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유일한 환술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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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커피
작품등록일 :
2024.09.0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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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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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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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동료가 생겨버렸다

DUMMY

찰싹.

찰싹.


“뭐야···”


누군가가 볼을 따갑게 때리는 감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철썩!


“아!!”


눈이 번쩍 떠졌다.


“일어났다!”


“누구··· 아.”


낯설지 않은 비슷한 전개.

눈을 뜨자 앳된 얼굴의 남자애가 보였다.


“오랜만이네.”

“그러게요.”


김찬은 반가운 모양인지 배시시 웃어댔다.


“이렇게 빨리 보게 될 줄 몰랐어요.”


“어, 일어나셨네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통을 대신 겪어주는 치유 능력의 박소빈.


“여기 물 드세요.”


소빈이 생수 하나를 내밀었다.


“아니야, 됐어. 너희 먹을 것도 없을 텐데.”


“마셔주세요··· 안 그래도 저번에 그렇게 일찍 떠나셨던 게 아쉬웠었다고요.”


마지못해 물병을 받아 벌컥벌컥 마셨다.


환술로도 물을 마신 듯한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진짜 물이 시원하게 목구멍을 씻어내리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마실 물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시니 미지근한 것조차 차갑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


그러다 문득 동하가 생각나 그 애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쪽 구석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먹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괴력이 있으니 날 데려오는 것 정도는 힘들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무사히 역까지 온 게 나름 기특했다.


‘그래, 애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


아이에게 귀찮은 일들을 모조리 떠맡기던 그 싸이코 아줌마가 문제였을 뿐이다.


“근데 저 애 어떻게 된 거예요? 무슨 자루 같은 곳에 형을 눕혀서 질질 끌고 왔었거든요? 근데 뭐, 전혀 힘들어 보이지도 않고 땀 한 방울도 안 흘리던데.”

“아··· 음. 그냥 힘이 좀 센 애야.”

“네? 아무리 그래도.”


차마 동하가 블랭커 쪽 아이라는 걸 말할 수는 없어 대충 얼버무렸다.


동하가 다행히 한쪽 팔을 잡고 쌩 바닥에 내 몸을 질질 끈 것은 아니었나 보다. 어떻게 또 자루 위에 올려서 끌 생각을 한 건지.


동하에게 다가갔다.

양손에 빵을 가득 들고 있었다. 입안도 빵으로 가득 차 있어 볼이 터질 것 같았다.


욕심은···


“천천히 먹지 그래.”

“어, 쓰레기 형아, 일어났다!”


동하가 우물거리며 반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너, 그 쓰레기라는 말 좀 안 쓰면 안 돼? 왜 그렇게 부르는 거야.”

“엄마가 그렇게 부르라고 했는데.”

“···그렇겠지. 앞으로는 재오라고 불러, 그게 내 이름이니까. 알겠지?”

“죠?”

“아니, 재오. 그리고 왜 갑자기 형은 또 빼는 거야.”

“죠!”

“···됐다.”


뒤에서 지켜보던 박소빈이 웃으며 말했다.


“애기 귀엽네요.”


사실 그 아줌마나 오르디 교라는 이상한 사이비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제대로 된 답이 나올 수 있는지도 모르고 방금까지 꽤 귀찮은 일들을 겪었으니 지금은 쉬는 게 맞는 것 같다.


“동생이에요? 아는 사이는 맞는 거 같은데.”

“아니야, 오히려 미워했던 쪽이지.”

“미워해요? 왜요? 귀엽기만 한데.”

“저게 저렇게 보여도···”


뒷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예전 일 생각해서 뭐 하겠어.

이미 갚아줄 사람들에게는 나름 갚아주기도 했으니까.


“고마워. 네가 치료해 준 거지.”

“아뇨! 오셨을 때는 편하게 잠들어 계셔서 제가 따로 한 건 없어요.”

“아, 그렇겠네.”


잊고 있었는데, 잠들면 마안을 사용할 수 있는 양이 초기화됐었다. 워낙 많은 일들이 있었다 보니 정신이 없다.


“그래, 그 흰색 물약. 덕분에 몇 번 고비를 넘겼었긴 했어, 그것도 고맙고.”

“다행이네요. 왠지 필요할 거 같았어요.”


소빈이 생긋 웃었다.


“그건 어디서 난 거야? 설마 그 오르디 교라는 쪽에서 받은 건 아니지?”

“아니에요. 이건 그··· 프리스라는 분이 주신 거예요.”

“그게 누군데?”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긴 한데요. 마녀님이에요.”

“뭐? 아니, 이상할 건 없지. 환술이나 블랭커들도 있으니까.”


당장 고블린이나 드래곤이 어디서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오르디 놈들이 괴수들이 넘치는 곳의 게이트를 열어 들여보낼 수 있을지 누가 알겠어.

그렇게 생각하면 마법사나 마녀가 있는 것도 딱히 이상할 건 없다.


“그래서 그 마녀는 어디 있는 거야? 그런 물약을 만들 정도면 여기 사람들을 좀 도와줄 법도 하지 않나.”

“그분이 저희랑 같이 있으면 피해를 입을 거라고 하셨어요. 블랭커들이 몰려올 거라면서... 그때 떠나시면서 저한테 남겨주신 게 그 물약들이에요.”

“그래? 왜 너만?”

“글쎄요. 저도 그것까지는 잘.”


그 마녀의 의중은 모르겠지만 저기 보이는 지하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런 물약을 주자니 분명 싸움이 날 게 뻔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김찬에게 주자니 덜렁거리거나 화를 참지 못하고 일을 그를지도 모를 일이고.


확실하게 도와줄 만한 사람이 박소빈밖에 없었으려나.


이 애는 여리고 조심스러워 보이지만 속은 강한 타입이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에게 옮기는 능력이 어찌보면 어울렸다.


“잠깐, 그럼 설마 너 그 능력도 그 마녀가 준 거야?”

“네, 맞아요. 고마우신 분이에요.”

“고맙긴 뭐가 고마워. 무슨 그런 능력을 줘? 줄 거면 그냥 쉴드 치고 힐 넣는 그런 평범한 힐러 같은 것도 괜찮잖아.”

“그분이 능력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거라고 하시던데요...”

“실수할 게 따로 있지. 무슨 그런.”

“전 괜찮아요. 그래도 그렇게 해서 찬이도 도와주고 오빠도 도와줄 수 있었으니까.”


저렇게 웃는 모습을 보니 또 뭐라고 더 투덜댈 수는 없었다.


그 마녀가 박소빈의 송과체를 자극시켜 능력을 일깨워 준 것처럼 보인다.

그 과정에서 무슨 실수가 있어 부작용을 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환술을 과도하게 썼을 때 두통이 강하게 몰려오는 것과 비슷하겠지.


블랭커를 조종했던 세인이 말한 N이라는 자가 그 마녀인 걸까.



***



“이제 슬슬 가야겠다.”


허기도 채웠고 정말 대충이지만 씻기도 했으니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향막대를 챙겨 들고 몸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아까 프리스라는 마녀의 얘기를 들으면서, 혹시라도 나 또한 이곳에 오르디 놈들과 블랭커들을 불러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굳이 피해를 주고 싶진 않았다.

아무래도 이들에 비해서 나는 여기서 벗어난다고 해도 살아남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아직도 저희랑 같이 가기는 싫으신 거죠.”


김찬이 스윽 다가와 물었다.


“싫다기보다···”

“아니에요. 그냥 물어봤어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여기에 온 것도 놈들한테 저항하다가 환술의 부작용으로 쓰러져 버리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고.


“어차피 저 사람들이 너희 둘을 건드리지는 않을 거 같은데. 여기 계속 숨어지내는 게 더 낫지 않아?”

“그게, 저랑 박소빈도 상황 봐서 여기서 떠나려고요.”

“그래?”

“음식이 다 떨어지면 사람들이 또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고요. 블랭커고 뭐고 눈에 보이는 게 없을지도 몰라요. 그때처럼···”

“아, 그렇게 말하니까 생각난 건데.”


이 도시에서 일부 건물에 전기가 완벽하게 들어오는 곳들이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거기에 어떤 규칙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르디 교 놈들은 그런 건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듯 보였다고도 덧붙였다.


“그게 정말이에요?”


얘기를 듣고 난 김찬과 박소빈의 얼굴에서 희망에 가득 찬 눈빛이 보였다.


“그럼 무조건 가야죠!”


내가 더 이상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본인들의 선택이니까.


“근데 재오 오빠, 저 애는요···?”


소빈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동하가 있었다.


“아, 맞다···”


아무래도 여기에 두고 간다는 건 말도 안 되겠지.


일단 날 구해주기도 구해줬지만, 지하철역에 가만히 놔뒀다가는 혼자 사람들 이마를 파먹어버릴 테니까.


아무리 다른 사람 일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나라도 그렇게 두는 건 너무 도리에 어긋나는 짓이다.


동하가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내 쪽으로 걸어왔다.


“죠, 어디 가?”

“죠가 아니라 재오라고.”

“죠.”

"···그래."


쓰레기 형이라고 안 부르는 게 어디야.

동하가 내 다리를 작은 두 손으로 폭 감쌌다.


“뭐야.”

“같이 가.”

“너, 나 막 팼던 건 기억 안 나는 거냐.”

“아니야, 엄마가 그렇게 하라구 했단 말야.”


어째 핑계처럼 들리긴 했다.


애를 혼자 두고 가기 찝찝하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 애가 가지고 있는 힘이 또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확실히 환술이라는 것을 쓰는 나로서는 근접전에는 약하기 마련이니까.


“알았어, 같이 가.”

“같이 간다!”

“대신.”

“웅?”

“위험할 땐 너도 같이 싸우는 거야.”

“웅, 알겠어! 나 힘 엄청 세!”


그렇게 되면 그 아줌마랑 다를 게 있나 싶은 생각도 들긴 했지만, 적어도 난 이 애를 막 대할 생각은 없다.

게다가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내 환술도 가볍게 막아버리는 것들이 수두룩하다면, 이 애의 괴력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할 상황도 분명히 있을 거고.


대충 동료로 생각하는 게 편하겠다.

어차피 평생 데리고 다닐 생각도 없고.


이렇게 먹을 것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지하인들도 있겠지만, 반대로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거나 훨씬 안전하게 숨어지내는 지하인들도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런 곳에 이 애를 둘 수도 있겠고, 아니면 원래 오르디 쪽 소속이니까 상황을 봐서 그쪽으로 돌아가게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졸지에 동생이 생겨버렸네. 평생 외동으로 자라서 동생은 생각도 못 해봤는데...'


잘 지낼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어쩌겠나.

어떻게든 망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가자.”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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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낙하 24.09.16 9 0 11쪽
14 N과 혈석 24.09.15 10 0 11쪽
13 괴력의 아이 24.09.14 11 0 11쪽
12 그들을 조종하는 여자 24.09.13 12 0 11쪽
11 방독면을 쓴 사람들 24.09.12 12 0 11쪽
10 소음 제거 24.09.11 13 0 11쪽
9 짧은 환상 24.09.10 16 0 12쪽
8 지하에 사는 소녀 24.09.09 17 0 11쪽
7 소음마 (2) 24.09.08 20 0 13쪽
6 소음마 (1) 24.09.07 23 0 12쪽
5 지하에 사는 소년 24.09.06 27 0 12쪽
4 이미 망했어 (2) 24.09.05 35 0 12쪽
3 이미 망했어 (1) 24.09.04 41 1 12쪽
2 쓰레기 24.09.03 46 2 11쪽
1 망상 24.09.03 7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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