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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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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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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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탈출 (3)

DUMMY


[ 사용자의 마력이 부족합니다. ]

[ 스킬 : 맹종이 취소됩니다. ]


[바람의 가호]를 쓰는 전사를 처리하기 무섭게 주홍빛 기운이 사라졌다.

[맹종]이 풀린 것이었다.


아, 이 몸은 맨날 마력이 부족하네.

제대로 채울 시간을 못 주긴 했는데.

그래도 역시 부족하다.

초반이라 그런가.


“너··· 어떻게 마티아스를······. 아니, 그보다 내 완드를······.”


붉은 머리 마법사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아, 쟤 이름이 마티아스니?


“대체 뭐냐······.”

“아까 말했잖아. 모험가라고.”


나는 완드를 허리춤에 끼우며 놈과 눈을 마주했다.

[맹종]이 풀렸기에 추종의 힘은 없었다.

놈도 그것을 알고 있는지 나를 부릅뜬 눈으로 노려보았다.


뭐야 그 건방진 눈빛은.

스킬이 풀렸다고 날 죽이려는 거니?

그건 안 돼.


나는 오른손에 들린 메이스를 들어 올렸다.


자, 보이지?


“허튼 수작 부리면 죽인다.”

“······녹색이냐?”


녹색?

아, 인식표 색깔 말하는 건가?


녹색이라······.

그게 적색보다는 높은 모양이구나.


근데 어쩌지 난 기본색이야.


은빛이 도는 거 같기도 하고, 하얀 거 같기도 하고.

그냥 금속인 거 같기도 하고.

흠······.


뭐라 칭하는지 모르기에 인식표를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철······? 색조차 받지 못했다고?”


그냥 철이구나.


“철이라고?”


정신이 나갔니?

왜 했던 말을 또 하고 있어.


“······너도 사냥꾼이냐?”

“그냥 모험가라니까.”

“철 등급 모험가가 그런 스킬을 지니고 있다고? 웃기지 마라!”

“그렇다고 인식표를 속일 수 있는 건 아니잖냐.”


제임스가 그러길 인식표는 귀속, 그리고 뭔 마법으로 소유주한테 무조건 붙어있다는 데 말이야.

아, 물론 죽었을 땐 떨어지긴 하는데······.

그렇다고 타인이 낄 수는 없다.

그런 마법을 통해 만든 거랬거든.

신분으로 사기치는 놈들 때문에 해둔 거 같긴 해.


여하튼 나는 너희 세계가 인증한 철 등급 모험가가 맞아.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그쪽도 어느정도 상황이 정리되어 가는 것 같았다.

피해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겼군.


“그럼 잠시 자라.”


마법사를 기절시키기 위해 메이스를 치켜들었을 때였다.


“멈춰라! 악인!”


멀리서 들어오는 외침.

그리고.


콰앙!


몸을 강타하는 무언가.


“이런 개······.”


갑자기 또 이게 무슨 지랄인가.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사냥··· 아니··· 고?”

“그렇습······.”

“우리를··· 구······.”


몽롱한 정신.

시야는 여전히 깜깜하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나 생생하지 못하다.

마치 꿈속에서 듣고 있는 듯한 느낌.

먹먹하고 멀다.

그렇기 때문일까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철······.”

“신······ 찾아야··· 않겠습··· 까?”

“그··· 겠군.”

“신관을······ 찾······.”


그렇게 목소리가 들려오고 멀어지고.

그것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차츰 의식이 수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긴······?”

“아, 정신이 드셨군요!”


차갑고 딱딱한 바닥 위로 깔린 푹신한 침낭.

머리를 지탱해주는 베개.

설마 던전 바깥?


하지만 천장을 보는 순간 그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익숙한 천장이었으니 말이다.


여전히 던전 안이군.

그리고 여긴······.


신관의 안전구역.

입구 근처에는 신관이 없으니 다시 던전 안쪽이라는 뜻이었다.


그나저나.


“그쪽은 누구시죠?”


내 옆에 있는 너는 누구니.

처음보는 여자가 내 곁에 앉아있었다.


“아, 저는······.”

“깨어났나?”


그녀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도 전에 누군가 곁에 다가왔다.


눈처럼 새하얀 머리칼에 바다처럼 푸른 눈동자.

미형의 얼굴과 신비한 분위기를 지닌 남자였다.


등에 있는 방패랑 허리춤에 있는 검을 보아하니 전사 쪽인가.


“나는 적색 모험가, 루시안 아비오르라고 한다. 우선 사과부터 하지.”


그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그쪽이 인간 사냥꾼이라고 착각하고 공격을 하고 말았다.”


아, 의식이 끊기기 전에 때린 게 너였니?

더럽게 아프더라.


“하다르입니다.”


나역시 간결히 자기 소개를 건넸다.


“그렇군. 하다르. 지상의 모험가들을 대신해 감사를 표하마. 네가 나서서 모험가들을 구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철의 모험가가 모두를 구하기 위해 적색 모험기이자, 사냥꾼 집단인 적룡에게 맞서다니 영웅의 자질을 가졌더군.”


영웅의 자질은 무슨.

그거 남 이용해 먹을 때 그냥 의미 부여하는 말이잖아.


“더군다나 쓰러뜨리지 않았소? 대단하더군. 리더인 라이는 둘째치고, 마티아스는 꽤 뛰어난 전사인데 그것을 마법으로 처리하다니······.”


저 멀리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놈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모두 잡아두었다. 우리 측 마법사가 속박을 걸어두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가 자신의 배후에 있는 중년을 가리켰다.

방금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이었다.


그는 어딘가 미심쩍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 저렇게 보는 거야?


“그나저나 철의 모험가인 것을 보니 자네도 영웅의 제자가 되기 위해 들어왔나보군. 영웅의 자질을 지닌 자를 이렇게 찾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만······.”


그가 팔짱을 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영웅은 죽었다.”

“네?”


곁에 있던 정체 모를 여자가 놀라며 되물었다.

나 역시 놀랐다.


영웅이 죽은 사실에 놀란 것은 아니다.

내가 죽였잖아.

그걸 내가 또 놀라면 모자란 놈이지.


그것보다는 놈들이 그 사실을 벌써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들킬 거라고는 생각하긴 했는데 말이야.

근데 벌써?


지하 1층 모험가는 대부분 죽었고.

1층 모험가는 모두 입구 근처에 있다.


던전이 열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며, 그 밑층에 있는 모험가는 쉽사리 올라오지 않는다.

한 번 내려가면 장시간 던전 탐험을 이어가는 것이다.

자주 올라오는 것은 이동 시간으로 인해 그들에게 손해이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탈출할 때까지는 비밀이 지켜질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적색이라고 했던가?

그럼 최소 지하 3층이라는 건데 왜 벌써 올라온 거야?


“누군가에게 도끼로 어깨와 목을 베이고, 검으로 관통당해 사망했다. 주변의 상황으로 보아하니 작정하고 영웅을 죽이기 위한 작업을 펼친 것 같더군.”

“작정하고 펼쳤다고요?”

“그래, 뛰어난 정신계 마법사. 그리고 영웅을 대적할만한 전사 둘. 최소 녹색 이상의 파티라고 봐야 할 것 같더군.”


이놈의 모험가 색 등급은 어떻게 되어있는 거야?

마법사랑 얘 말을 생각하면 녹색이 적색보다 높은 거 같긴 한데.

그럼 사이에 주황이랑 노랑도 있나?

바로 적색 녹색하면 색 배합이 이상하잖아.


“우리는 지상으로 올라가는 즉시 이 내용을 보고할 생각이다. 아쉽지만 그 살인범을 찾기 전까진 던전은 폐쇄될 것이다.”


뭐?

던전 폐쇄라고?

그건 뭔 미친 소리야.


유일하게 열린 무료 던전이 폐쇄된다고?

그럼 나는 어디서 스펙업을 해!


“실망한 눈빛이군. 하긴 모험가들에게 이만한 기회는 없었을 테니. 더군다나 자네는 다음 영웅이 됐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 내가 아비오르의 성을 걸고 반드시 그 범죄자를 찾아내 벌하겠다.”


[ 스킬 : 고요가 발동됩니다. ]

[ 고요 (하)가 발동 중입니다. ]


세상에나.

그 범죄자가 바로 전데요.

지금 본인 앞에서 그 사람을 벌하겠다고 하고 계신 거예요.


무섭군.

그래도 들킨 것 같지는 않다.

놈들의 내가 그런 걸 모르는 눈치거든.


저 중년 마법사는······.

음, 잘 모르겠군.

여전히 눈빛이 이상하다.


“제가 의식을 잃은 지 며칠이나 됐습니까?”

“오늘로 삼 일차다.”


삼일?

그럼 던전 입구가 열리는 날이잖아!


“그, 그럼 던전 입구는?”

“아직이다. 하지만 곧 열리겠지.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나?”

“네.”

“우리도 마찬가지, 안 그래도 이동하려던 참이었다. 네가 깨어나서 다행이군.”


그가 신관에게 다가가 안전 구역을 거두었다.

그리고 우리는 곧장 입구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음, 이 구조를 보아하니 다행히 입구에서 멀지 않은가 보군.


30분 정도 걸었을까.

멀리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입구 근처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제 짐은 어디있습니까?”

“입구에 그대로 있을 거다. 주인을 찾지 못한 물건들도 많아서 말이야.”


하긴 꽤 죽었었지.

적색 사냥꾼 집단이라······.

그럼 녹색 사냥꾼들도 있나?

이거 게임보다 더 무서운 세계관이로군.


입구로 도착한 나는 곧장 짐을 찾았다.

구석에 박아두었던 내 배낭.

다행히 배낭은 물론 내부에 있던 뿔도 무사했다.


문제는······.

지팡이 어디갔어.


“파이어가 새겨진 지팡이를 보신 적 없습니까? 붉은 마력석이 박힌 지팡이인데······.”


루시안이 고개를 저었다.

뒤에 있던 마법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완드는 그래도 챙겨두었네.”


마법사가 내 허리춤에 있는 완드를 가리켰다.

엄··· 이건 제것이 아닌데요.

“이건 그 적색 마법사의 것입니다.”

“그렇군. 철의 모험가가 쓰기엔 등급이 높다고 생각했네.”


마법사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곁에 다가왔다.


“그나저나 파이어의 지팡이? 역시 자네는 마법사로군! 도대체 어떻게 그들을 잡은 거지? 파이어를 어떻게 응용했나. 아니, 다른 마법도 사용한 거겠지? 부러진 팔을 보아하니 포스 계열인가?”


뭐야, 이 아저씨 왜 그래?


“고티에 마법사님.”

“아, 흠흠. 미안하네. 내가 잠시 흥분했군. 나는 고티에라고 하네. 왕국 공인 4급 마법사지.”


4급 높은 건가?

왕국 공인인걸 보면 공무원 같은 거 같은데······.

그럼 높은 거로군.


그런데 왜 그런 마법사가 던전에 있담.


“왜 이런 곳에 있냐는 눈빛이군.”


적색 모험가 파티쯤 되면 다들 눈빛으로 내 생각을 읽나?

다 어떻게 아는 거야?


“마법사님.”

“알고 있네. 자세한 사정은 말할 수가 없겠군. 그나저나 자네 혹시 스승이 있는가?”

“······없습니다.”


애초에 난 마법사가 아니거든.


“그렇군. 그래, 스승이 없다라. 그럼 학교 출신인가? 그런데도 적색 모험가를 쓰러뜨릴 능력과 침착함, 그리고 대담함. 거기에 영웅의 자질까지. 훌륭하군.”


대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거야?

일단 풀자 이대로 가다간 꼬일 대로 꼬여버리겠어.


“전 마법사가 아닙니다. 영웅의 자질도 지니고 있지 않고요.”

“뭐? 마법사가 아니라고? 그럼 마티아스는 어떻게 잡았나?”

“이 완드에 담긴 마법으로······.”

“마법을 조금이라도 배운 적이 있나?

”없습니다.“


고티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데 남의 완드에 새겨진 마법을 사용했다고······? 그럼 아까 말한 지팡이는 뭔가?”

“함께 던전을 들어왔던 파티원의 유품입니다.”

“······그것도 사용했나?”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음, 그런데요?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혹시 남의 마법 도구를 멋대로 사용하면 죽는다는 법이 있다거나.


“자네.”


고티에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내 어깨를 꽉 붙잡았다.


무슨 마법사 악력이 이렇게 강해.

하지만 놀랄 부분은 그곳이 아니었다.

그야 이어지는 말이 내 정신을 더욱 혼미하게 만들었으니까.


“내 제자가 되게.”


[ 스킬 : 고요가 발동됩니다. ]


분명 풀려고 했는데 왜 더 꼬인 느낌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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