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신재영
작품등록일 :
2020.0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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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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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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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이벤트. 런칭! 귀환자의 헌터 일기 50화 무료!]


현우는 와이 북스의 메인 페이지에 걸려 있는 자신의 작품 광고 배너를 보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런 기분이구나.’

수십만 이용자가 사용하는 앱의 전면에 자신의 소설이 노출되는 쾌감이 어떤 맛인지, 현우는 오늘에서야 그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현우는 지금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현우를 기분 좋게 만드는 이유는 단순히 자신의 글이 이벤트가 되고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만은 아니었다.


[37위 : 귀환자의 헌터 일기]


연재 첫 날 현우의 글이 실시간 랭킹 37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기분 좋은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매출은 얼마일까.’

매출은 런칭하고 일주일 뒤, 김신욱 과장이 알려 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 일주일 사이. 매출에 대한 현우의 기대감은 점점 더 커져 갔다.

귀환자의 헌터 일기의 랭킹이 점점 더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일주일이 지났을 때.

김신욱 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작가님! 네 플랫폼 합산해서 최신화 구매 4000 넘겼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총매출 천오백만 원입니다!


현우에게 떨어지는 돈으로 치면 팔백만 원이 넘는 돈이었다.

‘됐어!’

해냈다는 생각이 들자, 현우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온몸에 희열이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감사합니다, 과장님!”


-하하. 제가 뭘 한 게 있다고요. 작가님께서 고생하셨죠! 오늘 한 잔 어떠십니까?


수화기 너머 김신욱 과장은 당연히 동의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우는 김신욱 과장의 제의를 거절했다.

“제가 오늘은 가 봐야 할 곳이 있어서요. 술은 다음에 아무 때나 불러 주시면 나가겠습니다.”

현우는 이 소식을 한시라도 빨리 전해 줘야 할 사람이 있었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현우는 곧바로 겉옷을 걸쳐 입고서 집 밖으로 나섰다.

집 밖으로 나선 현우는 평소라면 절대 타지 않을 택시까지 타고서 어딘가로 향했다.


현우는 환하게 웃고 있는 철민의 사진을 바라봤다.

영정사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현우는 그의 미소에서 참 많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늘의 그의 미소는 마치 현우에게 ‘왔냐?’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왔다, 인마.’

현우는 철민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네가 해 준 것들 덕분에, 나 드디어 터졌다. 드디어. ······거기서 잘 보고 있냐? 나 네가 마지막 날에 내 꿈에 왔던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지금도 네가 나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나 그런데 한 번씩 생각한다. 네가 나한테 이런 물건을 주고 간 거······ 사실 내가 걱정돼서이기도 하지만, 네 가족들을 믿고 부탁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그런 거일 수도 있겠다고.’

현우는 그렇게 생각하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속물이라고 뭐라 하려는 건 절대 아냐. 네가 죽어 가는 와중에도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까 싶어서 속상한 거지.’

사진 속 철민은 환하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철민을 보며 현우는 다짐했다.

‘오늘은 이 말 해 주러 왔다. 나 밑바닥 수렁에서 건져 줘서 정말 고마워. 네 가족. 내가 꼭 책임질게. 그리고 나도 꼭 멋있는 작가로 성장할게. ······지켜봐 줘.’

현우는 한동안 철민의 사진을 더 지켜봤다.

현우는 이번엔 철민의 미소에서 이런 목소리를 읽었다.

‘힘내.’

잠시 후, 현우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발을 뗐다.


*


우웅. 우우웅.

현우가 납골당을 나서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태현이]


친구 태현의 전화임을 확인한 현우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응.”


-뭐하냐?


“왜?”


-작가님 성공도 하셨는데, 우리 슬슬 한 잔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원고 때문에 바쁘면 어쩔 수 없고.


“넌 소설도 안 읽는 애가 언제 내 성적을 다 봤냐.”


-친구 건 읽고 있다고 했잖아, 인마.


“그래. 고맙다. 그럼 오늘 한 잔 하자.”


-아! 다영이도 온대.


“그럼 항상 모이던 데서 보면 되겠네.”


-그래, 그러자.


*


잠시 후.

“축하해.”

“축하한다, 작가님.”

채앵.

다영과 태현이의 축하와 함께 세 사람의 잔이 부딪쳤다.

두 사람의 축하에 현우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라 이런 말 하기도 뭣하지만, 너희들 덕분이야.”

“대단한 거지, 이 정도면. 겸손은.”

“맞아. 이 정도면 인정해도 돼. 태현이였으면 아주 어깨가 천장이 닿아 있었을 거다.”

“고거 인정. 나라면 그랬을 듯.”

태현의 능글맞은 대답에 다영과 현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두 사람 덕분이라는 현우의 말은 진심이었다. 다영은 말할 것도 없었고, 태현도 틈틈이 현우에게 밥과 술을 사주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좋은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태현이 현우를 보며 말했다.

“야, 그래도 역시 존버가 성공의 길이긴 하다. 그치?”

태현의 말을 다영이 받았다.

“그치. 현우가 처음 글 쓰겠다고 했을 때,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글 써 보겠다고 따라 해 봤잖아. 넌 금방 때려치워서 지금 직장 다니고 있고, 난 그림 그리겠다고 웹툰학과까지 가놓고는, 졸업해서 카페 매니저 하고 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우물만 판 애는 현우뿐이지.”

태현도 다영도,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고 있었다.

막연함을 품고 부딪치는 게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들은 너무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태현과 다영이 그렇게 글을 금세 포기한 뒤, 현우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사람이 바로 철민이었다.

태현이 현우의 잔에 술을 따르며 일부러 오그라드는 말투로 말했다.

“드디어 네가 빛을 보는구나, 난 너무 기분이 좋아 현우야.”

그 말투에 현우와 다영이 또다시 웃음이 빵 하고 터져 버렸다.

챙.

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다시 테이블 위를 울렸다.

그렇게 술자리의 분위기는 무르익어 갔다.

술잔은 계속해서 오갔다. 그리고 세 사람은 조금씩 취해 갔다.

그 세 사람 중, 조금 더 빨리 취하는 사람은 태현이였다.

그리고 그 탓인지, 태현은 가벼운 말실수를 해 버렸다.

“현우야.”

“응?”

“난 다른 건 몰라도. 네가 이거 하나만큼은 꼭 해냈으면 좋겠다.”

“······뭔데?”

“대훈이라는. 그 인간보다 잘나가는 거.”

그 순간 다영이 현우의 눈치를 봤다.

그 이름이 언급된 순간, 현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언급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이름이 언급되자, 분위기가 살짝 싸해지려고 했다.

말을 꺼낸 당사자인 태현은 취기에 자신이 한 실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우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지나간 인연에 의미가 어디 있겠냐. 그렇게 미워해 봐야 남는 것도 없는데.”

현우가 그렇게 대답하자, 다영이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자, 그래. 의미가 어디 있겠냐. 오늘은 우리끼리 마시는 날인데! 다들 잔 들어!”

“오케이!”

“오케이!”

다영의 주도하에, 술자리는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현우는 조금 천천히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하늘 진짜 오랜만에 보는 거 같다.’

아까부터 천천히 걸은 이유는, 하늘이 보고 싶어서였다.

하늘을 보고 있자니 현우는 묘한 감상이 들었다.

떠오르는 건, 아주 오랜 과거의 단상이었다.


‘야. 우린 꼭 셋 다 잘되자.’

‘당연하지.’

‘내가 제일 먼저 터져서, 너희 둘 다 이끌어 줄게! 형만 믿어!’


현우와 철민, 그리고 대훈.

세 사람이서 행복하게 미래를 떠들던 기억이, 왠지 모르게 하늘을 보며 걷고 있는 현우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비틀려 버린 과거의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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