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유일한 환술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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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커피
작품등록일 :
2024.09.03 18:12
최근연재일 :
2024.09.1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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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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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마 (2)

DUMMY

“구슬! 구슬!”


유동하는 입에서 빨갛고 작은 물체를 손바닥에 퉤 뱉더니, 방방 뛰며 기뻐했다.


“저, 저게 뭐야!”

“꺄아악!”


끔찍한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꼬마가 잘게 부순 몸에서 피가 튀었다.

그리고 그 피가 아줌마의 앞치마 한쪽에 묻어버렸다.


“아이씨! 여기 튀었잖어! 드러워 죽것네, 증말!”


짜악!

아줌마가 아들의 뺨을 때렸다.


“조심히 좀 처먹지, 너 때문에 옷에 드러운 거 묻었잖아!”

“어, 엄마, 엄마, 잘못했어요!”


아줌마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귀를 울릴 정도였다.


“으이씨, 으씨!”


아줌마는 옆에 있던 청소도구함에서 솔을 하나 꺼내 들더니, 피가 묻은 앞치마를 북북 문지르기 시작했다.


빨리 닦아내서 흔적은 없어진 것 같지만 묻었었다는 사실 자체로 화가 났던 것인지 씩씩거렸다.


“동하야, 엄마가 맛있는 거 줬으면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얌전히 먹어야지, 응? 알겠지?”


한참을 그렇게 닦더니 이내 표정을 싹 바꾸고는 말했다.


“저, 저기요!”


그때 옆에 있던 안경 쓴 남자가 갑자기 말했다.


“제가 돈이든 뭐든 드릴 테니까 저는 좀 보내주시겠어요?”

“뭐···?”


아줌마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다가 갑자기 깔깔 소리를 내며 경박하게 웃기 시작했다.


저 징그러운 꼬맹이는 옆에서 입가에 묻은 피를 스윽 닦으며 웃음소리의 박자에 맞추어 바닥을 찰박찰박 두드렸다.


“아고, 배 아파라.”


아줌마가 웃음을 그치며 말했다.


“야, 이 아저씨야. 너무 뻔한 말이다, 진짜."

“윽...”

"주변이라도 좀 둘러봐봐! 여긴 아저씨가 있던 세상이 아니야! 그리고 이 아저씨야,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줌마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더욱 긴장했다. 모두가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두려워하는 듯했다.


“내가 우리 일렌 님한테 특별히 부탁드려서 니네를 살려준 거라고! 근데 이게, 그런 내 자비로운 뜻도 모르고 뭐? 주긴 뭘 줘? 주제를 모르네, 이것들이!”


아줌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디 보자, 저 아저씨는 우리 동하가 먹어버렸으니까 대신 네가 나와서 이거 마셔.”


그렇게 말하고는 물이 담긴 컵을 안경 남자에게 내밀었다.


“어어, 싫어요!”

“거기 다들, 저 안경잡이 끌어내서 요 앞에 가져다 놓으면 나머지는 얌전히 보내줄게, 어때.”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망설였다.


“뭐, 뭐라고?”


한 사람을 희생시키면 나머지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유혹적인 제안.


저 아줌마의 아들놈의 힘이라면 순식간에 남자의 멱살을 잡아서 끌어올 수도 있으면서, 일부러 비인간적인 일을 시키는 것 같다.


“에익!”

“미, 밀어!”

“어어, 저리 가! 뭐 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남자의 등을 세게 떠밀었다.

남자가 저항해 보긴 했지만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안경을 쓴 남자가 아줌마가 옆에서 쓰러져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공포에 질겁한 얼굴.


나 역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 남자가 죽고 나면 그다음은 영락없이 내 차례일 것이다.


바닥을 더듬어봤다.

영수증 같은 얇고 작은 종이가 손에 잡혔다.


“마안···”


작게 중얼거렸다.


“아줌마.”

“음?”


싸이코 아줌마가 날 내려다봤다.

순간 영수증 종이의 단면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말 그대로 죽을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아줌마의 왼쪽 허리를 향해 날카롭게 변한 종이를 찔러넣었다.


아니, 찔러 넣은 줄 알았다.

칼끝만 살짝 박히고 그대로 힘없이 구겨졌다.


“···벌레가 물었나.”


무덤덤한 반응.


“어?”


아줌마가 손끝으로 살짝 박힌 칼날을 잡더니, 먼지 털듯이 가볍게 바닥에 휙 던졌다.


싸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너, 내가 이런 거 못 피할 줄 알고 이런 거여?”

“그, 그럼 왜.”

“모기 물린 정도니께, 이런 거는.”

“뭐···”


“벌레한테 물린 걸 알았으면.”


또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잡아야것지?”


아줌마의 손이 앞치마 주머니로 향했다.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스윽 꺼내 들었다.


“이거 어때? 저번에 마트 가서 새로 산 과일 깎는 칼인디.”


겉 포장을 주욱 뜯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자세를 잡고 칼을 치켜들었다.


“특별히 총각한테 처음으로 써주는 겨!”


남한테 칼 같은 건 찔러본 적 없는 나와는 달리, 이런 괴물 같은 놈이라면 분명 나에게 제대로 치명상을 입힐 것이다.


“티, 티타늄 방패로 보이게!”

“뭔 개소리야, 뒤져!”


아줌마가 칼을 휘둘렀다.


티잉!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눈 바로 앞에서 칼끝이 뚝 멈췄다.


“이게 뭐여.”


밝은 회색빛의 커다란 원형 방패가 눈앞에 있었다.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푸른색의 철제 방패는 몇 초 되지 않아 원래 없었던 것처럼 스르르 사라졌다.


“302호··· 뭐야, 너도 우리 오르디 교 사람이여? 그냥 찌질한 놈인 줄 알었는디.”


오르디 교?

그러고 보니 윗집 아줌마가 집마다 돌며 이상한 종교 같은 것을 전도하려는 것을 보기는 했었다.


“그런 거 몰라요.”


옆에서 조각난 사체와 피를 가지고 찰박거리며 놀고 있던 아줌마의 아들 동하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아, 내가 도와주까.”

“어어, 아니야, 동하야. 놀고 있어, 엄마가 얘기 좀 해보구.”


그러자 꼬맹이가 다시 털썩 자리에 앉았다.


“말해. 방금 뭐 한 거냐고.”

“아무것도요.”

“뭘 아무것도 안 해! 티타넘인가 뭔 넘인가 지껄였잖어!”


아줌마가 칼을 들이대던 그 순간에 만화에서 봤던 방패가 타이밍 좋게 떠올랐었다.


“평범한 놈이 그런 요상한 걸 썼을 리는 없을 것이고, 너 어디 교단 놈이야!”

“무교라고요.”


“엄마, 엄마아! 일렌 님이 우리 오르디 님 말구 다른 거 믿는 사람 있으면 데려오라구 그랬었어요!”


가만히 있던 꼬맹이가 얄밉게 끼어들었다.


“응, 그래그래, 그치, 동하야. 얘는 그러면 우리 사원에 데려가서 일이나 시킬까? 안 그래도 자꾸 올라와서 시끄럽다느니 조용히 좀 부탁한다느니, 짜증 나게 굴었던 게 영 꼴 보기 싫었었는데.”


나는 그쪽 모자 소음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알고 있긴 한가.


“아, 그래. 저번에 그 지진도 이놈이 한 게 맞았었어. 이 싸가지 없는 놈, 너 오늘 잘 걸렸다.”

“그건 제가 일부러 한 게 아니···!”

“입 안 다물어! 저 입을 본드로 아주 그냥, 쫙 붙여버려야겠다.”


꼬맹이한테 맞았던 복부의 고통도 잊은 채 일어났다.


저 정신 나간 여자한테 걸리면 답 없다.


콰악!


꼬맹이가 날 붙잡았다.


힘이 얼마나 센 거야?

발버둥 쳐도 소용없었다.


“엄마, 내가 잡아두께.”

“어유~ 잘했다, 우리 아들.”

“잘했지, 잘했지.”

“으응, 그럼!”


아줌마가 과도를 스윽 닦으며 걸어오기 시작했다.


‘한 번 더···!’


두 눈을 부릅뜨며 힘을 주었다.


“마···”


퍼억!


“욱!”


환마도 부르지 못하고 얼굴을 세게 얻어맞았다.


“엄마! 얘가 또 막 그거 이상한 거 하려구 했대요!”


이 빌어먹을 꼬맹이가 내가 환술을 쓰려는 걸 알아챘다.


단어 하나만 말하면 되는데!


순간, 옆에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동하가 잠깐 한눈판 사이, 팔 한쪽을 확 뿌리쳤다.


“아줌마!”


아줌마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그리고 아까 집었던 종이를 주워 있는 힘껏 던졌다.


“마안, 냄새는 지독하게, 질감도 몇 배로 현실감 있게 부탁해!”


휘익!


그대로 날아가 퍽, 소리와 함께 아줌마의 얼굴에 안착했다가 주욱 미끄러졌다.


“우풉! 뭐야!”


아줌마가 얼굴에 맞은 갈색의 물체가 무엇인지 알아채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입에 조금 묻은 그것에서 깊게 꽂힌 지독한 냄새와 불쾌한 질감이 그 정체를 알려주었을 테니까.


“이, 이, 이거.”


윽, 보는 내가 다 구역질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똥이잖어! 우웩, 이 개놈이! 미쳤어?!”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볼만했다.


“퉤! 퉤, 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아까 앞치마에 피가 조금 묻었다고 발광하며 닦아댔던 것을 보고 급한 대로 생각한 것이다.


옷에 묻은 것도 아니고 얼굴에 정통으로 개똥을, 그것도 심지어 입에 직격으로 맞았으니 타격이 크겠지.


실제로 던진 건 아까의 영수증을 던지기 좋게 구겨서 말았던 거지만.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냄새난다고! 으아아!”


아줌마는 얼굴을 감싸며 몸서리쳤다.


혹시라도 손에 묻을까 봐 얼굴을 완전히 감싸지는 못하고 살짝 띄우기까지 했다. 고무장갑을 끼고 있으면서도 조금이라도 묻히기 싫었나 보다.


이제 저 사람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렸다.


“다들 도망가!”


지금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 크게 소리쳤다.


“어, 응?”

“뭐?”


사람들이 망설이고 있었다.


미친 아줌마의 잔인한 행동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버린 것인지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나를 붙잡고 있는 아들놈인 동하 때문에도 그렇겠지만, 그렇다고 멀뚱히 서서 장난감 같은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건가.


“아니, 다들 뭐하···!”


됐다.

한 번 말해서 움직이지 않을 사람들을 굳이 도와주고 싶진 않았다.


남은 손으로 동하를 뿌리쳤다.

그리고 뒤를 돌아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넌 지금부터 평생 내가 안 보이는 거야.”

“우에?”


동하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김없이 두통이 몰려왔다.

그래도 이제 이 꼬맹이의 눈에는 내가 안 보일 것이다. 물론 지금 단계에서의 환술이면 그마저도 금방 풀릴 테지만, 그 사이에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 했다.


내가 도망가려는 모습을 보이자, 망설이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소리를 지르며 뛰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


콰악!


“끄아악!”


조용히 도망가지, 소리는 왜 지르는 거야. 지금 이 꼬맹이 눈에 안 보이는 건 나뿐이라고. 그러니까 잡히지.


아줌마를 슬쩍 쳐다봤다.

아직까지는 패닉 상태인 것 같다.

결벽증이 심해서 다행이야.


“저기···”

“응?”


누군가 날 불렀다.

돌아보니 아까 그 여자애였다.


“저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뭐? 어딜.”

“혼자 도망가기 무서워서···”


지금 그걸 방금까지 밟혀 있던 나한테 말이라고 하는 건가. 대답하지 않고 여자애를 지나쳐 뛰었다.


그런데 뒤를 바라보니,

여자애가 전속력으로 날 쫓아오고 있었다.


“아, 넌 또 뭐야!”



***



“흐으··· 이, 이 개놈의 자식···”


바닥에 널브러진 생수통과 온갖 클렌징폼 튜브들.

안정숙은 그것들로 얼굴을 박박 닦아내고 나서 이제 막 겨우 진정이 되었다.


그녀의 옆에는 특이한 모습의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백발을 뒤로 넘긴 머리를 하고 선글라스를 낀 채 흰색 수트를 입은 옷차림.


“그 드러운 놈, 꼭 좀 잡아야 돼요.”


안정숙이 얼굴에서 물이 뚝뚝 흐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에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분노와 굴욕감이 섞여 있었다.


남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말씀하신 대로면··· 방패가 튀어나오고, 그, 크흠, 변이 날아왔다고요.”

“그렇다니까요! 제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안정숙은 아직도 분노가 가시지 않았는지 씩씩거렸다.


“그, 영수증 있죠? 그거를 그냥, 날카롭게 만들지를 않나, 개똥을 던졌는데 그게 세상에 크기가 제 얼굴만 해졌다니까요, 글쎄!”

“그런데 그렇게 변한 게 오래가진 않았다, 그거죠.”


남자는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예, 고것이 쪼끔 이상허기는 했어요. 분명히 뾰족하게 찔린 것도 맞고, 그 똥이 얼굴에 부딪힌 거랑 냄새도 확실한데··· 어느새 보니 종이였고 그랬어요.”

“알겠습니다.”


남자는 어디서 꺼낸 것인지 흰 태블릿을 들고 펜으로 무언가를 기록했다.


“음, 일단 보고는 그렇게 드리겠습니다.”


“일렌 님, 일렌 님!”

“아, 동하야. 잘 지냈니.”


안정숙의 어린 아들 유동하가 일렌이라고 불린 남자의 발을 잡고 매달렸다.


“그 형아가 나한테 막 뭐라 뭐라 하니까 막 확 없어져 버렸어요!”

“갑자기 없어졌다고··· 음, 음.”


일렌은 또 무언가를 태블릿에 슥슥 적었다.


“안정숙 님, 일단 알겠습니다. 제가 지금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아휴, 네, 네. 얼른 가보셔요. 바쁘실 텐데! 제가 이놈은 꼭 찾아내서 요리해 버릴라니까요.”

“그럼.”


일렌은 유동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는, 안정숙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동하야, 빨리 그 쓰레기 형아 찾아서 아주 그냥 혼쭐을 내주자!”

“우웅! 좋아! 나쁜 형아 혼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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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지옥 NEW 3시간 전 2 0 9쪽
16 어린 동료가 생겨버렸다 24.09.17 4 0 10쪽
15 낙하 24.09.16 7 0 11쪽
14 N과 혈석 24.09.15 8 0 11쪽
13 괴력의 아이 24.09.14 10 0 11쪽
12 그들을 조종하는 여자 24.09.13 10 0 11쪽
11 방독면을 쓴 사람들 24.09.12 11 0 11쪽
10 소음 제거 24.09.11 11 0 11쪽
9 짧은 환상 24.09.10 15 0 12쪽
8 지하에 사는 소녀 24.09.09 15 0 11쪽
» 소음마 (2) 24.09.08 19 0 13쪽
6 소음마 (1) 24.09.07 20 0 12쪽
5 지하에 사는 소년 24.09.06 24 0 12쪽
4 이미 망했어 (2) 24.09.05 28 0 12쪽
3 이미 망했어 (1) 24.09.04 34 1 12쪽
2 쓰레기 24.09.03 39 2 11쪽
1 망상 24.09.03 6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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