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신재영
작품등록일 :
2020.0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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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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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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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DUMMY

26화



그렇게 한 달 만에, 현우는 무려 팔십 화를 써냈다.

하루에 여섯 편 꼴로, 하루 세 편씩 풀리는 연재 속도의 두 배에 달하는 스피드였다.

그리고 그렇게 한 달 동안 집필에 매진하는 동안, 현우는 재미있는 일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벌써 완결이라고?”

대훈의 글이 완결이 나 있었던 것이었다.

편수가 무려 100화 완결이었다.

권수로 치면 4권, 엄청나게 빠른 조기 종결이었다.

‘어지간히도 쓰기 싫었나 보네.’

대훈 정도의 짬을 가진 작가가 출판사에게 조기 종결을 당했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강제로 당한 조기 종결 못지않게 대훈의 속이 쓰린 자발적 조기 종결일 것이라는 생각에 현우는 속이 고소했다.


*


대훈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진짜······ 진짜 치욕이야 이건······.’

100화 완결은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스트레스로 인해 일주일에 세 편 연재도 버거운 상태에서 연재 펑크가 밥 먹듯이 일어나고 있었고, 작품 구매 수는 하루가 다르게 내리막을 계속 걷고 있었다.

마치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잠긴 듯한 기분이었다.

이것에 빠져나올 방법은 완결뿐이었다.

대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덧글을 확인해 봤다.


-ㅅㅂ 이렇게 완결 나는 거 실화냐?

-작가놈 진짜 미친 듯 전작이랑 같은 작가 맞음?

-이 작가 글 다시는 안 본다

-ㅋㅋㅋㅋㅋㅋㅋ열린 결말 실화냐? 오졌고요?


작품에는 현재 악플이 폭주하고 있었다.

“개자식들!!”

대훈이 신경질적으로 덧글창을 껐다.

‘내가······ 내가 이대로 무너지나 봐라!’

쾅!

대훈이 자신의 책상을 거칠게 내리쳤다.


*


한 달 뒤.

현우의 집.

“과장님. 방금 나 혼자만 대마도사 500화까지 넘겼습니다.”


-지난번에 보내 주신 450화까지 봤을 때에는 완결 각이 보이던데, 혹시 끝난 건가요?


현우가 미소 지으면서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그렇군요.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이젠 저희 쪽에서 열심히 파는 일만 남았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알려 드릴 게 있어요.


“네? 뭔가요?”


-일전에 말씀드렸던 공모전 수상 기념 프로모션 말입니다.


“네.”


-그게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됐습니다. 작가전이 열릴 계획입니다.


“작가전이요?”

현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작가전.

해당 작가의 모든 작품들을 묶어서 걸어 주는 이벤트였다.

매출상승 효과도 효과지만, 작가에게 있어서 명예가 되는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우에게 있어서는, 누군가를 도울 기회가 되기도 했다.

“과장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네? 네. 말씀하세요.


“혹시 이번 작가전에, 철민이 작품들도 같이 넣어서 진행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현우의 부탁에 김신욱 과장은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네, 작가님. 조만간 시간 괜찮으실 때 식사라도 한 끼 같이 하시죠.


“좋습니다. 미리 말씀만 해 주시면 시간 비워 놓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두 사람은 차기작 계약에 대한 암시까지 주고받은 후, 기분 좋게 통화를 끝마쳤다.

통화를 마친 현우가 이불에 드러누웠다.

“끝이다아아“

현우가 누운 채로 기지개를 켜며 천장을 바라봤다.

새하얀 형광등이 현우의 눈을 비추고 있었다.

‘고생했다, 정말.’

어느새 철민의 키보드로 글을 쓴 지도 반년이 흘러 있었다.

그리고 현우의 삶은, 조금 많이 변해 있었다.

보일러도 때지 못해 실내에서 패딩을 입은 채 시린 손가락을 부여잡으며 글을 쓰던 시절과는 어느새 작별한 지 오래가 되어 버렸다.

라면 외에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던 식생활도 이미 끝이었다.

그러니 현우는 이제, 첫 작품 완결 당시에 하려다가 하지 못했던 휴식이라는 것을 취해 볼 생각이었다.

‘지난 반년, 열심히 살았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 또한 재충전을 위한 휴식이었다.

현우는 천장에서 시선을 떼서 고개를 돌려 봤다.

낡은 방의 전경이 현우의 눈에 들어왔다.

좁고, 구석에는 곰팡이도 슬어 있는 방이었다.

현우는 과거에는 이곳이 굉장히 싫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그도 이곳에 조금은 정을 붙인 상태였다.

이곳에서 힘들기도 했지만, 이곳에서 성공을 맛보기도 한 탓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과는 작별을 할 때였다.

‘여름이 오기 전에는 이곳을 떠나야지.’

이제 곧 여름이었다.

현우는 에어컨 바람도 안 나오고, 여름이 되면 어디서 나는 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냄새까지 올라오는 이 방에서 이번 여름을 나고 싶지 않았다.

‘드디어······ 이 쪽방 원룸 탈출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현우는 감회가 새로웠다.


*


정태진은 오늘 영업이 참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믹스 커피를 홀짝였다.

‘오늘 장사도 공치는 건가······.’

그의 가게는 요즘 들어서 부쩍 손님이 뜸했다. 그 탓에 그의 입만 바싹바싹 말라 갔다.

그런데 그때, 문이 열리는 종의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태진의 고개가 휙 하고 문 쪽으로 돌아갔다.

“실례합니다.”

그리고 이내, 그의 마음은 실망으로 물들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젊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태진은 실망감을 티 내지 않고서 친절한 어조로 가게에 들어온 현우를 반겼다.

“어서 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아, 앉으셔서 말씀하시죠.”

정태진의 친절한 응대에, 현우가 의자에 앉으며 용건을 말했다.

“아. 네. 자취방을 알아보려고 왔는데요.”

“위치랑 가격대는요?”

“이 근처면 되고요. 방이 따로 있으면 좋겠어요. 금액은 상관없으니 비싼 것부터 두루두루 보여 주시겠어요?”

“비싼 것이라면······.”

“월세 백만 원 대 정도도 크게 상관없어요.”

그 순간 정태진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젊은 손님답지 않게 왕건이가 들어왔다.

정태진이 친절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커피라도 한 잔 드릴까요?”


정태진은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 밀집 지역으로 현우를 안내했다.

정태진은 현우에게 몇 개의 집을 안내해 줬다.

몇 개의 집을 둘러본 후, 정태진은 마지막으로 제일 자신 있어 하는 방을 보여 줬다.

두 사람이 도착한 집은 쓰리룸 구조로 되어 있는, 굉장히 큼지막한 오피스텔이었다.

그곳에 들어가자 현우는 세심하게 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현우에게 충분히 방에 대해서 설명해 준 뒤, 정태진이 현우에게 물었다.

“어떠신가요?”

“좋네요. 보여 주신 방들 중에는 제일 나은 거 같아요.”

“그렇죠? 금액도 사천에 백이십인데, 사실 이것보다 비싼 방도 있기는 하지만, 혼자 여유롭게 사시기에는 이 정도가 딱 가성비가 맞을 거예요.”

“아. 그렇군요.”

“계약하실 건가요?”

현우는 정태진이 솔직하게 말해 주는 게 굉장히 고마웠다.

‘친절하네.’

보여 준 방 중에는 이 방보다 더 비싼 방도 있었고, 다른 비싼 방을 추가로 보여 줄 수도 있을 것인데, 솔직하게 이 방이 제일 적당하다고 말해 주는 것도 현우는 마음에 들었다.

그런 정태진의 친절은 여러 부동산을 돌아다녀볼 생각이었던 현우의 마음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네, 계약하겠습니다.”


계약이 끝난 후, 현우는 곧바로 이사를 진행했다.

전에 살던 집이 워낙에 좁았던 탓에, 짐이랄 것도 없었다. 그래서 현우는 이사도 금방 해치울 수 있었다.

이사가 끝나고 새 집에 들어서자, 현우는 높은 건물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도시의 야경은 마치 현우의 삶이 이렇게나 많이 변했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결국엔 이뤘네.’

언젠가 현우가 꿨던 꿈이 있었다.

바로 환한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신식 오피스텔에 작업실을 차리는 것이었다.

현우는 지금, 그 꿈을 이루고 있었다.


*


이사 후, 새 집에서 일주일의 시간 동안 현우는 늘어지게 휴식을 취했다.

그 시간 동안 현우는 집에서 하루 종일 잠을 자는 것을 시작으로, 친구들과 집들이를 하기도 했고, 혼자서 인터넷 레시피를 참고하며 요리를 해 먹어 보기도 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일주일이 흘렀다.

일주일의 휴가가 끝난 후, 현우는 스마트폰의 캘린더 앱을 보더니, 다영에게 연락을 했다.

“시간 좀 있어?”


며칠 뒤.

영화관 로비.

“네가 영화를 다 보여 주고. 이게 무슨 바람이 분 거야?”

다영이 팝콘 통을 끌어안은 채로 양손에 콜라를 들고 있는 현우를 보며 물었다.

그런 다영의 표정은 한없이 밝아 보였다.

“그냥. 너 이거 보고 싶다고 했었잖아.”

“짜식. 그런 것도 다 기억하고 말이야. 들어가자!”

다영이 먼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현우는 그런 다영의 걸음걸이를 뒤에서 보고는, 그녀가 꽤 신 나 있음을 느꼈다. 현우가 피식 웃었다.


영화광인 다영이 보고 싶어 했을 만큼, 영화는 꽤 재미있었다.

현우는 영화를 보고 난 뒤, 다영에게 근사한 점심 식사까지 대접했다.

그러자 점심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다영은 현우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오늘 진짜 무슨 날이야? 너 도대체 나한테 무슨 부탁을 하려고 이러는 건데? 이제 그만 속내를 털어놓으시지?”

다영의 추궁에 현우는 미소를 지으면서 운을 떼었다.

“나한테 여자 마음을 물어볼 사람이 너밖에 더 있어야 말이지.”

현우의 말에 다영이 헛웃음을 지으며 곧바로 반박했다.

“방구석 폐인이 여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와! 너 나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

“무시받기 싫음 집 밖으로 좀 나가시던가요, 글 밖에 모르는 작가님.”

“······그냥 무시 받을래.”

다영이 씨익 웃으며 현우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궁금한 여자 마음은 뭔데?”

“사실 곧 여동생 생일이거든.”

“아. 지우?”

“응. 이번 기회에 선물 좀 제대로 해 주고 관계 개선 좀 해 보고 싶은데 말이야. 내가 여자애 감성을 알아야 말이지.”

현우는 원래 동생 지우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그러던 두 사람의 사이가 나빠진 것은 지우에게 질풍노도의 시기가 찾아오면서부터였다.

사춘기 소녀의 감성에 제 앞가림 하지 못하고 빌빌거리며 사는 현우라는 오빠는 창피한 존재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이지.’

그렇기에 현우가 보기엔 지금이 관계 개선의 적기라고 할 수 있었다.

지우도 고등학생이 되어 사춘기가 어느 정도 지나가고 있었고, 현우 또한 더 이상 창피한 오빠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지우의 마음을 사느냐였다.

‘어렵다, 어려워.’

십대 소녀의 취향을 현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

현우에게 일련의 이야기를 다 전해 들은 다영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난 또 뭐라고.”

다영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만 믿어. 마침 잘됐다!”

“응? 뭐가?”

“여기 백화점 근처잖아?”

“여기서 선물 사게? 애 버릇 나빠질 텐데.”

“아니? 네 옷 사게.”

“······응?”


다영은 현우를 데리고 남성복 코너를 빙글빙글 돌았다.

현우는 여자와의 쇼핑이 힘들다는 것을 말로만 들었을 뿐 처음 겪어 보는 것이었는데, 정말로 굉장히 힘들었다.

그러나 한참 동안의 고생 끝에, 드디어 다영의 입에서 끝났다는 것과 비스무리한 말이 나왔다.

“대충 이만하면 다 된 것 같다.”

“······이렇게 입어도 안 이상해?”

“안 이상해.”

현우는 생전 처음 입어 보는 코디에 어색함을 느끼는 중이었다.

현우의 패션은 그가 평소에 입는 스타일에 비해서 조금 튀었다.

그러나 다영은 굉장히 만족하는 중이었다.

실제로, 지금 현우의 외모는 한층 돋보이고 있었다.

다영이 현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일단 네가 잘나 보여야 동생도 기가 확 살지.”

“······쓸데없이 나대려는 듯한 오빠라서 동생 기죽는 건 아닐지 모르겠네.”

“이 누나 말 믿어 인마.”

“네에네에.”

“자. 이제 머리 하러 가자. 근처에 내가 다니는 곳 있어.”

다영은 현우를 데리고서 자신이 다니던 미용실에 가더니, 곧바로 디자이너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이거랑 똑같이 해 주세요.”

디자이너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머어머. 잘 어울리겠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헤어 커트까지 끝나자 현우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느꼈다.

‘좀······ 바뀐 거 같은데?’

무언가 자신이 조금 달라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다영은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현우가 다영에게 말했다.

“고마워.”

감사 인사를 하는 현우에게 다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선물 사러 가자.”


*


며칠 뒤.

지우가 학교를 마치고서 친구들과 교실을 나서고 있는데, 그녀의 휴대폰이 진동을 했다.

지우의 오빠에게서 온 톡이었다.


[학교 앞 카페야. 수업 마치면 이쪽으로 와.]


‘오빠가?’

지우의 표정에 순간 당혹스러움이 번졌다.

그리고 그 순간. 그런 지우의 표정을 캐치한 지우의 친구가 그녀의 뒤편에서 몰래 그녀의 폰 화면을 훔쳐봤다.

“오빠? 오, 사진도 한 번 안 보여 주던 그 친오빠?”

친구의 말에 또 다른 친구가 물었다.

“왜? 뭔데?”

“지금 지우 오빠 카페 크리스에 있대.”

“헐 대박. 보러 가자!”

친구들의 호들갑에 지우가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이것들이!”

그러나 친구들은 지우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겠다는 듯 이미 앞장을 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지우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 오빠 거지꼴로 하고 왔을 수도 있다고!”

“걱정 마. 걱정 마. 우리가 바보냐? 알아서 눈치껏 잘생겼다고 해 드릴게.”

“그래. 그게 예의지.”

“그게 더 비참해, 이것들아.”


지우는 친구들을 집에 보내려고 했지만, 친구들은 기어코 카페까지 따라왔다.

카페에 들어간 친구들은 카페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친구들 중 한 명이 창가에 앉은 남자 한 명에게 시선이 꽂혔다.

“와! 분위기 어쩔?”

그녀의 말에 나머지 친구들의 시선도 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인정. 훈훈하다 진짜.”

“그러게.”

그렇게 지우의 친구들이 중얼거리자, 지우의 시선 또한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순간, 지우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지우는 그곳을 바라보다가 그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들이 훈훈하다고 말한 남성 또한 지우를 발견하더니, 반갑다는 듯 웃으면서 지우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왔어?”

그 순간, 지우의 친구들은 남자의 이목구비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어진 지우의 대답에서 그녀들은 기시감의 원인을 직감했다.

“응, 오빠.”


현우는 당황스러웠다.

“친구들도 같이 온 거야?”

지우가 자신을 만나는 자리에 친구들을 데려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탓이었다.

“응. 오빠 온다고 하니까 애들이 보고 싶다고 해서.”

‘그렇다고 해서 보여 줄 네가 아닐 텐데.’

현우는 속마음을 한편으로 미뤄 뒀다. 그가 웃는 얼굴로 지우보다 조금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 서 있는 지우의 친구들을 보며 말했다,

“데려와. 친구들도 커피 사줄게.”

“알았어.”

마지못한 척, 지우가 친구들을 데려왔다.

그러자 지우의 친구들이 수줍은 듯 다가와서 현우에게 꾸벅 하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세 사람의 인사에 현우가 웃으며 그들의 인사를 받아 줬다.

“그래. 안녕.”

현우는 지갑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낸 뒤 지우에게 건넸다.

“먹고 싶은 거 다 시켜서 와.”

현우는 혹여나 자신이 함께 주문을 하러 가면 동생과 동생의 친구들이 부담을 느낄까 봐 일부러 자신의 카드를 내밀었다.

“진짜?”

“응.”

“앗싸.”

지우가 카드를 받고서 친구들과 카운터로 갔다.

카운터 앞, 현우에게서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떨어졌을 즈음, 지우가 친구들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한 사람 당 케잌 하나씩이다.”

지우의 말에 친구들이 투덜거렸다.

“야. 우리가 무슨 돼지냐?”

“그래. 너무 한다, 진짜.”

그러나 친구들의 투덜거림에 지우가 코웃음 쳤다.

“돼지잖아, 이것들아.”

“······그건 인정. 그래도 오빠 앞인데 이미지 좀 지켜 주자, 친구야? 안 그럼 나도 오빠 앞에서 네 이미지 안 지켜 주는 수가 있다?”

이번에도 지우는 헛웃음을 지었다.

“너 오빠랑 내가 가족사인데, 지킬 이미지 따위가 있다고 생각하냐?”

“······내가 멍청했다. 오빠가 없어 봐 가지고.”

잠시 후, 지우와 친구들이 저마다 쟁반들 들고서 우르르 돌아왔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서 현우가 말했다.

“그걸로 되겠어? 더 시키지.”

현우의 말에 지우가 투덜거리듯 대답했다.

“이거면 돼. 오빠는 무슨 동생을 돼지로 아는 거야?”

“돼지가 아니라, 고등학생이면 한창 잘 먹어야 하는 시기니까 하는 말이지. 엄마가 너 다이어트 입에 달고 산다고 얼마나 걱정이 많으신지 아냐.”

“그거야 엄마가 너무 걱정이 많은 거고.”

“다이어트도 좋은데 몸 안 상하게 잘해.”

“알았어, 잔소리 그만해.”

남매의 투닥거림에 지우의 친구들은 당황했다.

그들이 흔히 알고 있는 오빠란 이런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지우의 친구 중 한 명이 현우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오빠는 대학생이세요?”

그런데 현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지우가 먼저 말했다.

“아니. 일 해.”

“헐 직장인이시구나. 그렇게 나이 차이 많이 안 나 보이시는데.”

이번에도 지우가 말했다.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서.

“직장인 아냐. 작가야.”

지우의 말에 친구들이 깜짝 놀랐다.

“자악가아?”

“어. 웹소설 작가야.”

“헐. 대박 멋있어.”

“예술가 느낌 나시더니. 어쩐지.”

지우의 친구들이 호들갑을 떨자 현우는 살짝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지우가 뿌듯해 하는 게 보였기에 그는 잠자코 있었다.

한동안의 호들갑이 잠잠해지고 나자, 지우가 현우에게 진즉에 나왔어야 할 질문을 뒤늦게 던졌다.

“그런데 오빠.”

“응?”

“여긴 무슨 일이야?”

“너 내일 생일이잖아. 보나마나 내일이랑 이번 주말은 친구들이랑 논다고 정신없을 게 뻔하니까 오늘 같이 보내려고 왔지.”

“오늘 나 학원 가야 하는데.”

“내가 허락 받아놨어. 하루 제껴도 된대.”

“헐! 진짜? 정말?”

“응.”

“대박! 앗싸!!”

“내일은 이 친구들이랑 노는 거야?”

“어? 응. 맞아!”

“용돈 보내 줄 테니까 내일 같이 맛있는 거 사먹고.”

현우가 지우의 친구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늘은 먼저 일어나 봐도 될까?”

지우의 친구들을 깜짝 놀라더니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그러세요!”

“그러세요, 오빠!”

“들어가세요!”

“고마워. 맛있게 먹고, 너희도 재미있게 놀다가 들어가.”

친구들의 허락을 받은 현우는 곧바로 지우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곧바로 카페를 나갔다.

두 사람이 카페를 나간 뒤, 지우의 친구들이 중얼거렸다.

“와······ 어떻게 저런 오빠가 존재할 수가 있지?”

“나도 엄마가 나 오 년만 늦게 낳······ 아니, 우리 오빠 오 년만 일찍 낳아 줘······ 아니, 이러나저러나 저건 불가능할 거 같은데?”

“작가라서 그런가, 소설 속 캐릭터에 나오는 오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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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5 20.02.19 6,168 157 11쪽
4 4화 +7 20.02.18 6,643 160 11쪽
3 3화 +9 20.02.17 7,206 148 9쪽
2 2화 +6 20.02.17 7,868 158 10쪽
1 1화 +9 20.02.17 10,435 1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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