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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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8 13:10
최근연재일 :
2024.09.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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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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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그대의 희생은 숭고했느니라

DUMMY

[고통을 외면치 말지어다.


태양을 마주하는 것은 그대의 온 몸을 불사르듯 뜨겁고 쓰라릴지라도, 외면하지 말라.

나의 아이를 위하여 그대의 몸을 바친 이여, 그대의 고통은 헛되이 소멸하지 아니하리라.


슬픔을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하라.


광휘 찬란한 빛이 그대의 눈물을 말리리니, 슬퍼하며 울부짖을 필요 없느니라.


따스한 태양의 성녀는 그대에게 일어설 힘을 주었느니, 밝은 햇살이 그대에게 다가오리라. 그대는 미소 짓고 웃을지어다.


지나간 나의 과오와 나 스스로 구하지 못한 후회의 무게를 짊어진 그대여,

그대는 이자벨의 영혼을 달랬고, 빛의 성녀 이자벨을 위하여 고통과 슬픔을 감내하였느니라.


밝게 빛나는 태양 아래에서, 이제 그대는 일어설지어다.]



투과아아아앙.


“으윽!”


순간 빛의 격류가 쏟아져 내렸다.


이해할 수 없다.


무엇이 일어난 것인가?


[위험. ■스템 에□ ■생. <■리스 코□ 시스□> 분석 ■시]

[■부 간□ 발생]

[■□화 시도. 실■]

[부정 ■섭 ■재 특■ 실시. 성□]

[■월□. 태■과 ■□ 신 라□]

[□체■ 타■□ 간■에 노□ 중]

[개□ 오■ ■행도 35■··· 4□%···]

[□■ 제거 프■토□ ■□하□ 않음]

[프□■콜 □성 ■□]

···.

···.

···.


뜨겁다.


온 몸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강제로 활성화된 마력이 온 몸에 쏟아지는 격류와 같이 날뛰기 시작한다.


충성의 표식에서 마력이 뻗어져 나왔다.


그 마력조차 격류에 휩쓸려 탁류처럼 흔들린다.


‘아파···. 이곳에서 꺼내 줘······ 너무 아파······.’


“크으윽!”


어디선가 들려오는 환청.


이해가 따라가질 못하는 상황 속에 나는 그저 고통을 참았다.


이를 악물고 버틴다.


고통에 몸부림치지 않도록 양 팔로 몸을 구속한다.


이해할 수 없다.


죽이라고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퀘스트부터,


정체모를 것이 메시지를 보내고 빛이 쏟아지다니.


나는 이 고통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두 눈을 감은 채 견뎠다.


정체모를 메시지가 말했던 것처럼.


고통과 후회와 슬픔이 지나가길 바라는 것처럼.


나는 인내하였고, 참아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띠링.


[간섭 제거 실패. 오염 100% 달성. 분석 시작······. 분석 완료. 신규 특성 <라엘의 의지>를 얻었습니다. 시스템 업그레이드 시작. 10%··· 23%···]



——————◇——————



“우으음···.”


있으면 안 돼는 천장의 무늬다.


이것은 설교 코스 확정인가?


일어나기 위해 배에 힘을 실었지만, 이내 풀고 말았다.


이미 나는 잡힌 물고기 상태였기에.


시선 끝에 하늘색과 연두색 머리가 보인다.


“어째서?”


분명 방에서 이세계에 전생시킨 망할 여자를 저주하자, 이상한 현상이 한창 일어나던 중이었는데, 왜 나는 쌍둥이의 방에 있을까?


“으후, 타미에엘···.”


이리스가 뺨을 비비며 팔을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


아니,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기억을 되살려 방금 전 메시지를 떠올렸다.


‘고통을 외면하지 말라.’

‘슬픔을 마주보거라.’

‘그대가 이자벨의 영혼을 달랬느니라.’

‘밝게 빛나는 태양 아래 일어서거라.’


“이자벨··· 어째서 이자벨이 지금?”


영문을 모르겠다.


시련에 실패해 더는 서번트로 획득할 수 없는 존재인 이자벨이 이러쿵저러쿵 이번 시련에서 언급되는 건 이상하다.


그리고 분명···.


‘빛의 성녀 이자벨을 위해 고통과 슬픔을 감내한 자여.’


“빛의 성녀? 이자벨은 성녀였구나···.”


이제야 이자벨이 처했던 상황이나 그녀의 행동, 나에게 행한 기적의 의미를 조금이지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생기고 말았다.


아르테리스처럼 메시지를 보내고,


쌍둥이 시련을 도전했을 때처럼, 메시지가 깨져 나오게 한 원인.


도대체 누가, 무엇을 위해 나에게 말을 걸었냐는 것이다.


더욱이 그 빛이 쏟아지는 현상 이후에 무엇이 일어났는지 무엇이 변했는지도 신경 쓰였다.


“타미엘. 이자벨은 누구?”


“아, 글쎄 누구일까?”


“거짓말은 안 돼.”


언제 깨어난건지 아르케가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으음··· 그냥 옛날 기억 같은거야. 그건 그렇고,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야?”


“아르케랑 이리스가 끌고 왔어.”


그러니까 왜?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앞으로 일주일 후 쌍둥이는 다른 곳으로 향한다.


열흘 후 시련은 종료된다.


쌍둥이의 온기를 느낄 시간은 앞으로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말이 나오질 않았다.


나는 쌍둥이를 무사히 지켜야한다.


“타미엘.”


아르케가 몸을 조금 위로 올려 나와 코가 부딪칠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아, 아르케. 뭘 하려고?”


“타미엘···.”


아르케의 얼굴이 접근한다.


외형치고는 긴 속눈썹 아래 푸른 바다를 품은 듯 보석처럼 눈동자가 아름답게 반짝였다.


오똑한 콧날과 분홍색 작은 입술도 그 조형미가 대단히 뛰어난 것도 알 수 있었다.


서서히 다가오는 아르케의 얼굴을 바라보며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다.


“무, 무슨 일···.”


[<명경지수>스킬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K419R +82 L/AW시행. 2.000 Feb/777 저촉 확인. 소울 링크 확인 불가. 강제 안정화 진행합니다. 56%··· <클리어>]


“갑자기 뭐야. 왜···.”


순간,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당황했지만, 왠지 당연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두근거림도 멈추었고, 평온한 느낌만이 마음을 지배한다.


그때 아르케가 나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추었다.


“뭘 하는 거야. 아르케?”


“이젠 볼 수 있어.”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 떠오르지만, 쌍둥이들은 가끔 영문 모를 행동을 하므로 아르케가 만족할 때까지 그대로 두도록 하자.


“타미엘.”


“응?”


“아르케랑 이리스도 노력할 게.”


“으응? 그래. 그래야지. 오늘도 메이드 교육 힘내자구.”


“···응.”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깝다.


속삭이듯 말한 아르케는 이마를 맞춘 채 눈을 감았다.


부쩍 요즘 들어 잠이 많아진 쌍둥이이지만, 창 밖에 시선을 돌려보니 아직 기상 시간과는 멀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재우도록 하자.


그로부터 5일이 지났다.


결국 메시지를 보낸 존재의 정체나, 이자벨에 대한 것은 알 수 없었다.


그 이후 딱히 변한 신체능력이라던가 기능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다만, 아르케와 이리스의 행동이 조금 변했다고 해야 할까?


그렇기에 나는 슬프다.


“플리나 씨. 아이들의 성장은 빠르네요.”


“그렇구나···.”


창문 밖으로 광장을 바라보자, 아르케가 리차드만 씨와 단련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보다 약했던 신체 능력도 어느새 훌쩍 향상된 아르케는, 민첩한 몸놀림으로 리차드만 씨의 공격을 회피하며 간간히 공격을 넣는 수준까지 도달하고 있었다.


“타미엘. 타미엘.”


“응? 이리스 뭔가 할 말이 있어?”


“현대 3대 속성이 불, 물, 바람으로 고정된 이유와 고대 4속성 중 하나인 땅이 사라진 원인이 뭘까? 이 로차르드 마법의 역사서에 나온 바에 따르면······.”


그래.


아이들이 무엇인가 배우고 자라나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정말로 교육자로서 가지지 않아야할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감당 가능한 수준까지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고 절실히 생각했다.


“크흣. 나는 쓸모없는 것인가.”


“그렇게 상심하지 마. 나나 리차드만 님도 조금씩 버거워지고 있으니까.”


먼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플리나 씨.


이젠 메이드 교육도 완전히 습득해버린 쌍둥이는 그 외의 모든 것을 흡수해버리겠다는 기세로 플리나 씨의 지식을 빨아올렸다.


나는 이리스의 질문에 최대한 내가 아는 지식···.


그러니까 엘프의 마법에 대한 지식을 곁들여 설명해 주었다.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겠지만, 이리스는 납득한 모양인지 다시 책에 눈길을 돌렸다.


가슴을 쓸어내린 나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 두 명에게 양해를 구하고 방에서 나왔다.


아르케와 이리스가 성장하는 동안 나도 가만히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니다.


리차드만 씨에게 아르케와 함께 검술 지도를 받았고,


이리스와 함께 플리나 씨에게 교양 수업을 받은··· 것은 그렇다 치고, 이리스와 궁금해 놀이를 빙자한 마법 연습을 하고 있었다.


덕분일까?


마나를 활성화시켜도 충성의 표식이 예전만큼 강하게 통증이 발생한다거나 환청이 들리지 않았다.


다만, 표식에서 타인의 마나가 나를 옥죄는 사슬처럼 마력을 억제했다면, 지금은 마력을 쌍둥이들처럼 흡수한다.


‘뭐였던 거지. 그 꺼내달라고, 아프다고 말하던 환청은.’


빛의 격류에 휩쓸릴 때 똑똑히 들었다.


‘아파···. 이곳에서 꺼내 줘······ 너무 아파······.’


이 충성의 표식은 아무리 봐도 정당한 물건은 아닌 듯하다.


“봉인 술구라던가?”


손가락으로 표식의 검붉은 보석을 두드려 보지만 반응은 없다.


요즘 내 마력을 먹는 대상이 많아져 기를 빨리는 것만 같은 심정이다.


실제로 마력 고갈이 곧 다가올지도 모른다.


“앞으로 이틀.”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알 수 없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침실에 돌아온 나는 침대 아래에 손을 집어넣었다.


나무 바닥의 가볍게 파인 홈 위로 손가락을 넣어 들어 올리자, 덜컹 소리와 함께 틈이 벌어졌다.


그곳에서 서적을 하나 꺼낸다.


비밀 시설에서 몰래 가져 온 아무도 읽지 않을법한 책이다.


없어져도 누구하나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잠시 조용히 대기한다.


인기척은 없었다.


나는 그대로 침대 옆 구석에 쪼그리고 책을 펼쳤다.


“보통 밤에는 게일 씨가 동쪽 성벽에서 파수를 하고, 폴헨 씨가 남쪽···.”


책의 본문 외의 테두리 여백에 써져 있는 빼곡히 필기들.


내가 쓴 것이다.


병사, 기사들의 순찰 스케쥴과 메이드의 이동 경로, 호문쿨루스의 거주 장소 등 내가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습득해 적어놓았다.


하지만, 부족했다.


“무기가 없어.”


무기가 없는 것이다.


구할 수 있는 것이라곤 식사용 나이프나 포크 따위.


단검이나 검, 하물며 창 같은 것도 구할 수가 없었다.


무기는 특정 신분 이하의 병사들은 모두 무기고에서 근무 시간에 분출받기에 무기고를 털어야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기사의 방에 숨어들어 훔쳐야 한다.


리처드만 씨의 방에 잠입해 대검을 훔치는 모습을 떠올려봤다.


나는 황급히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쌍둥이를 구하기전에 자살하고 싶지는 않다.


“공범자를 늘린다던가.”


불가능하다.


쌍둥이를 제외한 호문쿨루스는 자의식이 희박하다.


호문쿨루스를 제외하고 이 비밀 시설의 자들은 모두 헤르더만 백작의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다.


또한 지극히 단련한 이들이다.


일개 메이드의 보법이 요정에게 배운 도둑 걸음처럼 은밀한 보법이라니.


절대 메이드에게 있을 수 없는 보법이다.


저것은 암살 훈련을 받은 메이드이다.


쌍둥이의 외모나 나의 외모가 무해하고 귀엽기에 호의적일 뿐.


아군이 될 가능성은 한 없이 낮았다.


결국 나 혼자서 감당해야할 시련이리라.


“시설에서 작전을 거행하는 것은 좋은 수가 아니야.”


쌍둥이를 구하기 위해 헤르더만 백작의 명령을 거역하고 배신하는 순간, 모두가 적으로 돌변한다.


적어도 서브 퀘스트의 내용이었던 [~를 처단하라]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병사와 메이드들의 스케쥴에 크게 x를 그린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 <이동 중 탈주 계획>이라 쓰고 생각나는 것들을 정리해 나갔다.


이렇게 나의 쌍둥이를 납치하기 위한 계획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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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그대의 희생은 숭고했느니라 NEW 22시간 전 3 0 12쪽
20 19. 고요한 평화는 비탄의 외침에 깨진다 24.09.17 2 0 14쪽
19 18. 마스터, 메이드는 힘든 일이야 24.09.17 4 0 12쪽
18 17. 의심과 오해의 해소는 어렵다 24.09.16 7 0 12쪽
17 16. 따스한 봄볕에 황혼은 춤춘다 24.09.15 8 0 12쪽
16 15. 잠자는 숲속의 메이드x2 24.09.14 7 0 12쪽
15 14. 공격적인 입사 면접에 대하여 24.09.13 11 0 13쪽
14 13. 어미새 또한 아기새였다 24.09.13 11 0 12쪽
13 12. 후회에서 비롯된 각오 24.09.12 11 0 11쪽
12 11. 세번째 맛. 공(空)의 맛 24.09.12 10 0 13쪽
11 10. 파멸의 가챠는 심연으로 향한다 24.09.11 8 0 12쪽
10 9. 진화하는 능력, 퇴화하는 지능 24.09.11 9 0 12쪽
9 8. 메딕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24.09.10 11 0 11쪽
8 7. 고도의 고고한 고고학자 24.09.10 11 0 14쪽
7 6. 두 번째. 고통과 슬픔의 맛 24.09.09 11 0 12쪽
6 5. 첫 가챠는 보라색맛이 났어 24.09.09 11 0 13쪽
5 4. 알고 있는가? 석판은 도구다 24.09.09 10 0 11쪽
4 3. 이세계에 유기당해 버렸다 24.09.09 11 0 13쪽
3 2. 안녕히 지구, 어서와 이세계 24.09.08 13 0 12쪽
2 1. 투자 제안은 사기일 수 있다 24.09.08 15 0 12쪽
1 空. 과거의 기억과 라비린스 24.09.08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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