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아카데미 못 만들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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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4 17:52
최근연재일 :
2024.09.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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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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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DUMMY

본관에 있는 강당에 신입생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오전에 강당에서 입학식이 있기 때문.

입학식은 필수 참여는 아니다.

하지만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열리는 첫 번째 행사이기도 하고, 이 시간에는 일반적인 신입생들의 시간표가 비어 있어서 대부분 학생이 참석하는 편이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 통성명할 기회이기도 하고.


하지만 입학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관례로 입학시험 1등이 대표로 선서하는데 에반은 수업을 들으러 가버린 상황.

[희귀 식물 관리학]은 원래 신입생을 위한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입학식 시간에 강의가 열렸고, 에반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탐험부로 가버렸다.


그렇다고 선서를 안 할 수도 없는 일.

진행을 위해 차출된 대학원생은 2등을 찾아봤지만, 2등도 없었다.

카일은 입학식인 걸 까먹고 수업 전까지 자유시간인 줄 알고 연무장에 갔다.

아리아는 아침에 에반에게 입학식 갈 거냐고 물어봤다가, 에반이 안 가는 걸 추천한다고 하자 불참.

당연히 카이로는 입학식 같은 건 안중에도 없어서 불참.

오필리아는 오늘 아침에 갑자기 입학식에 참석하고 싶지 않아서 불참.


1~5등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입학식이 펼쳐지고 만 것이었다.

그래서 6등까지 순번이 넘어왔고, 6등은 바로


“세렌 학생, 입학생 대표로 선서를 하실 수 있나요?”

“6등인 저에게 기회가 왔다는 것 또한 신의 뜻이겠죠. 어떤 내용을 읽으면 되나요?”

“이 종이에 적힌 걸 읽으시면 됩니다.”


대충 학생으로서 열심히 배우고, 지식을 정의로운 목적을 위해 사용하고, 아카데미의 일원으로서 동료들과 협력하고, 서로를 신분에 상관없이 존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이런 내용은 또 차기 성녀라고 불리는 세렌이 읽는 것이 모양새가 제법 좋았다.


선서 문제를 해결한 대학원생에게 보좌관이 찾아와 아티팩트를 건넸다.


“이건 왜···?”

“교장 선생님이 급한 일이 생기셔서 불참한다고 이걸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이상한 게 튀어나오는 건 아니겠죠?”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다행히 그럴 가능성은 낮습니다. 어제 교장 선생님의 기분은 꽤 좋으셨으니까요.”

“이 혼란스러운 입학식에 그나마 좋은 소식이네요.”

“단상에 올려두고 작동하면 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교장도 없고, 1~5등 학생도 없는 입학생이 어떻게든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 대신 아티팩트가 작동됐다.


-쿵-


아티팩트를 작동시키자 얼음 기둥이 하나가 단상 위로 떨어졌다.

중심부까지 비치는 깨끗한 얼음 기둥에 새겨져 있는 글자.


‘이 기둥을 깬 자. 교장의 권한으로 한 과목 A+을 주겠다.’


“우와아아!!!”


신입생들은 환호했지만, 그걸 지켜본 대학원생은 고개를 저었다.

대학원생은 조용히 통신구가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가서 치료실에 연락을 넣었다.

환자 받을 준비를 하라고 말이다.



*****



베른 교수는 즐겁게 강의실로 향하던 와중에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은 신입생 입학식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그러면 학생이 안 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고, 그는 불안한 마음으로 강의실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걱정과 달리 에반은 강의실에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오! 입학식에 가지 않았군요.”

“교장 선생님의 무시무시한 계략에 굳이 응해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하, 체스 교장이 좀 유별나긴 하죠. 촉이 좋군요, 에반 학생.”

“대수림에 살다 보면 촉이 좋아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에반은 얼음 기둥은 무슨 짓을 해도 깨지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기둥 깨려다가 자기 손목이 깨질 수가 있다.

심지어 그 얼음 기둥 한쪽 구석에는 작은 글씨로 실패 시 벌점이 부여된다고 새겨져 있다.

하지만 다들 크게 적혀 있는 문구에 한눈 팔려서 공격하고 만다.


공격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괜찮은가?

그러면 아무것도 안 했다고 벌점이다.

학기 시작부터 모두가 마이너스 상태에서 시작하는 기적이 펼쳐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교장이 이상한 건가?

그렇다.


아카데미 생활 1원칙. 교장을 의심해라.

2원칙. 1원칙을 잊지 마라.


“그런데 이 수업은 저밖에 없나요?”

“크흠···아무래도 요즘은 탐험부 수업을 들으려는 학생이 많지 않다 보니···. 그렇다고 걱정하지 말게나.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야. 또, 인원이 적다 보니 자네에게 맞춰줄 수도 있고.”


혹시나 에반이 중도 하차하는 게 아닐까, 걱정되어서 수업 방식까지 바꿀 의향이 있는 베른 교수였다.


“그렇게 까지 해주신다니, 살짝 제 의견을 말씀드려도 될까요?”

“물론이네. 학생의 학구열을 교수가 막을 수는 없는 법이지.”


에반은 가져온 월광 연꽃 씨앗 주머니를 꺼냈다.


“그 주머니는 뭔가?”

“교수님, 혹시 월광 연꽃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흠···. 한 20년 전에 사카탄 산맥을 넘다가 본 적이 있지. 굉장히 신비로운 꽃이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군. 탐험가들에게는 달의 행운이라고도 불리는 꽃이지. 한평생 탐험하면서 한 번도 못 보는 탐험가도 있으니.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설마?”

“이 주머니에 월광 연꽃의 씨앗이 담겨 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베른 교수의 눈이 주변 주름살이 펴질 정도로 커졌다.

월광 연꽃은 종종 발견되지만, 연꽃의 씨앗은 거의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

발견된 씨앗도 인공적으로 발아는 성공했지만, 아직 꽃을 피운 사례는 없었다.


“씨앗은 얼마나?”

“연밥에서 15개를 채집했습니다.”

“대수림에서 월광 연꽃을 만난 건가?”

“네.”

“역시, 대수림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군. 다른 곳에서 발견된 월광 연꽃의 씨앗은 많아도 3~4개였는데, 15개라니.”


대수림에서 자라는 생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생물들이 상당히 건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워낙 자연력이 충만한 곳이고, 마나 농도도 짙은 곳이니 그 영향을 생물들도 받은 것.


“저는 월광 연꽃을 키워서 꽃을 피워내고 싶습니다.”

“월광 연꽃이면 충분히 희귀 식물이라고 할 수 있지.”


베른 교수의 얼굴에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신입생이 갑자기 희귀 식물 씨앗을 들고 자신의 수업으로 찾아오다니.

거기다가 지금 온실에 월광 연꽃은 없는 식물이기도 했다.

새로운 연구 대상을 신입생이 물고 온 것.

그렇지 않아도 다음 연구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엔 뭘 길러야 잘리지 않으려나 고민하던 찰나에 이런 행운이 찾아온 것.


베른 교수는 조심스럽게 씨앗을 확인했다.

은은한 검은 광택이 도는 작고 둥근 씨앗.

상처 하나 없이 온전하게 채집한 월광 연꽃의 씨앗이었다.


베른 교수는 혹시나 해서 준비했던 기초 강의를 생략하기로 했다.

채집된 식물의 상태만 봐도 탐험가의 수준을 알 수 있는 법.

심지어 그 식물이 평생 한 번 보기도 힘든 월광 연꽃.

그는 이미 베테랑 수준의 채집 실력을 에반이 가졌다는 걸 느꼈다.


“에반 학생. 온실로 이동하는 게 어떻겠는가?”

“저야 좋죠.”


*****



온실 안에도 연구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도와주는 조교도 없었을 텐데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모습.

교수의 개인 연구실을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하지만 대학원생이 되는 건 피해야 한다.

굳이 연구하면서까지 새로운 지식을 얻을 필요는 없으니까.


“혼자서 온실을 관리하세요?”

“조교들이 있긴 한데, 조교들을 온실에 잡아둘 수는 없는 일이지. 그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서 경험해야 하니까. 나같이 이곳저곳 다 돌아다닌 늙은이가 온실을 관리하는 게 맞지.”

“대단하시네요.”

“뭐, 이것도 익숙해지기 마련이지. 그리고 대부분 장치는 마법진과 아티팩트로 움직이고 있어서 내가 직접 손댈 곳은 없다네. 유지보수 정도만 해주면 되지.”


베른 교수가 책장에서 상당한 두께의 책을 꺼냈다.


[신비한 식물 사전]


교수의 탐험 인생의 정수가 집결되어 있는 책.

책장을 둘러보니 몬스터, 동물 사전도 있었다.

게임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정보들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도 봐도 되나요?”

“물론이지. 장사 같은 걸 하려고 책을 만든 책은 아니니까. 이 책을 완성하면 아카데미 도서관에 기증할 생각이지.”


이런 순수한 열정이 있어야 탐험가를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어디 보자··· 월광 연꽃에 대한 자료가··· 여기 있구만.”


꽤 긴 내용이 종이에 적혀 있었다.


“효능까지 연구하셨네요.”

“효능 쪽은 연금부 자료를 받아온 게 많지. 월광 연꽃의 줄기가 재료로 쓰이기도 하니까.”


교수는 서랍을 뒤적이더니 종이 뭉치를 꺼냈다.


“그건 뭔가요?”

“풍문으로 떠도는 정보를 따로 정리해 둔 자료지.”

“소문이 그렇게 많다고요?”

“희귀한 식물일수록 소문이 많은 법이니까.”

“그래도 연인과 함께 보면 둘의 사랑이 영원하다는 걸 연구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하하, 그런 내용도 내가 적어놨나 보군. 그래도 소문 중에는 사실로 드러난 경우가 제법 있어서 무시할 수는 없지.”

“길러내는 데 성공하면 확인해 볼 수 있는 소문들도 많네요.”


월광 연꽃이 피는 밤이면 신수들도 와서 그 은은한 빛을 감상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신수라.

불사조나 유니콘 같은 녀석을 신수라고 부른다.

내가 월광 연꽃을 봤을 때는 신수는 없었다.

애당초 신수는 인간 세계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게임 하면서 한 번도 직접 마주친 적은 없다.

불사조의 깃털 같은 건 습득한 적은 있어도.


이 아카데미에도 신수가 있다.

코스모스 초대 가주와 많은 여정을 함께한 신수.

초대 가주가 죽기 전에 신수에게 이 아카데미를 지켜달라고 부탁했고, 신수가 초대 가주의 부탁을 들어주어 아카데미를 수호하고 있다는 가문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두 번째 부모님께 들은 적이 있다.


“월광 연꽃을 피워내면 아카데미를 지켜주고 있다는 신수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하하, 탐험가로서 그러면 정말 소원이 없겠군.”


교수는 웃으면서 아공간 서랍을 열어 투명한 유리 수조 하나를 꺼냈다.


“연꽃을 봤을 때 당시의 자연이 기억나는가?”

“언젠가 꼭 재배하고 싶어서 그때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적어놨었습니다.”


자연력이 오르는 꽃을 그냥 둘 수는 없는 일.

언젠가 사용하기 위해서 연꽃을 발견한 호수의 상태를 상세히 적어놨었다.

내가 종이를 건네자, 베른 교수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자네는 대체···.”


말을 잊지 못하길래 살짝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교수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움켜줬다.


“내가 차마 탐험가가 되라고 권유는 못 하지만, 자네는 타고난 탐험가야. 미지의 영역을 알아내기 위해 흙과 물까지 맛보는 열정. 거기다가 지금까지 기다리는 인내까지!”


[베른 교수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50% → 60%]


뭔가 교수가 나에 대해 오해하는 것 같았지만, 일단 호감도가 더 올랐으니 그냥 들어주기로 했다.

물이랑 흙은 어차피 옆에서 운디네와 노움이 상태를 봐주기 때문에 전혀 위험할 게 없다.

게다가 특정 속성이 강하게 녹아있으면 맛을 봤을 때 바로 느낌이 와서 흙 상태를 알아보려면 살짝 먹어보는 게 빠르기도 하고.


교수의 칭찬에 적당히 대답해 주자, 뭔가 본인이 더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든든한 조력자를 얻은 것 같아서 나쁘지 않았다.

교수가 학부 수업 시간에 이 정도 열정이라니.

학부에 사람이 없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자네가 상세하게 기록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자네가 직접 확인을 해보는 게 좋겠지.”

“온실 내 대수림 지역을 구현해 놓은 구역이 있나요?”

“대수림 환경이 워낙 다양하기에 모든 지역을 구현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몇몇 지역은 구현을 해놨다네.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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