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아카데미 못 만들면 죽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새글

봄소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4 17:52
최근연재일 :
2024.09.20 00:05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92
추천수 :
16
글자수 :
98,478

작성
24.09.17 00:05
조회
13
추천
0
글자
13쪽

13화

DUMMY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주로 게임 내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고인물들이 빠르게 게임을 클리어할 때 선택하는 방법.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플레이.


나도 이 게임의 고인물이라고 스스로 자부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하수들이나 하는 선택.

세이브 포인트 따윈 없는 원 코인.

굳이 위험을 감수해서 정령사의 삶을 짜릿하게 보내고 싶진 않다.


하지만 감수해야 하는 사건들은 존재한다.

아카데미는 캐릭터가 가진 재능을 꽃피우기 좋은 곳이지만, 그 대가로 위협적인 사건들이 반드시 일어나니까.

그 사건에 잘못 휘말렸다가는 재능을 꽃피우기도 전에 무참히 꺾일 수도 있다.


[야수의 심장으로 시원하게 안 가게?]


또 시비를 걸려고 찾아온 시스템.


“뭔 야수야. 난 인간이니까 인간의 심장이지. 그리고 야수의 심장이라는 말은 또 어디서 들은 거야? 주식 하냐?”

[장기 투자를 하고 있지.]

“강제로 장기 투자가 된 건 아니고?”

[···.]


이 정도 세상을 구현한 시스템도 실패하는 주식 시장의 변수가 새삼 대단했다.

아무튼 변수를 통제하는 건 중요하다.


지금 일어난 일은 그냥 해프닝일 정도로 위협적인 사건이 중간시험을 기점으로 발생한다.

순탄한 아카데미 생활을 위해서는 예정된 위협에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대응해야 한다.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을 노리는 게 진정한 고인물.

곧 있을 위협적인 사건을 가장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오필리아가 번개 마법에 대해 깨닫는 거다.


오필리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늘려주는 좋은 영약, 좋은 마법서가 아니다.

이 두 가지는 이미 가문에서 전폭적으로 서포트를 해줘서 이미 풍족한 상태.


그 풍족함이 지금 오필리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너무 많은 책을 읽은 게 독이 된 것.

책에 목줄 잡혀서는 제대로 번개의 마나를 통제할 수 없다.


마법이라는 게 굉장한 집중력을 요구하지만, 번개의 마나는 그것보다 더 높은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극한의 마나 통제력을 요구하는 건 전적으로 본인의 감각에 맡겨야 한다.

즉, 책이 시키는 대로 하면 안 되고 본인의 주관이 명확하게 서야 한다.


원래 지금 시기엔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아는 상태여서 충고나 조언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러 대학원생과 마주치게 해서 세상이 넓다는 걸 인지시키고, 내기를 해서 강제적으로 이것저것 체험시키면서 주관을 만들어 주려고 했는데, 대학원생이 아니라 교장을 만나버린 오필리아.

콧대가 제대로 부서진 상태를 놓칠 순 없지.

지금이라면 조언이 먹힐 거다.


‘시킨 건 잘하고 있으려나.’


지금 오필리아 수준에서도 식물에 맞추기만 한다면 제압은 어렵지 않다.

맞추는 게 굉장히 어려운 게 함정이지만.

사실, 못 맞춰도 상관은 없다.

어차피 교장이 요구한 건 식물 퇴치가 아니라 식당의 원상복구니까.

하지만 이왕이면 맞추는 게 좋다.

오필리아가 빨리 깨달을수록 내 시간도 늘어나는 거니까.



******


오필리아는 에반과 고스트가 들어간 배관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다.

해가 지자, 배관 근처는 어둡고 물 흘러가는 소리만 들렸다.


뭔가 으스스함을 느낀 오필리아는 손가락 끝에 자신의 마나를 집중시켰다.

이윽고 그녀의 검지 끝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볼트]


그렇게 밝은 빛은 아니었지만, 주변을 희미하게 밝힐 정도의 빛이 생겼다.

1 서클 기초마법 [라이트]를 번개의 마나를 사용해 펼친 마법.

기초마법은 영창 없이 펼칠 정도로 그녀의 마법 재능은 확실했다.


물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피루스가 그녀의 눈앞에서 바람을 타고 흔들렸다.

오필리아의 키랑 비슷한 길이의 줄기.


‘피루스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봐.’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에반의 목소리.


투덜대는 오필리아는 살짝 망설였지만, 검지를 피루스 줄기에 가져다 댔다.


-치치직-


약간의 연기와 탄 냄새를 생기면서 피루스 줄기가 잘렸다.

조심스럽게 단면도 만져보고 잎도 만져보는 오필리아.


손끝으로 느끼는 잎의 질감.

코끝에 맴도는 식물 특유의 향.

도감의 평면적인 이미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입체감과 세밀함에 오필리아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책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감각적 체험.

지식이 현실과 연결되는 순간을 맛본 그녀는 마법사의 탐구열이 은근히 불타올랐다.

피루스 줄기를 더 잘라보기도 하고, 뿌리째 뽑아서 자세히 들여다보는 오필리아.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피루스를 관찰하던 오필리아 어깨의 누군가의 손이 올라왔다.


“재밌지?”

“꺅! 제발 기척 좀 내고 다녀! 네가 유령이야?”


화들짝 놀라 뒤돌면서 [볼트]를 휘두른 오필리아.

하지만 에반은 여유 있게 피했다.


“고스트 앞에서 그런 말 들으니 나쁘지 않네.”


에반 뒤쪽에 서 있던 고스트를 본 오필리아는 살짝 무안해졌다.


“그래서 식물은 어떻게 됐어?”

“운다인이 놀아주고 있어.”

“놀아준다고?”

“정령들은 자연에서 태어난 것들과는 교감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자연과 교감해 보니 어때? 다른 게 좀 느껴져?”

“인정하긴 싫지만, 다른 것 같긴 해.”


자존심 강한 오필리아였지만, 그녀가 느낀 감정은 꽤 새로웠기에 인정했다.


“식물은 어느 정도 크기야?”

“한 150m?”

“그렇게 길다고?”


오필리아는 손에 쥐고 있는 피루스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왜 연금부 근처에서 마법을 썼어.”

“···.”

“한 방에 잡으려면 [썬더 렌스]는 써야 할 거야.”

“[썬더 렌스]···.”


살짝 말끝을 흐리는 오필리아.

지금 그녀가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공격 마법이지만, 실패할 확률도 높은 마법이었다.


“맞추는 거에 자신 없지?”

“무슨 소리야! 자신 있지.”


오필리아는 큰소리쳤지만, 사실 자신이 없었다.

창의 형상으로 마나를 응축하는 건 그녀에게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이다음.

늘 투척 단계에서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럼, 지금 이쪽으로 부른다.”

“잠깐! 몸 좀 풀게 연습 한 번 해볼게.”


에반이 알겠다는 듯이 오필리아에게서 멀어졌다.


“그렇게 멀리 안 가도 되거든!”


에반이 계속 멀어지자 발끈한 오필리아의 외침.


“배관 쪽 방어막을 목표지점으로 삼고 던져~”


등 뒤에서 들려오는 에반의 목소리에 오필리아의 시선이 방어막으로 향했다.


“부서져도 모른다!”


호기롭게 포부를 밝히는 오필리아.

심호흡한 뒤 그녀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금쪽이어도 마법을 쓸 때만큼은 어느 때보다 차분했다.


“번개의 창이여. 내 손에 깃들어라.”


영창과 함께 노란빛 번개의 마나가 그녀의 몸 밖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가 오른팔을 내밀자, 팔 주변에 튀기 시작하는 스파크.

팔 주변에 서서히 번개의 마나가 창 모양의 형태로 모양을 갖췄다.

은발의 머리카락이 정전기로 인해 공중에 떠올랐다.


번개 모양의 창은 날카로운 모습을 완성했다.

오필리아는 늘 하던 대로 오른팔을 높게 들고 창을 던지는 자세를 취했다.


“꿰뚫어라. [썬더 렌스]”


그 모습을 본 에반이 한숨을 쉬었다.

그냥 뭔가를 던진다는 개념이 없는 자세였다.


-콰콰광-


기세 좋게 하늘로 솟구치는 썬더 렌스.

배관 입구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밤하늘을 밝히는 한 줄기의 빛.

주변에 건물이 없어서 부딪힐 만한 게 없는 건 다행이었다.


“부우~”


오필리아의 [썬더 렌스]를 배관 입구 근처에서 지켜보던 고스트의 눈구멍이 동그래지면서 박수를 쳤다.

물론, 박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조졌네.’


에반의 한숨이 깊어졌다.



*****



교장은 야근 중이었다.

제국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인 만큼 그가 맡은 일도 상당히 많았다.


‘그냥 때려치울까?’


대마법사도 피할 수 없는 과로.

황실에 있을 때랑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 교장은 잠시 몸을 의자에 기대 창밖을 바라봤다.

어느새 떠오른 달이 그의 눈에 들어와 적적한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고 있을 때.

한줄기 섬광이 멀리서 번쩍였다.


밤에 불빛은 매우 잘 보인다.

지루한 업무에 한줄기 변주.


“이거 아카데미의 안전을 책임지는 교장으로써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겠군.”

“예?”


같은 방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보좌관이 교장의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처리해야 할 서류가 많이 남았습니다.”

“그 서류들 꼭 나한테까지 와야 하는 건가? 밑에서 그냥 처리하면 되잖아.”

“절차가 그러하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놈의 절차. 등신 같은 절차는 없애든지 간소화하든지 해야지.”

“하하···.”


보좌관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자네 아카데미에 몇 년 있었지?”

“올해로 30년입니다.”

“전 황제도 봤겠군.”

“그렇습니다.”

“교장도 많이 보좌했겠고.”

“저에겐 4번째 교장이시죠.”

“그정도면 그냥 자네가 서류에 사인해도 되겠는데?”

“농담으로 듣겠습니다.”

“진담인데?”

“···예?”


이미 교장은 창문을 연 상태였다.


“안 됩니다! 오늘까지 보내야 하는 서류가!”


붙잡아 보려는 보좌관.

하지만 미소를 지으면서 교장은 풍선처럼 두둥실 떠 올랐다.

그렇게 나풀나풀 바람을 타고 창밖으로 멀어지는 교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보좌관은 내적 비명을 질렀다.

보좌관의 흰머리가 더 생기는 밤이었다.


*****


“끝난 거지?”


내 말에 오필리아는 아무 말도 없었다.

뭔가, 오필리아 머리에서 김이 나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상당히 쪽팔려 하는 것 같았다.


“쪽팔린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는데 시간이 없으니까, 속성으로 가보자고.”

“사소한 실수야!”

“너 투창의 개념은 알아?”

“그냥 던지는 거지.”

“네가 짜증 난다고 하인들에게 물건 던지는 건 던지는 게 아니야. 그건 그냥 패대기치는 거지.”

“무···무슨 소리야! 그런 적 없어!”


예상대로 오필리아는 전혀 몸을 쓸 줄 몰랐다.


“아무튼 지금 던진다는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던지려고 하면 안 돼. 교장 선생님이 안 그러든? 어설프게 아는 척하지 말라고.”

“···교장 선생님이 한 말은 어떻게 알았어?”

“교장 선생님이 입에 달고 사는 말 중에 하나거든. 아무튼 지금 투창 자세는 안 돼.”

“무슨 소리야? 마법서에 그렇게 적혀 있었어.”

“마법서에 뭐라 적혀 있었는데?”

“창이 날아갈 궤적을 선명하게 머릿속으로 그린다. 그리고 창을 던지듯이 발사해라.”


“창이 뭔지는 알아?”

“긴 막대 끝에 날카로운 금속 날을 부착한 찌르는 무기지.”

“또 책에서 본 대로 말하네. 방금 피루스 만져보고 느낀 감각을 그새 잊은 거야? 실제로 창을 쥐어 봤어?”

“···하지만 그렇게 던지지 않으면 처음 방향 잡기도 어렵단 말이야.”

“방향이 중요해?”

“일직선으로 날아가야 맞지.”

“난 살면서 일직선으로 떨어지는 번개를 본 적이 없는데, 넌 있어?”

“어···.”


당연히 나보다 오필리아가 번개의 마나에 대해 잘 알 거다.

실제로 몸 안에 마나를 축적하고 운용하는 그 감각에 대해서는 나도 알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오필리아 시나리오를 알고 있으니 지금 그녀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알려 줄 순 있다.


“네가 알고 있는 번개의 마나 특성을 죽이면서까지 마법서의 내용을 따를 필요는 없어. 중요한 건 창이 아니라 번개야. 넌 기사가 아니라 마법사니까.”

“번개···번개···. 알았어. 다시 해볼게.”


내가 옆에서 멀어지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자 오필리아가 쳐다봤다.


“뒤로··· 안 가?”

“말만 해주고 뒤로 빠질 수는 없잖아. 아까는 뒤로 간다고 소리쳤으면서 왜 그래?”

“아니, 그건 네가 너무 멀리 갔잖아!”

“아까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려고 멀리서 본 거고. 이번엔 좀 가까이에서 봐야 해.”

“왜?”

“너 팔다리 후들거리던데. 근력이 부족한 건 내가 받쳐줄 수 있어.”

“됐어! 그런 도움까지 필요 없으니까.”

“하루 3번씩 200인분의 음식 만들기?”

“···알았어. 근데, 다쳐도 모른다!”

“뭐야, 나 다치게 하려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야!”

“다치게 할 마음은 없다는 거지?”

“내가 멀쩡한 사람을 왜 다치게 해!”

“‘진정한 마법은 주문에 있지 않고, 그것을 사용하는 마음에 있다’라는 말도 있잖아. 나도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지.”


오필리아는 날 잠깐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배관 입구 쪽을 응시했다.


“번개의 창이여.”


두 번째 마법이 시작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행복 아카데미 못 만들면 죽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16화 NEW 5시간 전 3 0 12쪽
15 15화 24.09.19 6 0 12쪽
14 14화 24.09.18 8 0 13쪽
» 13화 24.09.17 14 0 13쪽
12 12화 24.09.16 14 0 15쪽
11 11화 24.09.15 15 0 13쪽
10 10화 24.09.14 20 0 12쪽
9 9화 24.09.13 19 1 14쪽
8 8화 24.09.12 23 1 14쪽
7 7화 24.09.11 29 2 15쪽
6 6화 +1 24.09.10 31 2 17쪽
5 5화 +1 24.09.09 30 2 15쪽
4 4화 +1 24.09.08 34 2 15쪽
3 3화 +1 24.09.07 38 2 13쪽
2 2화 +1 24.09.06 43 2 14쪽
1 1화 +1 24.09.05 66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