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도시에서 감정사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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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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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황금 열쇠(3)

DUMMY

16화 황금 열쇠(3)





게임에선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황금 열쇠를 사용할 수 있었다.

실내 닫힌 공간에 있을 것, 혼자 있을 것, 그리고 벽을 보고 사용할 것.

왜 그런 조건들이 필요했을까?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은 황금 열쇠의 주인이 아닌 자를 거르기 위한 조건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럼 벽을 보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벽이 있어야 통로를 열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에드워드는 황금 열쇠를 내려다봤다.

열쇠란 자물쇠를 여는 도구. 마땅히 통로를 여는 도구이기도 할 거다.

꽂고 돌려서.

그러나 멀쩡한 벽에 열쇠 구멍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럼 가정이 틀렸는가?

아니, 아직 단정 짓기엔 이르다.

만약 이 열쇠가 특별한 것이라면?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에드워드는 더 고민할 것 없이 황금 열쇠를 벽에 꽂았다.

틀려도 다시 고민해 보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다행히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열쇠는 제 구멍을 찾아 들어간 것처럼 저항 없이 벽을 뚫고 쏙 들어갔다.

에드워드는 지체 없이 열쇠를 돌려 자물쇠를 열었다.


딸칵.


벽이 문처럼 갈라지며 서서히 안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허허, 이게 무슨···.”]


이건 그에게도 놀라운 일인 듯했다.

하긴 판타지 세상에도 나름의 법칙은 있으니까.

달리 생각하면 이 열쇠가 이 세상의 법칙을 벗어난 물건이라는 소리기도 했다.

대체 정체가 뭐지?


에드워드는 생각을 접고 문 저편을 바라봤다.

온통 어둠 일색.

그러나 분명 저 안에 있을 거다.

황금 열쇠를 사용하면 갈 수 있었던 그 장소가.


[“들어가 보죠.”]


에드워드는 망설임 없이 안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터벅··· 터벅···.


그러나 한참을 걸어도 밝은 곳은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이상함을 알아차린 건 잠시 후였다.

문득 몸에 부딪친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져 요란한 소음을 내자, 검제가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아까부터 뭐 하는 겐가? 그쪽은 길이 아니네.”]

[“그야 너무 어두워서··· 잠깐만, 지금 앞이 보이세요?”]

[“···?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겐가? 대낮처럼 환하지 않은가.”]


뭐?


그때였다. 바닥을 울리는 둔중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웅장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누구냐! 감히 자격도 없이 이곳에 들어온 자가-!”>


그곳엔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나고 있는 붉은 거인이 서 있었다.

사대천왕을 연상케 하는 우락부락한 형상, 몸을 절로 긴장시키는 위압적인 기세.

에드워드는 저도 모르게 한 발을 뒤로 빼며 기억 속의 검제가 그랬던 것처럼 태세를 취했다.


<”감히 겁도 없이 이곳을 침범하다니! 당장 네놈의-.”>


당장이라도 에드워드를 붙잡아 혼쭐을 내줄 것처럼 다가오던 거인이 갑자기 코앞에서 멈춰 서더니, 얼떨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선택 받은 자?”>


또다. 저 말을 듣는 건.

대체 그 ‘선택 받은 자’라는 게 뭐지?


<”그리고 넌··· 비록 영혼뿐이지만 자격을 갖추고 있구나. 뭐 이런 놈들이···.”>


거인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갑자기 손뼉을 짝! 하고 부딪쳤다.

그 순간 에드워드의 시야가 확 트이며 갖은 물건들이 전시된 거대한 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기억하는 그곳이었다.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여긴 어떻게 온 것이냐? 자격도 안 되는 자가 어떻게 열쇠를 손에 넣었지?”]


어느새 붉은 거인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 서 있는 건 1m 남짓한 키에 갈고리 꼬리, 통통한 체형과 동글동글한 인상을 가진 귀여운 꼬마 아이였다.

임프. 게임에선 그들 종족을 그렇게 불렀었다.


[“생명을 구해 준 보답으로 받았습니다.”]

[“흥, 둘 다 멍청하긴. 그건 주인이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물건이야. 괜히 아까운 열쇠만 날린 꼴이군.”]


그건 몰랐네.

그래서 게임에선 따로 드랍 되지 않았던 건가?


[“아시다시피 설명서가 따로 붙어 있는 건 아니라서요.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규칙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네요. 대신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네겐 질문할 자격이 없어. 그나마 내쫓지 않고 이렇게라도 상대해 주는 건 네가 선택 받은 자라서야. 선택 받은 자는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자격을 갖추게 되어 있으니까.”]


자격이라 함은 황금 열쇠를 얻을 수 있는 업적을 달성하는 일을 말하는 듯했다.

그럼 방법이 있지.


[“그 말은, 지금 여기서 자격을 갖추기만 하면 된다는 말로 들리네요. 맞나요?”]


그 말을 들은 임프가 다시 덩치를 키워 그림자로 에드워드를 뒤덮으며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렸다.


[“선택 받은 자야, 건방 떨지 마라. 넌 선택 받았으나 단지 그뿐이다. 이제 막 기기 시작한 녀석이 대체 무슨 수로 자격을 갖추겠다는 거지? 설마 자격을 얻은 자들이 우습게 보이는 것이냐?”]

[“그럴 리가요. 지금 제 수준이 어떤지는 누구보다 제가 잘 압니다. 하지만 그런 저라도 자격을 얻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닌 거 같아서요.”]


에드워드가 진열대 위에 놓인 정십이면체 모양의 금속 궤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걸 이 자리에서 열어 보이는 건 어떨까요? 그 정도면 충분할 거라 보는데.”]


그러자 임프가 한껏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확실히, 그걸 풀어낸다면 자격을 갖추는 셈이지. 근데 그게 뭔지는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그건 지혜의 악마, 라플라스가 만든 물건이다. 한 세상을 대표하는 현자들조차 감히 풀어내지 못한 난제지. 그런데 니까짓게 그걸 풀어 보겠다고? 죽을 때까지 이곳에 있을 셈이냐?”]

[“한 시간이면 됩니다. 기회를 주시면 그 안에 풀어 보이죠. 아, 근데 이거 열면 내용물은 제가 가져도 되나요?”]

[“이번 대의 선택 받은 자는 실로 오만하구나. 흥, 좋아. 한 시간을 주지. 열 수만 있다면 그 안에 든 것을 가져가도 좋다. 대신 열지 못한다면 각오해야 할 거야. 감히 내 시간을 허비하게 한 대가를 톡톡히 받아낼 거니까.”]


에드워드는 다시 작아진 몸으로 음흉하게 웃음 짓는 임프에게 그러라며 자신 있게 대답하고는 바로 금속 궤를 집어 들었다.


그건 일종의 기가밍크스(Gigaminx: 정십이면체 모양의 다섯 개의 층을 가진 트위스티 퍼즐)였다.

다만 표면에 열두 가지 색깔 대신 수십 가지의 문양이 각 칸마다 하나씩 양각으로 튀어나와 있었는데, 문제는 문양의 모양이 같다고 해서 같은 면, 즉 같은 그룹이 아니라는 점이다.

각 문양이 같은 그룹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방법은 퍼즐을 직접 돌려보는 수밖에 없었다.

퍼즐을 돌렸을 때 인접한 문양이 같은 그룹일 경우 잠시 동안 같은 색 빛을 깜빡이고 사라진다. 이 점을 이용해 알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요컨대, 이 퍼즐을 풀어내려면 먼저 퍼즐을 무수히 돌려 각 문양이 어떤 그룹에 속해 있는지 알아낸 뒤, 이를 머릿속으로 기억해 퍼즐을 풀어내야 한다는 소리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궤에 물리적으로 표식을 남기면 안 된다는 것.

만약 그랬다간 그 즉시 문양들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이게 된다. 그간의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되어버리고 마는 거다.


여기까지 이해한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사람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그러나 그는 가능했다.

정확히는 게이머들의 집단 노가다로 얻어낸 데이터와 이를 취합해 정답을 도출해 낸 어느 능력자 덕분에 답을 알고 있는 거지만.


‘정말 공략집 만만세다.’


에드워드는 금속 궤를 정위치로 돌려 잡은 뒤 기억을 되살려 차근차근 퍼즐을 풀어 나갔다.


차라락 차락 착 차라락 착 착 착···.


에드워드가 거침없이 퍼즐을 풀어나가자 임프가 비웃음을 흘리며 한 마디 던졌다.


[“그렇게 막 돌린다고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여간 무식한 놈이 제일 용감한 법이라-.”]


그 순간 금속 궤가 열두 가지 찬란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에드워드가 풀어낸 것이다.


[“-니깍?! 아니, 뭐?!”]


임프가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눈을 크게 뜨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고작 십 분만에 그걸 풀 수가 있어?! 말이 안 된다고!”]


임프는 눈 앞에서 벌어진 일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지혜의 악마의 두 번째 난제가 이리 쉽게 풀려버린다고?

아무리 선택 받은 자라도 이럴 수는 없었다!


그러나 금속 궤는 틀림없이 열리고 있었다.

금속 궤가 꽃봉오리가 벌어지듯 완전히 열리자 에드워드는 그 속을 들여다봤다.

영롱한 붉은빛을 띠는 액체가 담긴 작은 병이 들어있었다.


‘엘릭서···!’


만병통치약이자 불로장생의 약, 더불어 상처를 완전히 회복시킬 수 있는 완전 회복약.

그야말로 여벌 목숨이나 다름없는 물건이었다.


[“자격은 충분히 증명한 거 같네요. 안 그래요?”]

<“···떻게이런일이이건말도안···.”>

[“이건 약속대로 제가 가져갈게요. 이의 없으시죠?”]


임프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정신이 없어 보였다.

에드워드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엘릭서를 챙기고 궤를 다시 본래 자리로 되돌려 놓았다.

그 즈음에야 간신히 정신을 차린 임프가 에드워드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떨리는 음색으로 소리쳤다.


[“이, 이건 분명 속임수를 쓴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된다고! 너!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야!”]

[“제가 속임수를 썼다고요?”]

[“그래!”]

[“그렇게 확신하신다면··· 이걸로 확인해 볼까요? 전 자신 있는데. 팔 한쪽도 걸 수 있어요.”]


에드워드가 진열대 위에 놓인 예스러운 천칭(서로의 신체 일부를 걸고 참/거짓을 가려내는 도구)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자 임프가 기함할 듯이 펄쩍 뛰며 소리쳤다.


[“너, 너! 그건 또 어떻게 아는 거야?! 저건 이제 우리 사이에서도 잊혀 가는 건데···! 그러고 보니 너, 라플라스의 궤가 뭔지도 진작에 알고 있었지? 너 대체 뭐야? 정체가 뭐냐고!”]


에드워드가 잠시 대답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선택 받은 자죠. 달리 뭐가 있겠어요?”]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돼! 다른 세계에서 온 녀석이 어떻게 이 세상 물건을 알고 있느냔 말이야! ···너, 너 설마 사물의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거야? 그런 능력을 받은 거냐고!”]


에드워드는 그의 말에서 세 가지 사실을 추론할 수 있었다.

하나는, 선택 받은 자는 다른 세계에서 온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이전의 선택 받은 자들이 그와 같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

만약 그들에게도 게임 지식이 있었다면, 선택 받은 자가 이 세상의 물건을 아는 것에 저렇게 놀라진 않을 테니까.

즉, 지금까지의 선택 받은 자들은 그 게임을 모르는 지구인이거나, 아님 아예 다른 세상 출신이라는 소리가 된다.

마지막 하나는, 선택 받은 자들은 어떤 능력을 누군가에게 받는다는 것.


‘그럼 내가 받은 건 다중 언어 능력인가 보네.’


그것참 좋은 능력인 건 분명한데, 뭔가 애매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굳이 이런 능력을 줬어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걸까?


[“글쎄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제가 그런 것까지 말씀드릴 이유는 없는 거 같네요.”]


단호한 대답에 순간 말문이 막힌 임프가 입을 다물었다.


[“그보다 제가 자격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시나요?”]

[“···그래. 라플라스의 난제를 풀어낸 자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

[“그럼 이제 제게 질문할 자격이 있다는 의미겠지요. 그럼 묻겠습니다.”]


에드워드가 짧게 심호흡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저를 이 세계로 데려온 것이 누굽니까?”]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추석은 잘 보내고 계신지요.

어제는 약속을 못 지켜 죄송합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 기한 내 집필을 끝낼 수가 없었습니다.

놓친 분량은 차후 연참으로 보충하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독서 되셨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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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의념(意念)의 기초 NEW 32분 전 8 1 12쪽
17 17화 황금 열쇠(4) NEW 22시간 전 38 6 11쪽
» 16화 황금 열쇠(3) 24.09.17 48 6 12쪽
15 15화 황금 열쇠(2) 24.09.15 72 6 12쪽
14 14화 황금 열쇠(1) +1 24.09.14 79 6 12쪽
13 13화 최종 보스(?) +1 24.09.13 86 6 12쪽
12 12화 멸망한 세상의 검제 +1 24.09.12 93 5 11쪽
11 11화 검 속에 깃든 것 +1 24.09.11 97 5 11쪽
10 10화 전설의 검을 가진 아이 +1 24.09.10 101 4 12쪽
9 9화 별잡이 화살 +1 24.09.09 108 5 12쪽
8 8화 신의에는 신의로 +1 24.09.08 120 4 12쪽
7 7화 신화급은 아니지만, 그에 비견되는 +1 24.09.07 125 5 12쪽
6 6화 황금향의 저주 +1 24.09.06 128 4 12쪽
5 5화 거울 주머니 +1 24.09.05 130 4 12쪽
4 4화 유물 감정사=사기꾼(?) +1 24.09.04 137 4 14쪽
3 3화 잡았다, 요놈 24.09.03 141 3 13쪽
2 2화 특전의 성능이 생각보다 뛰어나다 24.09.02 142 5 13쪽
1 1화 인정이 눈곱만큼 있는 도시 +1 24.09.02 16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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