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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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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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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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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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세로그립

DUMMY

"그냥 필름을 주시면 좋겠는데 말이죠."

"제 카메라는 필름을 사용하지는 않아서 말이에요."

"케이씨, 어차피 사진이라면 뽑아서 볼 수 있지 않나요?"

"어... 포토 프린터는 들고 다니지는 않아서 말이에요."

자그마한 포터블 포토 프린터가 한 때 잠깐 유행했었던 적이 있었고, 나 역시 그 제품을 갖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저기 집의 서랍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다. 그 포토 프린터를 몇 번 써봤는데, 일단은 인화지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인데다가, 출력되는 사진 품질이 실제 사진에 비하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들고 다니면서 인쇄가 가능하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그게 필요한가로 접근하면, 굳이 들고 다니면서 인쇄할 필요성이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 3세계를 여행하는 일부 사진가분들은 그런것을 들고 다니면서 현지인에게 선물로 주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는 봤지만, 내가 그런 환경에 놓인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그러면 인화는 어떤식으로 하나요?"

"요즘은 인화 자체를 잘 안하는 편이긴 한데, 업체에 맡기거나, 일부 마트에 있는 포토 프린터를 이용한다던가 뭐 그런식으로 하죠."

실제로 대부분의 사진들은 그냥 디지털 장비에 들어간 채로 화면으로 보는게 현실이니깐 말이다. 그게 모니터 화면이 되었건, TV화면이 되었건, 스마트폰 화면이 되었건 그 차이가 있을 뿐이고, 아주 특별한 사진들이라면 포토북이나 이런 식으로 인화해서 소장한다고 해야 될까. 사실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말이다.

"결국 그 사진 파일을 보낼 방법이 없다는거군요."

"그렇죠. 그렇다고 다른 카메라로 LCD를 찍으면 그 결과물은 너무 뻔할테구요."

아무리 잘 찍어도 자글자글한 픽셀이 강조된 사진이 나오겠지.

"케이씨, 이건 뭔가요?"

위나가 들어 보인 것은 세로그립이였다.

"아, 그건 세로그립이에요."

"세로그립...? 그건 뭔가요?"

"세로로 된 사진을 편하게 찍기 위해서 나온 악세서리에요."

"헤에... 그런것이 따로 필요한가요?"

"세로로 인물 사진을 자주 찍는다면 상당히 유용하다고 하는데, 뭐... 저 같은 경우는 그저 뽀대용 느낌으로 충동 구매하긴 했었네요. 그래서 실제로 구입해서 사용해본 것은 몇 번 안되기도 하구요. 혹시라도 필요할까 싶어서 들고는 와봤지만, 역시나 크게 쓸 일은 여전히 없긴 하네요. 무엇보다 일반적으로는 배터리 그립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제꺼는 배터리는 없는 대신... 아?"


카메라를 구매하던 시절, 사진사들이 죄다 세로 그립을 끼우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동경과 환상을 가졌었고, 그 결과 세로 그립을 구매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품은 상당히 비싼데다가, 일반적으로 세로 그립은 배터리 그립이라고 부를 정도로, 배터리 2~3개를 추가적으로 넣어서 배터리 시간을 늘릴 수가 있는데, 문제는 그 말은 배터리 그립에 배터리를 넣을려면 배터리를 추가로 또 사야 된다는 것이고, 그 가격도 부담스러웠다. 이미 카메라 본체만 하더라도 상당히 무리해서 구매한 상황이라 예산 초과라 해야 될까.

결국 인터넷을 이용해서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내가 쓰고 있는 이 제품 되겠다. 이른바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대륙에서 만든 이 제품은, 당연히 정식 제품은 아니지만, 호환은 보장되었고, 실제로 여러 사용기에서 좋다는 평가를 받았는 제품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일반적인 세로 그립과는 다르게, 추가 배터리 공간을 제거하고, 뉴트로라 부르는 인기를 재빠르게 노린 제품이다.

뉴트로는 새로움을 뜻하는 영어단어인 New 와 복고를 의미하는 Retro 의 혼성어를 뜻하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사라졌던 필름이 다시 인기를 얻어서 돌아오게 되었다.

정확한 작동 원리는 알 수 없지만, 매우 뛰어난 대륙의 기술자 분들은 이 세로 그립안에, 본래라면 추가 배터리가 들어있을 공간에 필름을 넣을 수 있게 만들었고, 그것도 무려 선택적으로 사진을 필름에 넣을 수 있게 만든 제품 되겠다.

가장 놀라운 점은, 내가 구매한 이 제품이, 가장 저렴한 세로 그립 모델이였다는 것 이다.


"써본 적은 없긴 한데, 저 세로 그립에 필름 인쇄 기능이 있다고 하긴 했어요."

정말로 써본 적은 없다. 사실 가장 저렴한 세로 그립이라 구매했었을 뿐이니깐.

"오오... 그렇다면 한번 필름으로 주시겠습니까?"

"케이씨, 케이씨!"

"네. 위나씨?"

"저번에 내기 했었던거요! 제가 찍은 필름은 이미 인화를 요청했으니까요."

아하. 저번에 그 일몰에서 촬영했었던 것 말이지.

"그렇군요. 확실히 제대로 된 결과를 볼 수 있겠군요."

솔직히 불안감이 없지는 않았다. 실제로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는 기능에다가, 과연 그렇게 만든 필름이 이 촬영한 사진의 품질을 제대로 담아내 줄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뭐. 어쩔 수 있나. 해보면 알겠지.


건네 받은 필름을 넣고, 세로그립을 장착했다.

오오. 필름 장착을 인식한다. 한번도 본 적 없는 기능인데, 여튼 신기했다.

내보낼 사진들을 몇 개 선택하고, 공유하기를 누르고 필름으로 내보내기를 선택.

그러자 우웅 소리와 함께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경고 팝업창이 뜨면서, 현재 진행 상황과 남은 필름 매수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필름에 사진을 전부 채우기 전에는 빼지 말라는 아주 친절한 안내 메세지까지.

흐음... 그러면 추가적으로 더 넣어야 필름을 빼낼 수 있다는 것인데...

뭘 넣어야 되나 이리저리 확인하다보니, 기차에서 위나가 찍은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뻗어있는 사이에 이것저것 찍었던 모양인데, 생각보다 상당히 잘 나온 사진들이 많았다.

그 중 괜찮아 보이는 것들을 선택해서 다시 업로드 했고, 필름 한 롤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물론 이 과정 자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모 되었다. 아무래도 실제 촬영과 동시에 필름에 기록하는 방식은 아닐테니, 그 과정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원리는 사실 잘 모르겠다.


카메라가 필름에 사진을 기록하는 사이, 이번에는 스마트폰의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었고, 그들은 앞서 스마트폰을 봤었던 엘프 장로나, 마법사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여주었다.

"이... 이런게 진짜 가능하다고요?!"

하긴, 스마트폰은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놀라운 물건이라 볼 수 있으니깐. 일상 생활의 모든 것을 바꾼 제품이지만, 정작 역사는 정말 정말 매우 짧다.

물론 기반 기술들은 전부 다 나와 있었고, 스마트폰은 그 기술들을 하나로 통합시킨 것에 가까운데, 문제는 여기 이세계의 기술은, 그 기반 기술 조차도 미래의 이야기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케이씨와 이 제품들에 관한 것으로 심층 기사를 작성해야 되지 않을까요?"

"분명히 잡지의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치겠죠. 아니,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파급을 불러올 것 입니다."

"안됩니다. 저 것들에 대해서, 지금 이 자리 밖으로 세어나가게 되었을 때의 영향은 우리의 통제 범위 밖이에요."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보여주지 않은 상태임에도 이런 반응이라니. 그나저나 도대체 저 사람들은 무엇을 걱정하는 것인가 싶은 생각을 했다.

"케이씨. 케이씨의 세상에서, 혹시라도 외계인이나 미래인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으음... 일단은 믿지 않겠지만, 어떻게든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 때 그 때 다르지 않을까요? 저라면 주식 뭐 오르는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되는지 그런 걸 알고 싶은데 말이죠."

하아. 미래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면, 몰빵 할 수 있겠지.

인터넷 커뮤니티에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사먹었다는 글을 접했을 때, 그 때 비트코인을 최소한이라도 구매했었다면... 지금은 인생이 바뀌었을텐데 말이다.

그러나 한 순간의 유머글, 외국 어딘가에서 있었던 재밌는 해프닝으로 밖에 취급하지 않았었고, 그 결과... 사실 손해 본 것은 없긴 한데, 배가 너무 너무 아프다.

기회는 있었으니깐. 타이밍도 있었으니깐. 돈도 있었으니깐.

그저, 버리는 셈 치고 구매하지 않았던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랄까.

"개개인이 아닌 국가나 정부 차원이라면요?"

으음. 어딘가에 연구소에 끌려가서, 잘되면 연구개발의 노예가 될 것이며, 아니면 연구개발의 재료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끔찍할 수도 있겠다 싶군요."

"저희들이 생각하는 것도 그런 것이에요. 아무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외계인 연구소니 이런저런 별명을 가진 곳들이 있으니까요."


"당장 어떠한 결론을 낼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보고 생각해야 되겠지요."

"저 분에 대해서는 저희 잡지사에서 보호하는 것이 어떨까요?"

"어떤 보호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희는 저 분에 대해서 어떠한 통제도 간섭할 권한도 의무도 없습니다."

"저 분은 당장 신분증 조차 없을테니까요."

"돈 부터가 문제에요. 당장 생활도 힘들껄요?"

"프리랜서 기자 느낌으로 계약하며 어떨까요?"

기자요? 저는 그런 급은 아니지 말입니다만?

"아, 유감스럽게도 제 촬영 실력은 아마추어 수준이라 말입니다."

이 시대의 프로들과 비교하면 분명히 급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겠지. 내가 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은 잘 해봐야 장비빨인데, 사진은 장비가 전부는 아니니깐 말이다.

"사진에 있어서 장비가 절대적인 것은 분명히 아니에요. 그런데, 동시에 더 좋은 장비가 가져오는 이득도 분명히 있어요."

선임 기자라는 마거릿씨의 이야기인 만큼, 분명히 내가 잘 모르는 무언가도 있긴 하겠지.


"자, 자. 그러면 이렇게 하기로 하죠."

아마도 이 곳에 있는 사람 중 가장 높은 사람인 유서프씨의 이야기에 모두 다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소니콘 부장님은 필름 인화를 해주세요. 일단 인화된 사진을 보고 난 뒤에야, 우리가 그의 카메라를 이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 이야기 해볼 수 있겠죠. 실력은 두 번째 문제니까요. 경험과 실력은 분명히 우리 마거릿 기자님이나 다른 기자님이 코치하면 충분히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무엇보다 아예 생판 초보자도 아니라 하니까요. 윌리엄 과장님과 아이리스 과장님은 케이씨에 대한 서류작업을 부탁 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결국은 정부 기관과 대면하는 날이 올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불심검문이 될 수도 있고, 병원에 갈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케이씨에 대한 신원은 회사가 보증하는 식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 케이씨에 대한 검증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되겠군요. 그건 아이리스 과장님에게 부탁 드리겠습니다. 전반적인 생활과 관련해서는, 위나씨가 계속 확인해주세요. 그러면 이상으로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헤에. 부장님의 검증인가요. 케이씨, 침 흘리지는 마세요."

네? 응? 무슨 소리인거죠?

"아이리스 부장님은 서큐버스니까요. 서큐버스의 검증이 있을꺼에요."

"다른 분들도 하셨나요?"

"보통은 아니요. 다만 회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위직에 대해서는 한다고 들었어요. 즉, 케이씨 역시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라 판단하신 거겠죠."

"그, 그렇군요."

서큐버스라 한들... 뭐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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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작은 마을의 마법사 24.09.10 1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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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미지와 경험의 상관 관계 24.09.07 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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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몰랐다니까요 24.09.04 12 1 11쪽
2 그녀와의 만남 24.09.03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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