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도시에서 감정사로 살아가는 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무늬도
작품등록일 :
2024.09.02 10:41
최근연재일 :
2024.09.19 21:3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898
추천수 :
87
글자수 :
97,765

작성
24.09.15 23:58
조회
77
추천
6
글자
12쪽

15화 황금 열쇠(2)

DUMMY

15화 황금 열쇠(2)





아만다가 가벼운 미소를 띠며 내민 황금 열쇠.

에드워드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는 열쇠를 받아 살펴봤다.

그가 기억하는 모양새 그대로였다.

에드워드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게임 속에만 존재하는 아이템이 아니었어···?’


황금 열쇠는 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단정 지어 생각했던 이유가 있었다.

황금 열쇠는 여타 유물들처럼 미궁 탐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업적을 달성했을 때 저절로 주어지는 업적 보상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몬스터 백만 마리 사냥, 현자의 돌 제조 같은.


“이걸··· 어디서 찾으셨어요?”

“황금향에서 찾은 보석함 속에 있던 거예요. 혹시 아시는 물건인가요?”


이걸 안다고 해야 하나···?

아니, 보면 볼수록 모르겠다. 이거 대체 정체가 뭐지?


에드워드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비비안 여사가 그런 에드워드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확신하는 어투로 말했다.


“너, 뭔가 아는 게로구나.”

“어머, 정말요?”


아만다가 비비안 여사와 같은 자주색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봤다.


“···어떤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라고 알고 있어요. 구하기가 쉽지 않은 물건이라는 점도요. 하지만 그 외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정말 모르겠다.

이걸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아하, 그렇군요. 혹시 나중에 방법을 찾게 되면 알려 주세요.”


아만다는 흥미가 식은 얼굴로 화제를 돌렸다.

잠시 그녀들과 담소를 나눈 에드워드는 이내 그녀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병실을 나와 보두앵을 찾아갔다.


“흠, 생각보다 회복이 빠르네요. 어디 불편한 곳은 없고요?”

“네, 조금 뻐근한 것만 빼면 특별히 이상은 없는 거 같아요.”

“좋아요, 그 정도면 퇴원해도 될 거 같군요. 그럼 이제 내가 보수를 받을 차례인가요?”


에드워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유물을 보여달라 말하자, 보두앵이 서랍장에서 목걸이 형태의 탈리스만과 금속 잔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그 두 개를 쓱 살펴본 에드워드가 그를 보며 말했다.


“어떤 걸 먼저 해 드릴까요?”

“아, 급한 건 아니니 둘 다 감정한 뒤에 와도 상관없어요. 넉넉하게 십 일 후에 보는 걸로 할까요?”

“감정이라면 이미 끝났습니다. 전 뭘 먼저 들으실지 여쭤본 거예요.”

“···네?”

“순서는 상관없으신 거 같으니, 그럼 이것부터 할까요?”


보두앵이 순간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가운데, 에드워드가 탈리스만을 들며 말했다.


“이건 온기의 목걸이라는 물건이에요. 이름 그대로 사용하면 온기를 느낄 수 있죠. 한 번 잡아보시겠어요?”


보두앵이 반신반의한 표정을 지으며 에드워드가 내미는 대로 펜던트 부분을 잡았다.

그러자 에드워드가 나직한 목소리로 약속된 언어를 내뱉었다.


“[포베오]”


그의 목소리가 묘한 울림을 안고 울려 퍼진 순간, 보두앵은 탈리스만으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따듯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보두앵이 눈을 크게 뜨며 벌떡 일어났다.


“아니, 어떻게···!”


보두앵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며 손에 쥔 탈리스만과 에드워드를 번갈아 쳐다보기만 했다.


‘···이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궁금해진다.

본래 감정을 어떻게 하길래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에드워드는 탈리스만에서 손을 떼며 말을 이었다.


“이 유물의 마법은 효과가 강력하진 않지만, 지속 시간이 길어요. 한 번 사용하면 몸에서 떼어놓지 않는 이상 반일 정도 지속될 겁니다. 대신 한 번 사용하고 나면 하루 동안은 사용할 수 없어요. 보통 겨울에 사용하거나, 갑자기 체온이 떨어졌을 때 사용하면 유용할 겁니다.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보두앵이 입을 살짝 벌린 멍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다음은 이걸 설명 드릴게요. 음, 이건 내용물이 좀 필요한데··· 혹시 저 안에 차가 담겨 있나요? 좀 써도 될까요?”


에드워드가 주변을 둘러보다 한쪽에 놓인 찻주전자를 가리키며 묻자, 보두앵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워드가 찻주전자를 가져와 내용물을 확인해 봤다.

끓인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지 따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시범을 보이기에 딱 좋은 조건이었다.


쪼르르륵···.


에드워드가 금속 잔에 차를 따르며 말했다.


“이건 얼음이 담긴 잔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내용물을 차갑게 식혀 주는 유물이죠.”


차를 다 따른 에드워드가 잔을 잡고 약속된 언어를 내뱉었다.


“[레프리제로]”


그러자 잔 위로 살랑살랑 피어 올리던 김이 사라지면서 찻물 위로 살얼음이 끼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류의 유물을 사용해 보는 건 처음이라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몰랐는데, 제법 강력하네요. 아, 이건 하루에 세 번 사용할 수 있어요. 시원하게 마시고 싶을 때 쓰시면 되겠네요.”


이건 좀 탐나네. 맥주를 시원하게 먹을 수 있을 텐데.

에드워드가 속으로 입맛을 다시며 잔을 내려놨다.

보두앵이 잔 속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고개를 들며 물었다.


“···여사님이 칭찬을 하신 이유가 있었네··· 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딱히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니었는지, 보두앵은 다시 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거 주문이 뭐였죠?”

“[레프리제로], 예요.”


보두앵이 잔 속에 든 내용물을 훅 마시더니, 다시 잔에 쪼르륵 차를 따른 뒤 약속된 언어를 내뱉었다.


“레프리제로.”


발음? 발성? 뭔가가 달랐다. 그러나 뭐가 틀렸다고 딱 꼬집어 말하기엔 미묘했다.

그래서일까? 에드워드가 말했을 때와는 다르게 묘한 울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발동 조건은 충족되는 건지 유물은 문제없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


아니다. 문제가 있었다.

찻물이 시원해지긴 했지만 그뿐, 아까처럼 살얼음이 낄 정도로 차가워지진 않았다.

유물의 효과가 눈에 띄게 미비해진 것이다.

···왜 이러지?


보두앵이 그 모습을 보고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음··· 에드워드, 다시 한 번 해 보겠어요?”


보두앵이 잔의 내용물을 다시 훅 들이켜고는 잔에 따듯한 차를 따라 에드워드에게 내밀었다.

그에 에드워드가 다시 유물을 발동하자.


쩌적.


이전과 마찬가지로 찻물에 살얼음이 끼었다.

그러자 보두앵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이렇게 효과가 극명하다니. 이러면 그 이론이 맞을 수도 있다는 소린데···.”


보두앵이 혼자 심각해진 얼굴로 중얼거리다 어리둥절한 에드워드를 보고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얘기해 줬다.


“꽤 오래 전에 상아탑에서 발표된 이론이 하나 있어요. 주문을 외울 때 발성, 발음, 호흡에 따라 마법의 위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에 에드워드의 눈이 살짝 커졌다.


“꽤 그럴듯한 이야기라 한때는 너도나도 달려들어 증명하려 했어요. 나도 그랬고요. 하지만 다들 실패했죠. 같은 발성, 발음, 호흡으로 주문을 외워도 매번 중구난방으로 위력이 달라지는 탓에 제대로 된 데이터를 모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 이론은 결국 사장되고 말았어요. 그랬는데··· 여기 진정한 답이 있었네요.”


보두앵이 책상을 손으로 탁 짚으며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러더니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건 정확한 주문이 아니었던 거예요. 대체 그런 걸 어떻게 알게 된 거죠? 누구를 사사한 건가요?”

“···죄송해요. 그건 말씀드릴 수 없는 거라.”


정확히는 말할 게 없는 거지만···.


보두앵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음, 알려지길 원하지 않으시는 분인가 보군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다행히 그렇게 잘 넘어가는가 했는데, 그가 뜬금없는 제안을 해 왔다.


“그럼 혹시 상아탑에서 강연해 볼 생각은 없나요?”

“···제가요?”


상아탑은 마법사들의 대학교라 할 수 있는 곳.

그것도 명실상부 세계 제일의 명문대였다.

그런 곳에서 강연을 하라니···?

혹시 농담을 하는 건가 싶어 그의 얼굴을 살폈지만 온통 진지함 일색이었다.


“에드워드, 에드워드는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해 와서 모르겠지만, 이건 에드워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일이에요. 마법의 비밀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는 일이라고요! 가히···.”


열정을 토해 내는 보두앵의 눈빛에서 숨길 수 없는 광기가 느껴졌다.


‘당신 그런 캐릭터 아니었잖아···.’


천사 아저씨로 돌아와···.


“에드워드, 꼭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요. 부탁할게요.”


거절했다간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일단 고민해 보겠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행히 그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보두앵은 다시 천사 아저씨로 돌아왔다.


에드워드는 그런 그에게 볼일이 있다며 후다닥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진료소를 나와 하이랜더의 둥지, 흰바위 저택으로 향했다.


“어? 에디이!”


흰바위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사무를 보던 나디야가 그를 발견하고는 달려왔다.


“뭐예요? 벌써 퇴원해도 되는 거예요? 아침엔 꼼짝도 못했잖아요. 몸은 좀 괜찮아졌어요? 어디 아프진 않고요?”

“···네. 보다시피 멀쩡해요.”

“다행이네요! 저랑 달리아랑 벨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아, 참. 로랑도-.”

“나, 나디야!”

“···? 왜요?”

“그, 아직 좀 피곤해서 그러는데, 혹시 제 숙소가 어딘지 알려 줄 수 있어요?”

“그럼요! 그게 제 일인데요.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나디야가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시 속사포를 쏟아낼 기세를 보이자, 에드워드가 먼저 선수를 쳤다.


“나디야, 공고를 하나 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무슨 공고요?”

“유물 감정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는 공고요. 제가 일일이 물어보러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아하, 알았어요. 오늘 중으로 올려둘게요!”

“고마워요. 역시 하이랜더다운 처리 속도네요.”

“이히히, 별말씀을! 자, 여기가 앞으로 에디가 묵을 방이에요!”


방에는 침대와 책상이 하나씩 놓여있었다.

크기는 대략 2평 정도.

넓은 건 아니었지만, 혼자 쓰기엔 나쁘지 않은 크기였다.


“혹시 나중에 필요한 게 생기면 찾아와요, 알았죠? 그럼 난 갈 테니까, 쉬어요!”


나디야는 쿨하게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생기발랄한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구나.”]

[“너무 발랄해서 탈이죠···.”]

[“한데 왜 숙소부터 찾아온 겐가? 훈련은?”]

[“···오늘 하루만 봐주세요. 시간도 늦었잖아요.”]

[“그렇게 핑계부터 찾으면 할 수 있는 일도 못하게 된다네.”]

[“네, 명심할게요. 근데 진짜 오늘 하루만이에요. 피곤한 것도 피곤한 건데, 해 볼 일이 좀 있거든요.”]

[“해 볼 일?”]

[“이걸 사용해 보려고요.”]


에드워드가 황금 열쇠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오는 길에 시도해 볼 방법이 문득 떠올랐던 것이다.

될지 안 될지는 해 보면 알 일.


[“흠··· 아까도 느꼈네만, 역시 내가 가지고 있던 것과 같은 물건 같네.”]

[“어디서 얻으셨는데요?”]

[“글쎄··· 그건 잘 모르겠군. 어느 순간 내 품속에 있었거든.”]


그건 혹시 몬스터 백만 마리 죽이기에 성공해서 받았던 게 아닐까?

왠지 그라면 충분히 가능했을 거 같다.


[“하지만 무엇에 쓰이는 물건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네. 그건 어떻게 사용하는 겐가?”]

[“지금 보여 드릴게요.”]


에드워드가 그렇게 말하며 대뜸 벽에다 열쇠를 꽂았다.


푹.


그러자 애초에 거기에 구멍이 있었던 것처럼 열쇠가 저항 없이 푹 들어갔다.

에드워드가 그 상태로 열쇠를 돌리자, 딸칵 소리가 나더니, 벽이 문처럼 안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글을 갈아엎고 다시 쓰느라 늦어졌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궁 도시에서 감정사로 살아가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9월 20일 내일부터 연재 시간이 21시 35분에서 23시 55분으로 변경 될 수 있습니다. NEW 9시간 전 2 0 -
공지 당분간 연재 시간은 21시 35분입니다 24.09.12 57 0 -
18 18화 의념(意念)의 기초 NEW 8시간 전 26 5 12쪽
17 17화 황금 열쇠(4) 24.09.18 48 6 11쪽
16 16화 황금 열쇠(3) 24.09.17 57 6 12쪽
» 15화 황금 열쇠(2) 24.09.15 78 6 12쪽
14 14화 황금 열쇠(1) +1 24.09.14 82 6 12쪽
13 13화 최종 보스(?) +1 24.09.13 90 6 12쪽
12 12화 멸망한 세상의 검제 +1 24.09.12 97 5 11쪽
11 11화 검 속에 깃든 것 +1 24.09.11 101 5 11쪽
10 10화 전설의 검을 가진 아이 +1 24.09.10 106 4 12쪽
9 9화 별잡이 화살 +1 24.09.09 112 5 12쪽
8 8화 신의에는 신의로 +1 24.09.08 124 4 12쪽
7 7화 신화급은 아니지만, 그에 비견되는 +1 24.09.07 129 5 12쪽
6 6화 황금향의 저주 +1 24.09.06 130 4 12쪽
5 5화 거울 주머니 +1 24.09.05 132 4 12쪽
4 4화 유물 감정사=사기꾼(?) +1 24.09.04 139 4 14쪽
3 3화 잡았다, 요놈 24.09.03 143 3 13쪽
2 2화 특전의 성능이 생각보다 뛰어나다 24.09.02 143 5 13쪽
1 1화 인정이 눈곱만큼 있는 도시 +1 24.09.02 162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