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 둔재가 기억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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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다귀0
작품등록일 :
2024.09.03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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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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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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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 - 변하는 것

DUMMY

평상시 내 집에서의 일상은 이렇다.

훈련 식사 훈련.

그저 나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뿐이었다.

그치만 거기에 내가 해야 될 게 한 가지 더 늘었다.

연기, 이건 한 쥐새끼를 잡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리고 이 노력도 슬슬 끝이 보이고 있었다.

바닥에 널그러져 있는 수십 개의 빈 병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 약이 들어있던 병, 당근 내가 먹은 건 아니었고 마법으로 비워냈던 거였다.

훈련을 끝마치고 약에 취해 잠든다.

이게 요즘 내가 하고 있던 연기였고, 그녀를 속이기 위한 함정이었다.

스으윽.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는 소리, 잠시 후 샤를린이 방에 들어왔다.

역시 오늘도 왔군.

최근 들어 이렇게 내가 약에 취한 척 있으면 그녀가 종종 방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조금만 있다가 바로 나가더만 횟수가 늘수록 점점 그 시간은 길어져 갔다.

그치만 이런 건 처음이었다.

이렇게 뭔가를 설치하는 건 말이다.

넋이 나간 듯한 연기를 하는 내 눈에 뭔가를 설치하는 샤를린이 보였다.

엄청나게 집중하는 모습, 그렇기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가 반응을 못 할 거라고, 이 주문에 말이다.


“체인.”

“···!”


역시 예상대로 반격은커녕 그대로 사슬에 묶인 그녀, 나는 그런 그녀를 응시했다.

멀쩡한 상태로 말이다.


“도련님 지금 뭐하시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너는 왜 내 방에 들어와 있지? 분명···.”


내 목소리는 무거웠다.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게···. 방 청소, 그것 때문에 왔습니다. 워낙 방이 더러워···.”


이런 뻔한 거짓말을.

나는 굳이 길게 대화할 생각이 없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샤를린, 도대체 왜 첩자 노릇을 한 거냐.”

“··· 도련님 무슨 말씀인지.”

“내가 장난하는 거 같나?”


나는 품에서 록시에게 받은 단검을 꺼냈다.


“이렇게 해도?”

“···.”

“샤를린, 내 질문에 대답해라. 이유가 뭐냐.”

“··· 말할 수 없다면.”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군.

살의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보는 그녀, 나는 그녀의 목에 검을 겨눴다.


“죽일 거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 그래도 말할 수 없다.”

“알겠다.”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움직였다.

그렇게 검이 녀석의 목에 닿으려는 순간, 나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할 말이 있다.”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생각이 바뀐 건가.”

“··· 그보다 더 괜찮은 제안을 하지.”

“관심---.”

“네 몸을 치료할 수 있는 정보이다!”

“···.”

“전에 절벽에서 기절했을 때 기억하냐? 그때 네놈은 무리해서 마나를 써서 마나 부족 현상이 아주 심하게 왔었지. 죽을 정도로 말이다. 네 상태를 처음 봤을 때, 나도 네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네놈의 상태는 고위 성직자가 와도 못 살릴 정도였거든. 근데···.”


그녀의 목소리에는 묘한 감탄이 있었다.


“한 남자가 나타나는 군, 추레한 형색의 그 남자가 너의 몸에 손을 데더니···.”

“이렇게 내가 살아났다는 건가?”

“그래, 맞다. 만약 나를 살려준다면---.”

“정보 고맙다.”


솩, 나는 검을 휘둘렀다.


“그 남자는 내가 잘 찾아보겠다. 이만 죽어라.”

“아니···.”


그녀를 묶고 있던 속박 마법이 풀리고 그녀가 힘없이 쓰러진다.

그리고 나는 묵묵히, 검에 묻은 붉은 물감을 보고 있었다.

그때 절벽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살려줬지만.


“더 이상은 그런 건 없을 거다.”


잘 가라, 나의 족쇄야.

샤를린이 죽었다, 그리고 내가 죽였다.

격변이었다.



//



그 이후의 일은 모든 게 예상대로였다.


‘아니. 도, 도련님···! 이게···.’


시체를 보며 놀라는 사용인이나.


‘아니 글쎄···.’


주변의 가십까지.

모든 게 다 예상대로였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까지 말이다.


“가란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냐.”


내 눈앞에 있는 가주, 아버지가 뭔가 화나면서 슬픈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뭔가 마음이 아팠다.

죄송하다고 사과를 해야 되나, 아니면 실수였다고 거짓말을 해야 되나.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치만 고민은 되지 않았다, 이미 진실만을 말할 것을 정했기에.


“샤를린이 첩자였습니다. 그렇기에 죽였습니다.”

“무슨! 또 그 소리냐!!! 샤를린은.”


그의 말이 매섭게 이어졌다.


“우리 가문의 식구였다.”

“··· 이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것 말고는 할 말이 없습니다.”

“허. 가란스, 지금 할 말은 이게 아닐 텐데? 지금은···.”

“흡···!”


압도적인 위압감이 나를 짓눌렀다.


“네 잘못을 속죄할 때다.”

“··· 할 말은··· 없습니다.”

“허···.”


나를 감싸던 위압감이 더 강해졌다.


“기어코 미쳐버린 거냐, 아들아.”


죽겠군.

누군가가 내 목을 조르고 있는 느낌, 정신 줄을 조금만 놓으면 그대로 기절할 거 같았다.

그래도···!

나는 나를 보고 있던 아버지의 두 눈을 봤다.


“제 마음은 바뀌---.”

“눈앞에서 당장 사라져라.”


순간 갑자기 사라진 위압감, 남아 있는 건 증오가 담긴 그의 목소리뿐이었다.


“이 일에 대한 처벌은 가신들과 얘기를 해본 후 결정하겠다. 결정이 되면 적어도 네놈이 여기에 있을 일은 없을 거다.”

“알겠습니다.”


나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그에게 고개를 숙였고, 밖으로 나갔다.


“결국, 네가 원하는 대로 이 저택을 나가게 되었군!”


나가기 직전에 들린 아버지의 말, 나는 왜인지 그 말이 다르게 들렸다.

왜, 도대체 왜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냐고, 그가 눈을 참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



가문을 나가야 되는데 나가지 못했고, 그걸 가능케 만드는 조금은 과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 일을 실행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결정한 건 아니었다.

이 선택을 하면 생길 손익들을 나름대로 계산했고, 결론적으로 이득이라고 생각했기에 이 짓을 한 것이었다.

물론 손해가 있긴 했더라도 말이다, 지금 같은···.


“회장, 제안 드릴 게 있습니다.”


수요일 점심시간 그리고 학생회 회의 시간, 그렇기에 나는 학생회 실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마찬가지의 이유로 이곳에 앉아 있는 빅칸이 손을 들고 있었다, 나를 보며 말이다.


“저 도련님을 학생회에서 내 쫓는 게 어떻습니까? 아, 굳이 도련님이라고 불러야 되나?”


말이 이어졌다.


“사람을 죽였는데?”


소문이 빛 같군.

내가 샤를린을 죽였다는 소문이 아카데미에 파다하게 퍼졌다.

보통이었으면 지금쯤 경비대들이 와서 나를 잡아가는 게 맞는 상황이었지만, 4대 가문의 가주인 아버지가 직접 일을 처리하겠다고 선언했기에 그렇게까지는 안 된 상황.

어떻게 보면 다행인 상황이었고, 어느 정도 예상했던 그림이었다.

그 순간,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럴 생각은 없다, 빅칸. 가란스 브리시온은 우리 학생회 소속이다.”


그녀의 떨림 없는 눈이 보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니···! 회장, 이해가 안 됩니다! 지금 저 자식이 어떤 이미지인지 아십니까? ··· 그냥 인간쓰레기입니다! 근데 그런 놈이 우리 학생회에 있으면! 저희 학생회의 이미지가 어떻겠습니까!!!”


뭐, 안 좋아지겠지.

저놈이 말했던 거처럼 지금 나의 이미지는 아주 안 좋다, 전에 좋았던 이미지랑은 180도 다른 상황.

그렇기에 미리미리 학생회를 그만두려고 했던 건데···.

실패했었지.


“시끄럽다.”


지금 말하는 회장님 덕분에 말이다.


“회의는 이쯤에서 마치지. 금요일에 있는 일정 잊지 말고.”


마지막 순간에 나를 보며 말을 마치는 그녀, 빠지지 말라는 의미였다.

네, 가야죠.

전 여전히 학생회 소속이니깐.

그리고 보니 오늘 오전에 있던 수업이 교수님 사정으로 오후로 밀렸었지···?

원래였으면 바로 집에 가는 건데···.


“하.”


수업에 가야겠군, 난 학생이니.

아직까지는.



//



상급 마법의 운용, 평상시에는 교실에 앉아서 그저 강의를 듣는 수업이었다.

그치만 오늘은 야외에서 조금 색다른 수업을 한다.


“오늘은 검 쪽 계열 친구와 마법 쪽 계열 친구가 팀을 이뤄, 한쪽이 마법을 쓰면 다른 한쪽이 피하는 연습을 해보겠다.”


이곳 학생들은 검과 마법 중 한 가지 계열을 선택해야 된다.

무조건 하나다, 둘 다 선택하는 건 불가능하다.

왜냐면···.


“그 이유를 가란스 브리시온이 말해볼까?”


이런.

때마침 내가 생각하던 걸 설명하고 있던 교수님, 그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 악의가 있는 표정은 아닌데.

근데 왜 나를 시킨 걸까?, 내가 학교 내에서 이미지 안 좋을 걸 뻔히 아실 텐데···.

똑똑한 학생을 좋아하는 건 전 세계 모든 교수의 특징인가?, 그렇게 나를 잘 챙겨줘서 대학원···.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생각을 지우며 나는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생물학적 한계 때문입니다. 인간의 신체 중 마나를 활용할 수 있는 부위는 심장과 뇌, 그러나 몸속 마나가 흐를 수 있는 방향은 일방향입니다. 그렇기에 마법사는 뇌만을 활용해서 마법을 쓰고, 기사는 심장만을 활용해서 검기를 만드는 겁니다. 마법과 검기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이곳 학생들은 한 가지 계열만을 골라야 되는 겁니다.”

“오, 그래. 역시 훌륭한 답변이군. 그런데 가란스군, 조금 틀린 부분이 있군.”


그는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내 눈앞에 검기와 마법을 둘 다 쓰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 음, 그래.

나는 생물학적 한계를 거스른 케이스다.

역행이라는 특전 때문에 말이다.

그러나 간혹가다 종종, 뇌와 심장에서 동시에 마나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세간엔 그런 사람을 이렇게 부른다.


“이질자. 제 인생에서 이질자를 보게 될 줄이야. 정말, 엄청나군요.”

“···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큼, 그럼 본격적으로 팀을 짜볼까요?”


나에게 질문 그리고 칭찬, 마지막엔 다시 수업까지,

이젠 익숙한 이런 패턴의 전개가 끝난 뒤, 학생들은 본격적으로 팀원을 찾기 시작했다.


“야, 나랑 하자.”

“우리끼리 하는 게 수준이 맞을 거 같은데?”


이렇게 정해지는 팀원, 나 역시도 주위를 둘러보며 팀할 사람을 찾았지만···.

다 피하네.


“란스···. 내가 마법 계열만 아니었으면 너랑 해주는 건데···. 같은 계열이라서···.”

“아냐, 괜찮아. 너도 너 팀이랑···.”


왜인지 모르지만 미안한 표정을 짓는 엘리안, 그녀의 뒤로 그녀의 팀원인 데일이 보였다.

순간 그와 눈이 마주친다, 그치만 싸늘하게 고개를 돌리는 그.

내 이미지가 망가지기 전이랑은 완전히 딴판인 반응이었다.

역시, 안 도와주기 잘했어.


“팀원이 기다리는 거 같네. 얼른 연습하러 가.”

“응···. 알겠어···.”


그렇게 풀이 죽어 걸어가는 그녀, 나는 그런 그녀를 뒤로 한 채 교수님한테 갔다.

뭐 나 같은 놈 한 명쯤은 있겠지.

아니면··· 자기랑 같이하자고 하려나?, 교수님 성격이면···.


“야.”

“?”


생각에 잠겼던 나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나를 보며 비열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 그는···.

빅칸이었다.


“연습 삼아 나랑 함 뜨자.”


환희에 찬 목소리였다.

그것도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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