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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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영
작품등록일 :
2020.0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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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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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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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다음 날.

현우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켰다. 현우는 곧바로 철민과의 톡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아니, 올 수가 없었다.

그러나 현우의 머릿속에는 친구가 보낸 톡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 이제 그만 갈게.


‘진짜 간 거냐······.’

현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잠에서 깨어난 현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신기한 꿈이네.’

보통의 꿈은 깨어난 순간부터 빠르게 휘발되는 법이었다.

그런데 오늘 꾼 꿈은 현우의 머릿속에서 여전히 생생했다.

자신이 넓은 집에서, 성공한 작가가 되어 열정적으로 일하게 되는 그런 꿈이었다.

‘부럽다 진짜.’

자신을 부러워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했지만, 현우는 진심으로 꿈속의 자신이 부러웠다.

좋은 집에 산다는 사실도 부러웠지만, 그것보다 더 부러운 사실은 바로 열정적으로 글을 쓰는 모습이었다.

꿈속의 그는 마치 글에 미친 사람과도 같았다. 손은 키보드 위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시선 또한 모니터를 떠나지를 않았다.

현우는 자신이 그런 열정을 마지막으로 가져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 모습은 고등학생 때 현우가 꿈꾸던, 십 년 후의 자기 자신의 모습과도 같았다.

‘알려 주고 간 거냐. 철민아.’

현우는 이 또한 철민의 마지막 선물처럼 느껴졌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그렇게 친구가 알려 주려고 한 것 같았다.

‘네가 이러면 내가 어떻게 글을 접냐, 진짜······.’

현우는 글을 그만두겠다는 마음이 흔들리려고 했다.

동시에 지금 쓰고 있는 글에 대한 의무감도 더 강해졌다.

현우가 이불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

그에게는 지금 걸리는 점이 하나 있었다.

‘오늘 연재분 진짜 어떻게 돼 있으려나.’

어제 쓴 오늘 연재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몽사몽간에 급하게 휘갈긴 글이 분명했다.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수정을 해서, 담당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정본으로 다시 올려야 했다.

현우는 다급하게 어제 연재된 원고를 열었다. 그리고 곧바로 원고를 읽어나갔다.

그런데 원고를 읽기 시작한지 잠시 후, 현우는 의아함을 느꼈다.

‘······뭐야?’

현우는 다시 처음부터 원고를 읽어 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교 대상을 잡기 위해서 바로 이전 편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두 번째로 읽었을 때, 현우의 의아함은 더 강해졌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잠결에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원고는 나쁘지 않은 퀄리티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다른 데에 있었다.

그것을 읽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뒤에 이어서 써야 할 내용들이 연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다음 편의 시작 장면, 다음 편에 넣어야 할 새로운 설정, 그리고 그것으로 라이벌을 이겨 낸다는 중요한 전개까지.

당장 다음 편부터, 약 다섯 편가량이 현우의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현우는 순간 덜컥 겁이 났다.

혹시라도 지금 떠오른 이 기억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진 않을까 걱정이 된 것이었다.

현우는 곧바로 다음 편 집필을 시작했다.

그리고 집필을 시작한 지 삼십 분 뒤.

현우는 깜짝 놀랐다.

“······세상에.”

현우가 작가로 살아오면서 받은 커다란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손이 느리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방금의 삼십 분 사이, 현우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미친 듯이 춤추고 있었다.

마치 꿈속에 현우 자신의 모습처럼.


[2031자]


현우는 파일의 글자 수를 확인하고서 깜짝 놀랐다.

‘······실화냐?’

2000자. 한 편이 5000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벌써 40퍼센트나 쓴 셈이었다.

하루 한 편 쓰는 것도 버거워서 이틀, 사흘에 한 편을 쓰는 평소 현우의 텐션을 감안하면, 지금 내는 속도는 경이적인 것이었다.

단시간에 집중한 탓인지 그는 머리가 살짝 지끈거렸다.

그러나 그런 건 지금의 현우에겐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빨리 쓴 적이 있던가?’

딱 한 번 있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열아홉 아마추어 시절. 겁 없이 아무거나 손 가는 대로 닥치는 대로 신 나게 휘갈기던 시절에 잠시 이런 속도를 낼 수 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현우에게는 턱도 없는 일이었다.

독자와 편집자의 평가를 받기 시작하고, 어설프게나마 글을 보는 눈이라는 게 생기고, 그 눈이 어설프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고, 심지어는 손이 그 어설픈 눈조차도 따라오지 못하게 될수록, 점점 현우의 손은 느려져 갔다.

그렇기에 현우는 지금 자신의 속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 시간 뒤.

현우는 5400자로 한 편을 마무리 짓는 데 성공했다.

약 한 시간 반 만에 한 편을 완성한 현우는 몸에 긴장감을 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게 뭐지?’

글을 쓰면서 현우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의 그는 아무래도 조금 이상했다.

정확히는 그의 머릿속이 이상했다.

그는 마치 지금 자신이 무언가에 씐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쁜 의미가 아니었다.

현우는 멍하니 키보드를 바라봤다.

‘······내가 미친 건가.’

판타지만 쓰려다 보니 현실 감각이 사라진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현우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 키보드에게 무언가가 있다고.

혹시나 싶어서 현우는 원래 쓰던 키보드를 꺼내서 컴퓨터에 연결해 봤다.

컴퓨터에 연결한 현우는 곧바로 다음 편을 쓰기 시작해 봤다.

‘······어라?’

머릿속에서 얼핏 느끼기에는 장면 연상이 곧잘 되는 것 같기도 했다.

‘······뭐지? 착각한 건가?’

그런데 막상 집필을 시작한 순간, 현우는 무언가 이질감을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답답함이 현우를 엄습했다. 손이 이상하게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이 상태로 글을 쓴다면 한 편을 완성하는 데 한 시간 반은커녕, 그 몇 배는 족히 걸릴 것 같았다.

‘확실해.’

현우는 자신이 느끼는 기묘한 감각이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는 사실에 확신이 들었다.

그제야 현우는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그러고서 다시 철민의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역시!’

달랐다.

곧바로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십 분 만에 또다시 다음 편의 도입부를 써버린 현우는 멍하니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혹시나 싶어서 현우는 두 대의 키보드를 동시에 연결한 뒤, 위아래에 나란히 두고서 번갈아 가면서 글을 써봤다.

몇 번을 교대해 봐도, 아니 교대해 볼수록 두 키보드 사이의 이질감은 점점 더 선명해져 갔다.

단지 어느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느냐, 여부에 따라서 손가락의 속도가 확연히 달라지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현우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미친 건가 나. 아니면 정말로 뭐에 씌었나.”


몇 번을 더 두 개의 키보드를 번갈아 써본 뒤, 현우는 철민의 키보드를 사용할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대강의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이 키보드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상대적으로 스토리에 대한 사고력이 높아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그가 머릿속으로 장면, 구도, 연출, 대략적인 줄거리 등을 떠올리면, 그것만으로도 본문이 술술 써졌다.

보통 작가들이 흔히 고생을 하는 부분이, 머릿속의 그림이 원하는 대로 본문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 키보드는 그러한 문제를 일시에 해소시켜 줄 뿐더러, 글 쓰는 속도까지 엄청나게 업그레이드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말도 안 되는 물건이었다.

‘진짜 엄청난 메리튼데 이건······.’

그림으로 치면 콘티만 그려 놓으면 알아서 그림이 완성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현우는 손이 근질거렸다.

그는 쓰는 내내 계속해서 다음 내용이 연상이 됐고, 그걸 지금 당장 쓰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휘발되어 날아가 버리진 않을까 걱정이 됐다.

‘일단 하자.’

현우는 다른 생각들을 한편으로 밀어 놓고서, 다시 키보드를 붙잡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키보드 위에서 손이 춤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서, 현우는 어느새 또 한 편을 완성했다.

현우는 오늘 쓴 두 편의 원고를 체크해 봤다.

‘대박이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써 내려간 원고였지만, 오늘 쓴 두 편의 원고는 다시 읽어 봐도 이전까지 써 왔던 원고와 비교했을 때 더 나으면 나았지 부족하지는 않았다.

키보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현우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설마······.’

현우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철민의 모니터가 놓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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