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도시에서 감정사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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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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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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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전설의 검을 가진 아이

DUMMY

10화 전설의 검을 가진 아이





아이의 목소리가 엄중한 공기를 깨트리며 퍼져나갔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말소리가 줄어들고, 사람들의 이목이 아이에게로 집중되었다.

그 모습에 겁을 집어먹을 만도 하건만, 아이는 옷자락을 꽉 움켜쥐며 울먹이는 얼굴로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쳤다.


“제발 도와주세여!”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달리아가 아이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어 시선의 높이를 맞추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러니? 무슨 일 때문에 그래?”

“흐윽, 오빠가아, 우리 오빠가아···!”

“어머! 너 조르주 씨 딸 아니니?!”


등록을 마치고 나오던 나디야가 아이를 알아보고는 화들짝 놀라 달려왔다.


“아는 아이야?”

“응, 우리 길드랑 거래하는 분의 딸이야. 벨, 무슨 일이야? 누가 우리 벨을 울렸어?”

“나쁜 오빠들이 마악- 훌쩍, 때리고오 훌쩍, 괴롭혀서, 그래서어 훌쩍, 오빠가, 흐끅, 위험흐에엥-!”


벨은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로랑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봐! 어떡해, 어떡하지? 응?”

“진정해. 너까지 호들갑을 떨면 어떡해? 벨, 오빠가 어디 있는지 아니? 안내해 줄 수 있을까?”


벨이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럼 언니랑 같이 가자. 언니가 도와줄게.”


벨이 다시 한 번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곧장 뒤돌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같이 갈 거야!”

“저도 같이 갈게요. 애들이 여럿인 거 같은데, 한 사람이라도 더 있는 편이 말리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비록 그에게 특별한 힘은 없지만, 애들 싸움 정도는 말릴 수 있을 테니까.


“알았어요. 그럼 먼저 갈 테니, 천천히 따라와요.”


달리아는 앞서가는 벨을 들어 품에 안고는, 아만다를 엎고 뛰었을 때처럼 달려가기 시작했다.


‘진짜 인간 오토바이가 따로 없네···.’


그녀의 뒤꽁무니를 열심히 쫓아가던 에드워드는 문득 옆을 돌아보고는 살짝 충격을 받았다.

나디야가 그보다 여유로운 모습으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많이 다쳤으면 어떡하지? 조르주 씨를 불러와야 하나···? 에디는 어떻게 생각해요? 조르주 씨를 불러와야 할까요?”

“···일단, 가서, 생각하죠···!”

“···? 그래요!”


그녀는 말이 많은 만큼 폐활량도 뛰어난 거 같았다.

에드워드는 뒤쳐지지 않기 위해 입을 꾹 다물고 안간힘을 다해 달렸다.


다행히 현장은 그리 멀지 않았다.

달리아의 흔적을 쫓아 현장에 들어선 에드워드는, 같은 옷을 입은 열댓 명의 소년들과 그 가운데서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앉아 숨을 몰아쉬고 있는 작은 소년, 그리고 그 앞을 가로막아 선 달리아와 소년을 꼭 껴안고 있는 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년들을 피해 달리아가 있는 곳으로 슬금슬금 향하던 에드워드는 문득 소년들을 다시 살펴보고는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


‘애들이 그냥 평범한 동네 애들이 아니잖아···?’


옷에 붙어있는 익숙한 형태의 문장.

그들은 모험가 길드, 그중에서도 성향이 거칠기로는 첫손에 꼽히는 위버멘쉬 길드의 훈련생들이었다.


개중 우두머리 격으로 보이는 덩치 큰 소년이 달리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여긴 정부 따위가 함부로 끼어들 자리가 아닌데, 저 녀석이 그런 건 안 알려줬나 보지?”


우두머리 소년의 말에 소년들이 호응하듯 킥킥거리며 웃어댔다.

달리아가 싸늘한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


“요즘 위버멘쉬 수준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더니, 그래도 간덩이 키우는 솜씨 하난 여전한 모양이야. 감히 훈련생 따위가 내게 그런 소릴 지껄이는 걸 보니.”


달리아가 말함과 동시에 무형의 기세를 퍼트리자, 소년들의 안색이 삽시간에 하얗게 변해 가면서 웃음소리가 뚝 끊어졌다.

개중에는 너무 놀라 딸꾹질을 하는 녀석도 있었다.


그래도 명색이 우두머리라고 남들보다 잘 버틴 소년이 간신히 입을 떼어 말했다.


“서, 선배님께선 누구십니까?”

“그러는 넌 누구지? 상대의 이름을 묻기 전에 먼저 이름을 밝히라고 네 스승이 가르쳐 주지 않든?”

“···실례했습니다. 베르크 가문의 토비아스라고 합니다.”

“하이랜더의 달리아다.”

“헉! 하이랜더의 붉은 마-.”

“닥쳐, 병신아···!”


달리아가 차가운 시선으로 주변 소란을 잠재우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베르크 가문의 토비아스.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비겁하게 여럿이서 한 사람을 공격하다니, 위버멘쉬에서 그렇게 하라 가르치던가?”

“···스승님의 가르침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입니다.”

“그럼 말해 봐라. 왜 이런 짓을 하고 있었지?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다면 이 일을 위버멘쉬에 알려 엄중히 처벌하도록 조치할 거다.”

“이, 이건 위버멘쉬 내부의 일입니다! 아무리 선배님께서 하이랜더시더라도 이건 선을 넘은-.”


달리아가 토비아스의 멱살을 쥐고 끌어와 눈을 똑바로 쏘아보며 말했다.


“이봐, 애송이.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너흰 이미 나를 한 번 모욕했어. 그것만으로도 내가 너흴 벨 이유로는 충분해. 그럼에도 그러지 않고 있는 건, 지금 내가 선배 모험가로서 너흴 훈계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야. 만약 훈계가 필요 없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얘기해. 기꺼이 베어 줄 테니까.”


그녀의 서슬 퍼런 소리에 압도 당한 소년들이 감히 대꾸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짝. 짝. 짝.


“역시 하이랜더. 우리 같은 놈들과는 생각하는 수준부터가 달라. 아주 고고해.”


불현듯 한 남자가 껄렁껄렁한 걸음걸이로 걸어와 그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거인의 피를 이은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커다란 덩치, 발톱에 할퀴어진 것처럼 옆머리를 가로지르는 세 개의 흉터, 몸을 절로 굳게 만드는 사나운 기운까지.

에드워드는 마치 야생의 맹수를 마주한 듯한 기분이 들어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서고 말았다.


“···바트레이.”

“오랜만이야, 붉은 마녀. 못 본 사이에 살이 좀 찐 거 같네?”


빠직.


“네 방정맞은 주둥아리는 여전하구나. 화살로 꿰매면 좀 나아질까?”

“워, 진정해. 칭찬 좀 한 거 가지고 호들갑은.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니들, 뭔 짓을 했길래 이 마녀가 뿔이 났어?”


바트레이가 마치 동네 친한 형이 말하듯 가벼운 말투로 물었다.

그러나 눈빛만큼은 어느 맹수 못지않게 사나워 소년들은 감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 그게···.”


기세에 짓눌린 소년들이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바트레이도 그들이 대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진 않았는지 굳이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저 주변을 쓱 한 번 살펴보더니, 이내 알겠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그래, 딱 보니 알겠네. 마녀가 뿔이 난 이유도 대충 알겠어. 주동자는··· 토비아스, 너냐?”


바트레이가 똑바로 지목하면서 묻자, 토비아스가 사색이 된 얼굴로 입을 뻐끔거리며 몸을 달달달 떨어댔다.


“저 그, 그게···.”

“쯧, 사내 새끼가 겁은 많아 가지고. 똑바로 얘기해. 즉결 처분해 버리기 전에.”


바트레이가 정색하며 말하자, 토비아스가 화들짝 숨을 크게 들이켜며 안간힘을 다해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로랑이 네 가문의 말을 상처 입히고 마차를 망가트려서 그 보복으로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

“네, 네!”

“그럼 보상을 받아 내든가 남자답게 맞붙을 것이지, 쪼다 같이 애들 데리고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바트레이가 손바닥으로 토비아스의 뒤통수를 팍 후려치며 로랑을 향해 물었다.


“넌 뭐 할 말 없어?”

“쿨럭, 이유 없이 그런 것이 아닙니다. 토비아스 훈련생이 제 여동생을 납치하려 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나, 납치가 아니라 그냥 태워 주려 했던 거라고 몇 번을 말해!”

“분명 벨이 싫다고 했다! 놔달라고 비명까지 지르면서 애원했어!”

“그건-.”

“아, 블라블라 시끄럽네. 토비아스, 저 말이 사실이냐?”

“아, 아닙니다! 저, 전 그저 호의로-.”

“넌 당연히 저놈 말을 인정하지 못할 거고.”

“쿨럭, 물론입니다.”

“네 말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바트레이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별수 없군. 둘이 결투해라.”

““······?””

“내 말이 어려웠나? 이겨서 스스로를 증명하라는 말이다. 위버멘쉬의 전통대로.”

““!””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달리아가 그 말을 듣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


“잠깐만,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싸우라니? 결투 재판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서로의 말을 증명할 수 없을 때, 결투로 누가 더 옳은지 따져보는 건 위버멘쉬의 오랜 전통이지. 모르고 있었나? 그 정돈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야만적인 관습 따위 알고 싶지도 않아. 그보다 로랑을 좀 보라고! 이게 지금 결투를 할 수 있는 상태인가!”


바트레이의 말이 있은 뒤, 로랑은 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검으로 땅을 짚으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나 검을 휘두르기는커녕 똑바로 서 있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라는 건, 그를 본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 네 말대로 상태가 안 좋아 보이긴 하는군. 근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뭐···?”

“마녀, 로랑에겐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해 할 일이다. 아니면, 도시의 법대로 하길 바라는 거냐?”


그 말에는 달리아도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의 법대로 하면 불리해지는 건 평민인 로랑이라는 걸.


“···그렇다고 결투를 지금 할 필요는 없잖아. 이 상태로 결투를 했다간 위험할 수도 있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기회를 얻었는데, 그 정돈 감수해야지. 안 그러냐?”

“네, 그렇습니다.”


로랑의 대답을 들은 달리아가 뭐 이런 미친 놈들이···? 라는 것처럼 아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선배 모험가로서 후배가 헛되이 뒤지는 꼴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바트레이와 옥신각신 다투기 시작했다.


한편, 한 발짝 물러선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다 어느 순간부턴 줄곧 로랑을 쳐다보고 있던 에드워드가 문득 그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을 걸었다.


“혹시, 검을 잠깐 볼 수 있을까요?”


그 뜬금없는 말에 로랑이 이건 뭐지? 라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에드워드라고 해요. 오늘부터 하이랜더가 된 감정사죠.”


하이랜더라는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뜨던 로랑이 뒤이은 감정사라는 말에 혼란스러워 했다.


“못 믿겠으면 나중에 저기 있는 붉은 머리 누님한테 물어봐요. 확인해 줄 겁니다. 그보다 그 검을 잠깐 보고 싶은데-.”

“제 검은 구경거리가 아닙니다.”


로랑이 인상을 구기며 으르렁거렸다.

에드워드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감상하려는 의도가 없었던 건 아닌데, 그보다는 안타까워서 말이죠.”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겁니까?”

“그 검, 보통 유물이 아닌 거 같은데, 사용할 줄 모르는 거 같아서요.”

“···이게 뭔지 아는 겁니까?”


로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에드워드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아직은 확신에 가까운 짐작이지만, 보여 준다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거예요.”

“······.”

“걱정 마요. 돈 안 받을 테니까.”


에드워드와 검을 번갈아 쳐다보며 망설이던 로랑은 이내 결심한 듯 검을 넘겼다.

그 검을 받아 쓱 살펴본 에드워드는.


‘···역시 그거랑 같은 종류가 맞아.’


확신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가 아는 ‘그 검’이 분명하다고.


“로랑, 한 번 보고 싶지 않아요? 이 검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에드워드가 은근한 목소리로 묻자, 그 꾀임에 넘어간 로랑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보여 줄게요.”

“···네?”


로랑의 놀람을 뒤로하며 성큼 앞으로 걸어간 에드워드는 대뜸 달리아와 바트레이 사이로 끼어들며 말했다.


“바트레이 씨, 대리 결투를 제안합니다.”


난데없이 불쑥 끼어든 목소리에 두 사람이 물음표를 단 얼굴로 에드워드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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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전설의 검을 가진 아이 +1 24.09.10 9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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