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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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왈라
작품등록일 :
2008.11.30 21:34
최근연재일 :
2008.11.3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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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1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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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야기 : 문라잇 섀도 3

DUMMY

=샌프란시스코 경찰 본부=


간만의 살인 사건 덕분에 또 강력반은 발칵 뒤집어졌다. 아무리 새벽이라고 해도 길거리 한 가운데에서의 총격이라니, 관광도시로써는 치명적인 사건이니 시장에서부터 경찰서장까지 줄줄이 내리 까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침 회의를 다녀온 그린 경감의 얼굴도 그다지 기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왜 그래요? 서장님이 못 살게 굴어요?”

“아침부터 재수없게 귀신 면상 들이대지말고 너도 일하러 가.”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원래 관할이 겹치는 기관끼리는 그다지 사이가 안 좋아지기 마련이지만 그린 경감과 나는 인연이 있는 편이다. 내가 보조 순찰대원을 하고 있을 때, 내 뒤를 봐준 경찰 아저씨였고, 이 지역사회의 일꾼이 되어서 자신의 충실한 부하가 될 거라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그 기대를 배신하고 FBI로 날아가버렸으니 그가 날 싫어하는 것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해해주는 것도 아니다.


일단 나도 FBI니까 그 곳에서 일할 것이 있긴 하지만 원체 할일 없는 부서라서 심심한 것도 있고…


“오늘 월차 냈어요.”

“어디 아파?”

“그날이거든요.”

“………… 미치겠구먼. 2 층 화장실은 덤보롤 휴지에, 생리 중인 FBI라니. 그래서? 하프 두장 주랴?”

“필요 없어요.”


솔직히 내가 알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라 조금은 더 실질적인 사건이다. 지난 번에 살짝 맛을 본 현장의 느낌이 괜찮아서 나도 현장직으로 옮겨졌으면 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부서도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그런 십년에 한번 될까? 왜 그렇게 데이브가 현장에 집착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그런 변덕 때문에 월차를 썼다고 그린 경감에게는 차마 말을 못하고 있었다.


“따라와.”

“어디가는데요?”

“니가 보고 싶은 거.”

“네?”

“시체 말이야 시체!”


내가 보고 싶은 시체? 무슨 소린가 하고 2 초 정도 머리를 굴리다가 엄마인가? 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결국 그가 조사에 참여하게 해준다는 소리라는 걸 깨닫고는 내 얼굴이 확 펴졌다.


“경감님… 경감님은 입 꾹 다물고 그렇게 쿨하게 나오면 정말 멋진 거 알아요?”

“내가 좀 멋져.”

“입 다물라니까요.”


결국 이 것을 마지막 대화로 하여 지하실로 내려갈 때까지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턱턱 걸어내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지하층에 다다랐을 때. 지상과는 달리 약한 조명 덕분에 약간 어두운 복도에 유난히 유리창 너머로 번쩍 번쩍 거리는 방이 눈에 띄었다. 아마 지난번에 내려왔을 때엔 뭔가 꽝 터지는 방이었더랬지? 이번에는 경감님도 신경 안 쓰는지 애써 모르는 척하는지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검시실로 들어갔다.


“샘, 뭔가 나온 거 있나?”


문을 열자마자 뭐가 있는지 찾는 그린 경감을 멀뚱히 쳐다보는 수염 늙은이는 시체 앞에 앉아서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바트 톰슨 인형 나왔다네.”


그는 샛노란 사람 모양의 인형을 흔들어 보이더니 햄버거를 마저 먹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시체 앞에서 식사를 하세요? 그 것도… 해피밀을요?”


장난감을 받을 걸 보니 어린이 세트인 것같다.


“자네도 나이가 좀 더 들면 빅맥같은 쓰레기를 왜 만들었나 싶을 거야.”


요즘 들어서 못 알아듣는 소리가 많아져서 큰일 났다.


“이제 많이 못 먹는다는 소리야.”


그린 경감의 귀뜸을 듣자 이해가 바로 되었다. 하긴 다이어트 용도로 어린이 버거를 먹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글세… 다이어트를 할 생각이라면 기름기 많은 메가 사이즈 미에 나옴직한 버거를 먹지 않아야 정상 아닌가?


“손주 갖다 줄 장난감도 생기고 좋잖은가?”


그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그의 마지막 핑계는 거짓말이다. 그는 톰슨 DVD를 시즌 별로 소장하고 있는 너드일거라 확신한다. 요즘 애들은 톰슨을 별로 안 좋아하고 나루터같은 일본 만화 영화만 본다. 정말로 애들을 위해서 였다면 해피밀 인형으로 최근 광고하고 있는 바스켓 몬스터를 받아왔어야했다.


“천천히 드세요. 카르테 좀 볼게요.”


노의사의 식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가 계속 앉아있게 권했지만 그래도 상황은 궁금했던 터라 부검대 위에 놓여 있는 카르테를 잡으려 했는데 갑자기 손등을 딱하고 내리치는 노의사의 방해 덕분에 빨개진 손등을 입으로 가져가야만 했다.


“남의 임무를 가로채지 말게. 하얀 수염을 기른 늙은이가 음침한 곳에서 시체와 함께 과학을 논한다면 그다지 유쾌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야지.”

“괴팍하다는 뜻이야.”

“알고 있어요.”


노의사, 그러니까 전에 소개 받기로는 샘 레이 박사랬지? 입에 남은 것을 꾸역 꾸역 넘기더니 콜라 한 모금을 마신 후에야 한숨을 돌린 의사 선생님이 직접 카르테를 들고 일어나더니 부검대를 놓고 시신 너머로 이동하였다.


“끄억… 먼저 폭행 당한 흔적이 전혀 없어. 이 사람을 괴롭힐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거지.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기에는 총을 너무 많이 쐈어. 고의적인 살인이지.”

“그 건 우리도 알 거든 우리가 모를 만한 걸 말해줘.”


나름 시신을 통해서 여러 가지 알아내려고 노력해 본 모양이지만 그린 경감이 원하는 것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총격을 맞은 부위가 하복부, 즉 성기와 가까운 부분이야. 하지만 여성혐오라든지 성범죄는 아닌 게 전혀 접촉도 아니었고, 힘으로 누른 흔적도 없기 때문이지. 그래서 칼 좀 대 봤는데 보고서에는 이렇게 써 놨지.”


그렇게 말하면서 의사 선생은 카르테를 그린 경감에게 넘겨주었고, 그 걸 읽은 경감은 표정이 안 좋아졌다.


“그냥 말로 해도 되는 거잖아? 그 건 그렇고 정말 죽일 놈이네….”

“입에 담기도 싫었으니까.”


옆에서 듣는 사람 궁금하게 이 사람들 왜 이래!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임신 중이었대.”

“아마 살인범이 노린 건 이 아가씨보다는 이제 막 생명을 받은 10 주 가량이 지난 태아가 목표였나 보네. 아마 총탄을 여섯발이나 쏜 것은 자기가 가진 총탄을 모두 사용했던 거겠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죽인다고? 그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옛날 같았으면 테러리스트 인질범들도 임산부는 건드리지 않았는데…


“아 그래, 탄환은 적출했나?”

“칼을 대자마자 탄환부터 빼놨지. 탄력있는 자궁 덕분에 관통하지 못했던 모양이야. 아니면 거리가 좀 있는 상태였든지, 옷에서 화약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거리가 최소 2 미터 이상의 거리였을테야.”


콩알같은 납탄이 들은 샬레를 들어서 경감에게 건네준 박사는 시신의 찢어진 뱃속을 더 뒤지기 시작했다.


“태아의 유체는 심히 변형되었지만, DNA 샘플은 손상없이 구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는 여자의 자궁 속에서 피로 얼룩진 살덩어리를 핀셋으로 집어 내었다.


“불쌍하기도 하지.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하고…. 착상 된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야. 사람의 모양을 갖추지도 못했군.”


그나마 그 것도 탄에 맞은 듯 거의 너덜 너덜 거렸다. 저 게 사람으로 성장했어야 한 거라고 생각하면 목 잘린 시체 앞에서도 당당했던 나조차 구역질이 올라올 것같았다. 그에 비해 저 피도 눈물도 없는 의사 선생은 콜라를 마셔서 그런지 트림을 끄윽 끄윽 하고 있다.


태아의 유체를 샬레에 넣고 봉한 후 그 위에 견출지로 피해자의 태아 유체라고 쓰고 ‘DNA 검사 필요’ 라고 적은 후 그린 경감의 손 위에 올려 놓았다. 결국 그린 경감은 한 손에는 카르테, 또 한 손에는 탄환과 태아의 DNA 샘플을 들게 되었다.


“이제 가도 되나?”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는데 말이지.”

“뭔데?”

“이 자식 꼭 잡아.”


경감은 대답 대신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하고 뒤로 돌아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박사가 날 불러 세웠다.


“거기 FBI 아가씨.”

“에? 네?”

“…… 아무 것도 아니네. 몸조리 잘 하게나.”


싱겁기는, 괜히 사람 붙들어 놓고 있어.


“그럼, 이 아가씨와 데이트 하게 자리 좀 비켜달라고.”


안그래도 갈 생각이었는데 그는 우릴 ㅉㅗㅈ아내기라도 하는 듯 그렇게 말했고, 포르말린 냄새가 몸에 배일 것같은 숨막히는 장소에서 한시라도 빨리 나가고 싶었기에 그린 경감보다 한걸음 먼저 앞서가 검시실의 문을 열었다.


그렇게 양손에 물건을 들고 있는 그린 경감을 먼저 내보낸 후에 그 뒤를 따라 나오면서 그의 손에서 제일 감당하기 편한 카르테를 옮겨 받으며 걸었다. 그렇게 지하 통로에서 그 옆 방인 분석반으로 넘어갈 때까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석반의 문을 열고 그 안에서 지난번의 그 폭탄을 터뜨린 연구원에게 DNA 검사 및 총탄의 출처를 알아봐달라고 요청한 후 카르테를 두고 나왔다. 보아하니 여기가 분석실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딱히 뭐라고 말하는 것 없이 ‘사고나 치지 마’라고 그에게 경고를 준 후 그는 그냥 분석실을 나와버렸다.


그렇게 1 층까지 올라올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결국 참지 못하고 난 한마디 하고 말았다.


“알았어요. 그냥 말 해요.”

“샘이 네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

“왜요?”

“지난 번 네가 죽인 녀석 있잖아.”


리우 이야기 하는 거구나. 그거 다 끝난 이야기 아닌가? 심문 받을 거 다 받았고, 정신과 상담도 받았으며, 총도 돌려받았다.


“그 때 시신의 부검을 샘이 맡았거든. 그러더니 너한테 아무 일도 없었냐고 하더라고.”

“왜요?”

“몰라, 말 안 해줘.”

“그래서 뭐라고 대답해줬는데요?”

“내가 뭐라고 대답했겠어? 그냥 멀쩡하다고 그랬지.”


시신의 부검을 맡았었다고? 혹시 뭔가 건진 거 아니었을까? …… 뭐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그 쪽에서 모르는 척하고 있다면 이 쪽은 그저 고마워 해야하는 걸까나? 아니면 입막음이라도 해야하는 거 아닐까?


이럴수가… 내가 지금 입막음이라고 했나? 이 거 점점… 누군가를 닮아가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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