가서 가져오도록 할게요."

뭐, 본인이 가져오겠다는데 사양할 이유는 없는 만큼, 앉아서 기다려볼까.

자리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니, 어느덧 기차는 영원할 것만 같았던 숲 속을 벗어나, 이름 모를 호수의 옆을 지나치고 있었다.

위나가 다시 돌아왔을 때, 나는 그녀의 두 손에 도시락이 들려 있었고, 그녀의 목에는 내 카메라가 걸려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게 목적이였구나. 물론 계약이 계약이긴 하지만, 저 카메라 분명히 내 가방 속에 넣어놓았을텐데?

"응? 가방이라면 괜찮아요. 방법 마법을 걸어놓았으니깐, 누군가 몰래 들고가지는 못하겠죠."

"..."

"와, 맛있어 보이네요!"

실제로 로빈슨이 챙겨준 도시락의 내용은 상당히 맛있어보이는 것이였으나.

"... 그 카메라, 분명히 제 가방 속에 있었을텐데요?"

관건은 허가 없이 가방을 뒤졌다는 것! 그게 포인트다.

카메라는 분명히 내릴때까지 위나가 갖고 놀아도 되지만, 아직 준 적은 없는데?!

"응? 아!"

거기서부터 설명해야 되는건가요... 라고 읊조린 그녀는 카메라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고, 그 위를 로빈슨씨가 챙겨준 도시락을 넣어왔던 바구니로 덮었다.

"케이씨, 잘 보세요."

그녀의 손을 쳐다보고 있자, 어느덧 카메라가 그녀의 손에 있었다.

?!!

"에...?"

"계약이니까요. 저와 케이씨의 계약. 후훗"

쿡쿡 웃으면서 그녀는 그것도 모르나보군요? 라더니 설명을 시작해주었다.

"마법사는 본인의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아요."

"하지만, 그 카메라는 제꺼입니다만?"

"으음. 그건 분명해요. 이 카메라는 케이씨꺼지만, 동시에 이 기차 여행 동안은 제꺼기도 해요. 그렇게 계약을 했으니까요."

"분명히, 기차 여행 동안에는 위나씨가 이용해도 된다고 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거죠?"

"마법사는 말이죠, 계약한 것이라면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어요. 그게 마법사가 지팡이를 잃어버리지 않는 이유기도 하구요."

"그러니깐 제 카메라를 가방을 건들이지 않고 빼냈다...라는거죠?"

"빼냈다는 것과도 사실 조금 다르긴 해요. 그렇지만... 음... 설명하기가 힘드니... 뭐, 그런거라고 해둘래요."

"하아. 뭐... 좋아요. 마법이라면야 뭐..."

"그래서, 뭐 주문하실건가요? 시키지도 않고 먹으면 바로 쫒겨날 것 같은데요? 실제로 저기서 눈치도 주고 있는 모양이구요."

"와인... 한 잔씩 어떤가요?"

"와인이요? 음. 괜찮겠네요. 로빈슨씨의 음식과도 잘 어울릴꺼 같구요. 아, 마실 수 있냐고 묻지는 말아주세요. 여기서 와인은 상당히 특별한 존재니까요."

"레드와인으로 하죠. 사실 화이트도 상관 없지만, 와인 선택은 맡길게요."

"어차피 맥주랑 비슷한 가격대 와인은 두 종류 밖에 없는 것 같지만요."

와인 종류 자체는 열 개는 넘는 리스트가 있었지만, 결국은 가격이 관건이였다.


로빈슨씨가 싸 준 도시락은 전체적으로 본다면, 프로슈토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돼지의 뒷다리살을 염장하여 훈연건조를 시켜서 만든다는 프로슈토는 이른바 햄이라 불러도 무방한데,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부르는 햄과는 꽤 차이가 있다.

로빈슨씨는 이 프로슈토를 이용하여, 바게트 샌드위치와 더불어 멜론위에 프로슈토를 올린 디저트를 정성스럽게 포장해주었다.

"점심으로는 딱이군요."

"그리고 와인과의 궁합도 괜찮은 메뉴에요."

"그러면, 식사 맛있게 하세요."

"아, 잠시만요!"

와인을 마실려는 나를 위나가 제지하더니, 카메라를 켜서는 사진을 찍는다.

"헤에. 이런 느낌이군요. 찍은 것도 바로 볼 수 있구요."

"... 마셔도 되죠?"

"아직요. 여기서도 한번 찍어볼래요."

이 각도 저 각도에서 찍은 그녀는, 충분히 만족하고서야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제 먹죠!"

사진 찍는 것을 조금 더 기다려서 그럴까, 로빈슨씨의 샌드위치의 맛은 기대 이상을 훨씬 더 뛰어넘어서, 정말로 맛있었다. 돈 주고 사먹어라고 해도 주저 없이 돈 주고 사먹을 정도로 말이다.

살짝 씁쓸한 레드와인의 타닌은 프로슈토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멜론과 환상의 조합을 자랑했다.

그리고 눈 앞에는 와인을 홀짝이고 있는 미소녀가 있었다.

딱딱한 의자에서 몇 시간을 견뎌야 된다는 미래가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뭐 어떠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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