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신재영
작품등록일 :
2020.0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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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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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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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DUMMY

[입금 : CNA미디어 1,934,000원]


집에 돌아가자마자 현우는 입금 알림을 보고서 미소 지었다.

선금인 계약금 200만원에서 3.3퍼센트를 제하고 나머지 돈이 들어온 것이었다.

‘칼 입금 오지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가겠다고 미리 말해 두는 건데.’

이렇게 돈이 들어오니, 현우는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현우는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통화가 연결되자 현우가 살갑게 말했다.

“어, 엄마. 왜긴. 같이 저녁 먹자고 전화했지.”


*


성남의 한 갈비집.

그곳에서 현우와 부모님은 단란하게 앉아 있었다.

“지우는?”

현우가 보이지 않는 동생에 대해 묻자, 현우의 어머니가 대답했다.

“학원에서 아직 안 왔어.”

그러나 현우는 어머니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사춘기 한 번 길게 가는군.’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인 현우의 늦둥이 동생은, 후줄근한 차림새의 부모님과 오빠들 틈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 창피하다고 안 나온 것이 분명했다.

“어쩔 수 없지. 지우는 다음에 사 주고 우리끼리 맛있게 먹자.”

현우는 열심히 갈비를 구워서 중간 중간에 계속 아버지와 어머니의 앞접시에 얹어 놨다.

“어서 드세요.”

현우의 말에 현우의 아버지가 말한다.

“네가 먹어야지. 집게 달라니까.”

“오늘은 제가 사는 거니까 어서 드시래두요.”

현우가 계속 재촉하자, 현우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마지못해 젓가락질을 시작하셨다.

현우는 부모님께서 음식을 드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 자신의 마음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것 같았다.

부모님께서 충분히 식사를 하셨다 싶을 무렵, 현우도 자신이 구운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갈비라니.’

현우는 자신이 고기를 먹고 있으면서도 지금 상황이 꿈만 같았다.

그는 돼지고기는커녕 치킨 한 마리를 사 먹는 것에도 벌벌 떠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지금 삼겹살도 아니고 부모님께 돼지갈비를 사 드리러 왔다는 사실이 현우는 너무 기분 좋았다.

그렇게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자판기 커피로 입가심을 하고 있을 때였다.

현우는 스마트폰을 두드렸다.


[송금]


현우는 송금 버튼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현우의 어머니에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뭐지?’

현우의 어머니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순간, 현우의 어머니가 깜짝 놀랐다.

“······현우야?”

“용돈 조금 넣어 드렸어요. 편하게 쓰세요.”

“용돈?”

현우의 아버지가 의아해 하면서 현우의 어머니를 바라봤다.

현우의 어머니가 현우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얘가 백만 원이나 보냈어.”

“······뭐?”

현우의 아버지가 그제야 현우의 어머니와 똑같은 표정이 되었다.

현우의 아버지가 현우에게 물었다.

“이 돈 어떻게 번 건지 물어봐도 되겠니?”

“글 써서 번 겁니다, 아버지.”

그 순간 현우의 아버지의 표정에 이채가 어린다. 그건 현우의 아버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빠. 아빠 아들, 이제 글로 꽤 먹고살 수 있게 됐어요.”

현우는 자신이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현우의 아버지는 여타 다른 무뚝뚝하고 고지식한 다른 아버지들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현우의 아버지는 혹시라도 현우에게 부담이 될까 싶어 단 한 번도 그에게 ‘글 쓰는 건 잘되냐.’ 같은 류의 질문을 한 적이 없는 분이셨다.

그저 언젠가 잘되면 알아서 잘됐다고 자랑하겠거니 하며 기다리셨을 게 분명했다.

그 기간이 어느덧 십 년에 가까웠다.

부모의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속이 썩어 들어갔을 것이었다.

“아빠, 엄마, 이제 아들 걱정 좀 덜어도 될 거 같아요.”

“잘됐네······ 잘됐어······.”

현우의 어머니는 잘됐다는 말만 연신 되풀이했다.

현우의 아버지는 가만히 현우의 눈만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잠시 후, 현우의 아버지가 말했다.

“눈빛이 건강해졌구나.”

“······그런가요?”

“그래.”

현우의 아버지는 흡족한 표정으로 현우를 바라보더니, 그의 이름을 불렀다.

“현우야.”

“네.”

“우리 세대야 다들 꿈이 있어도 형편이 못 따라 줘서 꿈을 못 이루고, 그거 때문에 한이 맺히는 세대였지만, 너희는 꿈이 없어서 고민하는 세대라잖냐. 난 네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열정을 쏟을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다고 할 때에도, 취업을 못하고 있을 때에도, 단 한 번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고 기다려 주셨던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가 이런 생각을 해 주고 계셨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래서 부모님의 마음은 헤아릴 수가 없다고 하는 건가······.’

현우는 마음이 울컥했다.

“······네.”

“그렇게 네가 지금까지 쏟은 시간은, 분명히 네 인생에 둘도 없는 경쟁력이 되어 줄 거다. 지금에서야 뒤늦게 네가 개화하는 거지만, 넌 그럼 분명히 더 오래, 멀리 갈 수 있을 거야.”

현우의 아버지가 술잔을 들며 말했다.

“축하한다.”

현우는 공손히 자신의 잔을 들어서 아버지의 잔에 부딪쳤다.

현우가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술을 들이켰다.

“이제 시작일 테니, 앞으로도 힘든 일이 많겠지만, 힘내라.”

아버지의 진지한 격려에 현우는 마음속에서 힘이 샘솟았다.

“다음번에는 더 잘돼서 소고기로 사 드릴게요.”

“짜샤. 아빠 아직 너한테 부양받을 나이 아냐.”

그렇게 말했지만, 현우의 눈에는 아버지의 옅은 주름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현우는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그런가요. 그럼 우리 같이 내는 걸로 하고, 엄마 사줄까요?”

“그건 좋지. 네 엄마가 제일 고생했으니까!”

두 남자의 말에 현우의 어머니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나는 맛있는 거 먹을 자격이 있지! 하하하!”

가족들의 화목한 웃음소리가 현우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갔다.


*


다음 날.

현우는 어머니께서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 주신 아침밥을 먹고, 양손 가득 싸주신 반찬을 들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현우는 곧바로 김신욱 과장에게 그동안 써놓은 원고를 전송했다.


[메일 보내기]


메일을 보낸 현우가 냉장고를 열어서 반찬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얼마 안 가서 현우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우웅. 우우웅.


[CNA미디어 김신욱 과장님]


현우가 전화를 받자마자 흥분한 목소리가 수화기릍 통해 들려왔다.


-작가님! 이, 이걸 언제 다 쓰신 거예요?


김신욱 과장의 반응은 현우가 예상했던 것이었다.

“과장님이랑 원고 이야기 한 이후부터 스토리가 술술 나오더라고요.”


-하하하. 그래도 그렇죠. 백오십 화까지 언제 다 쓰셨어요?


150화. 그것이 현우가 보낸 원고의 진도였다. 그리고 현재 귀환자의 헌터 일기는 44화가 연재 중이었다.

약 100화가량을 더 써서 보낸 셈이었다.

그리고 이 작업을 하는데 현우가 걸린 시간은 단 열흘이었다.

보통의 작가들이 100일 걸려서 작업하는 양을 현우는 열흘 만에 해치운 것이다.


-와, 대단하세요. 아무튼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작가님.


그리고 현우가 이렇게 원고를 쌓아 놓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닙니다. 과장님 덕분이에요.”


-아니에요.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


자연스럽게 현우가 김신욱 과장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유료화 일정에 대한 질문을 꺼냈다.

“과장님. 유료화 일정은 어떻게 잡히고 있나요?”

당황하고 있던 김신욱 과장은 현우의 질문에 다급히 정신을 차리고선 대답을 내놨다.


-다음 주 토요일로 잡아 놨습니다. 노블 큐브, 와이 북스, 마이 페이지, 허니 스토리 네 곳 다 오픈 기념으로 보름 50화 무료 프로모션 준비 중이고요.


‘프로모션이라니.’

전작은 노블 큐브 바깥으론 나가지도 못했다. 안 팔려서 외부 플랫폼에서 받아 주지도 않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외부 플랫폼에서 유료 런칭 기념 프로모션까지 전부 다 대기 중이었다.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현우는 이걸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프로모션 빨 최대한 빨아먹어야지.’

무료 연재 시장이 2부리그라면, 유료 연재 시장은 1부 리그와도 같았다.

무료 연재 시장에서 시장성을 검증받은 작품들이 유료화를 진행한다. 그 말은, 유료연재 시장에는 무료 연재 투데이 베스트 1, 2, 3위를 찍은 글들이 즐비하다는 뜻이었다.

통상 20배수로 랭킹이 매겨질 정도였다. 무료 투베 1등은 유료 투베 20등 언저리, 무료 투베 2등은 유료 투베 40등 언저리에서 논다는 의미였다.

귀환자의 헌터 일기는, 그러한 글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경쟁을 시작해야 했다.

현우는 이번 프로모션이라는 기회를 최대한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과장님. 그럼 그때 초반부에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게, 유료화 기념으로 폭참을 해 버리는 건 어떤가요? 비축분도 많은데 그 이후에도 연재주기를 하루 한 편이 아니라 하루 세 편 정도로 해 버리고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그럼 프로모션 효과는 극대화되고 좋죠. 폭참, 연참 싫어하는 독자들은 없으니까요.


“네. 비축분은 많으니까. 그럼 그렇게 해 주시겠어요?”

현우의 허락이 떨어지자, 김신욱 과장이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지사항에 추가해 놓겠습니다. 런칭 기념으로 첫 날에 아홉 편! 둘째 날 여섯 편! 그 이후부터 하루 세 편 업로드로 하겠습니다. 괜찮습니까?


“네 그렇게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김신욱 과장은 곧바로 현우가 보낸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재미있는데?’

한 시간 뒤, 팔십 화까지 삼십 화가량을 읽은 김신욱 과장은 딱히 흠 잡을 데 없는 원고의 상태를 보며 감탄했다.

‘이 컨디션으로 백오십 화까지 이어진다면, 유료 판매는 절대 문제가 없을 거야!’

김신욱 과장은 흥분된 표정으로 원고에 계속 집중했다.

그리고 또다시 두 시간 즈음이 더 흐른 뒤.

‘호흡 전반적으로 빨라서 술술 읽히고, 고구마도 거의 없이 최소한의 스토리상에 굴곡에 필요한 만큼만 들어갔고, 그 직후마다 사이다 시원시원하게 쏟아붓고, 설정 붕괴 없고, 떡밥 적절하게 뿌려 줘서 뒤에 읽게 만들고······.’

150화까지의 원고 컨디션은 훌륭했다.

끝까지 원고를 체크한 김신욱 과장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됐다. 이번 글은, 무조건 됐어.’


그리고 며칠 뒤.


[공지 : 유료화 안내]


드디어 현우의 소설이 유료화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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