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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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영
작품등록일 :
2020.0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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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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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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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DUMMY

21화



‘쉽지 않네······.’

현우는 모니터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모니터에는 요 며칠, 그가 죽어라 키보드를 두드린 결과물들이 쌓여 있었다.

그러나 그 결과물들은 하나같이 현우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들 현우의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었다.

그때였다.

우우웅.


[CNA미디어 김신욱 과장님]


현우는 진동하는 스마트폰의 화면에 김신욱 과장의 이름이 보이자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과장님.”


-네, 작가님 통화 가능하세요?


“네, 말씀하세요.”

현우는 그의 용건을 짐작하고 있었다.


-보내 주신 원고들은 전부 다 읽어 봤습니다.


현우는 답을 어느 정도 짐작한 채로 물었다.

“어떤가요?”


-재미있어요. 재미있는데······


김신욱 과장이 말끝을 흐렸다.

김신욱 과장은 정말 현우가 보낸 글을 재미있게 읽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가 말끝을 흐린 이유는, 며칠 전 현우가 글을 보내며 내건 조건 때문이었다.


-전작들과 비교해서는······ 솔직히 더 낫다고 말씀드리기는 힘들 것 같아요.


‘역시.’

현우는 김신욱 과장 또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많은 고민이 담겨야 하는데, 그걸 해내지 못하고 계신다는 느낌을 계속 받아요. 그건 설정이 될 수도 있고, 캐릭터가 될 수도 있고, 사건이 될 수도 있어요.


“알겠습니다. 조금 더 고민해 볼게요.”

현우가 전화를 끊은 뒤,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전작보다 나은 글이라······.’

확실한 목표였지만, 그 목표는 좀처럼 손에 잡히질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동안 항상 정답을 제시해 주던 USB가 더 이상 나침반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항상 USB 안에 정답이 존재했다. 분석된 자료들을 읽으면서 이전보다 더 나은 소재와 전개를 구상할 수 있었고, 그 덕에 현우는 귀환자의 헌터 일기와, 회귀자가 다 해먹는 법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현우는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회귀자가 다 해먹는 법을 완결 낸 지금, USB를 붙잡고 늘어져서 나오는 글은 지금껏 써 온 글과 큰 차이가 없는 글뿐이었다.

‘이건. 여기까지인 건가······.’

이제는 USB의 도움 없이 글을 써야 하는 시기가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것은, 절대 쉬운 길이 아니었다.


“흐음.”

전화를 끊은 김신욱 과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이번에 현우가 보낸 원고가 있었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이번에 현우는 그에게 총 네 개의 작품을 보냈었다. 그러나 네 작품 다, 김신욱 과장의 눈에는 전작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였다.

‘손 빠른 작가의 한계인 건가······.’

손이 빠른 작가는, 그만큼 한 글자에 담긴 고민의 무게가 가벼운 게 일반적이었다.

현우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는 것을 느낀 김신욱 과장은 자신이 도울 것은 없는지 고민을 시작했다.


*


“후우.”

현우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자 다영이 그런 현우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요즘 무슨 문제라도 있어?”

“응? 어. 글이 조금 애를 먹이네.”

현우가 쓴웃음을 짓자, 다영이 씨익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럼 오늘 한 잔 할까?”

“응?”


챙-.

두 사람의 잔이 부딪쳤다.

현우는 술을 들이켜자, 답답했던 속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다영은 현우의 기분을 풀어 주고 싶은지, 계속해서 말을 꺼냈다. 그렇게 대화가 이어졌고, 두 사람 사이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야. 너 기억나? 자소서 다들 너한테 검사 받더니, 나중에는 아예 선생님이 대놓고 너한테 검사 받고 가져오라고 했던 거?”

“그때 살얼음판 걷는 기분이었다. 대입 떨어지고 나서 내 탓 하면 어쩌나 하고.”

“야. 그래도 그때 네가 글에 재능이 있구나 하고 처음 제대로 느꼈지.”

“그건 그렇지.”

그렇게 대화의 주제는 현우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다영이 꺼낸 고교 시절 현우가 친구들의 자소서를 첨삭해 주던 것에서 시작해서, 고교 시절을 지나 이십 대 시절로 흘러갔다.

그렇게 대화가 한차례 진행되고, 다영이 만화를 그만둔 것을 후회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즈음, 다영이 현우의 잔에 술을 따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현우야.”

“응?”

“나도 한때는 예술가였으니까. 글에 대한 고민거리가 있으면 나한테라도 털어놔 봐. 혹시 알아?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그녀의 진지한 태도에 현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웃지 말고오.”

“아. 미안. 그런데 그렇게 거창하게 말해 버리면, 입이 안 떨어지잖아. 별거 아닌 걱정거린데.”

“야. 일 문제가 별거 아닐 수가 있냐?”

“그런가.”

이렇게까지 편하게 말할 수 있게 해 주는데, 말하지 않으면 그것 또한 예의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현우는 피식 웃으면서 고민거리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다른 건 아니고, 신작 구상할 때 항상 하던 방식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안 돼서 신작이 잘 안 써지네.”

현우는 자신이 신작을 어떤 방식으로 구상하는지, 그리고 지금은 그 방식으로는 계속해서 거기서 거기의 글만 나오고 있다는 것까지 설명했다.

그런데, 심각한 표정으로 가만히 생각하는 듯하던 다영이 현우에게 나직이 말했다.

“이건 아무리 봐도 네 환경이 더 이상 너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거 같은데.”

“응?”

“그동안은 USB를 포함해서, 글을 연구하는 네 환경이 네 발전을 감당해 왔다면, 이젠 그렇지 못하다는 거지. 뭐랄까······ 이럴 때에는 네 노력 부족을 탓할 게 아니라,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게 정답일 수도 있어. 예를 들자면······ 그 USB.”

다영이 굉장히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되게 소중한 물건이라는 건 알겠는데, 더 이상 거기에 얽매이면 안 되는 거 아닐까?”

현우는 다영 또한 자신과 똑같은 의견을 제시하자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건가······.’

철민의 노력이 들어간 결실이었다. 가급적이면 끝까지 활용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우는 다영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다영이 현우를 설득하기 위해 이어서 한 말이 현우의 귀에 세게 꽂혔다.

“그 USB에 들어간 내용이 그대론데, 네가 너무 성장해 버렸잖아.”

현우는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 되물었다.

“······응?”

“너만 변하고 성장해서, 더 이상 그게 너한테 도움이 안 되는 거일지도 몰라.”

현우는 가만히 있다가 그녀에게 말했다.

“······잠깐만.”

현우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현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내가 발전하고 변하는 동안, USB는 그대로여서 문제라는 거지?”

“······그렇지?”

그 순간 현우는 자신이 틀에 갇혀서 이 문제의 가장 간단한 해결 방법을 시도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우가 다영의 손을 붙잡았다.

“고마워. 네 덕분에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아.”

“응? 아······ 그래? 다행이다.”

순간 살짝 놀란 것 같던 다영은, 이내 편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 현우는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현우는 곧바로 노블 큐브에 접속해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 후, 소설을 읽은 뒤 현우는 철민의 USB폴더 속 파일을 열었다.

파일에는 방금 전 현우가 읽은 소설에 대한, 철민의 분석이 일목요연하게 되어 있었다.

그것들을 보며, 현우가 심호흡을 한 뒤 중얼거렸다.

“······시작해 볼까.”

현우가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았다.

타닥! 타다닥!


[-이 부분은 생각보다 주인공의 어필이······]


현우가 곧바로 철민이 정리한 부분의 아래에 자신의 소감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USB의 내용이 지금의 나에게 부족하다면, 내가 직접 이걸 업데이트 하면 돼!’

수많은 소설의 특장점들을 망라해 놓은 데이터베이스인 이 USB폴더는, 현우로선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메리트를 가지고 있었다.

부족하다면 버리기보다 보완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잠시 후, 한 개 소설에 대한 현우만의 정리가 완성되었다.

‘괜찮은데? 나쁘지 않아!’

현우가 방금 한 정리는 철민이 해 놓은 정리보다 나은 점이 있었다.

철민이 글 분석에 뛰어난 능력이 있었다지만, 소위 팔아 본 감이라는 것이 생긴 지금의 현우는 또 다른 시각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철민이 그동안 공들여 여러 차례에 걸쳐 한 정리가 무의미해진 것 또한 아니었다.

두 사람의 관점이 담긴 파일은, 더 풍성하게 소설 하나를 분석하고 있었다.

‘됐다. 이거면 길이 보여!’

현우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았다.

그는 곧바로 다음 소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그 후 한동안, 현우는 소설을 미친 듯이 읽고, 미친 듯이 분석하며, 분석글을 작성하는데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


한 달 후.

훨씬 길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현우가 중얼거렸다.

“해 볼까.”

무협 소설에서는 폐관 수련이라는 용어가 존재했다.

현우는 마치 자신이 그 폐관 수련을 하고 나온 것 같았다.

지난 한 달 동안, 현우는 무수히 많은 글을 읽었다.

그 결과, 철민의 USB에는 상당량의 파일에 대부분 현우의 코멘트가 업데이트 되어 있었다.

그리고 현우의 컴퓨터 폴더에는 무수히 많은 습작들이 쌓여 있었다.


[습작 1. 습작 2. 습작 3. ······]


하나같이 현우가 글들을 정리하면서 잡은 실마리들을 직접 쓰면서 연습을 위해 쓴 습작들이었다.

습작들 전부가 조금 더 나은 특성, 실력을 가지기 위해 현우가 한 도전들이었다.

무수히 많은 독서, 무수히 많은 습작, 이 두 가지가 지난 한 달 동안 현우가 한 폐관 수련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현우는 그 덕에 한 단계 도약했다는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연재할 글을 써 보자.”

현우는 상업적으로도, 작품적으로도, 이전보다 더 나은 글을 쓸 자신이 섰다.

현우는 최선을 다할 글을 쓰겠다는 일념으로, 차분하게 신작의 소재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나한테 지금까지 부족했던 것······.’

현우는 USB에 새롭게 업데이트 된 내용들을 전반적으로 훑어봤다.

그건 다름 아닌 인간관계였다.

사건이 터지고, 주인공에게 무언가가 주어지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전개는, 과거에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과거에는 주변의 인간관계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꾸며 내는 것에는 부족함을 보였었다.

‘이걸 제대로 보완하자.’

현우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소설 속의 세계관들을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계관과 캐릭터에 대한 설정을 구체적으로 짠 뒤, 현우는 곧바로 이야기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변화를 주면서 글을 쓰자, 글에 빨간색 밑줄이 곧잘 생겨났다. 그러나 현우는 그것들을 치열하게 지워 나가면서 꾸역꾸역 글을 써나갔다.

그러자 그 스스로가 보기에도 썩 재미있는 글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거야!’

현우는 신이 나서 더 열심히 글을 써나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현우는 한 가지 확신이 서기 시작했다.

이 글은, 지금껏 자신이 쓸 글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글이라고.

그리고 이 글을 쓰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자, 글에 빨간색 밑줄도 자취를 감추고, 글을 쓰는 속도도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20화 즈음이 되자, 제대로 판이 깔린 상태에서 사이다가 폭발하는 장면이 나왔다.

현우가 신 나게 그 부분을 쓰고 있을 때였다.

‘어? 갑자기 왜 또 밑줄이야?’

본문의 밑에 밑줄이 그어졌다.

그런데 잠시 후, 현우는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 본 것인가 싶었다.

‘색이······ 다른데?’

이번에 그어진 밑줄은, 빨간색이 아니라 파란색 밑줄이었다.

현우는 혹시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싶어서 황급히 쓴 부분을 체크했다.

그러나 방금 전에 쓴 부분은, 눈을 씻고 봐도 문제는커녕, 오히려 재미가 폭발하는 부분이었다.

자신 있는, 이 글에서 제일 재미있는 장면이라고 해도 될 부분이었다.

‘잠깐만.’

현우는 속으로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색도 빨간색의 정반대 의미로 쓰이는 파란색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현우가 중얼거렸다.

“이거······ 설마 재미있다는 뜻인 거야?”

현우가 멍하니 모니터에 뜬 파란색 밑줄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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