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도시에서 감정사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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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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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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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황금 열쇠(4)

DUMMY

17화 황금 열쇠(4)





에드워드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임프가 뜬금없이 콧구멍을 후비적거리며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나도 몰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


아니, 다 대답해 줄 것처럼 분위기를 잡아 놓고 이제 와서 모른다고?


[“선택 받은 자들은 왜 여기에만 오면 그런 걸 묻는 거야? 내가 지혜의 악마로 보여? 빌어먹을, 수천 년 동안 여기 갇혀있는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겠냐고!”]


갑자기 발작 버튼이라도 눌렸는지, 임프가 씩씩거리며 발을 꿍꽝꿍꽝 굴러댔다.

그러다 잠시 후 분을 가라앉히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확실한 건 하나 있지. 신은 아니야. 본래 네 세상의 신이든 지금 있는 세상의 신이든 그들에겐 다른 세상에 간섭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건 없으니까. 아마 지금은 네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을걸? 네가 등신처럼 손들고 알린 게 아니라면 말이야.”]


사실 막연하게 생각은 하고 있었다.

서브컬처의 클리셰처럼 신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를 소환한 게 아닐까 하고.

근데 신이 아니라니, 그럼 대체 누가 그를 이곳으로 데려온 거지?


그나저나 등신처럼···.

어쩐지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말이다.


[“···알리면 안 된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그럴 이유라도 있나요?”]

[“종을 자처하는 놈들을 본 적이 없나 보지? 신들은 제 세상에 속하지 않은 걸 몹시 싫어해. 무조건 배척하려고 하지. 만약 네가 다른 세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종들을 보내 없애려 할걸? 선택 받은 자들 중엔 그런 놈들을 피해 여기로 피신해 온 자들도 있었어. 너도 조심하는 게 좋아. 종놈들은 대개 거머리처럼 아주 끈질기니까.”]


본래도 제 입으로 굳이 떠들고 다닐 생각은 없었지만, 무의식 중에라도 떠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거 같다.


임프가 새침하게 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질문 다 했어? 그럼 어서 가. 나도 할 일이 있는 바쁜 몸이라고.”]

[“아직은 안 되죠. 받아야 할 보상이 남았는데. 그것도 마저 주세요.”]

[“뭐가 남았다는 거야? 네가 가져갈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어. 지금 네 품속에 있는 것도 원래는 주면 안 되는 거였다고.”]

[“저 말고요. 여기 자격을 갖춘 건 저만이 아니잖아요.”]


검제의 눈이 살짝 커졌다.

임프가 슬쩍 시선을 돌려보더니, 황당하다는 투로 말했다.


[“영혼한테 무슨 수로 보상을 주라는 거야? 준다고 가져갈 수나 있겠어?”]


에드워드가 주변을 쓱 훑더니, 하나씩 가리키며 말했다.


[“아렌달의 수정구, 듀브나의 손, 오들펭의 전신 갑옷···.”]


전부 영혼이 빙의해 영혼 스스로 물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는 도구들이었다.

임프가 이를 알아채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제길, 나도 알아! 영혼이 깃들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쯤은!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문제는 그게 아니라고. 저것들은 업적이랑 관계가 없잖아. 그런 건 줄 수가 없어!”]


사실 게임에서도 정해진 카테고리 내에서만 보상을 선택할 수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안 되는군. 그럼 선택지가 확 줄어드는데···.


[“그럼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게 뭔지 말해 주겠나?”]

[“네가 여기서 가져갈 수 있는 건 피를 흘릴 수 있는 날붙이 종류뿐이야. 모를 테니 한마디 해 두겠는데, 가져가고 싶다면 네 힘으로 직접 가지고 나가야 해. 안 그러면 무효야.”]

[“그럼 권리를 이 친구에게 양도하겠네.”]

[“불가! 당연히 안 되지! 그런 편법이 통할 줄 알았어?”]


검제가 난처해하는 표정으로 에드워드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쉽지만 양도는 안 되는 거 같네. 혹시 다른 방법이 있는가?”]

[“혹시 제 몸에 빙의할 수 있으세요?”]

[“할 줄 모르네.”]

[“그럼···.”]


에드워드가 선뜻 말하길 망설이자, 검제가 말해 보라며 다그쳤다.


[“뭔데 그러나.”]

[“···마검이 하나 있어요. 검에 깃든 영혼이 소유주의 몸에 빙의할 수 있는 검이죠. 그 방법이라면 가져갈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마검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려서요. 영혼에 무슨 영향을 끼칠지 모르거든요.”]


그러자 임프가 말을 이었다.


[“다인슬라프를 말하는 건가 본데, 그건 가져가지 않는 게 좋을 걸? 영혼이 오래 못 버티고 미쳐버릴 거야. 물론 지금처럼 그릇이 아예 없는 것보단 오래 버틸 수 있겠지만···.”]

[“···? 오래 버티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영혼의 그릇이 깨졌잖아. 몰랐어? 그릇을 잃은 지 얼마 안 돼서 잘 못 느끼나 본데, 이제 곧 형체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질 거야. 조짐이 이리 뚜렷한데 왜 모르는 건지··· 하여간 인간들은 영혼에 대해 너무 무지해. 아무튼 그 상태로는 일주일도 못 가.”]


문득 두 사람의 시선이 부러진 검으로 향했다.

이게 그릇이었다니···.

왜 생각해 보지 못했을까? 검제는 처음부터 이 검 속에 있었는데.


잠시 후, 검제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걸로 하겠네.”]

[“검제님.”]

[“자네가 그곳을 일주일 안에 찾아내리란 건 터무니 없는 기대라는 걸 아네. 그러니 내겐 시간이 필요해. 말해 보게. 혹시 저것 말고 내게 시간을 벌어 줄 다른 대안이 있는가?”]

[“···아뇨.”]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몇 가지나 있었지만, 그중 어떤 것도 일주일 안에 구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럼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 같군. 부디 말리지 말고 도와주게나.”]


복잡한 표정으로 검제를 쳐다보던 에드워드는 이내 한숨을 폭 내쉬며 말했다.


[“···그릇은 최대한 빨리 구해볼게요.”]


그러고는 다인슬라프가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 검은 그의 키보다 커다란 양손검이었다. 하지만 투박하지 않았고, 도리어 자태가 수려했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손잡이와 검집 또한 금색과 검은색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어 마치 한 점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진정, 그 자체로 사람을 홀리는 마검이었다.


에드워드는 검을 잡기 전 임프에게 먼저 물었다.


[“이 검에 들어간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 주세요.”]

[“알다시피 다인슬라프는 피를 탐하는 마검이야. 거기에 들어간 영혼도 피에 갈증을 느끼게 되지. 검에 피를 묻히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갈증이 심해질 거고, 검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검의 주인도 같은 갈증을 느끼게 될 거야. 그러다 종국에는 피를 탐하는 괴물이 되는 거지. 정말 이걸로 가져갈 거야?”]


에드워드가 검제를 바라보자 검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걸로 할게요.”]

[“···뭐, 굳이 말리진 않아. 나야 하나라도 줄어들면 좋은 거니까.”]


그러나 말과는 달리 임프의 표정은 어쩐지 떨떠름해 보였다.

임프가 검 근처에서 물러나자, 검제가 그 앞으로 다가가 검 속으로 스며들었다.

에드워드는 그가 완전히 스며들길 기다렸다가 검집을 잡고 검을 뽑았다.


스르릉.


핏빛이 은근하게 감도는 은빛 칼날.

검에 홀린다는 게 무슨 말인지 십분 이해가 가는 모습이었다.


[“기분이 어떠세요?”]

[“흠··· 당장은 이상한 걸 못 느끼겠네.”]

[“그나마 다행이군요. 그럼 이제 제 몸에 빙의해 보시겠어요?”]

[“해 보겠네.”]


문득 에드워드는 몸속에서 무언가 자신을 밀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강하진 않았다. 가만히 버티기만 해도 금세 사라져 버릴 듯이 미약하다.

에드워드는 그 힘을 거스르지 않고 밀려났다. 그러자 순간 눈앞이 핑 도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에드워드는 시야도 감각도 그대로지만 몸이 마음 먹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검제가 팔을 움직여 보며 말했다.


[“성공한 거 같네. 하지만 저번과는 다르군. 마치 안 맞는 옷을 껴입은 느낌이야.”]


저번과는 다르게 에드워드의 의식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됐네. 그럼 이제 다 끝난 거지? 어서 나가. 나 진짜 바쁘다고!”]


임프의 투덜거림에 검제는 허허 웃으며 잘 있으라 인사를 남기고는 임프가 가리키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다시 숙소로 돌아오자, 벽에 있던 문이 스르르 닫히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검제는 잠시 에드워드의 몸 상태를 살펴보고는 몸을 빠져나와 다시 검 속으로 돌아갔다.


[“후우, 이거 기분이 이상하네요. 어쩐지 급격히 피로해진 거 같기도 하고···.”]


에드워드는 침대 쪽으로 걸어가다 저도 모르게 휘청거리고는 그제서야 그 느낌이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검제님, 조금 전에 뭐 하신 거 아니죠?”]

[“그냥 자네 몸이 허약한 거네.”]


그것참 뼈를 때리는 소리다.


에드워드는 기운이 빠진 걸음으로 터벅터벅 침대에 다가가 그대로 엎어졌다.


털썩.


[“설마 그대로 자려는 겐가? 옷이라도 좀 벗고···.”]


에드워드는 검제의 핀잔을 들으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만 일어나게! 언제까지 처자고 있을 텐가!”]


검제의 노호성 알람에 벌떡 일어났다.

에드워드가 비몽사몽한 얼굴로 어둑한 주위를 둘러보다 창 밖을 쳐다보고는 말했다.


[“···아직 해도 안 떴는데요···?”]

[“이제 곧 뜨기 시작할 거네. 그러니 빨리 준비하고 나가세나.”]

[“아니, 조금만 늦게 시작해도···.”]

[“어허! 감히 토를 다는 겐가? 훈련은 내 소관일세! 만약 내 방식에 불만이 있거든 나보다 강해진 다음에 바꾸게.”]


···그건 그냥 하지 말라는 소리잖아요.


에드워드는 체념의 한숨을 폭 내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마저도 느릿하다며 검제에게 한 소리 들었다.


부랴부랴 준비를 마친 뒤 흰바위 저택 중앙에 위치한 훈련장으로 향하자, 그곳에는 이미 몇 명의 사람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이 영감님이 유별난 게 아니었네.’


그냥 수련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모양이다.


에드워드는 검제가 알려 주는 대로 준비 운동을 마친 뒤 물었다.


[“뭐부터 할까요?”]

[“뛰게. 내가 그만하라 할 때까지.”]


어쩐지 무서워지는 말이다.

하지만 훈련은 그의 소관.

에드워드는 훈련장 바깥 테두리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한참을 달렸지만, 검제의 입에선 멈추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도리어 저도 모르게 멈춰 서려 하면 호통 소리가 잇따랐다.


[“헉헉, 영감님, 대체, 언제까지···!”]

[“더 뛰게. 자네는 아직 더 뛸 수 있어. 말도 할 수 있지 않나.”]


이게 말이야 방귀야.

그럼 말도 못할 지경이 될 때까지 뛰란 말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에드워드는 그냥 달렸다.

적어도 그가 자신을 죽이려 하진 않을 테니까.


그렇게 계속해서 달리던 어느 순간이었다.

갑자기 신체가 가벼워지면서 온몸에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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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황금 열쇠(4) 24.09.18 47 6 11쪽
16 16화 황금 열쇠(3) 24.09.17 5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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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별잡이 화살 +1 24.09.09 11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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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거울 주머니 +1 24.09.05 13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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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특전의 성능이 생각보다 뛰어나다 24.09.02 143 5 13쪽
1 1화 인정이 눈곱만큼 있는 도시 +1 24.09.02 16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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