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유일한 환술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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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커피
작품등록일 :
2024.09.0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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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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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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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과 혈석

DUMMY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나에게 눈을 빌려주고 있는 이 환마.


단순히 동력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이 여자의 눈앞에 가짜 세계를 만들어버릴 정도인데 대체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그리고 그런 악마가 왜 날 선택한 건지.


이번에도 단순하게 나와 그 꼬맹이의 모습을 숨기고 도망쳐 버릴 수도 있겠지만, 이 여자는 내가 궁금한 것들을 어느 정도는 답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어린애가 때린 건 안 아프지?"

"···그렇네요."


세인이 다친 부위를 살짝 만지며 답했다.


블랭커들의 손을 뚫고, 심지어 단단해 보이는 방독면까지 뚫어버렸으니 꽤나 고통스러웠을 것이라 생각하고 일단 이곳에서만이라도 고통을 잊게 해줬다.


아파하는 모습을 굳이 내 눈앞에서 보고 싶지도 않았다.


"궁금한 건 많지만, 그래. 쟤는 왜 데려가려고 하는 거야?"


세인은 거짓말처럼 고통이 사라져 버린 뺨의 상처를 만지작거렸다.


"아이의 능력이 흥미로웠어요. 저희 사원에서 잘 가르치면 큰 인재가 될 거예요."


"인재? 너희 종교가 블랭커놈들을 지구로 보내서 이렇게 된 거면서 그런 게 왜 필요해? 저 괴물들만 있어도 충분한 거 아냐?"


"저희의 최종 목표는 이런 행성 하나가 아니에요."


"그러면?"


"말 그대로 모든 곳, 행성이든 은하든 우주든 그 어떤 곳에서도 블랭커들이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제정신이 아니군."


"제정신이라는 건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당신도 오르디 님의 가르침을 접하고 나면 달라지실 겁니다."


또 사이비 짓이냐.


"됐다니까, 있는지도 모르는 신 같은 건. 그 게이트나 열어줘. 집에 돌아가게."


"그건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뭐? 그럼 누가 하는 건데."


"시빌라 님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뭐, 교주나 되는 사람이야?"


"맞아요."


"당장 죽일 것처럼 해놓고 지금 그런 걸 만나러 갈 수나 있겠냐고."


"얌전히 동행하시면 가능합니다."


"됐어. 뭔 짓을 할 줄 알고 미쳤다고 따라가."


그 교주라는 사람은 지금 이 여자보다 강하겠지.


물론 언젠가는 한번 얼굴을 마주쳐야 할지도 모를 사람이지만, 일단 마안과 향연기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니까 너희는... 외계인이라는 거지.”


“외계인이라, 글쎄요. 사실 저희 입장에서 보면 당신 같은 지하인들이 외계인이라고 불리는 게 맞지 않을까요.”


“맞아, 그러고 보니까 라티라는 그 애도 그렇고 계속 지하인, 지하인. 왜 지하인이라고 부르는 거야.”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들이 저희와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지하로 숨어 들어가 살게 된 것. 그것뿐이에요.”


이 정도로 황량한 도시가 되기까지 얼마나 큰 전쟁이 있었던 것일까.


가늠할 수도 없겠다.


“하지만 그런 지하인들도 저희의 일원이 될 수는 있어요.”


“그래? 라티라는 애는 엄청 낮잡아 보던데.”


“그건 그 아이가 그런 것뿐이죠. 지하인들이 저희를 좋은 시선으로 보지는 않다 보니.”


“당연한 거 아냐? 니네가 다짜고짜 쳐들어온 거잖아.”


“저희는 충분히 사전 고지를 해드렸었습니다. 그걸 무시하는 것은 선택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분명히 일방적인 통보였을 것이다.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는데. 저 블랭커들. 나 같은 지구인들인 거지.”


“이해하시기 편하게 말씀드리자면 그렇지만, 정확히 따지자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본디 하나의 영혼으로 이루어져···”


“아니, 아니. 지금 너희 교리든 기원이든 그런 걸 들으려는 게 아니고. 그래서 어떻게 저런 기괴한 모습으로 바뀐 거냐고, 뭔 짓을 했길래. 무슨 유전자 조작이라도 했어?”


“방금 말씀드린 것과 비슷한 결입니다. 모두의 미간에 위치해 있는 이것 때문이에요.”


세인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미간을 가리켰다.


또 그 송과체인지 뭔지 그걸 말하려는 건가.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이것의 능력을 어디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따라 존재의 가치가 결정됩니다."


세인이 나지막이 말했다.


"저희는 이 행성인들에게 질병을 퍼뜨린 후, 특정한 약물을 주입시켜 이 혈석과 반응하게 했습니다."


"뭐?"


설마 얼마 전에 있었던 그 대유행 병이 이 자식들이 저지른 일이란 말야?


분명히 그때 터무니없는 음모론으로 가득했었지만, 왠지 모를 설득력 때문에 믿어버리게 되기도 했었는데.


그런 일들이 정말 누군가의 철저한 계획 아래 이루어졌다니.


하긴 아무리 사이비 종교라고는 해도 행성 하나를 끝장내 버릴 힘이면 각국 수장들을 속이는 것 따위 일도 아니었겠지.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오르도록 말이죠. 블랭커가 된 상태에서 혈석, 그러니까 송과체를 섭취하면 그 개수에 따라 점점 더 강력한 힘을 얻게 됩니다."


"그 말은 너도 그걸 먹었단 거네."


"그렇습니다."


세인은 지팡이를 들어 올려 보였다.


"이 지팡이 또한 혈석의 각성으로 연결되어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고작 저런 괴물이나 되라고 그딴 짓을."


세인은 시선을 올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우주의 존재들 중 대다수는 자신들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지 모르고 있어요. 너무 안타까운 일 아닌가요. 혈석을 자극시키는 것 하나로도 상상도 할 수 없는 강한 힘을 가지고 훨씬 높은 차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데도 그걸 모른 채 생명을 다해야 한다니."


그러건 말건 모두가 힘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 강제로 하는 게 어딨나.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자의식이 강하게 들어간 혈석엔 더 강한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블랭커가 되는 것을 거부하더라도 그들을 강제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고요. 이 행성의 대부분은 자의식이 부족한 편이라 일을 진행하기 수월했어요.”


"그니까 키워서 먹는다, 뭐 그런 거냐."


"표현은 조금 그렇지만, 의미는 그렇습니다."


뭐가 선택이고 뭘 강제하지 않는다는 건지 모르겠다.

선택 없는 강요를 하는 이런 부류들이 정말 싫었다.


"그래서 인간들에게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뭐야. 꼭 이렇게 멸망을 시켜야만 했어? 종교인이라면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설파해야 되는 거 아냐?"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있죠. 조금 더 유한 방법으로요. 방해하는 자가 없었다면요.”


“방해? 누가?”


"당신이 그 환영술을 쓸 때마다 눈이 붉어지는 것은 알고 계시죠."


그건 알고 있었다.


"미간 깊숙이 박혀서 노출될 수가 없는 송과체를 당신은 두 눈으로 끌어내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N이라고 불리는 자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일부 지하인들에게 소위 악마로 불리는 것과 일종의 계약을 시켰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이 환술은 원래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잠재되어 있던 능력이고, 그걸 N인지 뭔지 하는 사람이 이끌어준 거고?


환술도 있고 블랭커도 있는 이런 마당에 어떤 능력이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겠지만, 단순히 악마와 계약되었다는 말로 능력을 자각시키고 사물에까지 링크되게 했다니.


그 사람은 대체 누구인 거지.


말하는 것을 보면 한 사람이 하고 있는 일 같은데.

일당백 레지스탕스라도 된단 말인가.


“그 N이라는 자는 저희 오르디 교를 완전히 파괴시킬 작정입니다. 주신 오르디 님의 뜻을 거스르는 부정한 짓을요. 그는 자취를 감추는 데에 능해 저희는 타겟을 바꾸어 N과 계약한 자들을 하나둘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을 모으다보면 그를 찾는 단서를 얻기 쉽겠죠. 물론 가능하다면 입교시키는 것이 더 좋고요. 그래서 그걸 제안한 겁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무슨 죄야? 너무 잔인하잖아.”


"보통 직접적인 자극 없이 송과체가 일깨워져 각성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이 얼마나 막대한 능력인지 알지도 못하게 되는 것, 오히려 그게 더 잔인한 일이 아닐까요. 주신 오르디 님은 그 사실을 일깨워 주십니다. 그렇게 해서 구원받은 자들이 셀 수없이 많고, 머지않아 온 우주가 그렇게 될 것입니다."


세인의 표정은 여전히 침착해 보였지만, 말을 하면서 점차 흥분해 가는 것도 느껴졌다.


"당신의 그 환영술은 그렇게 더욱 강해질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그래? 난 별로 좋다고 생각하진 않아서. 저 꼬맹이처럼 괴력을 쓰게 해주든가, 아니면 흔한 마법 같은 것도 있지 않나, 그 정도면."


"그렇지 않아요."


어쩐지 다소 부드러운 말투로 바뀐 느낌이다.


"제가 들은 바로는 당신은 아직 그 환영술에 익숙하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런데도 지금 제 눈앞에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어버렸지 않습니까. 그 힘과 오르디 님의 가르침만 있다면 대의에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극에 다다르면 실제 존재하는 것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고요."


세인이 옆에 떨어진 작은 돌 하나를 주웠다.


"만약 당신이 살아있지 않은 이 돌에게 환영을 보여준다고 하면 어떨까요. 이 돌의 존재는 바위처럼 거대해질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말이 안 되는데."

"시도해 보신 적이 있나요?"

"없지."


"그렇다면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그런 걸 지금 당장 사용하시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적절한 훈련과 방법으로 송과체를 자극시켜야 할 것을 급작스럽게 능력을 얻은 탓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계시거든요."


세인의 말을 애써 무시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순식간에 엄청난 활력이 돌게 했던 그 파란 물약의 효과가 다 한 모양이다.


두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런 걸 친절하게 알려주는 이유가 뭐야, 내가 그런 능력들을 쓴다고 쳐도 너희한테 좋을 건 없을 텐데? 누구한테 내 얘기를 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여기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굳이 너희를 믿고 따라갈 이유 같은 건 없어. 애초에 종교 같은 것도 안 믿고. 믿을 일도 없을걸."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그 아이와 함께 입교하시죠"


"...방금 내가 말한 거 듣긴 한 거야?"


"눈을 사용할 때 오는 부작용을 지워드릴 수 있습니다."


마안을 쓸 때마다 오는 두통을 없애준다는 건가.


확실히 그렇게 된다면 힘을 사용하는 데에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순 있겠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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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지옥 NEW 3시간 전 2 0 9쪽
16 어린 동료가 생겨버렸다 24.09.17 4 0 10쪽
15 낙하 24.09.16 7 0 11쪽
» N과 혈석 24.09.15 8 0 11쪽
13 괴력의 아이 24.09.14 9 0 11쪽
12 그들을 조종하는 여자 24.09.13 10 0 11쪽
11 방독면을 쓴 사람들 24.09.12 10 0 11쪽
10 소음 제거 24.09.11 11 0 11쪽
9 짧은 환상 24.09.10 14 0 12쪽
8 지하에 사는 소녀 24.09.09 15 0 11쪽
7 소음마 (2) 24.09.08 18 0 13쪽
6 소음마 (1) 24.09.07 20 0 12쪽
5 지하에 사는 소년 24.09.06 23 0 12쪽
4 이미 망했어 (2) 24.09.05 27 0 12쪽
3 이미 망했어 (1) 24.09.04 34 1 12쪽
2 쓰레기 24.09.03 39 2 11쪽
1 망상 24.09.03 6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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