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신재영
작품등록일 :
2020.0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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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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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DUMMY

27화



“그래서 오늘은 합격이야?”

저녁 식사를 하던 도중, 현우가 갑작스럽게 한 질문에 지우가 되물었다.

“뭐가?”

“예민한 사춘기 감성에, 오늘은 합격했냐고.”

지우가 장난치듯, 눈길을 살짝 흘기며 말했다.

“방금 그 멘트가 아주 별로였지만, 오늘 신경 쓴 게 느껴졌으니까 봐줄게.”

지우는 말을 톡 쏘듯이 했으나, 그녀의 입가에는 이내 미소가 번졌다.

그런 동생의 얼굴을 보며 현우도 기분이 좋아졌다.

식사를 마칠 즈음, 현우는 가방 속에서 조그마한 상자를 하나 꺼냈다.

“자. 생일 선물.”

“오. 기대해도 되는 거야?”

“글쎄? 한 번 열어 봐.”

지우는 기대감이 어린 표정으로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상자 속 내용물을 확인한 지우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헐!”

상자 속에 들어가 있던 것은 한 쌍의 귀걸이였다.

그러나 지우의 얼굴이 환해진 이유는, 이게 그저 귀걸이여서 때문이 아니었다.

“할로윈 공주 에디션이잖아!”

현우가 다영과 함께 고른 선물은, 할로윈 밤의 축제라는 유명 헐리웃 영화와 콜라보한 악세사리였다.


-이게 요즘 십대들한텐 무조건 먹힐 걸.


다영의 확신에 찬 어조를 믿고 긴가민가해 하며 샀던 것인데, 현우는 지우의 표정을 보자 두말할 것도 없이 선물이 대성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마워, 오빠. 이건 진짜 가지고 싶었던 건데······.”

“좋아하는 거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네. 나중에 스무 살 넘으면 더 좋은 걸로 사줄게.”

“응!”

“선물도 사줬으니까 당분간은 엄마 아빠 말 잘 듣는 거다. 알았지?”

“알았어. 알았어. 당분간은 노력할게.”

엎드려 절 받기 식의 약속이었지만, 현우는 이 정도만으로도 만족이었다.

현우는 동생과 이렇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눠 본 게 얼마만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현우는 충분했다.

“그런데 요즘 나 엄마 아빠랑 부딪칠 일도 거의 없어.”

“응? 왜?”

“엄마 아빠 둘 다 요즘 오빠 때문에 기분이 좋은지 나한테도 화를 거의 안 내거든.”

이건 현우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지우는 현우가 처음 듣는 이야기를 한 가지 더 해 줬다.

“그래?”

“응. 아빠는 오빠가 쓰는 소설도 전부 다 읽고 있어.”

“······정말로? 어떻게?”

“내가 알아봐 드렸지. 앱 뭐 다운받아야 하는지랑, 소설 제목만 알려 드리니까 나머지는 알아서 잘하시던데?”

“네가 내 소설 제목을 어떻게 알아?”

“아빠가 성우 오빠한테 물어보면 알거라고 하더라고. 그 왜 지난 설 때 다 깠잖아.”

순간 현우는 마음이 찡해졌다.

‘내 걸 다 읽고 계시다고?’

현우는 과거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현우의 아버지도 과거 책, 비디오 대여점에서 무협지를 빌려 읽으시곤 하셨다.

얼마든지 웹소설도 읽을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재미있게 읽으셨을까······.’

현우는 자신의 아버지가 과연 자신의 글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여하튼 생일 선물 고마워, 오빠!”

“그래. 잘 써.”

그렇게 지우와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면서 저녁 식사 자리는 끝이 났다.

그 후, 현우는 지우를 데리고 동생이 보고 싶다는 영화를 보여 준 뒤, 근처에 유명한 디저트 카페에 데려가서 한참 동안 지우에게 사진을 찍어 주고 나서야 그날 두 사람의 데이트는 끝이 났다.

그렇게 두 사람은 부모님의 집으로 향했다.


“자. 먹자.”

현우의 어머니가 사과가 담긴 접시를 상에 올려놓았다.

오랜만에 네 식구가 다 모인 거실에는 도란도란 대화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평소 같았으면 방에 들어갔을 지우도, 오늘은 기분이 좋은 탓인지 얌전히 거실에 앉아 있었다.

현우의 부모님들은 현우와 지우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그렇게 가족끼리 좋은 시간을 보내는 도중, 현우가 아버지에게 슬쩍 물었다.

“아버지. 요즘 제 글 읽고 계시다면서요?”

“응? 아, 뭐. 요새 집에서 할 일도 없겠다. 소일거리 삼아서 읽고 있다.”

현우의 아버지는 그걸 말하는 게 쑥스러운지 둘러대려고 했다.

“재미는 있으시고요?”

“응. 재미있더라. 요새 애들 취향은 새롭더라.”

그렇게 말하며 현우의 아버지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현우는 그 미소에서 직감했다.

‘그저 그러시구나.’

아들이 기특해서 읽는 것이지, 결코 순수한 재미로 읽는 것은 아닌 듯했다.

그리고 현우는 아버지의 취향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걸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문득 현우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는 글을 써 볼까.’

효도가 별 게 아니라는 말이 현우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현우는 생각했다.

지금 자신의 입장이라면, 정말로 효도는 거창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현우는 이야기꾼이었고, 현우의 아버지는 그런 그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봐주는 독자였다.

‘아버지에게 하루의 낙이 될 수 있는 글을 써 준다는 것만큼 의미 있는 효도가 또 어디 있을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수 있다는 건 덤이었다.

그러나 현우에게 있어서 그 길은, 커다란 도전이었다.

‘······할 수 있을까.’

이유는 현우의 아버지가 즐겨 읽던 글의 장르 때문이었다.

‘무협이라······.’

그러나 현우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결심을 다졌다.

“아버지.”

“응?”

갑작스럽게 아들이 자신을 부르자 현우의 아버지는 의아한 기색이었다.

그런 현우의 아버지에게 현우가 무던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글은, 아버지 취향에 더 맞게 써 드릴게요. 더 재밌게 읽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원래의 현우의 아버지라면, 이럴 때엔 그럴 필요 없다고 만류를 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현우의 아버지는 현우의 눈빛을 빤히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기대해도 되는 거냐?”

“그럼요.”

“그래. 우리 아들이 기대하라는데, 기대하고 있어야지. 좋은 작품 부탁하마.”

“네. 아버지.”

현우에게 있어서는, 세상 어떤 격려보다 더 힘이 되는 응원이었다.


*


다음 날 저녁.

CNA미디어 근처의 한정식집.

“완결 축하드립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과장님.”

두 사람은 잔을 부딪쳤다.

완결 기념으로 만난 자리였기에 두 사람의 표정은 밝았고, 후련한 감정이 엿보였다.

이미 현우가 차기작 계약에 대한 의사까지 밝힌 상황이었기에 두 사람 사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렇게 가벼운 대화가 오가던 도중, 김신욱 과장이 넌지시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벌써 이야기를 꺼내기엔 이른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만, 혹시 차기작 소재에 대해선 생각 중이신 게 있으신가요?”

김신욱 과장의 질문에 현우는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했다.

현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들으시면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왜요?”

“무협을 생각 중이거든요.”

현우의 말대로 김신욱 과장은 깜짝 놀랐다. 놀람 다음으로 김신욱 과장의 얼굴에 찾아온 감정은 당황이었다.

“아니······ 음······ 왜요······?”

현우는 김신욱 과장의 ‘왜요?’ 앞에 ‘굳이’라는 단어가 생략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현우는 김신욱 과장에게 솔직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아버지가 즐길 수 있는 글을 보여 드리고 싶다는 현우의 이야기를 들은 김신욱 과장은, 이유 자체에 대해서는 납득을 한 기색이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 길에 대해서 반대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었다.

잠시 후, 김신욱 과장이 입을 열었다.

“작가님. 작가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효심이 깊으신 점은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건 일이라고 생각하시고 다시 한 번 고려해 보시는 게 어떠신가요?”

김신욱 과장은 현우를 뜯어말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작가님은 판타지 시장에 자리를 잡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걸 포기하시고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무협에 도전하신다는 건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담당자로서는 절대 추천할 수 없는 방향이에요.”

‘역시.’

김신욱 과장의 판단은 냉정했다.

그러나 현우는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계산적으로 판단하자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제가 쓸 수 있는 장르가 확장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판타지를 쓰게 되더라도 얻는 건 있다고 생각해요. 글에 무협의 향기를 가미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무엇보다, 이번 도전은 꼭 해 보고 싶습니다.”

현우는 철민의 필명에 대한 책임감으로써, 끊임없는 발전하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이번 무협에 대한 도전은 아버지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필명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기도 했다.

현우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김신욱 과장은 그의 마음을 돌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깔끔하게 설득을 포기했다.

‘그럼 여기서 더 말해 봐야 쓸데없는 언쟁밖에 안 되지. 뭐 어떻게든 알아서 하시려나.’

지금까지의 그를 보면, 이번에도 어떻게든 해낼 것 같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최대한으로 서포트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신욱 과장의 말에 현우가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계약서 작성은 만족하실 만한 원고가 나오고 나면 진행하실 건가요?”

“네. 그럴 생각이에요.”

“알겠습니다. 그럼 원고 나오면 바로바로 보여 주세요.”

“그럴게요.”

김신욱 과장이 현우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그럼 무협 이야기 좀 해 봐야겠는데요?”

졸지에 완결 축하 자리가 신작 관련 토론의 자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늦은 시간까지 술잔을 부딪치며 무협이라는 장르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그날 현우는 김신욱 과장에게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 날.

‘해 볼까.’

현우는 본격적으로 무협 소설을 쓰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무협이라는 장르는 그동안 써 왔던 판타지와는 궤가 다른 장르였기에, 당장 쓰는 것부터 돌입할 수는 없었다.

‘우선 읽는 것부터.’

가장 먼저 현우가 한 것은 읽어야 할 소설의 리스트를 짠 것이었다.

현우는 지금까지 무협을 딱히 읽어 오지 않았기에, 읽어야 할 소설도 굉장히 많았다.

순식간에 리스트가 잔뜩 작성되었다.

대강의 리스트를 작성한 뒤, 현우는 곧바로 글을 읽기 시작했다.

막상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 현우는 막막함을 느껴야 했다.

‘와. 이게 다 뭐야.’

그 이유는 바로 용어에 있었다.

‘이걸 어떻게 다 외우고, 다 지어 내는 거지?’

중국의 지리부터 각종 한자들이 난무하는 별호, 사자성어와 같은 용어들까지.

‘와. 이건 진짜 배우기 어렵겠는데······.’

현우가 독자로서 글을 읽을 때에는 별생각 없이 읽었던 부분들이, 막상 자신이 쓸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읽기 시작하자 하나하나가 진입장벽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그것들을 꾹 참고서 현우가 글을 읽고 있을 때였다.

우우웅-.

현우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김신욱 과장에게서 톡이 도착해 있었다.

“헐?”

현우는 그 톡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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