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유일한 환술사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제로커피
작품등록일 :
2024.09.03 18:12
최근연재일 :
2024.09.18 23:2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322
추천수 :
5
글자수 :
86,340

작성
24.09.07 21:12
조회
20
추천
0
글자
12쪽

소음마 (1)

DUMMY

한가지 알아낸 게 있다면, 방금 같은 수준의 환술은 통증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면 내 몸이 점점 적응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걱정이 들기는 했다.

이러다가 환마라는 것이 나를 완전히 지배해버리면 어쩌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곳에서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지만 말이다.


아마 향막대를 사용하는 것에도 제한이 있을 텐데, 그건 아직까지는 알 수 없다.


그나저나 대체 누가 날 그 편의점에서 구해준 걸까.

거기에 막대가 여전히 있을 지도 걱정됐다.


지금으로썬 그게 없으면 안 되니까, 뭐가 나타나더라도 마안을 어느 정도 조절하며 찾아보기로로 했다.


식물들이 뒤덮은 빌딩 숲을 지나며, 부서진 벽들에 몸을 최대한 숨기고 걸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고, 핸드폰으로 검색해 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가고 있는 길이 틀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언가 날 이끄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쪽지에 적혀있던 ‘링크’라는 단어가 정말 말 그대로 나와 그 막대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었을까.


"아, 저기다."


슬슬 배가 고파질 쯤, 다행히 편의점을 발견했다.

정말 이어져 있기라도 한 것일까.


반대편 건물에 몸을 숨기고 혹시라도 누가 있을지 유심히 살폈지만, 별다른 인기척은 없었다.


눈에 띄는 건 쓰러져있는 블랭커들의 시체 몇 구뿐이었다.


"저것들 죽여서 나 살려주고 역까지 옮겨준 거란 말이지···"


누군진 몰라도 만나면 사례라도 해야겠다.


조심스럽게 편의점에 들어가자, 창고 쪽 깨진 유리 조각 틈에서 멀쩡하게 누워있는 향막대가 보였다.


"다행히 안 가져갔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쓸데없이 길어서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사방이 부서진 파편투성이었음에도 향막대는 흠집 하나 없었다.


그때,


"꺄아악!"


편의점을 나서자마자 근처에서 여자의 비명이 들렸다.


나도 모르게 옆에 있던 폐차 뒤로 몸을 숨겼다.

멀쩡한 세상에서 들어도 소름 끼치는 것을 이곳에 온 첫날부터 들어버렸다.


"어우, 시끄러 죽것네!"


이번엔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 들린 비명과는 확연히 다르게, 거친 허스키한 목소리. 어딘가 익숙했다.

분명히 들어본 중년 여자의 것인데.


'뭔 일인지는 몰라도 마안은 아껴야 돼, 적어도 지금은.'


이제 진짜 각자도생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종말이 오지 않았어도 원래 그런 세상이었다. 그러니 몸에 무리가 가는 마안을 다른 사람 구한답시고 써볼 수는 없다.


누굴 구한다고 하더라도 내 한 몸 온전히 지킬 수 있을 때나 한번 생각해 볼 수는 있겠지만.


순간 기억났다.


'두 번째 목소리 그거... 윗집 아줌마 목소리잖아··· 살아남은 거야? 아니, 어떻게···'


"으아아아!"


이번엔 남자의 굵은 비명이 들렸다.


'뭔 짓을 하길래 저런 소리를...'


여자와 남자의 비명, 그리고 윗집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은 없다. 단지 그 아줌마가 정말 살아있는지 확인하려는 것뿐이다.


"그전에."


옆에 놓인 생수 뚜껑을 열고 한 번에 마셔버렸다.


"후···"


깊은 한숨과 함께 입가를 닦았다.


이렇게 시원한 물을 걱정 없이 마시게 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확실하진 않지만, 전기도 모두 끊어져 버린 것 같았으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켜보았다.

배터리는 73%.

와이파이고, 데이터, 통신할 것 없이 전부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건 이제 그냥 손전등이랑 카메라로만 쓰겠네."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쑤셔 넣고, 비명 소리가 난 쪽으로 걸었다.


소리가 난 쪽은 허름한 아파트 입구. 입구 주변으로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늘어서 있었다.


확실하진 않았지만, 김찬과 함께 지하철역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인 듯했다. 누더기 같은 옷을 입은 복장 때문에도 그렇게 보였다.


대부분 목을 잡고 있거나 배를 움켜쥔 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으로, 베이지색 티셔츠에 흰색 앞치마, 새빨간 고무장갑을 낀 윗집 소음마가 건물 입구에 당당히 서 있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 아줌마의 손에는, 세제 통 같은 것이 쥐어져 있다.


"와서 좀 마셔보라니까!"


아줌마가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아, 아니···, 저, 저는 괜찮···"


자신이 지목당하자, 어린 아들을 곁에 둔 남자는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벌벌 떨기만 했다.


"어여 나와봐."


아줌마가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사, 살려주세요. 지나가게만 해주세요, 제, 제발···!"


남자가 애원하듯 말했다.


"아빠아아···"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나오라고 했잖어."

"제발, 제발···."

"나와."


지목당한 남자는 하는 수 없이 떨리는 다리로 앞으로 나갔다.


"아빠아! 가지 마! 으아아앙!"

"마셔."


아줌마는 수상쩍어 보이는 투명한 액체가 가득 담긴 컵을 내밀었다.


아저씨가 컵을 받아 들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아줌마는 나머지 손으로 그의 목을 콱 잡았다.


"커억!"


그러더니 컵을 강제로 아저씨 입에 가져가고는 강제로 들이부었다.


"좋게 말할 때 마시지 그렸어, 쯧."


아줌마가 들고 있던 통은 아무래도 락스 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걸 사람들한테 강제로 먹이고 있다는 건가? 완전히 미쳐버렸나 보다.


얼굴에 철판 깔고 뻔뻔하게 소음을 내던 때부터 그 인성을 알아보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액체를 마신 아저씨가 그대로 바닥에 픽 쓰러졌다. 목이 구겨진 콜라캔 마냥 찌그러져 버린 모습이었다.


"에잉, 쯧! 하나 지나가!"


아줌마가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다.


추측하건대, 아줌마는 사람들 중에서 한 명을 죽이고 한 명은 보내주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장난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줌마의 말에 뭉쳐 있던 사람들이 아이를 슬슬 밀었다.


"얘, 얼른 도망가!"


누군가가 아이에게 소리쳤다.


"싫어어어! 아빠!"


아줌마는 표정을 확 찡그리더니, 이내 다시 활짝 웃고는 또 어딘가를 쳐다봤다.


"자, 이번에는··· 거기!"


가리킨 곳에 있는 사람은, 작은 체구의 여자아이였다.


"저, 저, 저요?"


엄청 떨고 있다.


옷차림은 허름해 보였고, 머리칼도 헝클어져 있었다.


"난 저렇게 되묻는 애들 진짜 싫더라."


아줌마의 표정이 구겨졌다.


"얘, 너 엄마는 어딨니?"

"···"


여자애는 답하지 않았다.


"어른이 말하는데 대답을 안 하네. 안 되겠다. 얘, 네가 짜증 나게 했으니까 너 다음 사람은 그냥 안 보내주고 요거 마시게 해야것다."


"뭐요?! 아, 아니, 아줌마! 그런 게 어딨어요!"


여자애 뒤에 있던 남자가 울부짖다시피 소리 질렀다.


"싫으면 그쪽이 그 애 내 앞으로 와서 무릎 꿇게 해."


아줌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여자애를 거칠게 앞으로 밀어버렸다.


"에잇!"


여자애는 보는 사람이 다 아플 정도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줌마가 주저앉아버린 여자애 앞으로 다가왔다.


미소를 띤 얼굴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차가웠다.


"얘야, 저기 저 아저씨 마시게 할까, 아니면 니가 마실래?"


남자가 움찔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아니, 아줌마! 하라는 대로 했잖아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어우, 진짜, 소리 좀 그만 질러, 좀. 응?"


아줌마가 쏘아붙이자 남자는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본인은 소음 테러가 일상이었으면서 자꾸 시끄럽다니, 듣다 보니 어이가 없긴 했다.


"대답해 보렴. 아줌마는 네가 하라는 대로 할게."


아줌마는 쓰러져 있는 여자애에게 허리를 숙이며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그···"


심성이 착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단순히 두려워서인지 여자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라고 말하든 자신과 저 남자 둘 다 죽일 수도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 때에는 자신은 살려달라고 하고 남자를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었다.


"얘! 어우, 왤케 답답해. 거기, 네가 나와서 직접 해."


아줌마는 남자를 흘겨보며 말했다.


"뭐, 뭘 하란 건데요."

"네가 하라구."


아줌마는 목을 조르는 듯한 손짓을 보였다.


남자의 표정을 보니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저 여자애를 강제로 아줌마 앞에 끌어다 놓을 것 같다.


향막대를 그었다.


드으윽.


"환."


약하게 불이 붙었고, 은은한 향과 함께 연기가 금세 공간을 뒤덮었다.


'저 아줌마가 여자애로 보이도록...'


"이···이, 미안해!"


남자가 손을 뻗으며 여자애에게 달려들었다. 물론 정확히는 여자애처럼 보이는 아줌마였지만.


쿠웅!


"어어, 어어억!"


남자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아줌마는 가볍게 몸을 틀어 남자가 달려드는 것을 피했다.


그때였다.


턱.


바위 뒤에서 몸을 숨긴 채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등 뒤로 인기척이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웬 꼬맹이가 서 있었다.


얘는··· 저 아줌마 아들 동하잖아.


꼬맹이는 나를 보고 비웃듯 말했다.


"음침한 형."

"뭐?"


꼬맹이가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향 연기를 따라서 그새 와버렸다고?


퍼억!


“욱!”


갑작스럽게 배에 주먹이 날아왔다.

이건 도저히 7살짜리의 주먹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우윽."


순간적으로 구토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동하야~ 거기서 뭐하니?"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무언가를 건드리며 요란한 소리를 낸 모양이었다.


"엄마아아! 여기 아랫집 쓰레기가 숨어서 훔쳐보고 있었어!"


뭐, 아랫집 쓰레기?


순간적으로 예전 일이 떠올랐다.


예전에 어김없이 소음 문제로 찾아갔을 때, 아줌마가 그 자리에서 자기 아들을 호되게 혼냈었다.

그런데 정확히 바로 다음 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우리집 문에 온갖 지저분한 낙서가 그려져 있었다.


그때 알았다. 이 애도 저 아줌마 못지않게 더러운 성깔의 소유자라는 걸.


"우으···"


그나저나 배가 너무 아프다.

숨이 턱 막히는 느낌.


고통이 안 느껴지게 환술을 빨리···


지이익.


꼬맹이가 내 멱살을 질질 끌고 아줌마 쪽으로 가는 것 같았다.

대체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거지. 속절없이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휘익!


"으욱!"


꼬맹이는 나를 아줌마 앞에 가볍게 던졌다.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한가운데에 꼴사납게 넘어져 버렸다.


"어디서 이상한 향이 나는 것 같다 했더니만..."


아줌마는 가늘게 눈을 뜨며 내 손에 든 향막대를 바라보았다.


"엄마아, 얘가 쩌어기서 몰래 훔쳐보고 있었어."

"뭐? 이거 질이 안 좋은 총각이네. 302호 총각, 그런 취향이었어?"


당신같이 뻔뻔하고 양심 없는 사람을 누가 좋아한다고.


말을 내뱉고 싶었지만 맞은 복부가 너무 아파 소리도 제대로 낼 수 없었다.


"어억!"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꼬맹이가 내 등을 발로 꾸욱 밟았다. 이것 역시 도저히 어린애한테서 느껴질 수 없을 무게였다.


"총각,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그냥 지켜보기나 해. 넌 제일 마지막에 마시게 해줄 테니까."


아줌마가 투명한 유리컵을 흔들어 보이며 웃었다.


날 지켜보고 있는 저 사람들이 쉽게 아줌마를 저지하지 못했던 이유는 이 꼬맹이 때문인 것 같다.


아무리 내가 마른 체형이라고는 해도, 이 꼬맹이는 성인 남자 한 명 정도는 손쉽게 제압할 만한 능력이 있어 보이니까.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 중 몇은 이미 이 애에게 당한 것 같다.


"이 아저씨 아직도 그냥 서 있네. 할 겨, 안 할겨! 내가 아까 말했잖아!"


아줌마가 아저씨를 홱 돌아보며 물었다.


"그···그···난 역시 그건 못 하겠어!"


아저씨가 절규하며 도망치려고 했다.


아줌마가 빠른 속도로 뒤쫓아가더니 아저씨의 목을 콱 움켜쥐었다.


"어억!"


휘익!


그리고는 아들 동하에게 그대로 집어던졌다.


"끄아아아!"


꼬맹이의 입이 쩍 벌어지더니 수많은 이빨을 징그럽게 드러냈다.


그러고는 아저씨를 게걸스럽게 으적으적 씹어먹어 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유일한 환술사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지옥 NEW 3시간 전 2 0 9쪽
16 어린 동료가 생겨버렸다 24.09.17 4 0 10쪽
15 낙하 24.09.16 7 0 11쪽
14 N과 혈석 24.09.15 8 0 11쪽
13 괴력의 아이 24.09.14 10 0 11쪽
12 그들을 조종하는 여자 24.09.13 10 0 11쪽
11 방독면을 쓴 사람들 24.09.12 11 0 11쪽
10 소음 제거 24.09.11 12 0 11쪽
9 짧은 환상 24.09.10 15 0 12쪽
8 지하에 사는 소녀 24.09.09 16 0 11쪽
7 소음마 (2) 24.09.08 19 0 13쪽
» 소음마 (1) 24.09.07 21 0 12쪽
5 지하에 사는 소년 24.09.06 24 0 12쪽
4 이미 망했어 (2) 24.09.05 28 0 12쪽
3 이미 망했어 (1) 24.09.04 35 1 12쪽
2 쓰레기 24.09.03 40 2 11쪽
1 망상 24.09.03 62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