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신재영
작품등록일 :
2020.0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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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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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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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DUMMY

29화



그날 이후로도 현우는 꾸준히 공부를 이어 나갔다.

그러자 현우는 생각의 중심축이 서서히 바뀌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현우는 무협 소설을 볼 때, 전과 달리 다른 시야로 보게 되었다.

무협이 기존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기존보다 재미 포인트도 더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또다시 한 달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그 후.

“이제 한 번 써 볼까.”

현우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


“재미있네.”

정명훈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감탄했다.

그는 지금 현우가 보내 온 원고를 읽는 중이었다.

‘한 달 만에 이게 가능하다고?’

아까 전, 한 달 만에 현우가 원고를 읽어 봐 달라고 했을 때, 명훈은 반신반의했다.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그의 생각은 보기 좋게 깨져 있었다.

한 달 전 현우가 보여 준 습작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원고가 도착해 있었던 것이었다.

“흐음, 이만하면 잘 팔리겠는데?”

냉정하게 말해서, 시장에 나간다면 명훈 자신의 글보다도 더 잘 팔릴 것 같았다.

그러나 명훈은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운 감상도 들었다.

‘시원시원하고, 선 굵고, 호쾌한 무협이다. 재미있어. 그런데······.’

그가 느끼기에, 현우가 쓰고 싶어 했던 이야기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명훈은 아주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 날.

현우의 작업실.

“네. 감사합니다, 형.”


-그래. 잘 읽었어.


“네, 들어가세요!”

명훈과의 통화를 끝낸 현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예상대로의 평가였지만, 호평은 언제 듣더라도 기분이 좋은 법이었다.

‘계획대로 써져서 다행이야.’

현우가 이번에 쓴 글은 무협 중 ‘무’라는 글자에 집중한 글이었다.

그는 패도적이고, 호쾌한 이야기 그 자체를 써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좋은 평가를 받아 냈다.

그러나 현우가 기분 좋은 이유는 단순히 글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제 진짜를 해 볼까.”

또 다른 이유는, 이번의 좋은 평가가 현우에게 또 다른 도전을 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었다.

현우는 드디어 자신이 안심하고 무언가에 도전해 볼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다.

‘명훈 형, 아쉬워하는 게 티가 났지.’

현우는 명훈과의 통화에서 그가 자신의 글에 조금 아쉬워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명훈이 자신에게 조금 더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것은, 현우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현우는 이제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줄 도전을 할 생각이었다.

‘협.’

무협을 이루는 또 하나의 글자.

현우는 이번에는 그 글자에 집중한 글을 써볼 생각이었다.

그가 이번 글을 나중으로 미룬 이유는 간단했다.

협이라는 글자를 중심으로 한 글이 요즘 트렌드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우는 사람 냄새가 진하게 나는 도가무협에 제대로 한 번 부딪쳐 볼 생각이었다.

‘할 수 있을까.’

그동안 써 왔던 글들 중에서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글일 거라고 현우는 확신했다.

하지만 현우는 두렵지도, 쓰기 싫지도 않았다.

‘이상하단 말이야.’

쓰기 어려운 글일지는 몰라도, 현우에게 이번 글은 쓰고 싶은 글이었다.

보여 주고 싶은 독자가 분명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분명히, 아버지는 이런 무협을 좋아하실 거야.’

“하자.”

현우가 키보드에 손을 올려놨다.

그가 작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장르에 도전을 시작했다.


그날 이후, 현우는 최선을 다해서 글을 써 내려갔다.

사람을 담아내야 하고, 감동을 줘야 하는 글이라는 것은 결코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현우는 그동안의 공부를 모조리 쏟아부어 가며 집필에 매진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힘들다······.’

현우는 철민의 유품을 물려받은 이후 처음으로 글 쓰는 게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현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자 모니터에 계속해서 나타나던 빨간색 밑줄이 차츰차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그 변화를 방향성 삼아 현우는 고민을 이어 갔다.

그 실마리를 붙잡고 늘어지자 현우의 글은 빠르게 완성도를 높여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됐다!”

현우의 글에는 마침내 파란색 밑줄이 나타났다.

현우는 그것을 보고서는 더 힘을 내서 글을 써 나갔다.


*


한 달 후.

명훈은 오랜만에 현우의 글을 받고서 깜짝 놀랐다.


[무당도담]


“어라? 새 글이잖아?”

그는 현우가 당연히 이전 글의 뒤편을 써서 보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우가 보낸 글은 지난번에 보낸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 글이었다.

‘지난번 것도 충분히 좋았는데······?’

순간 명훈은 기대감이 일었다.

굳이 새 글을 써서 보냈다는 것은 지난번 것보다 낫다는 뜻일 테니까.

명훈은 곧바로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그 글에 빠져들었다.

한 시간 뒤.

그 자리에서 쉬지 않고 한 권 분량을 전부 다 읽어 버린 명훈은 멍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더니 헛웃음을 지었다.

“와······ 도가무협을 이렇게 잘 쓸 줄이야.”

그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현우의 글을 읽었다.

명훈은 만족스러웠다.

명훈이 기대했던 현우의 모습, 진한 사람 냄새.

그것이 이번 작품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재 맞았네.”

천재.

명훈은 지금의 현우를 그것 말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시각.

“······세상에.”

김신욱 과장은 넋을 놓고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그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그 주변에 앉아 있던 다른 편집팀 직원들 또한 정신없이 박현우 작가의 글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직원들이 내린 평가는 일치했다.

“두 개 다 재미있어요.”

“저도요.”

“마찬가지예요.”

김신욱 과장은 자신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 멍하니 중얼거렸다.

“······도대체 어떻게 두 작품이나 준비하신 거지.”

그도 현우가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매번 놀라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현우가 매번 상상 이상을 보여 주기 때문이었다.

특히 무당도담이라는 제목의 도가무협은, 절대로 무협을 처음 쓴 사람이 세 달 남짓한 시간 만에 준비한 글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글이었다.

“진짜 대단하시다니까······.”


*


-편집팀 내부에서도 돌려 봤는데, 다들 재미있다고 합니다.


김신욱 과장의 말을 들은 현우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도, 명훈도, 무엇보다 모니터도 인정한 글이 마지막으로 편집부의 인정까지 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다는 건 이제 연재를 할 때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어떻게, 이 작품으로 연재하실 건가요?


“네. 그럴 생각이에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두 작품 동시 연재를 생각 중이신 거죠?


“네, 맞습니다.”


-그러실 것 같았습니다.


그때 현우가 김신욱 과장에게 궁금한 것을 솔직하게 물었다.

“두 작품, 성적은 어떨 것 같으신가요?”

현우의 질문에 김신욱 과장은 순간 대답을 망설이는 듯했다.

그러더니 그가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개인적으로는 무당도담이 전생무신보다 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판매는 전생무신이 안정적일 것 같습니다.


그 말은, 무당도담은 불안정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스타일 때문이군요.”


-네, 맞습니다. 아무래도 도가무협은 요즘 잘 팔리는 스타일은 아니니까요. 반면 전생무신은 호쾌하고 시원시원한 게 요즘 잘 팔리는 무협의 전형입니다.


“그렇군요.”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그리고 무당도담에 엄청난 공을 들인 현우의 입장에선 썩 달갑지 못할 수도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현우는 조금도 상심하지 않았다.

현우 본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 무협을 쓸 때에는 현우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보험 격으로 전생무신을 먼저 쓴 것이었다.

그러나 무당도담의 1권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현우는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생각들을 접어 두게 되었다.

‘재미있어. 분명히.’

트렌드에 맞느냐, 아니냐도 중요했다.

그러나 트렌드를 떠나서, 무당도담은 본질적으로 작가 본인이 보기에도 재미있는 글이었다. 작가 스스로가 만족스러운 글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전생무신의 1권에는 파란색 밑줄이 한 번 나온 반면, 무당도담의 1권에는 파란색 밑줄이 두 번 나왔다.

작가인 현우도, 편집자인 김신욱도, 모니터도, 전부 보험 격이었던 전생무신보다 모험 격인 무당도담을 더 재미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궁금하네.’

결과는 이제 곧 연재를 시작하면 알 수 있게 될 터였다.


얼마 후.

전생무신과 무당도담은 노블 큐브에서 무료 연재를 시작했다.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현우의 전작을 읽은 독자들이 두 글에 몰려들었다.


-와 벌써 신작 연재임?

-무협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했다

-동시에 두 개나 ㄷㄷ 대박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무협이라······ 전작은 재미있게 읽었다지만, 무협은 재미있으려나.

-222 나도 무협은 안 읽어서······

-저도 그렇긴 한데 작가님 믿고 한 번 달려봅니다.


긍정부터 부정까지. 독자들에게서는 다양한 반응들이 나왔다.

그렇게 첫 시작이 끊어진 상황에서,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관심은 두 개의 글에 공평하게 쏟아지지 못했다.


*


일주일 뒤.

“역시라면, 역시인가.”

현우는 모니터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98. 철민 - 전생무신]


연재 일주일 차.

현우의 전생무신이 무료 투데이 베스트에 진입했다.

굉장히 빠른 진입이었고, 순조로운 출발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걸로 현우는 전생무신의 연재에 대해서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나머지 하나는······ 어렵단 말이지.”

전생무신은 오늘 투데이 베스트에 진입한 반면, 무당도담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무당도담은 전생무신 성적의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같은 편수, 같은 기간을 연재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당도담은 전생무신에 비해 성과가 확연히 나쁜 셈이었다.

그러나 현우가 ‘나쁘다’라는 표현이 아닌, ‘어렵다’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정말로 무당도담의 성적을 해석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당도담은 적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독자들이 굉장히 열혈이었다.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아 오늘도 힐링하는 기분 ㅋㅋㅋㅋㅋ

-이런 글 진짜 얼마만이냐 퓨ㅠㅠ


무당도담은 독자들의 수에 비해 덧글도 굉장히 많이 달렸고, 추천도 많이 찍혔다.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

현우는 자신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성공하면, 트렌드를 넘어선 게 될 텐데.’

현우는 지금 작가 인생에서 거대한 벽을 두 개 마주한 기분이었다.

하나는 무협이라는 벽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트렌드라는 벽이었다.

현우는 만약 이 두 개의 벽을 이번 기회에 넘어서는 데 성공한다면, 자신이 작가로서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기대를 품고서, 현우는 두 작품의 연재 성적을 계속해서 지켜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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