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도시에서 감정사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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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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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최종 보스(?)

DUMMY

13화 최종 보스(?)





사흘 밤낮, 쉬지 않고 전투가 이어졌다.

그건 그와 그의 기사들이 사흘 밤낮 동안 끊임없이 몬스터들을 도륙 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수만, 아니 어쩌면 수십만.

시체가 산이 되어 쌓이고, 온 평야가 피와 섞여 검은 진창이 되었다.

그러나 몬스터의 군세는 여전히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허억, 허억. 이거 뭔가 잘못된 거 같습니다.”]

[“후우, 후우··· 무엇이?”]

[“분명 마탑주님께서 절반은 쓸어버리겠다고 장담하셨었는데, 허억, 쿨럭. 이거 아무리 죽여도 끝이 안 나잖습니까. 우리가 반도 못 죽였을 리가 없는데. 아무래도 사기를 당한 거 같습니다. 쿨럭, 퉷.”]

[“그래서? 가서 데려오기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혹시 그래도 됩니까? 쿨럭, 허락해 주시면 제가 가서 따끔하게 소리치고 데려오겠습니다. 우리 폐하 옆에서 쿨럭, 쿨럭 ···남은 반도 마저 치워 버리라고요.”]

[“···란셀.”]

[“그럼 허락해 주신 걸로 알고, 쿨럭, 쿠웨엑- 하아, 하아, 다녀오겠습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쉬었다가요. 그러니 폐하. 제가 다시 올 때까지 보중하셔야 합니다. 반드시···.”]


그의 말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굳이 다시 올 필요 없네. 그곳에서 편히 쉬게나.”]


그는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기사의 눈을 감겨주었다.

그때였다.


짝. 짝. 짝.


[“놀랍군, 놀라워. 정말 인간들이란-.”]


몬스터 군세를 가르며 나타난 검은 인영.

말 그대로 그가 있는 자리만 검은색으로 덧칠해 놓은 것처럼 형상이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한 일은 그 다음이었다.


<“여긴··· 아, 그렇군. 그놈의 기억 속인가? 이거 한 방 먹었네. 이런 식으로 정보가 새어나갈 줄이야.”>


검은 형체가 둘로 나뉘더니, 하나가 그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그러나 그는 다가오는 검은 형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제자리에 있는 검은 형체만을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

그쯤 되니 에드워드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다가오고 있는 것이 기억 속의 존재가 아니라는 걸.


<“흠, 신기하네. 너 같이 하찮은 놈이 대체 무슨 방법으로 그놈의 기억을 엿보고 있는 걸까? 어디, 일단 정체부터 좀 볼까?”>


검은 형체가 그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피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다가오는 손을 무력하게 보고만 있던 그때.


파지직-.


검은 형체가 뻗었던 손을 황급히 회수하며 뒤로 물러섰다.


<“악! 이런, 젠장맞을! 네놈, 선택 받은 자였구나! 이 지긋지긋한···!”>


검은 형체가 화난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으며 땅을 발로 쾅쾅 굴렀다.

그러다 갑자기 발길질을 멈추더니, 뭐라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잠깐만, 아니지? 잘된 건가? 보아하니 아직 그 의념이라는 힘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거 같은데.”>


어쩐지 검은 형체가 그를 바라보며 씨익 웃은 거 같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기운이 그를 감싸안았다.


<”네놈에게 내 표식을 새겨 주마. 이쪽 세상으로 오는 순간마다 내 아이들이 네놈을 격하게 환영해 줄 것이야. 물론 넌 이 말을 못 알아들을 테니, 영영 그 사실을 모를 테지만! 하하하하!”>


뭐래, 이 병신이.


검은 형체가 양팔을 활짝 벌리며 말했다.


<”네 곁에 있는 자들은 서서히 알게 될 것이다. 네 곁에 있으면 결국 죽게 된다는 사실을. 너 또한 깨닫게 되리라! 네 소중한 동료들의 죽음을 초래한 자가 바로 너였다는 사실을! 그렇게 좌절하고 또 절망해라! 그리하여 자멸해라! 나의 대적자야!”>


검은 형체는 양팔을 벌린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설마 박수라도 쳐 주길 바라는 건가···?


<”쯧, 호응이 없으니 재미없군. 이만 돌아가라. 이 이상의 염탐은 허락하지 않겠다.”>


검은 형체가 손바닥을 휙 휘두르자, 갑자기 눈 앞이 어두워졌다.

이번엔 무슨 짓을 한 거지? 싶다가, 단순히 눈을 감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에드워드는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그 순간.


“!”


눈 앞으로 커다란 주먹이 다가오고 있었다.


‘···뭐야, 아직 안 끝난 거야?’


에드워드의 몸이 무의적으로 반응해 검을 휘둘렀다.

기억 속의 그가 그랬던 것처럼. 심지어 그 의념까지도.

그러나 그건 그저 흉내 내기일 뿐 그처럼 강할 수는 없었다.


쾅-!


바트레이의 주먹과 만나 잠시 밀어내는 듯하던 에드워드의 검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급격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어라?”

“······?”


그 순간 바트레이도 이상함을 느끼고 에드워드의 눈을 쳐다봤다.

달랐다.

그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


그 순간 망령이 에드워드의 몸을 떠났음을 깨달은 바트레이는 다급히 힘을 거둬들이며 파쇄의 의념을 흩뜨렸다.

그러나 모든 힘을 거둬들일 수는 없었다.

결국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에드워드가 검을 놓치며 휙 날아가 버렸다.


쾅!

철푸덕.


“에디!”


달리아가 서둘러 달려가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아직 의식을 잃지 않은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달리아···? 그럼 현실이란 소리잖아···?”


뭐지, 이 상황···?


“에디, 괜찮아요? 정신 좀 차려 봐요!”

“···달리아, 내 몸이 왜 이렇게 아프죠? 움직이질 못- 끄흑!”


노인이 그의 몸을 다루면서 남긴 여파를 뒤늦게 체감한 에드워드는 결국 극심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까무룩 기절하고 말았다.


“에디이-!”



* * *



에드워드가 다시 눈을 뜬 것은 그로부터 십수 시간이 지난 다음날 새벽.

정신을 차리자마자 눈을 뜬 에드워드는 화들짝 기겁을 하고 말았다.

부리부리한 눈이 코앞에서 그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웜마, 깜짝이야!”


에드워드는 몸을 벌떡 일으키려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는 다시 철퍼덕 누워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눈을 살짝 떠 부리부리한 눈의 주인을 쳐다봤다.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다.

그는 허공에 떠 있었다! 그것도 반투명한 몸으로!

막연히 상상하던 것만큼 두렵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유령이었다!


정작 그 유령이 놀란 것처럼 눈을 크게 뜨며 말을 걸었다.


[“너, 내가 보이는 게로구나!”]


에드워드가 눈동자를 슬쩍 돌리며 중얼거렸다.


“아, 아이고 웬 벌레가 사람을 놀래켜···.”

[“···? 혹시 못 보는 척을 하는 것이냐? 하하, 거참. 그렇게 티를 내면 속아 주기도 어렵다, 이놈아.”]


하긴 그는 연기에 재능이 없었다.

에드워드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는 누구세요? 왜 여기 계신 거예요?”]


그러자 유령이 한 번 더 놀랐다.


[“너, 우리 말을 할 줄 아는구나!”]


아차.


[“내, 언어가 통하지 않아 답답하던 차였다. 설명을 좀 해 주지 않겠느냐? 대체 여기가 어디고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던 건지, 어둠의 군세는 어떻게 되었고, 여기 말고 다른 도시는 없는지, 그리고-.”]

[“잠깐, 잠깐만요. 그전에 할아버지가 누군지부터 말해 주세요.”]

[“아, 그렇지. 미안하구나. 내 이름은 발더리안 아델록이라고 한단다. 혹시 들어본 적 있느냐?”]


들어본 적이 있었다.


[“검제···?”]

[“허허, 그래. 그리 불리기도 하지. 다행히 아는 모양이구나.”]


기억 속의 그.

에드워드는 유령의 손등에 새겨진 흉터를 보고는 그가 맞다고 확신했다.


[“···왜 여기 계세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구나. 어젯밤 수련을 하고 잠에 들었는데, 눈을 떠 보니 여기 있더구나. 몸 상태가 이런 걸 보니, 아무래도 내가 늙어 죽은 모양이야. 허허···.”]


아니, 무슨 그런 소릴 그렇게 가볍게···.

에드워드는 문득 괴리감을 느꼈다.

늙어 죽었다고? 그럼 그가 본 기억은 뭐지?


[“···혹시 란셀이라는 사람을 알고 계세요?”]

[“오, 당연히 알고 말고. 그는 내 친우이자 훌륭한 보좌관이라네.”]

[“그럼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아시나요?”]

[“그가··· 죽었는가···?”]


검제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바닥에 내려섰다.

그의 표정에 거짓은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그의 기억에 문제가 좀 있는 듯했다.


[“혹시 그의 끝이 어땠는지 내게 말해 줄 수 있겠는가?”]


에드워드는 자신이 그의 기억 속에서 본 것들을 차분히 얘기해 주었다.

란셀의 죽음뿐만 아니라 그가 처음 본 기억부터 그의 최후의 기억까지.

그의 얘길 전부 들은 검제는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며 한구석으로 가 눈을 감고 앉았다.


에드워드는 착잡한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

그의 생애가 전반적으로 어땠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세상을 구하기 위한, 실로 희생적인 삶. 영웅이란 말은 저런 사람을 위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하던 에드워드는 문득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벨이 빼꼼 얼굴의 반만 내민 채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핫!”


그러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서는 후다닥 사라져 버렸다.


‘···? 요즘 애들 놀이 같은 건가···?’


잠시 후 벨이 사람들을 데리고 다시 왔다.

달리아와 나디야, 그리고 로랑이었다.


“에디, 괜찮아요? 몸은 좀 어때요?”

“아까보단 괜찮아졌어요. 그보다 여긴···.”

“룩수리아 진료소예요. 어제 아침에 왔던 곳이요.”


그 말을 증명하듯 보두앵이 안으로 들어섰다.


“천사 아저씨, 빨리 저 오빠도 치료해 주세여.”

“어이구, 알겠어요. 이 천사 아저씨가 잘 치료해 줄 테니, 걱정 말아요.”


벨이 귀여워서인지, 아님 천사라 불린 게 기분 좋아서인지, 혹은 둘 다인지, 아무튼 보두앵은 좀 전보다 들뜬 얼굴로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몸은 좀 어때요?”

“아까보단 괜찮은데, 여전히 일어나긴 힘드네요. 제 몸이 왜 이런 거죠···?”

“달리아에게 들으니 망령에게 먹혔었다고 하는군요. 다행히 망령이 들어간 후유증은 없는 듯한데, 그때 몸이 심하게 혹사당했는지 근육이 많이 상했어요.”


‘망령?’


에드워드는 문득 짐작이 가는 것이 있어 시선을 돌리자, 검제가 그의 시선을 피해 슬그머니 몸을 돌렸다.

아니, 저 할배가?!


“···그럼 언제쯤 회복할 수 있을까요?”

“그건 치료제를 뭘 쓰느냐에 따라 다르죠.”


아.

요컨대 가격대 마다 회복력에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제가 지금 돈이 많지 않은데. 혹시 저렴한 치료제 가격대가 어느 정도···.”

“만 팔천 블랑 정도 돼요.”


맙소사 무슨 치료비가···!

···하긴 여긴 의료 보험이 없지.

그걸 고려하면 저렴한 가격대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에게 돈이 없다는 것.


“음, 돈이 부족한가 보군요. 그럼 돈 대신 내가 가진 유물을 감정해 주는 건 어때요? 대신 두 개로.”


어차피 그로서는 손해 볼 게 없었다.

에드워드는 그러자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두앵이 치료제를 가지러 나간 사이, 문득 나디야가 벨에게 물었다.


“벨벨, 선생님을 왜 천사 아저씨라고 부르는 거야?”

“···? 머리에 천사링이 있으니까여···?”

“풉.”


저런.

어린 악마가 따로 없었다.


그가 괜찮다는 걸 확인하고 안심했는지, 달리아가 좀 더 쉬라며 나디야와 벨을 데리고 방을 나갔다.

하지만 로랑은 무슨 할 말이 있는지 잠시 남았다.


‘아, 혹시 유물 때문인가?’


사용하는 걸 보여주겠다고 큰소리 땅땅 쳤는데.

정작 보여 준 게 없어 민망하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하는데, 로랑이 잠시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그의 짐작대로 검집에서 검을 꺼내 그에게 보여줬다.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


검이 반토막으로 부러져 있었다.

전설급 유물이 말이다.


작가의말

맞춤법 요정님, 지적 감사합니다.

덕분에 작가도 작품도 한결 더 나아졌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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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검 속에 깃든 것 +1 24.09.11 88 5 11쪽
10 10화 전설의 검을 가진 아이 +1 24.09.10 92 4 12쪽
9 9화 별잡이 화살 +1 24.09.09 99 5 12쪽
8 8화 신의에는 신의로 +1 24.09.08 11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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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유물 감정사=사기꾼(?) +1 24.09.04 124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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