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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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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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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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 알데바란 (2)

DUMMY


루시안이 추천한 황금 고래 잡화점과 황소의 집.

그중 전자는 아주 잘 아는 곳이었다.


게임에서도 골드 수급할 때 거기다 팔았거든.

그 상점에 젤 살 것도 많고 말이야.


아, 근처에 무기점도 있었지.

정비할 때 동선 최적화 등, 여러모로 좋은 곳이었다.

제 1 보스 스피드런, 이런 것도 있었거든.


“형씨, 그럼 황소의 집부터 갈 거야?”


고개를 끄덕여 대충 답을 던져주었다.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일단 좀 쉬고 봐야 할 거 같거든.


“그나저나 부럽네. 황소의 집이라······. 거기 음식이 진짜 맛있거든. 아, 물론 방도 좋고 말이야. 이래서 인맥이 중요한가?”


토마의 끊이지 않는 수다를 들으며 알데바란의 거리를 돌아다녔다.

가끔 맞장구도 쳐주고.

안 그러면 애가 질문을 던지거든.


“아, 내 이름? 알데바란에선 가장 흔한 이름이지. 형씨도 34년 전 사건 알지? 알데바란을 향해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났잖아. 어디서 나타난 건지.”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때 지금의 타우러스 씨가 나서서 웨이브를 다 때려 부쉈지. ‘성난 황소’란 이명도 그때 얻은 거고 말이야. 그래서 그 용맹한 모습을 보고 닮아라, 차세대 영웅이 되어라. 그런 이유로 토마라는 이름이 엄청 많아졌어. 나도 그때쯤 태어났으니 토마인 거고. 사실상 영웅이 있는 도시는 대부분 그렇지?”


현실적인 요소들이 많이 보이는군.

게임으로 볼 때는 볼 수 없던 것들이다.

그렇게 이 세계에 대한 감상에 빠져있을 때였다.


“토마를 데려와!”


멀리서 들려오는 외침.

아까 모험가 길드에서 들었던 거랑 똑같은데?


누군가 주점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있었다.


이런 대낮부터 주정이라니.

쉽지 않은 아저씨로군.


“이 동네에 토마가 얼마나 많은데 토마를 데려와! 라니. 하하.”


곁에 있던 토마가 시답잖은 농담을 하며 웃음을 흘렸다.

사실 너를 찾는 거 아닐까?


“타우러스를 데려오란 말이다!”


아니네.


저놈도 영웅, 토마 테투스 타우러스를 찾고 있었다.

왜 이렇게 그놈을 찾으면서 난동부리는 놈이 많은 거야.


“아.”


나는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

이건 그거다.

영웅을 죽였을 때 발생하는 이벤트.


내가 토마 테투스 타우러스를 죽였으니까.

그가 죽었기에 그가 타인에게 걸어둔 [맹종]의 힘이 사라진 것이었다.


“스킬로 사람을 현혹하고, 딸 아이를 겁탈한 쓰레기를 데려오란 말이다-!!”


남자가 소리치며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


세상에 저 흉측한 걸 휘두르기까지.

여기가 도시가 맞나요.


그 주인의 그 주민이로군.

아, 이제 내가 주인인가?

취소해야 할지도.


아니지, 도시 관리할 시간 없어.

난 나머지 열하나의 영웅을 죽여야 하거든.

취소를 취소한다.


그나저나 겁탈이라.

토마 테투스 타우러스, 그 양반 60은 넘었을 텐데 정정하시군.


“어떡할까 형씨.”


왜 나한테 그걸 물어.


“저 아저씨가 난동부리는 곳이 황소의 집 앞이거든.”


아하, 그러면 물을만 하네.


“고래 잡화점부터 갔다 올까? 괜히 엮이면 귀찮잖아. 아니지, 형씨는 영웅의 자질을 지니고 있으니 나서서 막아야 하나?”


마지막 말은 비꼬는 거 같다?

내가 지인 찬스로 황색으로 승급한 게 맘에 안 들었니?


근데 말이야.


“우리가 막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정의가 넘치는 사람은 많거든.


누군가가 황소의 집에서 빠져나왔다.


“네가 영웅을 모독하든 말든 상관은 없는데 말이야.”


그리고 팔을 걷어붙인 후.


“남의 장사는 방해하지 말아야지!”


콰앙!


놈의 머리를 후려쳤다.

깔끔한 일격이었다.


휘둘러지는 도끼를 피하고 정확히 놈의 머리를 내리찍는 공격.

황소의 집에서 묵고 있는 모험가인가.


“누가 경비대 좀 불러줘요.”


그는 기절한 남자를 뒤로한 채 가게로 돌아갔다.


“이제 들어가면 되겠네요.”


우리는 쓰러진 남자를 뒤로한 채 황소의 집에 들어섰다.

아직 낮임에도 가게에 가득한 인파.

하긴 여기 음식이 맛있다고 했지?

그럼 뭐 잠을 안 자도 밥을 먹으러 올 수도 있겠군.


내부로 들어선 우리는 곧장 가장 안쪽으로 향했다.

술청과 함께 가게의 주인장이 있는 곳이었다.


“어서 오세요. 식사?”


음?

잠깐만, 이 주인장 아까 난동을 부리던 아저씨를 줘 팬 사람이잖아?


“왜 말도 없이 가만히 있대?”

“······아뇨. 방을 구하고 있습니다.”

“방은 없는데······.”


나는 품에서 루시안이 준 펜덴트를 꺼냈다.


“소개를 받고 왔습니다.”

“아하, 루시안의 소개로 왔구만? 하하, 루시안 파티의 신입이야?”

“아닙니다.”

“그런데 그 펜던트를 받았다고? 자네가 썩 마음에 들었나 봐?”


옆에 있던 토마가 맞장구쳤다.


“하하, 그런 것 같더라고요. 영웅의 자질을 지녔다고 얼마나 칭찬하던지. 참, 이 사람이 제 목숨도 구해줬다니까요?”

“정말? 이야, 이거 진짜 영웅이 될 상이구만. 하긴 안 그래도 제자를 구한다고 소문이 파다하지. 자네도 지원해보는 건 어때?”

“······딱히 생각 없습니다.”


시끄러운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기운을 쪽 빨리는 것 같아.


“그래서 방은 없습니까?”


그냥 방이나 줘.

난 가서 쉬고 싶어.

제발.


“있긴 하지. 루시안 애들을 위해 남겨둔 방인데, 그걸 준거 보니 자네한테 제공하라는 거겠지.”


여기도 예약 시스템이 있는 건가.


“뭐 내일이면 나갈 사람도 있으니, 루시안은 그걸 내주면 되겠어.”


그가 잠시 허리를 숙이더니 무언가를 내던졌다.


“자, 받아. 호수는 208호. 참, 가격은 하루당 10페니야. 물론 매일 식사도 제공해주고.”

“뭐?! 하루당 10페니?”


아오, 귀청이야.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옆에 있던 토마가 소리친다.


“비싼 겁니까?”


내가 아까 의뢰로 받은 대금만 500페니는 되는데.


“당연히 비싸지! 형씨, 미노타우로스로 거금을 벌었다고 금전 감각이 멀어진 거야? 10페니면, 다른 여관의 열 배라고!”

“다른 사람들은 다 그 돈 내고 묵고 있다고. 거기다 식비도 포함이라고? 하루 세끼만 해도 6페니야. 근데 그걸 포함해서 10페니로 해주는 거잖아.”

“아, 식비도 포함이군요.”


토마가 갑자기 진정했다.

그러나 이내 다시 폭주했다.


“그래도 네 배잖아요!”

“싫으면 돌아가면 돼. 그리고 그쪽이 묵는 것도 아니잖아?”


맞아, 나름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말이야.

밥도 꼬박꼬박 주고, 이 좋은 여관이라는데 그 정도는 낼만 하지.


그나저나 식사에 2페니?

대충 1페니당 4천원 근처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군.


근데 어떻게 밥보다 하루 묵는 게 더 비싸담.

묵게 되면 무조건 밥으로 돈을 뜯게 되니까 그런가?

하긴 술값도 따로 받는 거 같은데 말이야.


“묵겠습니다.”


나는 묵직한 주머니를 뒤져 페니 열 개를 건넸다.


“받았고, 식사는 바로?”

“음, 알겠습니다.”

“그쪽, 시끄러운 모험가는.”

“······2페니인가요?”


주인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제가 사겠습니다. 길 안내도 해주셨으니.”


추가로 2페니를 더 꺼내서 주인장에게 건넸다.


“오! 형씨, 역시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 건가? 기왕 사주는 김에 에일도 같이, 어때?”


그가 손으로 무언가를 마시는 제스처를 취했다.


“잔당 1페니.”


돈 빨아먹는 괴물이로군.

밥만 사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돈을 추가로 내자, 주인장이 금방 에일 두 잔을 가져왔다.


맛은······.

나쁘지 않네.

탄산이 덜 해서 오히려 좋다.

난 탄산이 별로거든.


잠시 기다리자 식사도 이내 우리 앞에 놓아졌다.


콩과 고기, 야채 등이 들어간 스튜와 빵.

그리고 향신료를 뿌린 고기 요리

고기가 가득한 게 마음에 든다.


맛이야 당연히 던전에서 먹던 퍽퍽한 비스킷, 그리고 육포보다 나았다.


“그나저나 오늘따라 영웅님을 찾는 주정뱅이들이 많군.”


주인장이 의자를 끌고 와 우리의 곁에 자리를 잡았다.


“모험가 길드에서도 하나 봤어요. 갑자기 무슨 일이래요? 제국 부흥 집단이라도 다시 일어났나?”

“글쎄다. 그놈들하곤 결이 달라. 그놈들은 영웅의 힘을 빼앗아 이 왕국을 멜리아드 제국의 발판 삼으려고 하는 거고.”

“하긴 제국 부흥파 놈들은 이 나라가 제국이 되는 걸 막느라 바쁘다죠? 그런데 타우러스 영지에는 보통 조용히 지내던 놈들 아니었나? 영웅 출신이 그쪽이잖아요.”

“나야 자세한 건 모르지. 일개 여관 주인장인데 말이야.”


일개 여관 주인장치고는 강해 보이는데.

몸 곳곳에 사연이 있어보이는 흉터도 엿보이고 말이다.

무엇보다 더 두터운 주먹.

저건 무언가를 많이 때려야 완성되는 주먹인데 말이지.


주인장이 턱을 긁적였다.

그리고는 가게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곳에 처박혀 있던 남자는 어느샌가 없어져 있었다.


“저기 있던 놈의 눈 그건 원망이 가득한 눈이었어. 살의를 담을 정도로 말이야. 모험가 생활을 꽤 오래 해서 말이야. 저런 눈은 바로 알 수 있어.”


역시나 모험가 출신이었군.


“영웅에게 살의라······. 그럼 영웅이 진짜 그런 일을 한 건가요?”

“놈, 아니 놈들은 그렇게 믿고 있는 거 같더군. 하지만 믿는다고 모두 사실일 수는 없는 법이야. 누가 알데바란을 노리고 있는 건가······.”


흠, 사실 그건 진짜인데 말이지.


토마 테투스 타우러스.

그놈은 실제로 여러 입에 담을 수 없는 일들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것을 숨기기 위해 [맹종]을 사용했다.


그 무엇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힘.

그에게 이 힘은 주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애초에 놈은 영웅이 되어서는 안 됐다.


아니, 이 세계의 영웅이라는 건 모두 가짜.

모두 가면으로 자신의 추악함을 숨기고 있을 분이다.


뭐, 최초의 영웅이라는 사람은 진짜 영웅일 수도 있겠지.


[ 메인 스토리 퀘스트 : 영웅의 자격이 진행 중입니다. ]


내 세계에선 영웅이 필요하지 않고, 필요한 이 세계의 영웅은 모두 가짜라.

웃기는군.

웃음이 절로 새어 나온다.


씁쓸한 맛이 감도는 에일을 들이키자, 던전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내가 구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던 사람들의 모습.


어차피 놈들은 전부 잊을 거라지만.

그렇지만, 그때의 그 간질거리는 감각은 잊을 수가 없었다.

옛날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영웅의 자질······.”


현대에선 필요로 하지 않던 영웅.

필요로 하나 진정한 영웅이 없는 세계.


혹시 내가 이 세계에서 영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획득한 조각 1 / 12 ]


[미싱 피스]의 광고처럼 이 조각을 모두 모은다면 말이다.


“웃기는 소리.”


무슨 멍청한 생각이냐.

영웅은 관뒀잖아.

어차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여기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고작 에일 한 잔에 취한 거냐.


그리고 뭐, 여기에 남아?

아니, 나는 돌아갈 거다.

나의 모든 게 있는 집으로.


“모든 게 있다고?”


그곳에 뭐가 남았지?

목발이 없으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몸?

그래서 나를 기피하는 친척들?


돌아가는 게··· 맞나?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 돌아가야 한다.

나는 현대인이잖아.

그런 현대인이 어떻게 이런 중세 시대에서 살아갈 수 있겠어.

그래, 그게 맞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음? 왜 그래 형씨.”

“쉬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피곤해서 이런 생각들이 떠오르는 거야.

잠, 잠이 필요하다.


“벌써 다 먹었어?”

“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흐음. 그래, 형씨 가서 푹 쉬라고.”


나는 주인장과 토마를 뒤로한 채 방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깊은 잠이 필요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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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도 알데바란 (2) 24.09.18 16 0 12쪽
16 주도 알데바란 (1) 24.09.17 19 0 12쪽
15 던전 탈출 (4) 24.09.16 26 1 11쪽
14 던전 탈출 (3) 24.09.15 25 1 12쪽
13 던전 탈출 (2) 24.09.14 30 1 12쪽
12 던전 탈출 (1) 24.09.13 34 2 12쪽
11 죽거나 죽이거나 (2) 24.09.12 36 2 12쪽
10 죽거나 죽이거나 (1) 24.09.11 40 2 12쪽
9 영웅 (3) 24.09.10 46 2 11쪽
8 영웅 (2) 24.09.09 52 3 12쪽
7 영웅 (1) 24.09.08 59 3 12쪽
6 아무도 모른다 (3) 24.09.07 61 3 12쪽
5 아무도 모른다 (2) 24.09.06 62 3 12쪽
4 아무도 모른다 (1) 24.09.05 74 3 12쪽
3 데스 게임 (3) 24.09.04 91 4 12쪽
2 데스 게임 (2) 24.09.03 107 4 12쪽
1 데스 게임 (1) 24.09.02 14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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