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신재영
작품등록일 :
2020.0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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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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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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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DUMMY

30화



일주일 후.

현우가 카페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다영이 은근한 어조로 현우를 불렀다.

“야.”

“왜.”

“그래서 청화는 엄마가 누구야? 살아 있어?”

다영은 이번에도 현우의 글을 둘 다 읽고 있었다.

그리고 현우는 그녀가 둘 중 무당도담을 확실히 재미있게 읽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녀의 입에서 언급되는 소설은 거의 대부분이 무당도담이었기 때문이었다.

“스포일러를 해 줄 거라고 생각하냐.”

“치사하긴.”

“재미있나 보다? 너 이렇게 나한테 캐묻고 한 적 거의 없잖아.”

“응, 재미있어! 난 무협이 이런 이야기인 줄 전혀 몰랐거든. 그런데 되게 따뜻해서 보기 좋아!”

그런데 그렇게 말하던 다영이 갑자기 걱정스런 표정이 됐다.

“근데 너 이거 계속 쓸 거야? 성적은 그냥 그런 거 같던데······.”

그냥 그런 수준이 아니라, 전생무신과 비교하면 무당도담의 성적은 굉장히 안 좋은 수준이었다.

진즉에 투데이 베스트에 진입한 전생무신은 빠르게 랭킹을 치고 올라가고 있는 반면, 아직도 무당도담은 투데이 베스트조차 진입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전생무신은 진즉에 출판사로부터 컨택 쪽지까지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면에 무당도담은 아직 단 하나의 컨택 쪽지도 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현우는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응, 연재 계속할 거야. 걱정하지 마.”

오히려 그는 일주일 전보다 무당도담에 대해서 더 확신이 붙어 있었다.

무당도담은 확실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렇게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 많은 글이라면, 가능성은 충분해.’

현우는 투데이 베스트에만 들면 분위기 반전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연재를 하겠다는 말에 다영이 현우를 격려했다.

“그래? 잘됐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글이니까, 분명 더 많은 사람들이 볼 거야!”

그녀가 격려를 하자, 현우는 미묘하게 조금 더 안심이 됐다. 그녀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 다영은 생각보다 글을 잘 보는 편이었으니까.

“그래, 고마워.”


그리고 며칠 뒤.

무당도담은 런칭 20일차가 됐을 때 비로소 무료 투데이 베스트 100등에 간신히 진입했다.

그리고 현우의 생각대로, 그때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


“됐다.”

현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베스트 랭킹에 전생무신과 무당도담이 둘 다 선명하게 박혀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는 안 먹어도 배가 부른 심정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두 작품의 인기는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나, 둘 중 무당도담은 현우의 기분을 한껏 업 되게 만들었다.

무당도담은 베스트에 진입하자마자 전생무신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랭킹이 치솟았다.

김신욱 과장과 정명훈까지 깜짝 놀랄 정도의 폭발력이었다.

그리고 이때 즈음부터, 무당도담에 대해서도 출판사들의 컨택 쪽지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팀 플렉스 미디어입니다.

-도서출판 한빛입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재미있게 읽고 연락드렸습니다.

-WE미디어입니다. 무당도담을 읽고 연락드립니다.


무당도담의 성적이 전생무신보다 낮음에도, 출판사들이 찾는 빈도수는 전생무신보다 무당도담이 조금 더 많았다.

출판사들까지 무당도담의 상업적 잠재력에 대해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그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비로소 현우는 무당도담에 대한 걱정을 완전히 떨쳐 낼 수 있었다.

‘이건 될 글이야.’

그날 이후 현우는 연재를 계속 이어 나갈지 여부에 대한 고민을 지워 버리고, 뒷이야기를 쓰는 데에만 집중했다.

두 글, 특히 무당도담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현우는 영혼을 갈아 넣는다는 심정으로 집필을 이어 갔다.

마침내 일주일 뒤.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형.”


-기어코 1위를 먹는구나.


명훈의 목소리를 들으며 현우는 모니터를 바라봤다.


[1위. 철민 - 전생무신]


모니터에는 선명하게 전생무신이 1위라고 찍혀 있었다.


-이제 1위 먹었으니까 본격적으로 독자들 유입 더 들어오겠네.


“그러길 바라야죠. 하하.”


-고생한 거 빛을 봐서 다행이다.


“형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내가 도와주긴. 비축은 잘 쌓아지고 있어?


“빡세긴 한데, 꾸역꾸역 해내고 있긴 해요.”


-그래. 고생하고.


명훈은 바쁜 현우를 오래 붙들고 싶지 않았는지, 얼른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런 그의 마음이 느껴졌기에 현우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좋은 형이야.’

형우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키보드를 붙잡았다.

‘어떻게든 해야 해.’

현우는 전생무신의 비축분을 다 써놓은 뒤, 무당도담 연재분 집필에 매달리는 중이었다.

그의 목표는 2권에서도 파란색 밑줄을 두 번 뽑아내는 것이었다.

‘반드시 해내고야 만다.’

현우가 투지를 불태우며 스토리 라인을 고치고, 또 고쳤다.


그리고 사흘 뒤, 현우의 전생무신은 다른 글에게 1위의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1위. 철민 - 무당도담

2위. 철민 - 전생무신]


무당도담이 1위를 차지한 것이었다.

그리고 무당도담이 1위를 차지하자, 무당도담의 덧글창은 폭주했다.


-1위 축하드려요 작가님!

-철민이 철민을 이겼다ㅋㅋㅋㅋ

-와 이 글로 1위라니 진짜 의미있는 듯

-ㅇㅈ 그러니까 연참좀


덧글들은 1위를 축하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다른 글들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됐다.’

현우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 그러나 동시에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싶었던 그림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유료화뿐이었다.

그렇게 현우의 글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이후, 전생무신과 무당도담은 곧바로 유료화에 돌입했다.


*


유료 전환 이틀 뒤.


-작가님! 전생무신 네 플랫폼 합산 최신화 13000 넘겼습니다!


김신욱 과장의 말에 현우는 환하게 웃었다.

‘대박이다.’

전작인 나 혼자만 대마도사의 성적이 9000이었다. 그것보다 훨씬 잘 나온 셈이었다.

그러나 현우의 궁금증은 아직 남아 있었다.

“무당도담은 어떻게 됐나요?”

현우는 설레는 심정으로 김신욱 과장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현우의 기대는 제대로 응답받았다.


-놀라지 마세요. 무당도담은 18000 넘겼습니다!


그 순간 현우의 입이 벌어졌다.

‘만팔천?’

엄청난 수치였다. 전작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순간 현우는 해냈다는 생각에 머리끝까지 희열이 치고 올라왔다.

‘됐다!’


-축하드립니다, 작가님.


“아닙니다. 잘 팔아 주신 덕분입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글이 좋고, 연재 성적도 좋아서 잘 팔 수 있었던 겁니다. 특히 무당도담은 플랫폼 측에서도 다양성 때문에 반겼던 글이고요.


“그렇군요.”


-그래도 도전하신 게 좋은 결실을 맺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만약 안 좋게 끝났을 걸 상상하면 어후, 아찔하네요.”


-비축분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으십니까?


현우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두 작품 다 백 화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역시 손이 빠르셔서 연재 걱정 하난 할 필요가 없군요.


“내일까지 수정 마치고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현우는 기분 좋게 통화를 마쳤다.

통화를 끝낸 후 그는 무당도담의 덧글창을 들어가 봤다.

그곳은 들어가 볼 때마다 현우를 기분 좋게 만들어 줬다.

현우는 이 독자들 한 명, 한 명이 너무 고마웠다.

그들이 바로 현우의 무모한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어 준 사람들이었다.

그 덕에 그는 효도다운 효도를 할 수 있었다.

‘진짜 고맙네.’

그리고 이제는, 가장 소중한 독자를 챙길 때였다.

현우는 스마트폰으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아빠. 바쁘세요?”


*


성남의 한 고깃집.

“더 좋은 거 사드린다니까요.”

“이거면 돼.”

현우는 자신의 아버지와 가벼운 언쟁을 하며 고기를 굽고 있었다.

‘삼겹살보다 좋은 거 얼마든지 사드릴 수 있다니까.’

근사한 음식을 대접할 생각이었던 현우는 굳이 삼겹살을 고집하시는 아버지의 생각을 꺾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앉은 테이블에는 가벼운 언쟁이 끝난 이후로 별다른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부자끼리 단둘이 있을 때 흐르는 어색함이 나타난 것이었다.

현우는 그것을 모른 척 덤덤하게 고기를 굽고, 고기가 다 구워졌을 즈음 주문해 놓은 소주병을 따서 아버지와 자신의 잔을 채웠다.

“자.”

“네.”

챙-.

두 사람의 잔이 부딪치고, 식사가 시작됐다.

식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어색함은 계속됐다.

그렇게 별다른 말없이 식사를 하는 동안, 현우는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제 신작 보셨어요?’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현우의 아버지가 입을 뗐다.

“이번 신작, 재미있더라.”

“읽어 보셨어요?”

“응. 무협을 쓸 예정이라서 나더러 기대하라고 한 거였냐?”

현우는 막상 거기에다가 대고 ‘아버지를 위해서’라는 말을 하는 게 어색했다.

“뭐, 그렇죠.”

현우가 머쓱하게 웃으며 고기를 집어 먹었다.

그런데, 현우의 아버지가 현우에게 말했다.

“고맙다. 네 덕분에 요즘 하루하루가 네 글 기다리는 맛에 산다.”

현우는 아버지의 말에 감동받았다.

순간 그는 그동안 무협이라는 장르에 도전하고, 그 안에서 또 도가무협이라는 어려운 글에 도전하면서 느꼈던 스트레스들이 씻은 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현우의 아버지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자, 현우도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무협은 아버지 때문에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러냐?”

현우의 아버지는 짐작이라도 한 듯 덤덤한 어조로 되물었다.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효도라는데, 작가인 제가 아버지를 위한 글을 쓴다는 게 얼마나 근사한 효도예요.”

현우의 아버지는 그 말을 한참 동안 곱씹었다.

그 후, 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내가 지금껏 친구들한테 자식 자랑을 숱하게 들어 봤지만, 내가 너한테 받은 것보다 더 근사한 효도 선물을 받아 본 놈은 없는 것 같다.”

현우의 아버지가 현우의 잔을 채워 주며 말을 이어 갔다.

“나는 글이라는 건 잘 모른다만,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쓰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건데, 정말 고생 많았고, 정말 고맙다.”

“아니에요. 더 좋은 글을 쓰고, 발전하려면 당연히 계속 고민해야죠. 아버지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결과도 더할 나위 없이 좋고요, 지금.”

“돈 많이 버냐?”

“삼겹살 말고 훨씬 더 비싼 것을 실컷 사드릴 수 있을 만큼은 벌어요.”

“아서라. 네 엄마 두고서 그런 거 먹으면 양심에 찔려서 속에서 얹힌다.”

“그래서 삼겹살 먹자고 하신 거였어요?”

“그래서이기도 하고, 네가 고생해서 번 돈 쓰게 하기 싫기도 하고.”

“이제 그런 거에 부담 느끼실 필요 없다니까요.”

“네가 나중에 애 낳아 봐. 그게 되나.”

현우의 아버지가 피식 웃으며 잔을 들었다.

현우 또한 아버지를 따라서 잔을 들었다.

두 사람의 잔이 부딪쳤다.

그리고 그날.

두 사람은 조금 과음을 했다.

술이 워낙에 달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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